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석도 잠시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음식을 준비해 혜태비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혜태비가 식사를 마친 후,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저에게 보여주시지요. 혹시 모를 함정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혜태비는 눈물로 가득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말했다. “함정이 있다면서 대체 무슨 준비를 할 수 있단 말이냐?”“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계약서를 주시지요.” 송석석은 혜태비의 눈물을 마주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고씨 유모에게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하였다.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고씨 유모이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다.송석석은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이나 읽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계약서는 매우 공평하고 정직하게 작성되어 있었다.실제 소유자란에 혜태비 쪽은 고씨 유모의 이름은 고계순이 사용했고, 가의 군주는 하인 조천민의 이름을 사용했다.이렇게 재벌 집 부인들이 외부에서 장사를 할 때는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본명을 사용하면 관청에서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또한 여인이 얼굴을 드러내는 것들이 꺼렸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의 지아비나 아들의 이름으로 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노비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차피 그들의 신분증을 쥐고 있기에 그들의 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혜태비와 가의 군주가 자신의 이름으로 장사를 할 리 없었다. 상업 계층에 대한 멸시가 심하여 상인의 신분이 천하다고 여겨졌던 탓이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누구의 이름을 쓰든 상관없었다. 그들에게는 신체 각서가 있었기 때문이다.“어떠하냐? 문제가 있느냐?” 혜태비는 송석석이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읽는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그렇다면 좋은 일 아니냐?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이냐?” 마치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눈
잠시 생각하던 송석석은 조천민을 데려오게 해 심문하기 시작했다.편청에는 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 난로 위에는 불에 달군 방망이가 놓여 있었다. 한참 달구어서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조천민은 그 광경에 하마터면 바지를 적실 뻔했다. 그는 두려워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자리에 앉은 송석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 목숨으로 내가 무얼 하겠느냐?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으니 사실대로 답하거라.”조천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이 아는 바 모두 말씀드리겠사옵니다!”송석석은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보여주며 물었다.“가의 군주께서도 이렇게 값싸고 조잡한 물건들을 들여온 것을 알고 있느냐?”“알고 계십니다. 가의 군주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옵니다.”“금은 재료가 순수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일깨웠느냐?”눈을 굴리던 조천민이 대답했다.“소인도 진작에 말씀드렸습니다만, 군주께서는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몇 년 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점포를 닫으면 그만이라고 하셨습니다.”그러자 송석석은 냉소를 지었다. “점포를 닫을 셈이었느냐? 아니면 모든 책임을 혜태비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냐?”조천민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 그것은...”송석석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몇 년 동안 장사를 하였다고 들었다. 요즘 금 장신구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대처하였느냐?”옆에 있던 노 집사는 위협감을 주기 위해 몽둥이를 들고 흔들었다.겁에 질린 조천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값싼 선물을 보내어 그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올해 장사가 잘되었고, 가의 군주께서는 내년 8월 혼인 성수기가 지나면 점포를 닫으라고 하셨습니다.”“그것뿐이냐?”송석석은 콧방귀를 꼈다.“나는 분명히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아직도 숨기고 있는 것 같구나. 정녕 방망이를 삼키고 싶은 것이냐?”방망이를 조천민의 눈앞에 가까이 가져다대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그
회계사는 장부를 계산해서 송석석에게 넘겼다. 송석석은 장부를 받아 한 번 쓱 보더니 혜태비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머님, 액수가 맞는지 한 번 봐주십시오.” 혜태비는 각오를 하고 기세등등하게 장부를 받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부를 본 혜태비는 그만 놀라서 물었다. “몇 년 동안 나에게서 나간 돈이 이렇게나 많단 말이냐?!” 투자금까지 포함해서 몇 년 동안 혜태비에게서 나간 돈만 해도 13만 6천 냥이 넘었다. 혜태비가 직접 자신에게서 나간 돈을 적어 두긴 했지만 적을 때는 얼마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많이 나갔을 줄은 몰랐다. 13만 6천 냥, 송석석이 그녀를 데리고 가서 직접 보고 사람을 데려와 심문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손해를 보고 있다 여기고 계속 덕 귀태비와 체면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13만 6천 냥은 원금일 뿐이라 올해를 포함한 총 이윤은 18만 6530냥이었다. 그리고 혜태비의 점유율에 따르면 그 이윤에서 13만 571냥을 분배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윤까지 포함한다면 그녀는 가의 군주에게서 26만 6571냥을 받아야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던 혜태비가 이내 기가 꺾인 소리로 말했다. “이 많은 돈을 대체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 그러자 송석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의 말씀은 자신의 담력을 깎아내리고 장공주의 경제능력을 얕잡아보는 것입니다.” 혜태비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며느리의 싸늘한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저번에 동주도 순조롭게 되찾아주었으니 낙담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그러자 노 집사가 물었다. “태비마마, 왕비님, 제가 시위를 배치해서 두 분과 함께 가도록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러자 혜태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사람을 많이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겁을 주도록 하라.” “시위를 데리고 갈 필요 없습니다.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계산하러 가는 것 아닙니까?” 송석석이 거절하였지만 혜태비는 그
장공주는 싫증이 나서 말했다. “먼저 들여보내고 별청에서 잠시 기다리도록 하거라. 내가 식사 후 만나러 갈 테니 정청에 모실 필요는 없다.” 장공주의 말을 들은 집사는 직접 나가서 인사를 했는데 그들이 뭔가를 들고 온 것을 보고 선물 같지는 않아서 물었다. “혹시 태비마마께서 가져온 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혜태비가 장부라고 말하려고 하자 바로 그때 송석석이 먼저 말했다. “오래된 원고를 가져왔으니 장공주께서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송석석의 말을 들은 집사의 눈에서 빛이 났다. ‘원고? 설마 심청화 선생의 원고 말인가?’ 집사는 즉시 좋은 차와 다과를 대접하고는 장공주와 가의 군주에게 보고하러 갔다. “원고? 심청화의 원고 말이냐?” 장공주가 느릿느릿 물었다. 그러자 집사가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사옵니다. 태비께서 먼저 말씀하시지 않아 물어보지 못하였사옵니다.” 가의 군주는 나중에야 동주와 3천 냥에 대한 일을 알고 크게 노했었는데 오늘 송석석이 원고를 들고 방문한 것을 보자 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 “혜태비가 동주를 되돌려 받아 어머니의 미움을 샀다는 걸 알고 송석석과 함께 원고를 들고 사죄하러 왔나 봅니다.” 장공주는 가의 군주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너 그 머리로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시댁에서 쫓겨날 것 같구나.”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소리에 가의 군주는 안색이 변하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제가 언젠가는 그 노인네를 독살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그러자 장공주가 냉담하게 말했다. “그 입 다물거라. 네 시어머니가 만만한 상대 같으냐? 그런 말은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을 때 다시 해. 일 벌여서 나보고 뒤치다꺼리하라고 하지 말고 잠자코 있거라.” 가의 군주는 답답해서 화를 냈다. “그 노인네 얘기를 꺼내서 뭐 합니까? 그나저나, 어머니께서는 혜태비와 송석석 그 천한 년이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장공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시녀가 건넨 양칫물을 받아 양치를 한 후 손
장공주는 대답하고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야 기억이 나는! 예전부터 장사가 좋지 않다고 했던 그 금루 말인 게냐?” 그러자 가의 군주는 하소연을 했다. “맞습니다. 개업을 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이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연말에 헐값에 내놓아 겨우 가게 임대료와 품삯을 지불했습니다. 저를 믿고 금루를 맡겨주셨는데 이윤을 드리기는커녕 계속 손해만 보고 있으니 혜태비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옵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요즘 각 업계에서 모두 장사가 잘 되지 않으니 언니도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이해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도 이해하시죠?” 송석석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혜태비를 바라보았는데, 혜태비는 송석석이 왜 자신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들어오기 전엔 함부로 말을 꺼내지 말라더니 왜 또 나한테 묻는 것이야?’ 하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눈빛에 혜태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이해는 한다.” 그러자 송석석이 계속 말했다. “그렇죠? 그러니 언니의 장사가 잘 안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가의 군주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장사가 어디 쉬운 일이냐?” 이때 송석석이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제가 이 계약서를 봤는데 어머님께서 금루 70%나 차지하고 있으시더군요. 그리고 초기 자금 외에도 매년 금루에 적지 않은 은자를 투자한 기록도 남아있고요. 언니도 당연히 30%의 자금을 투자하셨겠죠?” 가의 군주는 송석석의 말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는 말 할 수 없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혜태비에게 투자금을 받을 때 나도 30% 투자했어.” “예. 어머님께서 70%의 비중을 차지하시니 70%의 자금을 지출하고, 언니는 30%의 비중을 차지하니 30%의 자금을 내는 건 지극히 정확하고 합리적인 계산인 것 같습니다.”가의 군주는 송석석을 노려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송석석 저 년, 대체 무
송석석의 말에 장공주 모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들은 현재의 대리사경이 사여묵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장공주는 잠시 몇 상자의 장부를 찾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조천민이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이니 너만 장부를 확인할 것이 아니라 가의도 회계사를 찾아 장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장부를 여기에 두고 일단 돌아가거라. 우리가 확인해 보고 다시 북명왕부로 가서 대조하겠네. 만약 증거가 확실하다면 범인을 관청으로 보내서 조사를 하든, 어떻게 하든 다 그쪽에서 결정하게.” 그러자 송석석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웃으며 말했다. “고모님, 제가 워낙 성격이 급해서요. 장부가 여기에 있으니 당장 회계사를 여러 명 찾아 이 자리에서 확인해 보시죠. 사람이 부족하면 제가 평양후부로 사람을 보내 평양후부의 회계사도 모시고 와서 오늘밤 함께 조사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내일이면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을 들은 가의 군주는 벌떡 일어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평양후부는 절대로 안 된다!” ‘안 그래도 시어머니와 부군이 날 못마땅해하는데 만약 그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날 정말 안 좋게 생각할지도 몰라...’ 가의 군주는 더 이상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기 싫었다. 장공주는 칼 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왜? 고모님이라 딱딱 부르면서 날 못 믿는 게냐?”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리가요? 고모님을 믿었기에 제가 직접 장부를 가져와서 함께 확인해 보자고 한 거 아니겠습니까? 고모님을 믿지 않았다면 이 장부와 조천민은 이미 관청으로 들어갔겠지요.” 장공주는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몇 년간의 장부를 하루아침에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고모님의 가게도 적지 않으니 장공주부에 회계사가 한 명뿐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점포의 회계사도 있고, 정 방법이 없다면 저희 국공부와 북명왕부의 회계사도 함께 데려오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명이 몰려들어와 장공주의 명령을 받들어 장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혜태비가 다급히 소리쳤다. “장공주님,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정정당당하게 장부를 확인하면 될 것인데 왜 계속 감추려고 하시는 겁니까?” 장공주는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더니 무심코 혜태비를 흘겨보며 물었다. “내가 당신들이 수작을 부리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럼 같이 확인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장공주는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미 확인을 마쳤으니 이젠 우리 차례 아닙니까?” 이때 가의 군주가 소리쳤다. “얼른 장부를 창고로 옮기지 않고 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게냐?” 송석석은 한 손으로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한 시위에게로 던지자 시위는 그만 이마를 맞고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앞으로 다가가 채찍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열몇 명의 시위를 향해 내려치자 시위들 모두 채찍에 공격을 당했다. “감히 장부를 옮길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거라!” 송석석은 상자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시위들을 노려보았다. “송석석. 겁도 없이 감히 장공주부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장공주는 그만 화가 나서 소리쳤다. “고모님, 과찬이십니다. 제가 간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장공주부에서 시위를 공격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때 가의 군주가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쳤다. “여봐라. 다 어디로 간 거냐? 여인 한 명도 상대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혜태비는 놀라서 일어나 송석석의 뒤로 숨었다. 송석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큰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장공주부 부근에 모두 권세가의 저택이 있으니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고모님이 조카며느리를 괴롭힌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질 겁니다.”가의 군주는 점점 협박하기 시작했다.“송석석,
송석석의 웃는 얼굴을 보자 장공주는 마음속으로 혐오감이 치솟았다. ‘지 어미 닮아서 천박하긴!’ 송석석은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는 정정당당하게 장부를 확인하러 온 것인데 고모님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 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어머님, 평양후부로 가서 장부를 확인한 후 잔치를 열어 사람들과 이 일을 토론해 봅시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문제가 있긴, 지금까지 혜태비에게 장부를 다 보여주지 않았느냐?” 가의 군주가 반박했다. “그래요? 거 참 이상하군요. 언니가 궁으로 보낸 장부는 제가 금루에서 찾은 장부와 완전히 다르던데…” 송석석은 가의를 보며 갑자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가 보낸 장부는 적자인데 금루의 장부에는 이윤이 있다고 나오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대체 뭡니까?” 가의는 당황해 은근히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게야? 여긴 공주부야, 국공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공주부면 어떻습니까? 여기는 도리를 따지는 곳이 아닙니까? 그럼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겠네요. 어머님, 이만 갑시다.” 그러자 장공주가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부를 확인하면 될 것 아니냐? 그래, 지금 확인하자구나!” 그러자 가의가 황급해하며 말했다. 두려워 보였다. “어머니!” ‘장부를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그러자 장공주가 칼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봐라, 점포의 회계사를 모두 불러오너라. 조천민이 대체 어떻게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인지 내가 똑똑히 봐야겠구나.” 그러자 송석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모님 말이 맞습니다. 조천민이 횡령했다는 증거만 찾으면 그 자를 증인으로 보낼 것입니다.” 장공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조천민 그 자가 증인으로 가면 모든 걸 자백할 테니 잘못을 그에게 다 떠넘기는 건 안 될 것 같군...’실은 조천민은 평
향병은 비록 중요한 여관은 아니었지만 장공주의 믿음을 얻었고 방금도 그녀가 극구 반대를 해서 원래 지지하던 사람들까지도 따라서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홍려사경을 비롯한 두 세 사람은 여전히 상국의 단신의를 청하는 것을 지지했다. 단신의의 명성은 서경에까지 퍼졌다. 애초에 선제의 병이 위독했을 때 조정의 신하도 단신의에게 치료를 청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선제는 스스로 상국인의 손에 목숨을 맡기기 싫다며 결국엔 포기했다. 그들은 또다시 말다툼을 벌였는데 송석석과 평무종은 상황을 보더니 단신의를 모시고 곧장 동원으로 달려갔다. “막아라!!” 향병이 소리쳤다. “저기요, 내 말 좀 들어보십시오……” 시만자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향병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우리도 장공주님을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장공주님의 시녀가 옆에 있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몽동이도 수란석을 가로막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맥만 짚어보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태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얼른 들어가서 지켜보라고 하십시오.” 태의는 진작에 뛰어 들어갔다. 비록 장공주의 곁에는 두 명의 의사가 간호하고 있었지만 상국의 사람이 들어가자 태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바로 따라 들어갔다. “놔, 이거 놔주십시오.” 향병은 시만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것입니까? 날 해치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시만자는 그녀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닙니다. 들어가려는 거면 같이 들어가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몽동이도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다 같이 들어갑시다! 모두들 장공주의 건강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같이 들어갑시다.” 경위들도 송 대인이 손찌검을 하지 말라고 분부해서 밀치락달치락 하며 공격을 어깨로 되받아 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스러웠지만 몽동이가 수란석을 잡고 있기 때문에 시만자는 힘껏 향병의 손을 잡고 동원 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평무종이 회동관 입구에 나타났는데, 혼자 온 게 아닌 것 같았다.방금 송석석이 그녀를 보았을 땐 야행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야행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저, 무슨 상황입니까?”송석석은 얼른 마중 나가서 물었다.그러자 평무종이 답했다.“내가 장공주 방의 옥상에서 잠깐 들었는데 장공주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시녀 몇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장공주가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사람까지 물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더군.”시만자는 의아해서 물었다.“미친 듯이 사람을 물었다고요? 설마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니겠지요?”이때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혹시 정원에서 들었습니까?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정원에서 다투고 있었는데 태의나 단백부를 모시러 가자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난 옥상에서만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지지하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그럼 신의를 모시러 간다는 의견에 반대하던 사람 중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까?”“있었다.”평무종이 몽동이를 만났을 때 이미 여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향병은 아니었다.”“반대하던 사람이 많았습니까?”“서너 명인 것 같았는데 그들도 침착하게 분석할 뿐이지, 무작정 반대했던 건 아니다. 유독 한 여자의 반대가 심했는데 그녀는 우리 상국의 태의와 의사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어의보다 못하며 가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지.”“그러니까 그녀를 따라 반대하던 사람들은 장공주가 자신들 때문에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군요.”평무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럼 쳐들어갑시다!”이때 몽동이가 걱정하며 말했다. “왕야님께 알려서 결정지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아니, 이건 내 개인적인 결정이지 왕야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송석석은 밤을 지키고 있는 경위를 불러
송석석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넌 일단 가서 단백부를 모시고 와. 내가 방법을 찾아서 들어가 볼 테이니.” 그녀는 어찌 되었든 간에 단신의를 모셔오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알겠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모셔올게.” 시만자는 방을 나가서 말을 타고 달렸다. 밤이 되자 날씨가 쌀쌀해져 그녀는 단신의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됐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몽동이를 만났다. 몽동이는 그녀를 보지 못한 듯 그저 지나쳤는데 시만자가 몇 번을 불러서야 한참 후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송석석은 경위에게 입구를 지키라고 하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계략일지도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방을 나가 회동관 주의를 돌아다녔다. 회동관 밖엔 모두 송석석의 사람들이라 밖에서 돌아다니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잠깐 돌아다니다 그녀는 뒷마당의 담벼락으로 날아들었다. 내부의 수비는 외부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의로 빈틈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장공주가 동쪽 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있는 동원과는 거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수비를 피해야 했다. 중원으로 넘어가자 경비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송석석은 회랑에 올라가 벽에 붙어 걸었는데 다행히도 빛이 밝지 않았고 그녀의 발자국 소리도 가벼워서 경비원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경비원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송석석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는 평 사저가 여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평 사저는 서경어, 사국어, 북당어 등 여러 가지 방언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가 위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올라가자마자 한 그림자가 낙엽처럼 동원의 옥상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거리가 먼 데다가 빛이 지붕까지 비추지 못한 탓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은근히 놀란 것 같았다. ‘설마 그들이 정말 사람을 들여보낸 건 아
북명황실 의사당. 염 선생은 향병, 안운여, 그리고 곽아정, 이 세 여관에 대한 자료를 모두 내놓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장공주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의 여자들은 중요한 벼슬을 맡을 수 없는데 향병은 첫 번째로 5품으로 올라간 여관입니다. 장공주의 마음에 가장 드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고 그다음이 곽아정이었습니다. 그녀는 서경 곽 씨 가문의 적녀였는데 수란키의 아내가 바로 그녀의 고모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안운여였는데, 안운여는 평민 출신이지만 급제를 해서 장공주를 따라다니며 정무를 처리했습니다. 그 세 사람은 모두 선제가 있을 때부터 장공주를 따라다녔는데 그들은 장공주에게 늘 엄청난 충성을 보였습니다.” 사여묵은 세 사람의 이름, 나이, 성격, 출신, 호적, 혼가, 가문, 그리고 언제 벼슬을 땄고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료를 다 본 후엔 다시 고개를 돌려 향병의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염 선생이 말했다. “그녀는 장공주에게 가장 충성을 다하기도 했고 장공주와 시간을 가장 오래 보냈던 사람입니다.” 이때 사여묵이 고개를 들고 답했다. “동궁에서 2년 동안 궁녀로 일했었군.” 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녀는 장공주가 뽑은 인재로 동궁으로 보내졌었습니다. 서경은 우리 상국과 마찬가지라 태자는 자신의 작은 조정에서 정무를 처리해야 해서…… 아 참!” 말을 하다가 깜짝 놀란 염 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궁에서 2년 동안 일을 했으니 선 태자에게 충성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정원제와 수란석을 지지했을 주전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몽동이는 어디 있느냐? 그에게 회동관으로 가서 왕비와 시 아가씨에게 이 일을 알려 향병의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장공주의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거라.”그는 협상의 주관으로서 회동관에 나타난다면 서경의 사신들이 경계할 것이기 때문에 직접 갈 수 없었다.몽동이는 의사당 문 앞에 있었는데
사여묵이 바로 의사당으로 가자 사부가 정좌에 앉아 모두들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염 선생에게 이번에 온 세 여관의 자료를 조사해 보라고 했다. …회동관, 자시. 시만자는 차를 많이 마신 탓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경에 주돈 하고 있는 시위에게 화장실로 가겠다고 했고 송석석도 함께 일어났다. 서경 시위는 상국어를 할 줄 아는 시녀를 찾아 그들에게 길을 인도했다. 회동관 안 마당을 지날 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다툼 소리가 들려와서 송석석은 안으로 쳐다보았는데 글쎄 사신들이 거의 모두 안에 앉아 있었고, 장공주를 따르던 여관들도 있었다. 열댓 명이 모두 안에서 떠들었는데, 비록 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어떤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어떤 사람은 분노의 기색을 띠고 있었다. 송석석은 서경 말을 몇 마디밖에 할 줄 몰라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무엇인가 위험하다는 것만 알아들었다. 송석석이 자세히 들으려고 발걸음을 멈추자 시녀는 계속 재촉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할 수 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안 마당과 점점 멀어져 다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이게 모레 협상하는 일을 상의하는 것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냉옥 장공주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의 시위와 시녀만 있었는데 의관 모자를 쓴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송석석이 풍등의 빛을 빌어 그 시녀를 한 번 보았는데 바로 정원에서 끌려 나온 모습이 분명했다. 계속 무언가 초조한 안색을 보였다.송석석은 냉옥 장공주가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 협상할 때 구토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병세가 심해진 건 아닌지 몰랐다. 그녀는 시녀에게 물었다. “냉옥 공주는 좀 괜찮아졌습니까? 아직 편찮으신 거라면 우리 진성에 단신의라는 분이…….” 송석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녀의 눈빛이 밝아지더니 물었다. “단신의 말입니까? 그분이 지금 진성에 있습니까?” “네, 단신의는 지금 진성에 있습니다.”
전북망은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장공주는 전쟁을 반대했는데 옆에 있는 여관이 그렇게 했다면 장공주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장공주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말했다. “결국엔 그녀도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러자 전북망이 놀라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오? 그들이 장공주를 속이기라도 하려는 것이란 말이오?” 그러자 이방도 잘 모른다는듯 되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임 부인이 그렇게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관의 신원도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녀가 믿기지 않아서 그렇게 많은 것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제가 협조하기만 하면 도망갈 때 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 때문에 소승까지 물고 늘어질 수 없으니 그들이 날 도와줄지 말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자백하든 간에 그들의 계획은 실행될 것이니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지요.” 전북망은 놀라움을 거두고 이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나 때문에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오. 당신은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나까지 연루시킨 것이오. 그러니 모든 게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 말고 돈을 원래 계획대로 받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도울 수 없소.” 이방은 비록 속마음을 들켰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말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나에게 빚진 것입니다. 전북망, 천하엔 공짜가 없듯이 당신이 나를 건드렸으니 나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북망은 마음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내가 먼저 당신을 건드렸단 것이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책임지지 않았소? 남강 전장에서 당신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난 몇 번이고 송석석의 명령을 어기고 당신을 구하러 갔소. 당신이 맞을 때도 내가 대신 맞지 않았소?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염치가 없을 수 있소?” 하지만 이방은 여전히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 “옛날 일 들출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초래한 일이지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떨었다. 그녀는 확실히 모아둔 돈이 있었다. 집안을 누가 책임지든 그녀는 늘 돈을 챙겼고 혼수로 받은 돈도 챙겼다. 어떻게 집안에 모두 줄 수 있겠는가?적은 혼수에 돈도 주지 않는다면 그녀도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모아둔 돈을 이후에 쓰려고 했다."제 돈은 모두 챙기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빌려야 합니다. 도망친 후 혈혈단신으로 돈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전북망은 일단 돈 얘기부터 꺼냈다. 만약 바로 묻는다면 추궁을 듣고 이방이 의심할 수도 있었다. "얼마가 있소? 조금 남기고 먼저 사람을 찾아야겠소. 정 부족하면 그때 다시 빌리는 것이 나을 것 같소."이방이 곰곰이 생각했다. 돈을 쓰지 않고 왕청여에게 빌려도 아마 많이 빌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비록 백부 출신이지만 매우 인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삼천냥은 있습니다. 하지만 천 냥만 가져다 쓰십시오."전북망은 이천 냥을 달라고 했고, 두 사람은 계속 흥정을 하다가 결국 천오백 냥으로 결정을 내렸다. 돈 얘기를 끝내고 전북망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무슨 계략을 쓰려는 것인지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날과 목숨을 거는 중요한 일이니, 자신감이 없으면 동의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방은 그를 한참 빤히 보다가 물었다."장군. 설마 저를 배신하려는 건 아니시지요?"전북망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흥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영리한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반응도 둔한 편이었다. 한바탕 흥정을 하고 나니, 그는 정말 그녀를 위해 계획하고 있다고 믿은 듯했다.그녀가 그렇게 묻자, 그는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면서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찬 말투로 화를 냈다. "지금 뭐라 한 것이오?! 나를 믿지 않으면 어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이오? 목숨을 바쳤는데,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이방은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남자를 모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