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66화

Author: 유애
송석석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사부께서는 서우를 매산으로 데려가시려는 걸까?’

임양운은 서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왜 무공을 배우고 싶으냐?”

“작은고모를 보호하기 위해서요.”

서우가 크게 외치며 대답하였다. 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덧붙였다.

“그리고 조부와 아버지처럼 전장에 나가 나라를 지키고,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임양운은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아.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큰 포부가 있다니! 그러나 영웅이 되려면 고난을 겪어야 해서 매우 힘들 것이니라. 너는 수많은 고난을 견딜 수 있겠느냐?”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서우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비록 사공께서 왜 이렇게 묻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어떠한 고난도 견뎌낼 수 있는 의지가 있었다.

“작은고모와 떨어져 지낸대도 견딜 수 있겠느냐?”

임양운이 물었다.

“저는 할 수… 아!”

즉시 뒤로 물러선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작은고모와 떨어질 수 없습니다.”

송석석도 서우를 떠나보내기 어려웠다.

그는 이제 송가의 유일한 남자이다.

“사부님, 서우가 원하면 제가 무공을 가르치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당연히 네가 먼저 가르쳐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사부가 기본기를 직접 가르쳐야겠느냐? 다리가 나으면 집에서 2년간 훈련 시키거라. 충분히 가르친 다음에 매산으로 데려와 사형제들에게 다른 것을 배우게 하거라."

서우가 훗날 작위를 이어받게 되면, 집안에 그 혼자 남게 될 텐데 그때는 분명히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만약 스스로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사부의 깊은 마음에 송석석은 눈물을 핑 돌았다.

“네, 사부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습니다.”

만종문에 입문하는 것은 수많은 이들이 꿈꾸는 일이다.

만종문에서는 단순히 무공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67화

    마차 안에서 사여묵은 송석석에게 사매의 말을 전했다.그러자 송석석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사여묵은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했다. “사매는 당신을 친동생으로 여기는 것 같소.”“제가 만종문에 갔을 때 사매가 저를 많이 챙겼지요. 저를 너무 소중하게 대해줬습니다.”어느 누가 그녀를 아끼지 않겠는가? 심지어 측실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부님도 연신 당부했었다. 이 말괄량이 같은 송석석을 잘 돌봐주라고 말이다.사부님은 그녀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으며 눈가에는 슬픔과 후회로 가득했다.국공부 사내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것에 감동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송석석이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몽동이는 진성에 남기로 했습니다. 당신에게 계획이 있는지요? 그는 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그건 간단하오. 친왕은 500명의 부병을 가질 수 있고 나는 아직 부병을 조직하지 않았으니, 그에게 대장을 맡기고 사람을 구하게 하면 어떻소?”이전에는 북명군을 이끌고 있었기에 집안에는 호위병들만 두고 부병은 두지 않았다.송석석이 진지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무공이 몹시 훌륭하며 사람을 이끄는 데에도 재능이 있습니다. 남강 전장에서 병사들을 이끌 때에도 용맹함을 보여주었지요.”그녀는 사여묵을 한 번 쳐다보더니 조용히 덧붙였다.“그럼,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까?”부병은 외원에 속하기에 그녀가 관리할 수는 없었고 월급은 더더욱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두둑하게 줄 생각이오. 몽동이도 고생이 많소. 혼자 나와서 돈을 벌어 문파 전체를 부양하고 있으니 말이오.” 사여묵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네, 좋습니다!” 송석석도 몰래 보탤 셈이었다. 사실 만종문에 있을 때부터 고월파의 어려움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생활에 대해 모두 알지는 못했기에 이 정도로 힘들줄은 꿈에도 몰랐었다.“사부님이 돌아가신 후에 다시 오는 거요?”“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68화

    송석석은 먼저 노 집사를 찾아 대략적인 상황과 금루 쪽의 동향을 알아보았다. 노 집사는 그녀에게 안심하라며, 조천민을 잡고 있고 금루에도 사람을 보내 감시하고 있으니 아무도 소식을 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송석석은 편안하게 장방으로 향하였다.혜태비는 아직 장부를 다 살펴보지 못한 상태였는데 장방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방 안은 난장판이었고, 장부 외에 던질 수 있는 물건들은 모두 던져졌으며 찻잔까지 깨져 있었다.혜태비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얼굴은 검푸르게 변해 있었다. 돌아온 송석석을 보자 억울함과 수모감이 절정에 다했다.“이들이 나를 속였다!”송석석이 모두에게 말했다. “일단 일어나시지요. 장방을 제외하고 모두 물러가세요. 고모님도요.”왕부에는 여러 명의 장관과 총 장부관 한 명이 있었는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바닥에 엎드린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이토록 분노하는 태비를 본 적이 없었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시중을 들러 들어왔던 하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조천민도 무릎을 꿇고 있다가 곧이어 자리를 떠났다.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혜태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장부는 다 보셨습니까?”“올해 장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고 계산도 아직이다.”혜태비는 그녀의 손수건을 받아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송석석이 돌아오자, 마음은 한결 진정되었지만, 수모감은 여전했다. “올해 장부를 제외하고 금루에서 벌어들인 것이 13만 냥이라 하더라. 그런데 얼마 전 궁에 찾아와서는 돈을 달라며 늘 적자라고, 집세와 하인의 품삯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구나.”송석석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음식도 좀 드세요. 남은 건 장부관들에게 계산하도록 하고 끝나면 저도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어머니는 계약서를 준비해 주세요. 장공주부로 가서 가의 군주와 함께 대조해 보도록 합시다.”요근래 가의 군주는 공주부에 머물고 있었다. 어제 동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69화

    송석석도 잠시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음식을 준비해 혜태비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혜태비가 식사를 마친 후,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저에게 보여주시지요. 혹시 모를 함정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혜태비는 눈물로 가득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말했다. “함정이 있다면서 대체 무슨 준비를 할 수 있단 말이냐?”“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계약서를 주시지요.” 송석석은 혜태비의 눈물을 마주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고씨 유모에게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하였다.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고씨 유모이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다.송석석은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이나 읽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계약서는 매우 공평하고 정직하게 작성되어 있었다.실제 소유자란에 혜태비 쪽은 고씨 유모의 이름은 고계순이 사용했고, 가의 군주는 하인 조천민의 이름을 사용했다.이렇게 재벌 집 부인들이 외부에서 장사를 할 때는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본명을 사용하면 관청에서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또한 여인이 얼굴을 드러내는 것들이 꺼렸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의 지아비나 아들의 이름으로 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노비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차피 그들의 신분증을 쥐고 있기에 그들의 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혜태비와 가의 군주가 자신의 이름으로 장사를 할 리 없었다. 상업 계층에 대한 멸시가 심하여 상인의 신분이 천하다고 여겨졌던 탓이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누구의 이름을 쓰든 상관없었다. 그들에게는 신체 각서가 있었기 때문이다.“어떠하냐? 문제가 있느냐?” 혜태비는 송석석이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읽는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그렇다면 좋은 일 아니냐?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이냐?” 마치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0화

    잠시 생각하던 송석석은 조천민을 데려오게 해 심문하기 시작했다.편청에는 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 난로 위에는 불에 달군 방망이가 놓여 있었다. 한참 달구어서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조천민은 그 광경에 하마터면 바지를 적실 뻔했다. 그는 두려워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자리에 앉은 송석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 목숨으로 내가 무얼 하겠느냐?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으니 사실대로 답하거라.”조천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이 아는 바 모두 말씀드리겠사옵니다!”송석석은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보여주며 물었다.“가의 군주께서도 이렇게 값싸고 조잡한 물건들을 들여온 것을 알고 있느냐?”“알고 계십니다. 가의 군주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옵니다.”“금은 재료가 순수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일깨웠느냐?”눈을 굴리던 조천민이 대답했다.“소인도 진작에 말씀드렸습니다만, 군주께서는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몇 년 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점포를 닫으면 그만이라고 하셨습니다.”그러자 송석석은 냉소를 지었다. “점포를 닫을 셈이었느냐? 아니면 모든 책임을 혜태비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냐?”조천민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 그것은...”송석석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몇 년 동안 장사를 하였다고 들었다. 요즘 금 장신구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대처하였느냐?”옆에 있던 노 집사는 위협감을 주기 위해 몽둥이를 들고 흔들었다.겁에 질린 조천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값싼 선물을 보내어 그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올해 장사가 잘되었고, 가의 군주께서는 내년 8월 혼인 성수기가 지나면 점포를 닫으라고 하셨습니다.”“그것뿐이냐?”송석석은 콧방귀를 꼈다.“나는 분명히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아직도 숨기고 있는 것 같구나. 정녕 방망이를 삼키고 싶은 것이냐?”방망이를 조천민의 눈앞에 가까이 가져다대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1화

    회계사는 장부를 계산해서 송석석에게 넘겼다. 송석석은 장부를 받아 한 번 쓱 보더니 혜태비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머님, 액수가 맞는지 한 번 봐주십시오.” 혜태비는 각오를 하고 기세등등하게 장부를 받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부를 본 혜태비는 그만 놀라서 물었다. “몇 년 동안 나에게서 나간 돈이 이렇게나 많단 말이냐?!” 투자금까지 포함해서 몇 년 동안 혜태비에게서 나간 돈만 해도 13만 6천 냥이 넘었다. 혜태비가 직접 자신에게서 나간 돈을 적어 두긴 했지만 적을 때는 얼마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많이 나갔을 줄은 몰랐다. 13만 6천 냥, 송석석이 그녀를 데리고 가서 직접 보고 사람을 데려와 심문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손해를 보고 있다 여기고 계속 덕 귀태비와 체면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13만 6천 냥은 원금일 뿐이라 올해를 포함한 총 이윤은 18만 6530냥이었다. 그리고 혜태비의 점유율에 따르면 그 이윤에서 13만 571냥을 분배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윤까지 포함한다면 그녀는 가의 군주에게서 26만 6571냥을 받아야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던 혜태비가 이내 기가 꺾인 소리로 말했다. “이 많은 돈을 대체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 그러자 송석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의 말씀은 자신의 담력을 깎아내리고 장공주의 경제능력을 얕잡아보는 것입니다.” 혜태비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며느리의 싸늘한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저번에 동주도 순조롭게 되찾아주었으니 낙담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그러자 노 집사가 물었다. “태비마마, 왕비님, 제가 시위를 배치해서 두 분과 함께 가도록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러자 혜태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사람을 많이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겁을 주도록 하라.” “시위를 데리고 갈 필요 없습니다.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계산하러 가는 것 아닙니까?” 송석석이 거절하였지만 혜태비는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2화

    장공주는 싫증이 나서 말했다. “먼저 들여보내고 별청에서 잠시 기다리도록 하거라. 내가 식사 후 만나러 갈 테니 정청에 모실 필요는 없다.” 장공주의 말을 들은 집사는 직접 나가서 인사를 했는데 그들이 뭔가를 들고 온 것을 보고 선물 같지는 않아서 물었다. “혹시 태비마마께서 가져온 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혜태비가 장부라고 말하려고 하자 바로 그때 송석석이 먼저 말했다. “오래된 원고를 가져왔으니 장공주께서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송석석의 말을 들은 집사의 눈에서 빛이 났다. ‘원고? 설마 심청화 선생의 원고 말인가?’ 집사는 즉시 좋은 차와 다과를 대접하고는 장공주와 가의 군주에게 보고하러 갔다. “원고? 심청화의 원고 말이냐?” 장공주가 느릿느릿 물었다. 그러자 집사가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사옵니다. 태비께서 먼저 말씀하시지 않아 물어보지 못하였사옵니다.” 가의 군주는 나중에야 동주와 3천 냥에 대한 일을 알고 크게 노했었는데 오늘 송석석이 원고를 들고 방문한 것을 보자 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 “혜태비가 동주를 되돌려 받아 어머니의 미움을 샀다는 걸 알고 송석석과 함께 원고를 들고 사죄하러 왔나 봅니다.” 장공주는 가의 군주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너 그 머리로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시댁에서 쫓겨날 것 같구나.”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소리에 가의 군주는 안색이 변하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제가 언젠가는 그 노인네를 독살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그러자 장공주가 냉담하게 말했다. “그 입 다물거라. 네 시어머니가 만만한 상대 같으냐? 그런 말은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을 때 다시 해. 일 벌여서 나보고 뒤치다꺼리하라고 하지 말고 잠자코 있거라.” 가의 군주는 답답해서 화를 냈다. “그 노인네 얘기를 꺼내서 뭐 합니까? 그나저나, 어머니께서는 혜태비와 송석석 그 천한 년이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장공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시녀가 건넨 양칫물을 받아 양치를 한 후 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3화

    장공주는 대답하고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야 기억이 나는! 예전부터 장사가 좋지 않다고 했던 그 금루 말인 게냐?” 그러자 가의 군주는 하소연을 했다. “맞습니다. 개업을 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이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연말에 헐값에 내놓아 겨우 가게 임대료와 품삯을 지불했습니다. 저를 믿고 금루를 맡겨주셨는데 이윤을 드리기는커녕 계속 손해만 보고 있으니 혜태비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옵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요즘 각 업계에서 모두 장사가 잘 되지 않으니 언니도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이해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도 이해하시죠?” 송석석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혜태비를 바라보았는데, 혜태비는 송석석이 왜 자신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들어오기 전엔 함부로 말을 꺼내지 말라더니 왜 또 나한테 묻는 것이야?’ 하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눈빛에 혜태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이해는 한다.” 그러자 송석석이 계속 말했다. “그렇죠? 그러니 언니의 장사가 잘 안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가의 군주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장사가 어디 쉬운 일이냐?” 이때 송석석이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제가 이 계약서를 봤는데 어머님께서 금루 70%나 차지하고 있으시더군요. 그리고 초기 자금 외에도 매년 금루에 적지 않은 은자를 투자한 기록도 남아있고요. 언니도 당연히 30%의 자금을 투자하셨겠죠?” 가의 군주는 송석석의 말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는 말 할 수 없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혜태비에게 투자금을 받을 때 나도 30% 투자했어.” “예. 어머님께서 70%의 비중을 차지하시니 70%의 자금을 지출하고, 언니는 30%의 비중을 차지하니 30%의 자금을 내는 건 지극히 정확하고 합리적인 계산인 것 같습니다.”가의 군주는 송석석을 노려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송석석 저 년, 대체 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74화

    송석석의 말에 장공주 모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들은 현재의 대리사경이 사여묵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장공주는 잠시 몇 상자의 장부를 찾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조천민이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이니 너만 장부를 확인할 것이 아니라 가의도 회계사를 찾아 장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장부를 여기에 두고 일단 돌아가거라. 우리가 확인해 보고 다시 북명왕부로 가서 대조하겠네. 만약 증거가 확실하다면 범인을 관청으로 보내서 조사를 하든, 어떻게 하든 다 그쪽에서 결정하게.” 그러자 송석석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웃으며 말했다. “고모님, 제가 워낙 성격이 급해서요. 장부가 여기에 있으니 당장 회계사를 여러 명 찾아 이 자리에서 확인해 보시죠. 사람이 부족하면 제가 평양후부로 사람을 보내 평양후부의 회계사도 모시고 와서 오늘밤 함께 조사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내일이면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을 들은 가의 군주는 벌떡 일어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평양후부는 절대로 안 된다!” ‘안 그래도 시어머니와 부군이 날 못마땅해하는데 만약 그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날 정말 안 좋게 생각할지도 몰라...’ 가의 군주는 더 이상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기 싫었다. 장공주는 칼 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왜? 고모님이라 딱딱 부르면서 날 못 믿는 게냐?”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리가요? 고모님을 믿었기에 제가 직접 장부를 가져와서 함께 확인해 보자고 한 거 아니겠습니까? 고모님을 믿지 않았다면 이 장부와 조천민은 이미 관청으로 들어갔겠지요.” 장공주는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몇 년간의 장부를 하루아침에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고모님의 가게도 적지 않으니 장공주부에 회계사가 한 명뿐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점포의 회계사도 있고, 정 방법이 없다면 저희 국공부와 북명왕부의 회계사도 함께 데려오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Pinakabagong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2화

    이황자의 출가하기 전의 이름은 사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황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 황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진짜라고 믿으며,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로 인해 자랑스러워할 때마다 덕비는 매번 그를 바닥으로 밀쳤다. 그녀는 늘 연민과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내 뱃속에서 태어나 평생 그 바보에게 밀리게 생겼구나. 바보 주제에 운은 또 얼마나 좋은 지.” 그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귀에 익힐 정도로 들었다. 하지만 덕비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매번 사적으로만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마마마가 대황형을 가장 싫어하면서 왜 매번 자애롭고 온화한 눈빛으로 대황형을 보며, 분명 바보라고 해놓고 총명하다고 칭찬하는지 몰랐다. 이해가 안 돼서 몰래 청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청이는 한숨을 쉬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황자 님, 마마께서는 이황자 님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거예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는 기뻐하셨고 그에게 한숨을 쉬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숙청제가 그를 보러 올 때마다 덕비는 그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숙청제는 그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기억했는지도 물었다.그는 매번 대답을 아주 잘해서 숙청제를 흡족하게 했다. 답은 모두 미리 외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건 없었다.가끔은 숙청제가 그에게 대황형이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지는 않는지 물어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질문에도 정답이 있었는데, 그는 매번 자기가 동생이니 황형에게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황자가 매번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숙청제의 눈빛은 몹시 복잡했는데, 이황자는 그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숙청제가 잠시 침묵한 후에 그의 머리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