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1191 챕터

제361화

사여묵은 선물 꾸러미를 챙기면서 만종문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 송석석이라는 사실에 더없이 기뻤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곁에 자신이 있기에 그들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오늘 꼭 사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송석석더러 한 달에 두 번은 반드시 사문에 편지를 보내도록 약조하려는 것이었다. 기쁜 소식이든 슬플 일이든지 막론하고 모조리 알릴 것이어서 힘들게 발걸음할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마차 세대에 선물을 가득 싣고 나니 서우, 보주와 함께 나오는 송석석이 보였다.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의 그녀는 보랏빛 원피스를 입어 피부가 더욱 하얗고 투명해 보였다. 머리에 작약 두 송이가 꽂혀 있었는데, 그 꽃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졌다.사여묵은 갑자기 어젯밤을 떠올랐고 온몸의 피가 한 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깊어진 그의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든 송석석이 그와 눈이 마주쳤다.이 눈빛!이틀 밤 동안 바라봤던 눈빛이라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는 마치 아기가 처음 우유를 맛본 후 멈출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처럼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었다.어느새 얼굴이 붉어진 송석석은 그의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의 시선만으로도 단숨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사여묵은 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가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선물은 모두 준비되었소.”“네..”고개를 숙인 송석석은 고분고분했다. 방금 전까지의 침착함과 담담함은 어디가고 순식간에 수줍음으로 바뀌었다. 비록 이미 혼인을 해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그가 손을 꼭 잡을 때면 그녀는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 모습에 서우가 고개를 들고 보주에게 물었다. “고모부가 고모 손을 잡았는데 왜 고모가 얼굴이 빨개지는 겁니까?”고개를 든 보주가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았는데 얼굴이 정말로 복숭아꽃보다도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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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잠시 멈칫하던 사여묵은 이내 기뻐하며 말했다. “내가 사부님께 벌받을까 봐 걱정하는 거요? 당신이 나를 걱정하는 게 진짜 맞소?”“당연히 걱정하지요. 혹시 사숙의 철권을 맞아본 적 있습니까?” 송석석은 봉황 같은 눈을 치켜올렸다.“맞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소.” 사여묵은 사문에서의 날들을 떠올렸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을 거기에서 보냈고 이는 존엄과 관련된 일이기에 맞았어도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늘 선하였습니까?” 송석석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대사형마저도 벌을 받았는데 그런 대사형보다도 더 말썽을 피우지 않았단 말인가?고개를 옆으로 돌린 사여묵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내가 만종문에 갔을 때 그들은 나와 어울리려 하지 않았소. 수련하는 데에만 힘쓸 수밖에 없었으니 사부께서 아주 만족해하셨소.”그의 말을 들은 송석석은 경외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모두 사숙에게 벌을 받았는데 그중 그만이 유일하게 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무공은 역시 뛰어난 이유가 있었다.만종문에서 사숙의 매를 맛보지 못한 이는 그녀가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자들이었다.그녀의 경외 가득한 눈빛에 사여묵은 턱을 치켜올리며 한껏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말이다. 간혹 두어 번 벌 받은 것은 아예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이 좋다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국공부에 도착했다. 진복은 황마마와 부중 하인들을 이끌고 문 앞에서 맞이하고 있었고, 시만자도 만두, 신신, 몽동이와 함께 달려 나왔다.시만자는 웃으며 송석석의 팔장을 꼈다.“드디어 왔구나. 네가 빨리 몽동이에게 한마디 해. 혼수였으면서 그날 밤 우리와 함께 몰래 도망쳐 왔으니 말이야!”몽동이는 시만자에게 왜 그 말을 지금 꺼내느냐는 눈빛을 보냈다.송석석은 웃으며 몽동이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그건 농담이었어. 몽동이가 어떻게 내 혼수가 될 수 있겠어?”“안될 것도 없지? 사부님에게 내쳐졌으니 말이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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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사여묵과 송석석은 예를 갖추어 사부와 사숙, 그리고 여러 사형 사제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사숙은 실눈을 뜨고 있었다. 도무지 눈을 감았는지 뜬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송석석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사숙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지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그래서 송석석은 성심껏 절을 올렸고 힘도 조절해야 했다. ‘쾅쾅’소리가 들리고 약간의 메아리까지 있어야 합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석석은 이전에 사숙에게 절하는 법을 훈련받은 받으며 호되게 혼난적이 있었다.사부님께 너무 건방지고 성의없이 절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그녀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절을 올려서 결국 이사제가 그녀를 업어 방으로 돌아갔었다.벌을 받은 그날 밤엔 계속 머리가 어지러웠고 심지어는 이마에 피까지 흘렀다.지난 일을 떠올리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한창 절을 올리고 있던 송석석은 사부와 사숙에게 고작 손을 모아 인사만 하고, 사숙에게만 절을 한 번 올리고 있는 사여묵을 발견했다. 메아리도 전혀 없어 확실하게 불합격이었다.‘큰일 났네…’송석석은 황급히 사숙의 눈치를 살폈다.‘어라? 사숙이 화를 내지 않으신다고?’사숙은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여묵에게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이렇게 멋진 가정을 이루었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사숙이 웃으셨다.“사부님께서 염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사여묵은 언제든지 훈계를 들을 준비가 된 착한 모양새였다.무소위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리에 앉거라.”곧장 송석석을 부축한 평무종은 그녀의 이마를 문지르며 조용히 물었다. “아프지 않느냐? 어지럽느냐? 토할 것 같으냐?”“괜찮습니다.”송석석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평무종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송석석은 절로 벌을 받을 당시 방으로 업혀 가던 도중에 구토를 하며 어지러움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사부님을 모셔 와 침을 맞고 며칠 동안 약을 먹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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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임양운은 송석석이 얌전히 대답하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손짓하여 그녀를 불렀다.“사부에게로 오너라.”송석석이 조용히 다가가자 사부의 손가락이 그녀의 코끝에 톡하고 튕겼다.그러자 송석석이 아야 하고 외쳤다. “사부님, 아픕니다.”“벌이다!” 임양운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러니 누가 혼자 끙끙거리라고 했느냐! 이 벌은 가벼운 편이니라.”코끝이 아직 조금 아렸지만 송석석은 괜찮은 척을 했다.“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사옵니다.”그러나 그녀의 표정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던 임양운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막내가 겪은 일들은 아직도 그를 괴롭게 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곁에 앉혔다. “사여묵의 그 인성과 덕성은 전북망보다 훨씬 뛰어나니, 사부는 그가 너를 저버리거나 홀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세상은 쉽게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간사한 법이니라. 예전에는 그가 너를 연모하였고, 얻지 못하니 너를 더욱 그리워하였으나, 이제 너와 혼인하였으니 싫증이 나서 변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내는 하나도 믿을 수 없는 법이라, 너를 연모하더라도 전적으로 마음을 주지 말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그러자 오사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다, 사내는 믿을 것이 못 된다. 보기 만해도 역겨울 따름이니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배신자가 나오면 안 되지..”“닥쳐라!” 대사형, 심청화가 그의 이마를 한 대 때렸다. 사부께서 하신 말씀은 송석석이 겁먹을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였으나 웃어른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사제가 사부의 말에 동의하다니 참으로 뜻밖이었다.그때 듣고 있던 시만자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같은 사내인데, 어찌하여 역겹다고 하십니까?”오사형은 성이 왕씨고, 이름은 이장이다. 그는 악기를 잘 다루었고, 악기로 사람을 죽이는 데 더 뛰어났다. 만종문에서 다섯 번째로 행하였기에 모두가 그를 오사형이라고 불렀다.시만자를 바라보는 왕이장의 얼굴에 냉랭한 기색이 가득했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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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평무종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사제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사제는 이 진성에 남아 너를 곁에서 지켜줄 것이니 사제가 그리우면 언제든지 국공부에 와서 나를 찾거라.”“우리도 남겠다!”이사제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가 자기도 남겠다며 한마디씩 보탰다.송석석은 감동받아 이사제의 품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안정감이었다.그녀도 그들이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사부는 냉정한 얼굴로 흐름을 끊었다.“너희들이 석석이를 평생 지켜줄 수는 없지 않느냐? 모든 사람은 결국 각자의 삶이 있는 법이니라. 게다가 진성은 결코 머물기 좋은 곳이 아니다. 설령 좋은 곳이라 해도, 우리 만종문 사람들이 오래 머물 곳은 아니니라.”임양운은 진성에 좋은 감정이 없었다. 황실 사람들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나 사여묵은 인품이 훌륭하고, 남강을 수복하여 국토를 완전하게 만든 사람이어서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알 수 없다. 오직 시간이 지나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당시 사여묵은 그의 문하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임양운은 황실 사람을 제자로 받는 것을 꺼려했다. 그런데 사제가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덜컥 받아들인 것이다.처음에는 귀하게 자란 왕자라 무술을 연마하는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를 가볍게 여겼었다.하지만 매년 한 달동안 산에 올라와 사제의 지도를 받고는 경성으로 돌아가 열심히 연습하더니 어느새 무공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임양운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사형제들이 송석석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제와 사여묵에게 갔다.어찌 되었든 사여묵이 이제 그의 막내 제자를 아내로 맞이하였으니, 자신은 반쯤 장인어른이나 다름없었다. 장인어른은 사위에게 위엄이 있으면서도 어느정도의 유약함을 보여야 하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사부의 위세만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오랜 대화를 나눈 후 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서우를 데리고 신루로 향했다. 향을 피우고 예를 올린 후에 송석석은 무릎을 꿇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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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송석석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사부께서는 서우를 매산으로 데려가시려는 걸까?’임양운은 서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왜 무공을 배우고 싶으냐?”“작은고모를 보호하기 위해서요.” 서우가 크게 외치며 대답하였다. 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덧붙였다. “그리고 조부와 아버지처럼 전장에 나가 나라를 지키고,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그러자 임양운은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아.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큰 포부가 있다니! 그러나 영웅이 되려면 고난을 겪어야 해서 매우 힘들 것이니라. 너는 수많은 고난을 견딜 수 있겠느냐?”“저는 할 수 있습니다!” 서우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비록 사공께서 왜 이렇게 묻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어떠한 고난도 견뎌낼 수 있는 의지가 있었다.“작은고모와 떨어져 지낸대도 견딜 수 있겠느냐?”임양운이 물었다.“저는 할 수… 아!”즉시 뒤로 물러선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작은고모와 떨어질 수 없습니다.”송석석도 서우를 떠나보내기 어려웠다. 그는 이제 송가의 유일한 남자이다.“사부님, 서우가 원하면 제가 무공을 가르치겠습니다.”그녀가 말했다."당연히 네가 먼저 가르쳐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사부가 기본기를 직접 가르쳐야겠느냐? 다리가 나으면 집에서 2년간 훈련 시키거라. 충분히 가르친 다음에 매산으로 데려와 사형제들에게 다른 것을 배우게 하거라."서우가 훗날 작위를 이어받게 되면, 집안에 그 혼자 남게 될 텐데 그때는 분명히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만약 스스로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사부의 깊은 마음에 송석석은 눈물을 핑 돌았다. “네, 사부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습니다.”만종문에 입문하는 것은 수많은 이들이 꿈꾸는 일이다. 만종문에서는 단순히 무공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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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마차 안에서 사여묵은 송석석에게 사매의 말을 전했다.그러자 송석석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사여묵은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했다. “사매는 당신을 친동생으로 여기는 것 같소.”“제가 만종문에 갔을 때 사매가 저를 많이 챙겼지요. 저를 너무 소중하게 대해줬습니다.”어느 누가 그녀를 아끼지 않겠는가? 심지어 측실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부님도 연신 당부했었다. 이 말괄량이 같은 송석석을 잘 돌봐주라고 말이다.사부님은 그녀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으며 눈가에는 슬픔과 후회로 가득했다.국공부 사내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것에 감동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송석석이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몽동이는 진성에 남기로 했습니다. 당신에게 계획이 있는지요? 그는 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그건 간단하오. 친왕은 500명의 부병을 가질 수 있고 나는 아직 부병을 조직하지 않았으니, 그에게 대장을 맡기고 사람을 구하게 하면 어떻소?”이전에는 북명군을 이끌고 있었기에 집안에는 호위병들만 두고 부병은 두지 않았다.송석석이 진지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무공이 몹시 훌륭하며 사람을 이끄는 데에도 재능이 있습니다. 남강 전장에서 병사들을 이끌 때에도 용맹함을 보여주었지요.”그녀는 사여묵을 한 번 쳐다보더니 조용히 덧붙였다.“그럼,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까?”부병은 외원에 속하기에 그녀가 관리할 수는 없었고 월급은 더더욱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두둑하게 줄 생각이오. 몽동이도 고생이 많소. 혼자 나와서 돈을 벌어 문파 전체를 부양하고 있으니 말이오.” 사여묵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네, 좋습니다!” 송석석도 몰래 보탤 셈이었다. 사실 만종문에 있을 때부터 고월파의 어려움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생활에 대해 모두 알지는 못했기에 이 정도로 힘들줄은 꿈에도 몰랐었다.“사부님이 돌아가신 후에 다시 오는 거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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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송석석은 먼저 노 집사를 찾아 대략적인 상황과 금루 쪽의 동향을 알아보았다. 노 집사는 그녀에게 안심하라며, 조천민을 잡고 있고 금루에도 사람을 보내 감시하고 있으니 아무도 소식을 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송석석은 편안하게 장방으로 향하였다.혜태비는 아직 장부를 다 살펴보지 못한 상태였는데 장방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방 안은 난장판이었고, 장부 외에 던질 수 있는 물건들은 모두 던져졌으며 찻잔까지 깨져 있었다.혜태비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얼굴은 검푸르게 변해 있었다. 돌아온 송석석을 보자 억울함과 수모감이 절정에 다했다.“이들이 나를 속였다!”송석석이 모두에게 말했다. “일단 일어나시지요. 장방을 제외하고 모두 물러가세요. 고모님도요.”왕부에는 여러 명의 장관과 총 장부관 한 명이 있었는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바닥에 엎드린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이토록 분노하는 태비를 본 적이 없었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시중을 들러 들어왔던 하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조천민도 무릎을 꿇고 있다가 곧이어 자리를 떠났다.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혜태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장부는 다 보셨습니까?”“올해 장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고 계산도 아직이다.”혜태비는 그녀의 손수건을 받아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송석석이 돌아오자, 마음은 한결 진정되었지만, 수모감은 여전했다. “올해 장부를 제외하고 금루에서 벌어들인 것이 13만 냥이라 하더라. 그런데 얼마 전 궁에 찾아와서는 돈을 달라며 늘 적자라고, 집세와 하인의 품삯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구나.”송석석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음식도 좀 드세요. 남은 건 장부관들에게 계산하도록 하고 끝나면 저도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어머니는 계약서를 준비해 주세요. 장공주부로 가서 가의 군주와 함께 대조해 보도록 합시다.”요근래 가의 군주는 공주부에 머물고 있었다. 어제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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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송석석도 잠시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음식을 준비해 혜태비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혜태비가 식사를 마친 후,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저에게 보여주시지요. 혹시 모를 함정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혜태비는 눈물로 가득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말했다. “함정이 있다면서 대체 무슨 준비를 할 수 있단 말이냐?”“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계약서를 주시지요.” 송석석은 혜태비의 눈물을 마주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고씨 유모에게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하였다.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고씨 유모이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다.송석석은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이나 읽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계약서는 매우 공평하고 정직하게 작성되어 있었다.실제 소유자란에 혜태비 쪽은 고씨 유모의 이름은 고계순이 사용했고, 가의 군주는 하인 조천민의 이름을 사용했다.이렇게 재벌 집 부인들이 외부에서 장사를 할 때는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본명을 사용하면 관청에서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또한 여인이 얼굴을 드러내는 것들이 꺼렸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의 지아비나 아들의 이름으로 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노비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차피 그들의 신분증을 쥐고 있기에 그들의 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혜태비와 가의 군주가 자신의 이름으로 장사를 할 리 없었다. 상업 계층에 대한 멸시가 심하여 상인의 신분이 천하다고 여겨졌던 탓이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누구의 이름을 쓰든 상관없었다. 그들에게는 신체 각서가 있었기 때문이다.“어떠하냐? 문제가 있느냐?” 혜태비는 송석석이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읽는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그렇다면 좋은 일 아니냐?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이냐?” 마치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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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잠시 생각하던 송석석은 조천민을 데려오게 해 심문하기 시작했다.편청에는 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 난로 위에는 불에 달군 방망이가 놓여 있었다. 한참 달구어서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조천민은 그 광경에 하마터면 바지를 적실 뻔했다. 그는 두려워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자리에 앉은 송석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 목숨으로 내가 무얼 하겠느냐?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으니 사실대로 답하거라.”조천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이 아는 바 모두 말씀드리겠사옵니다!”송석석은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보여주며 물었다.“가의 군주께서도 이렇게 값싸고 조잡한 물건들을 들여온 것을 알고 있느냐?”“알고 계십니다. 가의 군주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옵니다.”“금은 재료가 순수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일깨웠느냐?”눈을 굴리던 조천민이 대답했다.“소인도 진작에 말씀드렸습니다만, 군주께서는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몇 년 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점포를 닫으면 그만이라고 하셨습니다.”그러자 송석석은 냉소를 지었다. “점포를 닫을 셈이었느냐? 아니면 모든 책임을 혜태비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냐?”조천민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 그것은...”송석석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몇 년 동안 장사를 하였다고 들었다. 요즘 금 장신구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대처하였느냐?”옆에 있던 노 집사는 위협감을 주기 위해 몽둥이를 들고 흔들었다.겁에 질린 조천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값싼 선물을 보내어 그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올해 장사가 잘되었고, 가의 군주께서는 내년 8월 혼인 성수기가 지나면 점포를 닫으라고 하셨습니다.”“그것뿐이냐?”송석석은 콧방귀를 꼈다.“나는 분명히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아직도 숨기고 있는 것 같구나. 정녕 방망이를 삼키고 싶은 것이냐?”방망이를 조천민의 눈앞에 가까이 가져다대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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