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565 챕터

제461화

잔뜩 풀이 죽은 왕청여와 전소환은 장군부로 향했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왕청여가 그동안 참아온 화를 푸는 듯 온 힘을 다해 전소환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너무나도 거친 행동이라 피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장군부에 어찌 너같은 천한 년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오늘 밤, 너는 장군부의 가풍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당장 어머니께 가서 벌을 받거라.”전소환은 소망하던 꿈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평양후에게 순결마저 빼앗겼다. 이제는 사람의 탈을 쓴 자이면 모두 그녀를 괴롭히려 드는 것 같았다.그렇게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어 너무 혼란스러웠는데 그것도 모자라 막 집에 들어서자마자 왕청여에게 뺨까지 맞았으니 고삐가 완전히 풀려버린 것이다. 전소환도 왕청여의 뺨을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누구를 천하다고 말하는 거야? 너는 고상한 줄 알아? 너무 천박해서 내 오라버니와 결혼한 거 아니야! 고상한 네가 오늘 밤 생일 연회에는 왜 갔지? 남을 비웃으려다 도리어 된통 당했으니 꼴 좋네.”왕청여는 그녀가 큰 일을 저질렀으니 자신에게 손을 대리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왕청여는 뺨에서 전해지는 고통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전소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가자, 어머니께 이 일을 고해야 한다.”전소환은 힘껏 그녀를 밀쳐버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오늘 밤 일을 내가 감히 어머니 허락 없이 움직였을까?”바닥에 주저앉은 왕청여의 얼굴에 충격이 가득했다. “뭐라고? 어머니가 아신다고? 네가 북명왕을 넘보려 했다는 것을 어머니께서 아신단 말이야?”전소환은 되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왕청여를 바라보았다.“곁에 있었으면서 어떻게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던 거야?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뭔데! 모두 너희 부부를 위해서잖아! 오라버니가 너 때문에 한 사람의 손발을 부러뜨려 지위가 강등되어서 앞날을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결국 허락하셨던 거야.”그녀는 점점 더 서럽게 울부짖었다. 그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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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그러자 전소환은 억울한 듯 전북망을 향해 소리쳤다. "오라버니,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오라버니께서 강등되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찌 이런 일을 하였겠습니까?"하지만 전북망은 엄하게 몰아붙였다."내 앞날을 왜 감히 네가 계획하느냐? 나는 스스로 노력하여 나아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너 자신을 위함이고 사여묵을 마음에 둔 거겠지. 그자가 어디가 그렇게 좋은 것이기게에 다들 앞다투어 달려드는 것이냐!"의로운척하려던 전소환은 전북망에게 속내를 들켜버리고 말았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던 전소환은 전북망이 자신이 사모하는 이를 비난하려 하자 즉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당연히 오라버니보다 훨씬 낫지요! 송석석조차 오라버니와 이혼하고 바로 북명왕에게 시집간 것만 봐도 오라버니보다 훨씬 나음을 알 수 있지요. 게다가 이 진성의 귀한 집 여식들 중 어느 누가 북명왕비가 되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그러자 전북망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북명왕비가 되고자 하나, 북명왕에게는 이미 정실부인이 있느니라. 네 꿈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전소환이 울먹이며 외쳤다. "제가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처음에는 첩이 되더라도 왕의 총애만 받으면 언젠가는 송석석을 대신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다들 송석석이 밉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기어코 이혼을 청하였고 그로 인해 장군부의 체면을 여지없이 떨어뜨렸지요. 저도 사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장군부를 위해 한을 풀고 싶었습니다.""그만!" 남매의 다툼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노부인이 외쳤다. "모두 입 닥치거라!"노부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전소환을 바라보았다. "네가 말해보거라. 평양후가 네 몸에 손을 댔다고 하였느냐?"전소환은 여전히 울먹거렸다. "저의 허리도 감싸안았습니다. 다행히도 이내 풀었지만, 이미 모든 사람들이 본 상태였습니다.”노부인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모든 이가 지켜보았단 말이지? 평양후부 또한 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로서 진성에서 다섯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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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전소환은 얼굴을 감싼 채 노부인의 품에 파고들어 울먹거렸다. "어머니, 오라버니가 저를 때렸습니다."그러자 노부인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잔뜩 실망한 눈빛으로 전북망을 바라보았다."소환이를 위해 그저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너는 대뜸 손찌검을 하는구나. 이러면 소환이 마음이 다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런 일을 벌인 시작이 너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하여도, 결국 너도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전북망은 화가 났다."제가 그녀를 때린 것은 형수를 무시했기 때문입니다."그의 말에 왕청여는 오히려 깊이 감동 받았다. 고생스러웠던 모든 것이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청여를 한 번 째려보던 노부인이 다시 말했다. "됐다.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거라. 나는 청여와 조용히 이야기해야겠다."전북망은 이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기만 했다. 마음이 여전히 너무 답답했지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화가 가시지 않은 그의 모습에 왕청여는 곧바로 따라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오늘 밤 저를 지켜주셨으니, 저도 장군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순간 전북망의 몸이 굳어졌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울적해졌다. 사실, 그가 전소환을 때린 것은 왕청여를 위해서가 아닌, 전소환이 송석석을 '몸쓸 년'이라고 했기에 그 말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그만 이성을 잃고 전소환의 뺨을 때렸던 것이다. 그가 말했던 "그녀에게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속 그녀는 바로 송석석이었다.사람은 뭔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는 이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송석석에 대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마 죄책감일 수도 혹은 미련일 수도 있었다.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송석석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러지 않고서야 곧바로 궁에 들어가 이혼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내 앞날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 나는 스스로 개척해나갈 것이다." 그는 왕청여의 손을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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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평양후 노부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송석석은 바로 하인을 불러 기혈을 보충하는 약선 요리를 올리기로 했다. 그 약선 요리는 그녀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고 그녀가 전장에서 얻은 부상 때문에 병근이 남을까 두려웠던 사여묵이 지속적으로 몸을 조리하도록 권유한 것이었다.노부인의 숨결이 평소보다 급한 것으로 보아 분노를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이 이리도 불편하시니 굳이 힘들게 이리 오실 필요 없으십니다. 어젯밤의 일은 노부인과는 아무런 관련 없습니다."약선을 들이킨 평양후부 노부인은 한동안 가슴을 움켜쥐더니 천천히 진정이 되었는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건 저 역시 바라는 바입니다. 허나 가의 군주는 결국 평양후부 사람이고 어젯밤의 모든 일들은 똑똑히 지켜보았지요. 그 여인은 북명왕의 명성을 망치려고 한 것이 틀림없었지요. 하지만 남편이 그 모든 것을 뒤집어쓰게 될 줄은 몰랐으니, 돌을 들어 발등을 찧은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저희 평양후부도 전소환을 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모두 송석석이 이미 예상한 결과였다.평양후부는 명성을 매우 중시하는 가문이었다. 비록 몇 년간 가의 군주에 의해 많이 손상되었지만, 평양후노부인은 항상 그녀의 잘못을 수습해 왔고 가문의 자제들에게도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하여 누구에게도 빌미를 잡히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백년세가는 결코 명예를 더럽힐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해서라도 명성을 지켜야만 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며느리인 가의 군주가 혼자 꾸민 일이었으니 더욱더 회피할 수 밖에 없었다."오늘 아침에 전씨 가문의 노부인께서 찾아오셨더군요." 평양후 노부인은 평소 가문의 부끄러운 일을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이 왕부에서 일어났고 더군다나 혜태비의 생신 잔치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오늘만큼은 그런 그녀여도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제 아들이 그녀의 딸의 순결을 해쳤다고 단정 짓더군요.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봐 딸의 혼사가 막혀버렸다면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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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평양후부 노부인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혜태비가 노부인을 만나겠다며 다급한 발걸음으로 화청에 왔다.하지만 그곳에는 차를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송석석의 모습만 보였다. "평양후노부인이 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녀와 담소를 나누려고 급히 달려왔는데 한발 늦은 모양이구나."자리에서 일어선 송석석이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 "예, 방금 막 떠나셨습니다.""그래?" "나와 이야기하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이냐?"혜태비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앉았는데,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평양후노부인이 그녀를 만나러 온 줄 오해했다. 그녀는 평양후 노부인이 항상 부러웠다. 그녀와 달리 항상 많은 관료 부인들이 그녀의 안부를 묻기 때문이다."어머님을 뵈러 온 것은 맞습니다. 다만 어머님께서 숙취로 깨어나지 않으셨다고 들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먼저 떠난 것이옵니다." 송석석은 곁눈질만으로도 혜태비의 생각을 다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투명한 사람이었다."술에 취해 일을 다 그르쳤구나." 순간 어젯밤 버럭버럭 화를 내던 아들의 모습이 번뜩 떠오른 혜태비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묵이가 너를 어떻게 하지는 않았느냐?"송석석은 당황한듯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별일 없었습니다. 돌아가서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입니다.""몇 마디만?" 혜태비는 송석석의 표정이 다소 어색해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뭐든지 좋다고 하지만 사여묵의 한계를 건드려 버리기라도 한다면 몇 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사여묵의 분노를 감내하느라 힘들었을텐데 그러면서도 남편이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네가 내정을 책임지고 있고 첩을 들이는 일도 네가 주관해야 할 일이지만, 그가 싫어하니 너도 이제 더는 꺼내지 말거라. 나중에 그로 인해 꾸지람만 들을 것이다. 이놈은 한번 고삐가 풀리면 친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느니라."송석석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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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며칠이 지나고, 하조 후 황제가 사여묵을 따로 불렀다. 그는 가득 쌓인 상소문은 보지도 않고 사여묵과 너무 오랫동안 바둑을 두지 못했다며 오대반에게 바둑판이나 깔라고 했다. 사여묵은 관복의 하단을 들어 허리띠에 끼워 넣고 자리에 앉았다. "매일같이 안종만 들여다보느라 머리가 어지러웠는데 폐하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황제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군 시절의 습관을 못 버렸구나. 너무 투박하다. 지금 너는 대리사의 경이자 조정의 이품 대관인데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지 않겠느냐.""형님 앞인데 굳이 이미지를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여묵은 호쾌하게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너는 왕비 앞에서도 이리 방자하느냐?" 황제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백자를 집어 천천히 내려놓았다.사여묵은 흑자를 잡았는데 그의 눈동자도 흑자처럼 매우 깊어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 "내 사람 앞에서는 더 방자해지지요."그러자 황제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모 생일잔치에서 누군가가 네 품을 노렸다고 하더구나.”"그런 소식이 형님께까지 전해졌습니까? 괜히 형의 심기를 더럽혔군요." 사여묵은 흑자를 내려놓았다."흠, 원래 소문은 듣지 않았지만 네가 내 동생인 이상, 어머니께서도 걱정하시니 묻는 것이다. 너는 측실을 들일 생각이 있느냐?""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고개를 든 사여묵이 다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호쾌하게 대답했다."형, 저는 그동안 전쟁을 많이 치러 몸이 허약해져 현재 단신의를 졸라 몸을 돌보고 있는 중이옵니다. 정실부인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측실이 더해진다면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그러자 황제가 그를 아니꼽게 흘겨 보았다."허튼소리 말거라. 너는 무예를 연마한 자인데 어찌 감당하지 못하겠느냐? 네가 나를 조롱하는구나. 후궁이 많아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제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형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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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느냐? 나는 후궁에서 자손을 늘리기를 바라고 있거늘, 나와 몇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사여묵은 벌써 아버지가 되었어야 하느니라."그러자 오대반은 조용히 말했다. "아마도 장군께서도 폐하께서 염려하시는 바를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형제 간의 사이에 틈이 생기길 원치 않으시는 것이지요. 폐하께서는 기억하시는지요? 어릴 적부터 장군께서는 매사에 폐하를 본보기로 항상 자랑스럽게 여겼사옵니다. 밖에서 형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자부심이 묻어있었지요."오대반의 말에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 황제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렇게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구나!"오대반은 묵묵히 그의 찻잔을 채워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그는 황제의 갑작스러운 한숨이 단지 과거 형제애를 회상하는 순간일 뿐이지 그것이 경계심을 줄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사여묵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자식이 없는 상태라면 황제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제 막 남쪽 변방을 되찾은 직후였기에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사여묵을 가장 존경했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그의 명망이 가장 높을 때이기에 공을 세워 위세가 단단해진 친왕을 경계하지 않는 황제는 없을 것이다.남쪽 변방을 되찾은 후 병권을 반납한 데 이어, 결혼으로 인한 마음의 짐이 생겼다는 것은 황제를 향한 충성심이었고 그가 주는 안정감이었다.사여묵이 대리사로 돌아왔을 때, 형부에서의 사건에 대해 물었는데, 사여묵은 사건 기록을 다 읽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단 그들을 돌려보냈다.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송석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바로 그때 형부상서 이택이 찾아왔다.두 사람은 서재에서 반 시간 동안 그 사건을 두고 언쟁을 벌였고, 결국 불쾌하게 헤어졌다.매화원으로 돌아온 사여묵은 문에 들어서기 전까지 어두웠던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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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사여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맞소. 그녀를 포함한 한 집안의 열세 명 중 열두 명이나 죽였소. 시아버지, 남편, 세 아들, 이 다섯 사람은 모두 건강한 상태였소. 그리고 시어머니와 시집가지 않은 두 딸과 나머지는 하인과 시녀였소. 이 사건은 깊은 밤이 아닌 황혼에 발생했고 모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벌어졌소. 그녀는 갑자기 주방에서 칼을 들고나와 모두를 죽였는데, 무술을 익힌 적 없고 오랜 병으로 약을 복용하던 몸이었소.""오랜 병을 앓던 그녀가 아무리 독하다고 해도 한 사람을 죽이고 나면 바로 제지되었을 터인데.. 혹시 독약으로 모두를 기절시키기라도 한 것은 아닐지요?""아니오. 모두 말짱한 상태였고 이웃이 직접 목격하길 그 여인은 광인처럼 괴력을 발휘해 보이는 족족 죽였다고 했소. 만약 그 이웃들이 재빨리 도망쳐 집 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했소. 현지 관청에서도 상처와 흉기가 일치하다고 했소."송석석은 사여묵이 왜 복심을 내리지 않고 망설였는지 이해했다.이 사건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큰 소동이 일어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이웃이 목격했고, 그녀 자신도 자백했으며, 흉기와 상처가 일치했으니 기본적으로 확정된 상황이다."맞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사건이 발생했으니, 음식들은 조사해 보았습니까?""아직 조사하지 못했소. 시신에서 독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오.”사여묵이 다시 말을 이었다."나는 그 여인이 어떠한 독에 광기를 일으켜 엄청난 힘을 얻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소. 그래서 태의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모두 그런 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눈빛을 교환하던 두 사람이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듯 동시에 외쳤다. "단신의!"답을 찾은 사여묵은 즉시 옷을 갈아입고 약당으로 향했다. 그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 사건으로 백성들은 분노하며 즉시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떠들고 있었고 형부에서도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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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연왕은 차분한 눈빛으로 엄지에 낀 옥반지를 돌리며 말했다. "아직 부족하다. 계속 퍼뜨리거라. 북명왕 사여묵이 죄를 지은 여인을 변호하려 하고 그 목적은 자신이 대리사 경 자리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고 증명하려는 것이고 세상을 거느리려 들며 공을 탐하는 것이라 전해라. 또한 그가 단지 무장일 뿐, 공문과 법률에 대해선 무지하다는 점을 강조하도록 해라."잠시 아무 말 없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또한 황제도 그에게 속아 넘어갔고 그의 공로가 너무 커 황제께서도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소문도 퍼뜨리거라."그 부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여묵이 사건을 재심할 것이라 확신하십니까?"연왕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 재심할 것이다." 그의 눈빛은 이내 피비린내 나는 차가움으로 변해버렸다."나는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생명에 대해 매우 집착하는 자라, 생명과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할 것이다. 이토록 커다란 의문점이 있는데도 재심을 하지 않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소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사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부하는 문을 나서자 망토를 휘감고 빠르게 사라졌다.연왕은 흥미롭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사여묵, 내가 민심을 완전히 잃게 만들어 줄게. 다시는 병권을 잡지 못하게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네 공이 너무 커 황제도 경계하고 있다고, 게다가 황제마저도 어리석은 자라고 할 것이다”"무상!" 그가 크게 외치자, 자수로 장식된 산수화 뒤에서 회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걸어 나와 머리를 숙였다. "대장님!"연왕은 물었다. "그 살인을 저지른 자의 몸 속 묘독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무상은 낮고 목소리로 대답했다. "절대 알아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뇌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선충일 뿐이어서, 설령 그녀의 머리를 베어낸다 해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선충은 오직 저의 명령만 따를 뿐이고 지금 그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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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대리사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상주는 이미 초조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대체 단신의는 왜 부르신 겁니까? 단신의는 사자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 해도 결국에는 오작이 아닙니다."조급한 이상주와는 달리 사여묵은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조금 더 기다리거라. 큰 사건이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만큼, 혹시라도 부주의하여 무고한 자를 억울하게 한다면, 그때는 천하가 우리를 성토하게 될 것이다."오랫동안 사건을 처리해 왔던 이상주이기에 약간의 의문점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피의자가 이미 자백했고, 증인이 있고 증거가 있는 상황인데 대체 무엇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겠는가?"이건 단지 시간을 낭비할 뿐입니다. 살인자를 하루라도 더 살게 한다는 것은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아닙니다.""비주지부의 기록도 가을에 참수형을 내린 것이고, 지금은 아직 사월이니, 문서 왕래와 역마를 최대한 빨리 움직여도 왕복 한 달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헌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이러는 것이냐?""단신의는 도대체 언제 오십니까? 이미 오래 기다렸사옵니다." 잔뜩 화가 난 이상주는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북명왕과 너무 격렬하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매우 불쾌해 보였다.겁에 질린 두 시랑은 몸을 떨고 있었다. 반면 이상주는 북명왕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의 딸, 수민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들에게는 애첩이 될 딸이 없으므로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이상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리사 소경 진이가 단신의를 직접 모셔 왔다.단신의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기품이 넘쳤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상주를 바라보았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 이상주는 방금 전의 잔뜩 화가 난 눈썹과 초조한 눈동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순식간에 겸손하고 온화한 태도로 바뀌었다."귀한 발걸음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폐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사옵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단신의는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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