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명이 몰려들어와 장공주의 명령을 받들어 장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혜태비가 다급히 소리쳤다. “장공주님,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정정당당하게 장부를 확인하면 될 것인데 왜 계속 감추려고 하시는 겁니까?” 장공주는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더니 무심코 혜태비를 흘겨보며 물었다. “내가 당신들이 수작을 부리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럼 같이 확인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장공주는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미 확인을 마쳤으니 이젠 우리 차례 아닙니까?” 이때 가의 군주가 소리쳤다. “얼른 장부를 창고로 옮기지 않고 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게냐?” 송석석은 한 손으로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한 시위에게로 던지자 시위는 그만 이마를 맞고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앞으로 다가가 채찍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열몇 명의 시위를 향해 내려치자 시위들 모두 채찍에 공격을 당했다. “감히 장부를 옮길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거라!” 송석석은 상자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시위들을 노려보았다. “송석석. 겁도 없이 감히 장공주부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장공주는 그만 화가 나서 소리쳤다. “고모님, 과찬이십니다. 제가 간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장공주부에서 시위를 공격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때 가의 군주가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쳤다. “여봐라. 다 어디로 간 거냐? 여인 한 명도 상대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혜태비는 놀라서 일어나 송석석의 뒤로 숨었다. 송석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큰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장공주부 부근에 모두 권세가의 저택이 있으니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고모님이 조카며느리를 괴롭힌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질 겁니다.”가의 군주는 점점 협박하기 시작했다.“송석석,
송석석의 웃는 얼굴을 보자 장공주는 마음속으로 혐오감이 치솟았다. ‘지 어미 닮아서 천박하긴!’ 송석석은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는 정정당당하게 장부를 확인하러 온 것인데 고모님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 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어머님, 평양후부로 가서 장부를 확인한 후 잔치를 열어 사람들과 이 일을 토론해 봅시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문제가 있긴, 지금까지 혜태비에게 장부를 다 보여주지 않았느냐?” 가의 군주가 반박했다. “그래요? 거 참 이상하군요. 언니가 궁으로 보낸 장부는 제가 금루에서 찾은 장부와 완전히 다르던데…” 송석석은 가의를 보며 갑자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가 보낸 장부는 적자인데 금루의 장부에는 이윤이 있다고 나오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대체 뭡니까?” 가의는 당황해 은근히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게야? 여긴 공주부야, 국공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공주부면 어떻습니까? 여기는 도리를 따지는 곳이 아닙니까? 그럼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겠네요. 어머님, 이만 갑시다.” 그러자 장공주가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부를 확인하면 될 것 아니냐? 그래, 지금 확인하자구나!” 그러자 가의가 황급해하며 말했다. 두려워 보였다. “어머니!” ‘장부를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그러자 장공주가 칼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봐라, 점포의 회계사를 모두 불러오너라. 조천민이 대체 어떻게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인지 내가 똑똑히 봐야겠구나.” 그러자 송석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모님 말이 맞습니다. 조천민이 횡령했다는 증거만 찾으면 그 자를 증인으로 보낼 것입니다.” 장공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조천민 그 자가 증인으로 가면 모든 걸 자백할 테니 잘못을 그에게 다 떠넘기는 건 안 될 것 같군...’실은 조천민은 평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자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날씨는 더욱 싸늘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염을 기른 회계사가 장공주에게 다가가 보고를 했다. “장공주님, 모든 장부를 확인해 본 결과 왕비께서 말씀하신 금액과 일치합니다.” “젠장!” 장공주는 또 하나의 찻잔을 바닥에 내리쳤다. ‘쾅’하는 소리에 혜태비는 정신이 번쩍 들어 노기등등한 장공주를 바라보았다. 장공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 “조천민 그 자식이 감히 가짜 장부로 혜태비와 가의 군주의 돈을 횡령하다니? 내가 반드시 그를 엄벌에 처하게 할 것이야.” 송석석은 혜태비를 놓고 말했다. “장부에 문제가 없으니 다행이군요. 조천민이 횡령했다는 걸 확인했으니 장공주께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그 자를 대리사로 보내 모든 돈을 받아오겠습니다.” “석석아.” 장공주는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져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은 네 사촌언니에게도 잘못이 있다. 제대로 감찰을 하지 못했어. 이렇게 많은 돈을 횡령당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하지만 조천민도 평양후부의 사람이라 이 일이 커지면 네 언니와 평양후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게 뻔하니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조천민을 나한테 맡긴다면 내가 반드시 돈을 다 받아내마. 만약 돈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네 언니의 30% 지분을 포기하고 금루를 너에게 넘기마. 지금까지 금루에서 번 돈을 너도 보지 않았느냐? 앞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밑진 장사는 아닐 것 같은데?” “밑진 장사 아니라뇨?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희가 이익을 얻는 셈인데요.”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 한 가족인데 제가 어떻게 언니를 손해 보게 만들겠습니까? 금루는 쭉 언니가 관리해 왔고 점포의 사람 모두 언니가 보낸 사람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희는 점포를 경영하는 법을 모르니 경솔하게 금루를 인수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런 일이 생긴 마당에 계속 협력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래서 친척끼리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송석석은 환한 등불 아래에서 은표를 하나씩 세었는데 근 몇 년간 금루에서 번 이윤과 딱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잔돈까지 모두 정확했다. 진지하게 은표를 세는 송석석의 모습에 가의 군주는 이가 간질간질했다. 하지만 어쨌든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또 훼방을 놓았다. “내일 저는 사람들을 내보내 점포를 양도한다는 소식을 퍼뜨릴 것입니다. 고모님과 사촌언니가 운영하던 점포라고 하면 두 분의 명성을 봐서라도 사람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양도가격을 25만 냥으로 정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가의 군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뭐라고? 나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점포라고 소문을 내겠다고? 그건 안된다.” ‘금루에 무슨 명성이 있겠어? 돈을 빼돌리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라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소문이 나면 나와 어머니의 명성까지 망가질 것이야. 나는 돈을 벌려는 것이었지 점포가 내 것이라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고.’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하긴, 언니가 직접 경영하신 건 아니긴 하네요. 조천민이 평양후부의 사람이니 그럼 평양후부의 점포라고 소문을 내면 되겠지요. 평양후부가 백 년 세 가인 데다 금루의 장사도 잘 되었으니 많은 상인들이 점포를 인수하러 올 것입니다.” “그건 더욱 안된다!” 가의 군주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송석석, 너 이게 대체 무슨 속셈인 게냐?” 그러자 송석석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가격이 높으면 언니도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닌가요? 언니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의 군주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송석석이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 재수 없고 얄미웠다. ‘그리고 혜태비도 그렇다. 바보같이 새로 시집온 며느리에게 규칙을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함께 돈을 받으러 오다니. 예전엔 송석석이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방금 그들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모녀인 줄 알겠
송석석은 의자에 기대어 앉은 덕에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보이며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녀는 혜태비가 장공주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은 점이 기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장공주는 그 방법이 쓸모가 없는 걸 보고 마음을 다잡으며 담담한 척 말했다. “그렇지요. 능력 있는 사람이 관리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송석석이 한 번 시집갔던 몸이라 싫어한다던 혜태비가 언제부터 며느리와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된 건지 궁금하군요. 혜태비, 나는 당신이 북명왕부에서 며느리에게 억눌려서 살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만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말한 대로 할 테니 저희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장공주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너도 적당히 하거라. 염치없이 굴지 말란 말이다.” 장공주의 말에 혜태비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반면, 송석석은 애써 참았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제가 뭘 염치없이 굴었단 말입니까? 전 돈을 받으러 온 겁니다. 서로의 감정이 틀어질까 봐 제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장공주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니 저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금루의 돈은 조천민이 횡령한 게 아니라 두 분이 저희 어머님을 어리석게 여기고 여태 헛된 말로 돈을 받아간 것이 아닙니까. 조천민이 모든 사실을 말했습니다. 전에는 어머님이 궁에 살았으니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었겠지요. 하지만 어머님이 궁에서 나오자 두 분이 미리 어머님의 초상화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어머님이 점포에 가시게 되면 손님들은 그저 장사를 유지하려고 부른 일꾼이라고 말하라고 시킨 게 아닙니까!” “헛소리하지 말거라.” 장공주가 냉소를 터트렸다. “점포의 돈을 횡령한 사람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더니.” “그런 사람의 말을 믿어도 두 분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오늘 받을 돈을 받고 물러나야 할 자리에서 물러나 주신다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이렇게 나오시니 저도 두려울 것 없습니다. 공주께서 저희 어머님께 정절문을 보내왔을
그래서 다시 돈을 세기 시작했고 은표가 부족하자 금으로 채웠다. ‘20여만 냥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내놓다니.. 공주부에 재산이 만만치 않군. 하긴, 근 몇 년 동안 부병을 키우고, 수백 명의 시종과 하인을 거느리는 것도 모자라 종종 손님까지 대접했었지. 게다가 공주부의 복장, 장신구 등은 모두 일등품이었어.’ 돈을 꺼낼 때 마음을 아파하던 장공주의 표정을 본 송석석은 이번에야말로 장공주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는 생각에 통쾌했다. 이번일로 정말로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 같았다.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모두 되돌려 받았으니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장공주와 사이가 틀어진 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허위적인 친절을 유지할 필요 없어.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장공주 모녀는 송석석이 올 때와 달리 아주 오만스러운 태도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송석석!” 장공주는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가의 군주도 처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군요. 모두 송석석 저 천한 년 때문이니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요!” 장공주도 송석석을 원망했지만 가의 군주가 하는 말을 듣고 말렸다. “아니다. 넌 송석석의 상대가 아니니 괜히 건드리지 말거라. 금루의 일도 네가 잘 처리하지 못한 탓 아니냐? 어떻게 장부를 전부 금루에 둘 수가 있어? 너 대체 생각이 있는 거냐?” 가의 군주는 화가 나면서도 억울했다. “저는 평양후부로 바로 가져가면 제가 금루를 운영한다는 걸 시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무서워서 그랬던 겁니다..” “그럼 다른 저택에 다시 가져다 두었어야지. 평양후부에만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정 방법이 없으면 오래갈 장사도 아니니 매년 장부를 확인한 후 태워버릴 수도 있는 것이잖냐!”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조천민 녀석이 태우면 안 된다고 저를 계속 말렸습니다.. 공주부의 모든 가게 중 금루만 세금을 내고 있어서
사여묵과 장대성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뒤로 마차들이 천천히 따라왔다. 한편, 혜 태비가 송석석의 손을 덥석 잡으며 기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다시 은을 돌려 받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장공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관대한 모습 뒤로 단호하기 짝이 없어.”송석석이 손을 집어넣었다.“잘 알고 계시니, 다음부터 조심하시면 됩니다.”“그러마.”하지만 몰려드는 걱정에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이번 일로 사이가 틀어지면 다른 부인들 앞에서 우리의 욕을 하겠지. 그럼 우리의 명성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그게 큰 문제입니까?”“넌 오래전부터 명성이 좋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지. 하지만 나는 막 궁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어떻게든 명성은 지켜내야 해.”송석석은 그녀를 살짝 노려 보았다.‘자기 자신 밖에 모르다니’혜 태비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사실에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아, 나는 그 뜻이 아니야. 한녕이 선을 보는 중이라 다른 집안들과 만남이 잦아. 자칫해서 한녕의 명성까지 더럽히면 어찌하나 싶어 한 말이네.”송석석이 답했다.“한녕 공주는 폐하와 태후가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북명황실이 그분의 배경입니다. 그 누구라도 한녕 공주의 명성을 감히 건드릴 수 없습니다.”그녀는 태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당시의 태후는 제씨 집안의 여섯 번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했다.그리고 그를 조사하면서 한녕 공주의 의견을 물어보면 되지 않은가.마찬가지로 제씨 집안의 여섯 번째 아들의 의견도 들어 볼 것이다.송석석은 실패한 혼인 경험 때문에 부모 말고 본인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 상했느냐?”한참을 침묵하던 송석석에게 혜태비가 물었다.“아니요.”송석석은 생각을 가다 듬었다.“다른 일을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혜태비는 관대한 태도로 말했다.“내가 말했지 않느냐, 전부 다 돌려받게 된다면 반은 꼭 주겠다고 말이야.”송석석이 실성한 미소를 지었다.“어머님이 다 가져가서도 좋
많은 생각과 추운 온도 탓에 온몸이 굳어 관절이 아파왔다.부로 돌아오고 나서 송석석이 혜태비를 챙겼다.이어서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생강차 좀 끓여 오게나, 자네들도 생강차 마시고 몸 좀 축이게.”송석석은 자신도 공주부에서 추위에 떨었지만 타인부터 챙겼다.이어서 혜태비는 자신의 행동에 창피함이 몰려왔다.사실 송석석은 혜태비가 아니라 사여묵이 걱정 되었던 것이다.곧이어 주방에서 생강차가 올라왔다.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생강차를 마시고 있었다.한편, 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사여묵을 바라보았다.그가 생강차를 두 잔 마시고 나서야 혜태비에게 시선을 옮겼다.“어머님께서 먼저 드시지요. 돌아가서 따뜻한 국물 음식을 가져달라 하겠습니다.”그들은 오늘 밤에 목적지로 출발했다. 게다가 공주부는 물 한 모금 조차 대접하지 않았다.하물며 먹을 음식이 있었으랴.“그래.”대답하는 혜태비의 코가 꽉 막혔다.그녀는 감동에 벅차올랐다.“다 마시겠네.”“네, 알겠습니다. 저는 먼저 목욕부터 하겠습니다. 다 마시고 나면 뜨거운 물로 몸을 더 녹이시는 게 좋겠습니다.”송석석은 상대방의 대답은 듣지 않았다.곧이어 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여묵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사여묵은 화가 잔뜩 났다.그의 모친이 한 짓에 경악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후궁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가의 군주에게 은을 주고, 때로는 은을 가져가는 행동은 신중하지 못했다. 게다가 혼인 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송석석이 모친을 도와 두 번이나 나섰다. 그가 밤에 공주부 밖에서 대기를 한 이유는 송석석 때문이었다.그녀의 실력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자신의 모친을 위해 힘든 일을 맡아 하는 그녀가 안쓰러워서였다. 게다가 그는 송석석이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 사건에 함부로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분명 장공주와 쌓인 원한을 스스로 풀고 싶어 했을 것이다.한편, 두 사람은 매화원으로 향했다. 사여묵이 송석석의 손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