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565 챕터

제351화

황후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진왕이 제씨 가문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본 혜 태비는 한녕공주도 제씨 가문 사람과 혼인시키고 싶었다.하지만 태후께서 이를 묵인하셨기에 효성이 지극한 황제는 태후의 뜻을 따를 것이다.제씨 가문의 남자들 중, 오직 여섯째, 제서훈만이 글공부에 흥미가 없어 매일 강아지, 고양이들과 함께 뛰놀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학문에 열을 올리며 언제가 조정에서 한 자리는 차지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다섯째가 유독 학문에 목을 맸다. 그가 어릴 적부터 머리를 싸매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노력했던 것은 오직 과거시험만을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만약 공주와 혼인하게 되면 훗날 한가한 부마로 지내게 될 테니 그러면 그동안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황후는 자신이 장공주의 혼사에 관여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송석석에게 도움을 청하였다.송석석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한마디에서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한녕공주와 제 동생이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면 왕비님께 신세를 진 것이니 큰 선물을 드리겠습니다.”송석석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물 같은 건 그녀에게 있어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 하나 더 두는 것이 적을 만드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제서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녕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정작 이 일을 반대하는 자는 그녀의 까다로운 시어머니, 혜태비였다. 송석석은 한녕을 자신의 여동생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마치는 즉시 궁을 나섰다. 사여묵은 먼저 왕부로 돌아가고 송석석은 혜태비와 함께 마차를 타고 장공주부로 향했다. 혜태비는 송석석과 단둘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해 고씨 유모도 함께 마차에 태웠다. 어찌 된 일인지 송석석의 얼굴을 볼 때마다 설교당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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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마차가 대장공주부에 멈추자 문지기가 들어가 보고를 올렸는데 이내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뢰었다. “태비마마, 왕비마마, 소인이 깜빡 잊었사온데, 공주께서는 오늘 나가셨사옵니다...”듣고 있던 혜태비는 상기된 얼굴로 냉큼 송석석에게 말했다.“그럼 일단 돌아가고, 내일 뵙겠다고 알린 후에 다시 오면 되겠구나!”그러나 송석석은 때뜸 문지기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셨는지요? 혹시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아시나요?”“그것은 소인도 모르옵니다. 아마 늦게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이에 송석석은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괜찮습니다.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그녀는 혜태비의 손을 잡아끌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문지기가 다급히 다가갔다.“태비마마, 왕비마마, 여기는 공주부이오니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되옵니다.”송석석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찌 함부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 장공주를 뵈러 온 것인데 공주부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당신들 대청은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 아닙니까?”문지기는 송석석이 포악하다는 것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웃으며 말하지만 그녀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그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송석석은 혜태비의 손을 잡고 이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반면 혜태비는 내키지 않았다.“예의도 없느냐? 공주께서 안 계신다고 하였는데, 누구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냐? 정말 이대로 밤까지 기다릴 셈이냐?”“날이 바뀐다 해도 기다릴 겁니다.”송석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어머니, 그리고 고씨 유모, 오늘 만나지 못하면 저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혜태비는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동주를 내게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미 내 것이니 다시 찾는 것도 내가 결정한다.”“그렇게 하시지요.”송석석이 냉정하게 대답했다.“어머니께서는 먼저 돌아가시지요. 저는 기다리겠습니다.”그녀는 혜태비의 손목을 놔주었지만 혜태비는 송석석만 여기에 혼자 남겨둘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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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잠시 앉아 있던 송석석은 차도 다과도 손대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여기저기 둘러봐도 괜찮지요?’자주 손님을 초대하는 공주부이게에 손님들이 둘러보는 것은 당연한 일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리 준비된 경우에만 가능했기에 이렇게 무작정 찾아와 둘러보겠다는 것은 당연히 허락할 수 없었다. 공주부에는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북명 왕비이기에 부병들은 그녀를 막을 수 없다. 자칫 무례를 범하기라도 한다면 뒷감당은 모두 그들 몫이 될 것이다. 하인들도 당연히 그녀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송석석은 능숙하게 그들을 피해가 빠른 걸음으로 내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렇게 송석석이 내원의 한 정원에 가까워졌을 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공주께서 돌아오셨습니다!”송석석은 입꼬리가 올라갔다.‘드디어 오시는군.’그녀는 머리를 정리하고 정원을 한번 쓱 바라본 뒤 말했다. “공주께서 돌아오셨으니, 저는 이만 대청으로 돌아가 기다리겠습니다.”하인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왕비 마마께서는 대청으로 돌아가 기다리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공주께서 환복 후 바로 뵈러 가실 겁니다.”송석석이 대청으로 돌아오니 혜태비는 다과를 모두 먹어 치우고 차가 식었다며 하인에게 새로 가져오라고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만한 혜태비였는데 공주부에서는 자세를 낮추어 하인들에게도 매우 공손하게 대하고 있었다.송석석이 돌아오자, 혜태비는 이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공주가 왔다는구나.”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담담하게 대꾸했다.“돌아온 건지 아니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건지는 알 수 없지요? 우리가 대청에 앉아 있었으니, 만약 공주께서 측문이나 후문으로 들어오지 않으셨다면 공주를 볼 수 있었을텐데요.”“공주부의 주인이 어찌 측문이나 후문으로 들어온단 말이냐? 너는 규칙도 모르느냐?”송석석은 식은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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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장공주는 혜태비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동주와 내기라뇨? 어젯밤은 그저 연회를 즐긴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언제 이자의 예물을 가져갔단 말입니까?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며느리의 예물은 본인만의 사유 재산인데 어찌 감히 손을 댈 수 있단 말입니까? 농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입니다!”혜태비는 그 말에 순간 얼어붙었다.사실 장공주와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잘 알고 있었기에 삼천 냥을 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입밖으로 내뱉은 것은 지킬 것이니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주와 내기를 전혀 인정하지 않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혜태비는 어찌할 바를 몰라 고씨 유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고씨 유모는 추위에 얼굴이 빨갛게 상한 채 소매로 코를 막으며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혜태비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송석석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송석석에게 무시당한 느낌에 혜태비는 화가 났다. 그리고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장공주의 뻔뻔함이었다.“어찌 그리 말할 수 있습니까? 어젯밤에 분명 제가 동주를 공주께 주지 않았습니까? 만약 며느리가 저에게 동주를 돌려달라고 하지 않으면, 그 동주를 돌려주고 삼천 냥을 더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지금 와서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장공주는 표정을 굳히며 오히려 큰 소리로 꾸짖었다.“허황된 말입니다. 제가 어찌 그대에게 며느리의 예물을 가져오라고 했단 말입니까? 나가서 물어보세요. 제가 어찌 그런 일을 했다고 하십니까?”혜태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평소 장공주를 무서워하던 혜태비는 그녀가 화를 내지 않아도 쩔쩔맸다. 그런데 소리까지 지르니 다리가 막 후들거릴 정도였다. 잔뜩 겁먹은 그녀는 잠시 후 조심히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일단 돌아가서 확인해 보시지요.”송석석은 눈을 매섭게 흘겼다.‘돌아간다고? 그러면 다시는 이 물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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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송석석은 장공주에게 공손히 작별 인사를 하며 말을 이었다. “고모님께서 이토록 저희 어머니를 진심으로 대해 주시니 저, 송석석 진심으로 감동하였습니다. 제가 과거 명성이 좋지 않았으니, 고모님께서 염려하신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제가 약속드리옵나니, 앞으로는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며 모든 일을 어머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동주들도 어머니께 일부 드리려 했습니다. 제가 집으로 돌아간 뒤 바구니 하나를 보내드겠사옵니다. 훗날 어머니께서 누구에게 주시든지 상관치 않겠습니다.”송석석이 장공주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있었다.이 기회를 저버리면 장공주는 평생 쌓아온 명성을 동주 몇 점 때문에 망칠 수도 있다. 게다가 어제 강호의 사내들의 예쁨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송석석을 보니 혜태비에게도 너무 심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태비가 이제 그녀에게 반항하기 시작했으니, 금후를 구슬리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동주를 돌려주며 계속해서 정신을 마비시키면 더욱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장공주는 분노가 아직 사글라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효심이 가득하신 걸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네요. 제가 어찌 고작 동주 몇 점을 탐하겠습니까? 그대가 말했듯이 그저 시험해 보려던 것이었습니다.”그녀가 옷소매를 가볍게 휘저었다.“여봐라, 그 동주를 가져오거라.”송석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고맙습니다, 고모님. 아, 그리고 저희 어머니께 돌려드릴 삼천 냥도 함께 부탁드립니다.”잠시 멈칫하던 장공주가 거칠게 하인에게 명했다. “삼천 냥의 은표도 함께 가져오거라.”그 말에 혜태비는 눈을 반짝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감동입니다. 보았느냐? 장공주는 훌륭한 분이시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느냐!”송석석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다 맞습니다.” 혜태비의 감격한 모습에 장공주는 안심하는 한편 속으로 비웃었다.‘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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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송석석은 눈을 깜빡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잘 못 듣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이천 냥 은표에 적잖이 당황했다.‘정말로 사람들에게 잘 베풀고 은표도 쉽게 내어주시는군.’정말 어리석음의 기질을 타고났다. “장공주의 실체를 보셨는지요?”미소를 짓고 있는 송석석은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내가 눈도 멀었을까? 그녀가 이 지경으로 나오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았느냐?”“장공주와 아무렇지 않게 말씀 나누시는 걸 보고 아직도 속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혜태비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진짜로 맛서 싸울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줘야 해야지 않겠느냐? 장공주는 다른 부인들과의 관계가 몹시 좋아 그들과 나를 험담하기라도 한다면 내 명성은 끝장나고 말았겠지. 너야 어차피 개의치 않겠지만 말이다.”송석석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은표를 하나하나 세기 시작하였다. 은표는 모두 백 냥짜리였고, 그녀는 고씨 유모에게 백 냥을 건네며 말했다.“이긴 돈이니, 이제 행운을 빕시다.”눈이 휘둥그레진 고씨 유모는 너무 놀라 숨이 잠시 막히는 듯했다. “왕비마마, 이것은 백 냥이옵니다.”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건넸다. “어머니를 오랫동안 섬기셨으니, 어머니께서 이기신 돈에 당연히 그대의 몫도 있지요.”혜태비는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왜 돈을 주느냐? 먹고사는 것에 부족함이 없는 자이고 나랑 함께이니 당연히 노후까지 책임질 것이다. 나이 들어 은표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빼앗기기밖에 더하겠냐?”고씨 유모는 냉큼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은표를 받았다.고씨 유모의 빠른 움직임과 혜태비의 말에서 평소 고씨 유모는 먹고 입는 것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궁에서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비용외에 혜태비가 개인적으로 보상은 주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혜태비가 고씨 유모를 홀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반대로 혜태비는 그녀를 가족처럼 소중히 여겼다. 은전을 매만지고 있는 송석석은 혜태비가 그녀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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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혜태비는 슬쩍 송석석을 쳐다보았다. 평온한 얼굴에 살짝 번진 그 미소는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복숭아꽃보다도 더 화려하고, 매화보다도 더 청량한 모습이었다. 혜태비는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너는 장공주가 두렵지도 않더냐?”그러자 송석석이 되물었다. “그분이 무엇 때문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됩니까?”“그녀는 장공주다. 황제의 고모이고 선제께서도 그녀에게는 굽히셨지. 또한 진성의 인맥을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으니, 그분 한마디면 너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하지만 송석석은 태연했다.“어머니께서도 저를 '죽은 돼지 끓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러니 명성이 더럽혀지는 것이 두려울 리 있겠습니까? 만약 그분이 저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린다면, 그것은 남강을 회복한 공신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며 장공주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하지만 혜태비는 그저 내뱉기에는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장공주를 적으로 돌려 그녀가 혹시 보복이라도 한다면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오늘 일을 되돌아보면 동주와 삼천 냥을 돌려받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송석석은 단 몇 마디로 그것을 해냈다. 송석석은 당연히 시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알았더라면 몇 마디 말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사여묵과의 혼례 때 무림의 사람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장공주는 진성의 권세가들 부인들을 손아귀에 넣고 있으면서도 항상 무림의 사람들을 두려워했고 혹시라도 자신의 명성이 훼손될까 노심초사했다. 게다가 며느리의 예물을 훔치도록 부추긴 소문이 퍼지면, 그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나락갈 것이다.바로 그때, 갑자기 송석석이 마차의 천막을 제치며 마부에게 명했다. “금루로 가자.”혜태비는 오래전부터 금루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송석석과는 함께 가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송석석이 경기가 어려운 금루의 상황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물론, 그날 이미 말했으니 송석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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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고씨 유모는 사람들 사이를 힘겹게 비집고 들어가 가까스로 점원에게 물었다.“여기 실금으로 장식된 보석 팔찌가 있는지요?”고씨 유모를 힐끗 보던 젊은 점원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팔찌는 2층에서 파는 것인데, 지금은 재고가 없습니다. 올해 몇 차례나 만들어졌지만 모두 팔렸습니다. 구입을 원하시면 2층에서 예약하셔야 하고 내년 2월에나 입고될 것입니다.”‘예약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내년 2월이 되어서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니?’고씨 유모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1층보다 더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고, 무려 여덟아홉 개의 전시대가 있었다. 전시대 앞에는 푹신한 방석이 깔린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쪽에서 일대일로 귀빈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다른 한켠에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다과를 먹고 차를 마시며 난로에 몸을 녹이고 있었다.고급 비단을 입지 않는 것을 보니 권세가의 사람이 아닌 부유한 상인들이었다.고씨 유모가 방을 한 번 훑어보는데 한 손님이 몇 개의 금팔찌를 손목에 착용해 보고는 어울린다고 느꼈는지 포장해 달라고 했다. 디자인은 세련되었지만, 금경루와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그때 한 점원이 다가와 그녀를 맞이했다. “실금으로 장식된 보석 팔찌가 있는지요?”점원이 아쉬운 듯 말했다. “막 다 팔렸습니다.. 혹시 예약해 두시는 것이 어떻사옵니까?”“여기 장사가 이렇게나 잘된단 말입니까?” 고씨 유모는 냉정하면서도 이성적이었다.“지난번에 왔을 때도 손님들로 가득하더니 인기 있는 디자인이 지금은 다 팔린 것 같군요.”“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 금루는 금경루를 제외하고는 진성에서 따라올 곳이 없습니다.” 점원은 한껏 들뜬 목소리도 대답하더니 고씨 유모의 옷차림과 위엄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물었다. “실금으로 장식된 보석 팔찌 말고 다른 팔찌는 어떠신지요? 금으로 만든 것도 있고, 옥으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이 품절된 상태라 내년에야 다시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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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공교롭게도 다음 날 사여묵과 송석석이 회문할 준비를 할 때 가의 군주가 사람을 시켜 장부를 내왔다. 그는 바로 조천민이다.혜태비께서 왕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조천민이 대신 온 것이고 만약 그녀가 궁에 있었다면 가의 군주가 직접 장부를 가져왔을 것이다.고씨 유모는 조천민이 혜태비의 얼굴을 읽히려고 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나중에 혜태비가 금루에 갔을 때 쉽게 알아볼 수 있기 위함이었다.혜태비는 기쁜 마음으로 장부를 펼쳤다.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 몇 장 안 되는 장부에 팔린 물건들은 모두 값싼 것들 뿐이었고, 고가의 장신구는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합산된 수익을 보니 적자였다.한 분기에 만 냥이 넘는 적자가 생겼다. 이는 전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었다.혜태비는 급기야 분노하며 장부를 땅에 내던져 버렸다.“어찌하여 이렇게 많은 적자가 났단 말이냐? 네놈이 설명해보거라!”조천민은 땅에 엎드린 채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태비마마께서는 지금의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저희가 연말이 다가오기 전에 수익을 내기 위해 많은 물건을 준비했으나, 다수가 하자가 있는 것들이라 팔리지 않아 적자가 더 커졌습니다. 다른 상가들은 장사가 잘되는데 오직 우리 금루만 손님이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그는 바닥을 기어 장부를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펼치며 말을 이었다.“전에 태비마마와 자의 군주께서 내놓으신 은전이 아니었더라면 더 큰 적자를 보았을 것이옵니다.”“헛소리 말거라!”화가 난 혜태비는 탁자를 내리치며 크게 분노했다. “금루에 손님이 없다니! 내가 매번 거기를 지나갈 때는 금루는 손님들로 붐볐단 말이다! 게다가 모두들 한가득씩 사서 돌아가 것을 보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인 것이냐!”조천민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혜태비께서 이미 다녀갔단 말인가? 언제 다녀가신 거지? 구체적으로 어느 날이지..?’그리고 그는 갑자기 어제 한 점원이 부잣집 유모가 금경루의 유명한 실금으로 장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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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노 집사는 즉시 시위 두 명을 불러 조천민을 관아로 압송하게 했다.그러자 놀란 조천민이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소리쳤다. “왕비마마, 소인을 살려주십시오! 이 모든 것은 소인의 뜻이 아니옵니다... 이는 가의 군주가 장부로 태비마마를 속이라고 명령한 것이옵니다.”“뭐라?” 화가 난 혜태비는 유리잔을 집어 던졋다.“나를 속이려고 가짜 장부를 만들었단 말이냐?”송석석은 침착하게 손을 들어 흥분한 혜태비를 제지했다.“이전 장부들이 모두 가짜라면 진짜 장부도 있겠지요?”시위들에게 붙잡힌 조천민은 팔이 끊어질 듯한 고통에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기에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답했다. “예, 있습니다.”오늘 회문해야 하는 송석석은 조천민과 낭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그녀는 노 집사를 불러 들여 명하였다. “수고스럽겠지만 두 사람을 데리고 이 자와 함께 금루로 돌아가 그간의 장부를 모두 찾아내어 회계부에 확인을 맡기고 확실히 진짜 장부가 맞는지 현장에서 확인하시오. 만약 저 자가 또 다시 속임수를 쓰려 한다면 보고할 필요 없이 바로 경조부로 넘기시오.”“예, 알겠사옵니다!”그는 손을 들어 조천민을 끌어내도록 했다. 그리고 이미 준비된 마차에 올라타 급히 금루로 향했다.이 같은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조천민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한편으론 속에서 쉼 없이 불평불만을 늘어 놓았다.‘가의 군주가 말하길 혜태비는 쉽게 다룰 수 있는 인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매년 이런 식으로 넘어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서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북명왕비한테까지 발각되고 말았다니.북명왕비에 대해서는 조천민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단호하고 무자비한 장군이며, 경조 부윤이 그녀 조카의 외숙부였다. 만일하나 경조부에 끌려간다면 천운으로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큰 고초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혜태비는 그만 참지 못하고 화를 버럭버럭 냈다. “자의가 감히 나를 속이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냐?”송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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