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후가 떠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제 상서는 이내 부하를 시켜 공주부에게 가서 제수찬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일은 제 상서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한녕 공주와 함께 강남으로 구경을 떠난 제수찬이 3월 달이 되어서야 돌아올 거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그 놈은 맨날 머릿속에 놀고먹는 생각밖에 없어! 제씨 가문 세력 덕분이 아니었으면 그 놈이 한녕 공주와 혼인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제 상서가 씩씩거리면서 테이블을 내리치자 곁에 있던 하인이 제안했다.“대인님, 셋째 어르신과 그 부인께 부탁을 드려보는 건 어떻습니까?”“둘 다 멍청해서 오히려 일을 더 그르칠 수도 있어.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야!”제 상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만약 사여묵이 진성에 있다면 제 상서는 남자끼리 잘 얘기해서 부탁을 하기도 쉬웠을 텐데 하필 사여묵이 집을 비운 지금, 여인에게 이런 부탁을 하기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렇다고 이 일을 내일까지 끌 수는 없었기에, 오늘밤 반드시 아버지를 옥에서 빼내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그가 추운 경위부 옥에서 오랫동안은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제 상서는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섣불리 아무한테나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지금까지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 앞에서 티를 낸 적이 없었다.혼인을 하고 자식까지 낳은 제 제사는 늘 엄숙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으며 송석석이 소주방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에도 크게 비판을 했었다.더군다나 제 제사는 평소에 가문 제자들에게도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늘 경고를 하고 주의를 줬었는데, 본인이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한숨을 푹 내쉰 제 상서는 부하에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령한 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경위부로 향했다.오늘밤 남풍관을 조사했고 많은 사람들을 체포했으니 송석석은 아직 경위부에 남아있을 것이다.경위부에 도착한 제 상서는 가마에서 내렸고 안
Last Updated : 2025-01-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