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7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자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날씨는 더욱 싸늘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염을 기른 회계사가 장공주에게 다가가 보고를 했다.

“장공주님, 모든 장부를 확인해 본 결과 왕비께서 말씀하신 금액과 일치합니다.”

“젠장!”

장공주는 또 하나의 찻잔을 바닥에 내리쳤다. ‘쾅’하는 소리에 혜태비는 정신이 번쩍 들어 노기등등한 장공주를 바라보았다.

장공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

“조천민 그 자식이 감히 가짜 장부로 혜태비와 가의 군주의 돈을 횡령하다니? 내가 반드시 그를 엄벌에 처하게 할 것이야.”

송석석은 혜태비를 놓고 말했다.

“장부에 문제가 없으니 다행이군요. 조천민이 횡령했다는 걸 확인했으니 장공주께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그 자를 대리사로 보내 모든 돈을 받아오겠습니다.”

“석석아.”

장공주는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져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은 네 사촌언니에게도 잘못이 있다. 제대로 감찰을 하지 못했어. 이렇게 많은 돈을 횡령당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하지만 조천민도 평양후부의 사람이라 이 일이 커지면 네 언니와 평양후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게 뻔하니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조천민을 나한테 맡긴다면 내가 반드시 돈을 다 받아내마. 만약 돈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네 언니의 30% 지분을 포기하고 금루를 너에게 넘기마. 지금까지 금루에서 번 돈을 너도 보지 않았느냐? 앞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밑진 장사는 아닐 것 같은데?”

“밑진 장사 아니라뇨?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희가 이익을 얻는 셈인데요.”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 한 가족인데 제가 어떻게 언니를 손해 보게 만들겠습니까? 금루는 쭉 언니가 관리해 왔고 점포의 사람 모두 언니가 보낸 사람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희는 점포를 경영하는 법을 모르니 경솔하게 금루를 인수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런 일이 생긴 마당에 계속 협력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래서 친척끼리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8화

    송석석은 환한 등불 아래에서 은표를 하나씩 세었는데 근 몇 년간 금루에서 번 이윤과 딱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잔돈까지 모두 정확했다. 진지하게 은표를 세는 송석석의 모습에 가의 군주는 이가 간질간질했다. 하지만 어쨌든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또 훼방을 놓았다. “내일 저는 사람들을 내보내 점포를 양도한다는 소식을 퍼뜨릴 것입니다. 고모님과 사촌언니가 운영하던 점포라고 하면 두 분의 명성을 봐서라도 사람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양도가격을 25만 냥으로 정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가의 군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뭐라고? 나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점포라고 소문을 내겠다고? 그건 안된다.” ‘금루에 무슨 명성이 있겠어? 돈을 빼돌리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라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소문이 나면 나와 어머니의 명성까지 망가질 것이야. 나는 돈을 벌려는 것이었지 점포가 내 것이라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고.’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하긴, 언니가 직접 경영하신 건 아니긴 하네요. 조천민이 평양후부의 사람이니 그럼 평양후부의 점포라고 소문을 내면 되겠지요. 평양후부가 백 년 세 가인 데다 금루의 장사도 잘 되었으니 많은 상인들이 점포를 인수하러 올 것입니다.” “그건 더욱 안된다!” 가의 군주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송석석, 너 이게 대체 무슨 속셈인 게냐?” 그러자 송석석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가격이 높으면 언니도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닌가요? 언니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의 군주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송석석이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 재수 없고 얄미웠다. ‘그리고 혜태비도 그렇다. 바보같이 새로 시집온 며느리에게 규칙을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함께 돈을 받으러 오다니. 예전엔 송석석이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방금 그들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모녀인 줄 알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9화

    송석석은 의자에 기대어 앉은 덕에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보이며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녀는 혜태비가 장공주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은 점이 기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장공주는 그 방법이 쓸모가 없는 걸 보고 마음을 다잡으며 담담한 척 말했다. “그렇지요. 능력 있는 사람이 관리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송석석이 한 번 시집갔던 몸이라 싫어한다던 혜태비가 언제부터 며느리와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된 건지 궁금하군요. 혜태비, 나는 당신이 북명왕부에서 며느리에게 억눌려서 살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만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말한 대로 할 테니 저희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장공주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너도 적당히 하거라. 염치없이 굴지 말란 말이다.” 장공주의 말에 혜태비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반면, 송석석은 애써 참았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제가 뭘 염치없이 굴었단 말입니까? 전 돈을 받으러 온 겁니다. 서로의 감정이 틀어질까 봐 제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장공주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니 저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금루의 돈은 조천민이 횡령한 게 아니라 두 분이 저희 어머님을 어리석게 여기고 여태 헛된 말로 돈을 받아간 것이 아닙니까. 조천민이 모든 사실을 말했습니다. 전에는 어머님이 궁에 살았으니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었겠지요. 하지만 어머님이 궁에서 나오자 두 분이 미리 어머님의 초상화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어머님이 점포에 가시게 되면 손님들은 그저 장사를 유지하려고 부른 일꾼이라고 말하라고 시킨 게 아닙니까!” “헛소리하지 말거라.” 장공주가 냉소를 터트렸다. “점포의 돈을 횡령한 사람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더니.” “그런 사람의 말을 믿어도 두 분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오늘 받을 돈을 받고 물러나야 할 자리에서 물러나 주신다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이렇게 나오시니 저도 두려울 것 없습니다. 공주께서 저희 어머님께 정절문을 보내왔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0화

    그래서 다시 돈을 세기 시작했고 은표가 부족하자 금으로 채웠다. ‘20여만 냥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내놓다니.. 공주부에 재산이 만만치 않군. 하긴, 근 몇 년 동안 부병을 키우고, 수백 명의 시종과 하인을 거느리는 것도 모자라 종종 손님까지 대접했었지. 게다가 공주부의 복장, 장신구 등은 모두 일등품이었어.’ 돈을 꺼낼 때 마음을 아파하던 장공주의 표정을 본 송석석은 이번에야말로 장공주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는 생각에 통쾌했다. 이번일로 정말로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 같았다.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모두 되돌려 받았으니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장공주와 사이가 틀어진 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허위적인 친절을 유지할 필요 없어.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장공주 모녀는 송석석이 올 때와 달리 아주 오만스러운 태도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송석석!” 장공주는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가의 군주도 처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군요. 모두 송석석 저 천한 년 때문이니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요!” 장공주도 송석석을 원망했지만 가의 군주가 하는 말을 듣고 말렸다. “아니다. 넌 송석석의 상대가 아니니 괜히 건드리지 말거라. 금루의 일도 네가 잘 처리하지 못한 탓 아니냐? 어떻게 장부를 전부 금루에 둘 수가 있어? 너 대체 생각이 있는 거냐?” 가의 군주는 화가 나면서도 억울했다. “저는 평양후부로 바로 가져가면 제가 금루를 운영한다는 걸 시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무서워서 그랬던 겁니다..” “그럼 다른 저택에 다시 가져다 두었어야지. 평양후부에만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정 방법이 없으면 오래갈 장사도 아니니 매년 장부를 확인한 후 태워버릴 수도 있는 것이잖냐!”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조천민 녀석이 태우면 안 된다고 저를 계속 말렸습니다.. 공주부의 모든 가게 중 금루만 세금을 내고 있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1화

    사여묵과 장대성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뒤로 마차들이 천천히 따라왔다. 한편, 혜 태비가 송석석의 손을 덥석 잡으며 기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다시 은을 돌려 받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장공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관대한 모습 뒤로 단호하기 짝이 없어.”송석석이 손을 집어넣었다.“잘 알고 계시니, 다음부터 조심하시면 됩니다.”“그러마.”하지만 몰려드는 걱정에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이번 일로 사이가 틀어지면 다른 부인들 앞에서 우리의 욕을 하겠지. 그럼 우리의 명성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그게 큰 문제입니까?”“넌 오래전부터 명성이 좋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지. 하지만 나는 막 궁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어떻게든 명성은 지켜내야 해.”송석석은 그녀를 살짝 노려 보았다.‘자기 자신 밖에 모르다니’혜 태비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사실에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아, 나는 그 뜻이 아니야. 한녕이 선을 보는 중이라 다른 집안들과 만남이 잦아. 자칫해서 한녕의 명성까지 더럽히면 어찌하나 싶어 한 말이네.”송석석이 답했다.“한녕 공주는 폐하와 태후가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북명황실이 그분의 배경입니다. 그 누구라도 한녕 공주의 명성을 감히 건드릴 수 없습니다.”그녀는 태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당시의 태후는 제씨 집안의 여섯 번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했다.그리고 그를 조사하면서 한녕 공주의 의견을 물어보면 되지 않은가.마찬가지로 제씨 집안의 여섯 번째 아들의 의견도 들어 볼 것이다.송석석은 실패한 혼인 경험 때문에 부모 말고 본인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 상했느냐?”한참을 침묵하던 송석석에게 혜태비가 물었다.“아니요.”송석석은 생각을 가다 듬었다.“다른 일을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혜태비는 관대한 태도로 말했다.“내가 말했지 않느냐, 전부 다 돌려받게 된다면 반은 꼭 주겠다고 말이야.”송석석이 실성한 미소를 지었다.“어머님이 다 가져가서도 좋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2화

    많은 생각과 추운 온도 탓에 온몸이 굳어 관절이 아파왔다.부로 돌아오고 나서 송석석이 혜태비를 챙겼다.이어서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생강차 좀 끓여 오게나, 자네들도 생강차 마시고 몸 좀 축이게.”송석석은 자신도 공주부에서 추위에 떨었지만 타인부터 챙겼다.이어서 혜태비는 자신의 행동에 창피함이 몰려왔다.사실 송석석은 혜태비가 아니라 사여묵이 걱정 되었던 것이다.곧이어 주방에서 생강차가 올라왔다.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생강차를 마시고 있었다.한편, 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사여묵을 바라보았다.그가 생강차를 두 잔 마시고 나서야 혜태비에게 시선을 옮겼다.“어머님께서 먼저 드시지요. 돌아가서 따뜻한 국물 음식을 가져달라 하겠습니다.”그들은 오늘 밤에 목적지로 출발했다. 게다가 공주부는 물 한 모금 조차 대접하지 않았다.하물며 먹을 음식이 있었으랴.“그래.”대답하는 혜태비의 코가 꽉 막혔다.그녀는 감동에 벅차올랐다.“다 마시겠네.”“네, 알겠습니다. 저는 먼저 목욕부터 하겠습니다. 다 마시고 나면 뜨거운 물로 몸을 더 녹이시는 게 좋겠습니다.”송석석은 상대방의 대답은 듣지 않았다.곧이어 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여묵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사여묵은 화가 잔뜩 났다.그의 모친이 한 짓에 경악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후궁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가의 군주에게 은을 주고, 때로는 은을 가져가는 행동은 신중하지 못했다. 게다가 혼인 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송석석이 모친을 도와 두 번이나 나섰다. 그가 밤에 공주부 밖에서 대기를 한 이유는 송석석 때문이었다.그녀의 실력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자신의 모친을 위해 힘든 일을 맡아 하는 그녀가 안쓰러워서였다. 게다가 그는 송석석이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 사건에 함부로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분명 장공주와 쌓인 원한을 스스로 풀고 싶어 했을 것이다.한편, 두 사람은 매화원으로 향했다. 사여묵이 송석석의 손을 잡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3화

    결국 두 사람은 같이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목욕은 끝내도 서로를 향한 사랑은 끝이 없었다. 다행히도 둘 다 무술인이라서 1-2시간만 숙면해도 문제가 없었다.그 다음 날 아침.여인 두 명이 노 집사의 지시로 방 안으로 들어가 사여묵의 시중을 들었다. 두 사람은 원래 자수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왕야의 시중을 들 사람이 없어 잠시 데려온 것이다. 노 집사가 사내 하인들이 왕야의 옷을 갈아입히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서다. 왕비의 하녀인 서주와 동주는 송서우를 챙겼고, 보주와 설주 그리고 명주는 왕비의 곁에서 그녀의 시중을 들었다. 양 마마는 매화원 전체를 신경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중을 들게 하는 것도 부적절했다. 그리고 젊은 여인을 데려와 다른 일이 생기는 것 보다 궁녀 영씨와 옥씨에게 맡기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마흔이 넘었다. 그리하여 일도, 관계도 모두 안정감이 있었다.심지어 왕야가 황실에 배정받을 때 태후가 보내온 사람들이었다. 예전에는 태후 마마의 시중을 든 궁녀들이라 그런지 더욱 마음이 놓였다.곧 연말이라 대리사도 문을 닫는지라 사여묵은 오늘 대리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일은 내년 정월 초팔일 부터 처리가 가능했다.한편, 송석석은 국공부로 돌아가야 했다.그리하여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했다.식사를 한 후 송석석은 송서우를 국공부로 데려가기 위해 사람을 불러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그렇게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나가려고 문을 열자 문 앞에 시만자와 몽둥이가 서있었다.시만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저녁에 다들 진성을 나가셨어, 바빠서 말도 못하고 가셨데.”송석석은 그녀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아, 또 이렇게 되는구나. 역시 사부의 말은 믿을 수가 없어. 떠날 때도 말해주겠다고 약조했건만.”시만자가 답했다.“사부는 네가 울까 봐 그러신 거야. 날이 더워지면 너랑 같이 매산으로 갈 생각이야.”“그때까지 계속 있을 생각이야?”송석석이 그녀를 바라 보았다.“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4화

    염구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왕비가 계시니 그대에게 소홀히 하지 않아. 그저 일만 잘 처리 하면 된다네. 이제부터 부병의 관리와 훈련 모두 자네에게 맡기겠어. 그만큼 고생을 했으면 당연히 상이 있을 거야.”하지만 몽동이는 애매한 대답은 듣고 싶지 않았다.그는 다시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래서 얼마를 주신다는 말씀입니까?”염구진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몽동이는 당장이라도 방망이를 들어 염구진의 머리를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그러자 사여묵이 끼어들었다.“하겠느냐?”“네, 합니다!”몽동이는 바로 대답했다.이미 하겠다고 약조를 했고, 얼마 인지는 송석석을 찾아가 물어보면 그만이었다.은을 벌지 못하고 돌아가면 신명 나게 맞아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염구진이 말했다. “그래. 병사 모집에는 자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자네는 그저 병사들에게 무술만 알려주면 되네.”“예, 하지만 황실에 다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 집사가 답했다.“이건 자네가 상관 쓰지 않아도 된다네. 황실 뒤에는 다른 공간이 있어. 은을 다시 돌려받게 되면 관리자를 부를 걸 세. 그러면 새로 지을 수 있어.”“그 기간에 제 임금은 있는 것이겠지요?”몽동이가 물었다.염구진은 돈밖에 모르는 그의 질문에 마음이 답답했다.“물론이지.”염구진은 줄 때는 확실히 주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왕비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동시에 군중에서 잠시나마 백호를 맡은 무장이기 때문에 돈은 확실하게 주어야 했다. 몽동이는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예, 알겠습니다.”한편, 밖에는 눈이 내렸다.대리사는 문을 닫았지만 현갑군의 지휘관인 사여묵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그는 관청 호위와 연말 순찰에 관해 회의를 하러 간다고 송석석에게 알렸다.“네, 그렇게 하시지요. 저는 만자와 몽동이와 함께 청목암에 들릴 생각입니다. 제 이모님이 거기에 있습니다.”“청목암이라면 나랑 같이 가시는 게 어떻겠소?”“저들과 같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85화

    송석석이 답했다.“병에 걸리셔서 청목암으로 옮기신 겁니다. 첫째는 깨끗한 환경에서 몸을 간호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청목암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위함입니다.”한녕 공주는 이해가 돠지 않았다.“병에 걸리셨으면 더욱 연황실에 있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생기면 하인들이 곧바로 알 수 있지 않습니까.”한녕 공주도 아는 도리를 연왕이 모를 리가 있으랴. 연왕이 다스리는 지역은 연주였다.하지만 송석석은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청목암과 진성이 연주에서 많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병 치료를 위함이라면 진성으로 보내는 게 더 좋지, 적어도 진성에는 태의나 단신의가 보살필 수 있는데.’단신의가 국춘과 청작을 보내 왕비를 보살피지만 주위에 친한 지인도 없어 외로움이 극에 달할 것이다.송석석이 답했다.“그럼 저는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께 서우를 부탁드리겠습니다.”“그래, 나한테 맡기거라.”혜 태비는 송석석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발 벗고 나섰다. 그 모습에 한녕 공주가 깜짝 놀랐다.그녀는 그저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다. 하여 자신의 새언니가 자리를 뜨자마자 서둘러 물었다.“어머니께서는 새언니를 싫어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하셨습니까?”혜 태비가 한숨을 내쉬었다.“가여운 사람이야, 집안사람은 겨우 서우 하나밖에 안 남았어. 내가 시어머니이니 며느리를 딸처럼 대해야 하지 않겠느냐?”한녕 공주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궁에 있을 때는 그렇게 말씀하신 적 없으셨잖아요. 제가 말렸어도 항상 들은 척도 안 하셨던 것 아닙니까.”“내가 언제 안 들었다고 그러느냐? 그저 행동이 조금 느린 것뿐이야.”한녕 공주는 모친의 행동에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송석석한테 잘 해주면 그만이었다. 한편, 송석석은 외출했다.몽동이에게 말을 맡기고, 그녀와 시만자는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하인들도 데려가지 않았다. 시만자는 그제야 운익각에서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74화

    향병은 비록 중요한 여관은 아니었지만 장공주의 믿음을 얻었고 방금도 그녀가 극구 반대를 해서 원래 지지하던 사람들까지도 따라서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홍려사경을 비롯한 두 세 사람은 여전히 상국의 단신의를 청하는 것을 지지했다. 단신의의 명성은 서경에까지 퍼졌다. 애초에 선제의 병이 위독했을 때 조정의 신하도 단신의에게 치료를 청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선제는 스스로 상국인의 손에 목숨을 맡기기 싫다며 결국엔 포기했다. 그들은 또다시 말다툼을 벌였는데 송석석과 평무종은 상황을 보더니 단신의를 모시고 곧장 동원으로 달려갔다. “막아라!!” 향병이 소리쳤다. “저기요, 내 말 좀 들어보십시오……” 시만자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향병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우리도 장공주님을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장공주님의 시녀가 옆에 있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몽동이도 수란석을 가로막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맥만 짚어보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태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얼른 들어가서 지켜보라고 하십시오.” 태의는 진작에 뛰어 들어갔다. 비록 장공주의 곁에는 두 명의 의사가 간호하고 있었지만 상국의 사람이 들어가자 태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바로 따라 들어갔다. “놔, 이거 놔주십시오.” 향병은 시만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것입니까? 날 해치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시만자는 그녀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닙니다. 들어가려는 거면 같이 들어가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몽동이도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다 같이 들어갑시다! 모두들 장공주의 건강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같이 들어갑시다.” 경위들도 송 대인이 손찌검을 하지 말라고 분부해서 밀치락달치락 하며 공격을 어깨로 되받아 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스러웠지만 몽동이가 수란석을 잡고 있기 때문에 시만자는 힘껏 향병의 손을 잡고 동원 쪽으로 움직였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73화

    잠시 후, 평무종이 회동관 입구에 나타났는데, 혼자 온 게 아닌 것 같았다.방금 송석석이 그녀를 보았을 땐 야행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야행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저, 무슨 상황입니까?”송석석은 얼른 마중 나가서 물었다.그러자 평무종이 답했다.“내가 장공주 방의 옥상에서 잠깐 들었는데 장공주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시녀 몇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장공주가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사람까지 물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더군.”시만자는 의아해서 물었다.“미친 듯이 사람을 물었다고요? 설마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니겠지요?”이때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혹시 정원에서 들었습니까?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정원에서 다투고 있었는데 태의나 단백부를 모시러 가자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난 옥상에서만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지지하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그럼 신의를 모시러 간다는 의견에 반대하던 사람 중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까?”“있었다.”평무종이 몽동이를 만났을 때 이미 여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향병은 아니었다.”“반대하던 사람이 많았습니까?”“서너 명인 것 같았는데 그들도 침착하게 분석할 뿐이지, 무작정 반대했던 건 아니다. 유독 한 여자의 반대가 심했는데 그녀는 우리 상국의 태의와 의사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어의보다 못하며 가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지.”“그러니까 그녀를 따라 반대하던 사람들은 장공주가 자신들 때문에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군요.”평무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럼 쳐들어갑시다!”이때 몽동이가 걱정하며 말했다. “왕야님께 알려서 결정지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아니, 이건 내 개인적인 결정이지 왕야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송석석은 밤을 지키고 있는 경위를 불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72화

    송석석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넌 일단 가서 단백부를 모시고 와. 내가 방법을 찾아서 들어가 볼 테이니.” 그녀는 어찌 되었든 간에 단신의를 모셔오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알겠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모셔올게.” 시만자는 방을 나가서 말을 타고 달렸다. 밤이 되자 날씨가 쌀쌀해져 그녀는 단신의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됐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몽동이를 만났다. 몽동이는 그녀를 보지 못한 듯 그저 지나쳤는데 시만자가 몇 번을 불러서야 한참 후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송석석은 경위에게 입구를 지키라고 하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계략일지도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방을 나가 회동관 주의를 돌아다녔다. 회동관 밖엔 모두 송석석의 사람들이라 밖에서 돌아다니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잠깐 돌아다니다 그녀는 뒷마당의 담벼락으로 날아들었다. 내부의 수비는 외부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의로 빈틈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장공주가 동쪽 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있는 동원과는 거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수비를 피해야 했다. 중원으로 넘어가자 경비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송석석은 회랑에 올라가 벽에 붙어 걸었는데 다행히도 빛이 밝지 않았고 그녀의 발자국 소리도 가벼워서 경비원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경비원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송석석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는 평 사저가 여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평 사저는 서경어, 사국어, 북당어 등 여러 가지 방언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가 위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올라가자마자 한 그림자가 낙엽처럼 동원의 옥상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거리가 먼 데다가 빛이 지붕까지 비추지 못한 탓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은근히 놀란 것 같았다. ‘설마 그들이 정말 사람을 들여보낸 건 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71화

    북명황실 의사당. 염 선생은 향병, 안운여, 그리고 곽아정, 이 세 여관에 대한 자료를 모두 내놓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장공주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의 여자들은 중요한 벼슬을 맡을 수 없는데 향병은 첫 번째로 5품으로 올라간 여관입니다. 장공주의 마음에 가장 드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고 그다음이 곽아정이었습니다. 그녀는 서경 곽 씨 가문의 적녀였는데 수란키의 아내가 바로 그녀의 고모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안운여였는데, 안운여는 평민 출신이지만 급제를 해서 장공주를 따라다니며 정무를 처리했습니다. 그 세 사람은 모두 선제가 있을 때부터 장공주를 따라다녔는데 그들은 장공주에게 늘 엄청난 충성을 보였습니다.” 사여묵은 세 사람의 이름, 나이, 성격, 출신, 호적, 혼가, 가문, 그리고 언제 벼슬을 땄고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료를 다 본 후엔 다시 고개를 돌려 향병의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염 선생이 말했다. “그녀는 장공주에게 가장 충성을 다하기도 했고 장공주와 시간을 가장 오래 보냈던 사람입니다.” 이때 사여묵이 고개를 들고 답했다. “동궁에서 2년 동안 궁녀로 일했었군.” 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녀는 장공주가 뽑은 인재로 동궁으로 보내졌었습니다. 서경은 우리 상국과 마찬가지라 태자는 자신의 작은 조정에서 정무를 처리해야 해서…… 아 참!” 말을 하다가 깜짝 놀란 염 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궁에서 2년 동안 일을 했으니 선 태자에게 충성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정원제와 수란석을 지지했을 주전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몽동이는 어디 있느냐? 그에게 회동관으로 가서 왕비와 시 아가씨에게 이 일을 알려 향병의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장공주의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거라.”그는 협상의 주관으로서 회동관에 나타난다면 서경의 사신들이 경계할 것이기 때문에 직접 갈 수 없었다.몽동이는 의사당 문 앞에 있었는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70화

    사여묵이 바로 의사당으로 가자 사부가 정좌에 앉아 모두들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염 선생에게 이번에 온 세 여관의 자료를 조사해 보라고 했다. …회동관, 자시. 시만자는 차를 많이 마신 탓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경에 주돈 하고 있는 시위에게 화장실로 가겠다고 했고 송석석도 함께 일어났다. 서경 시위는 상국어를 할 줄 아는 시녀를 찾아 그들에게 길을 인도했다. 회동관 안 마당을 지날 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다툼 소리가 들려와서 송석석은 안으로 쳐다보았는데 글쎄 사신들이 거의 모두 안에 앉아 있었고, 장공주를 따르던 여관들도 있었다. 열댓 명이 모두 안에서 떠들었는데, 비록 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어떤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어떤 사람은 분노의 기색을 띠고 있었다. 송석석은 서경 말을 몇 마디밖에 할 줄 몰라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무엇인가 위험하다는 것만 알아들었다. 송석석이 자세히 들으려고 발걸음을 멈추자 시녀는 계속 재촉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할 수 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안 마당과 점점 멀어져 다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이게 모레 협상하는 일을 상의하는 것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냉옥 장공주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의 시위와 시녀만 있었는데 의관 모자를 쓴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송석석이 풍등의 빛을 빌어 그 시녀를 한 번 보았는데 바로 정원에서 끌려 나온 모습이 분명했다. 계속 무언가 초조한 안색을 보였다.송석석은 냉옥 장공주가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 협상할 때 구토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병세가 심해진 건 아닌지 몰랐다. 그녀는 시녀에게 물었다. “냉옥 공주는 좀 괜찮아졌습니까? 아직 편찮으신 거라면 우리 진성에 단신의라는 분이…….” 송석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녀의 눈빛이 밝아지더니 물었다. “단신의 말입니까? 그분이 지금 진성에 있습니까?” “네, 단신의는 지금 진성에 있습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9화

    전북망은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장공주는 전쟁을 반대했는데 옆에 있는 여관이 그렇게 했다면 장공주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장공주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말했다. “결국엔 그녀도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러자 전북망이 놀라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오? 그들이 장공주를 속이기라도 하려는 것이란 말이오?” 그러자 이방도 잘 모른다는듯 되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임 부인이 그렇게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관의 신원도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녀가 믿기지 않아서 그렇게 많은 것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제가 협조하기만 하면 도망갈 때 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 때문에 소승까지 물고 늘어질 수 없으니 그들이 날 도와줄지 말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자백하든 간에 그들의 계획은 실행될 것이니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지요.” 전북망은 놀라움을 거두고 이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나 때문에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오. 당신은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나까지 연루시킨 것이오. 그러니 모든 게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 말고 돈을 원래 계획대로 받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도울 수 없소.” 이방은 비록 속마음을 들켰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말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나에게 빚진 것입니다. 전북망, 천하엔 공짜가 없듯이 당신이 나를 건드렸으니 나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북망은 마음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내가 먼저 당신을 건드렸단 것이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책임지지 않았소? 남강 전장에서 당신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난 몇 번이고 송석석의 명령을 어기고 당신을 구하러 갔소. 당신이 맞을 때도 내가 대신 맞지 않았소?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염치가 없을 수 있소?” 하지만 이방은 여전히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 “옛날 일 들출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초래한 일이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8화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떨었다. 그녀는 확실히 모아둔 돈이 있었다. 집안을 누가 책임지든 그녀는 늘 돈을 챙겼고 혼수로 받은 돈도 챙겼다. 어떻게 집안에 모두 줄 수 있겠는가?적은 혼수에 돈도 주지 않는다면 그녀도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모아둔 돈을 이후에 쓰려고 했다."제 돈은 모두 챙기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빌려야 합니다. 도망친 후 혈혈단신으로 돈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전북망은 일단 돈 얘기부터 꺼냈다. 만약 바로 묻는다면 추궁을 듣고 이방이 의심할 수도 있었다. "얼마가 있소? 조금 남기고 먼저 사람을 찾아야겠소. 정 부족하면 그때 다시 빌리는 것이 나을 것 같소."이방이 곰곰이 생각했다. 돈을 쓰지 않고 왕청여에게 빌려도 아마 많이 빌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비록 백부 출신이지만 매우 인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삼천냥은 있습니다. 하지만 천 냥만 가져다 쓰십시오."전북망은 이천 냥을 달라고 했고, 두 사람은 계속 흥정을 하다가 결국 천오백 냥으로 결정을 내렸다. 돈 얘기를 끝내고 전북망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무슨 계략을 쓰려는 것인지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날과 목숨을 거는 중요한 일이니, 자신감이 없으면 동의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방은 그를 한참 빤히 보다가 물었다."장군. 설마 저를 배신하려는 건 아니시지요?"전북망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흥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영리한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반응도 둔한 편이었다. 한바탕 흥정을 하고 나니, 그는 정말 그녀를 위해 계획하고 있다고 믿은 듯했다.그녀가 그렇게 묻자, 그는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면서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찬 말투로 화를 냈다. "지금 뭐라 한 것이오?! 나를 믿지 않으면 어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이오? 목숨을 바쳤는데,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이방은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남자를 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7화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6화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