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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작가: 유애
송석석은 이내 곁방을 나서자, 뒤따르는 양기웅이 문을 굳게 닫았다.

그렇게 곁방 안에는 부자 두 사람만 남게 되었고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먼저 아버지에게 다가간 제 상서는 제 제사 머리에 씌워진 천을 거두려고 했지만 제 제사는 두 손으로 천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

제 상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불과 의상을 아버지 곁에 내려 놓았고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일단 의상부터 갈아입으세요. 전 돌아서서 보지 않을게요.”

한참 뒤,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고 제 상서는 갑자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으며 코끝이 찡해진 채 눈물도 글썽였다.

이 감정이 서러움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어서 생긴 건지 제 상서 자신조차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제 제사는 아들 앞에서 늘 위엄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었고, 심지어는 사람들의 존경과 찬송을 한 몸에 받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제 제사의 말 한 마디면 문단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기에, 지금 이 모습이 외부에 전해지기로 한다면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한참 뒤, 제 상서가 물었다.

“다 갈아입으셨습니까?”

제 제사는 아무 대꾸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제 상서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제 제사는 이불로 얼굴과 몸을 가린 채 합쳐 놓은 의자에 누워 있었고 그의 옆에는 조금 전까지 입고 있었던 의상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제 상서는 화려한 색감의 의상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결국 꾹 참고 있던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자신의 아버지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불을 꽉 잡고 있던 제 제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제 상서는 곁방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제 제사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으며 제 제사도 아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마저 지금의 자신을 창피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제 상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의자에 털썩 앉았고 방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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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주 상궁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퍼뜨리면 일곱째 아가씨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평남백부의 다른 아가씨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하지만 황후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 서출의 딸은 자존심만 세서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더니, 아마도 높은 집안에 시집가려는 마음뿐일 거다. 그렇게 높은 것만 바라보는 여자라면 망해도 자업자득이지. 게다가 그녀는 성격이 사나워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송석석을 찾아가 한바탕 시끄럽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거리를 만들게 하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폐하에 대한 이야기도 사그라들 테지."란주 상궁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후는 그런 란주를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이제는 본궁이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온갖 이유를 대며 적당하지 않다고만 하니, 그럼 본궁에게 말해보라. 이번 풍파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겠느냐? 폐하를 계속해서 풍랑 속에 놓이고 비난을 받게 내버려둘 셈이냐?"란주 상궁은 본래 이 일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려 했다. 일곱째 아가씨가 가서 난리를 친다 해도 그건 어린 여자의 웃음거리만 될 뿐, 어떻게 황제의 일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나 있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명을 받들어 나갔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레 각 가문 간의 교류가 잦아지며 소식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황후가 평남백부 집안의 일곱째 아가씨를 북명왕의 측비로 들이려 했지만 북명왕비에게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이 일곱째 아가씨는 평남백 서출의 딸이지만, 노부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바둑, 서예와 그림에 능통했고,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예도 잘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매우 사나웠다.15세가 되어 성년이 된 이후로는 많은 중매쟁이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떤 집안을 말해도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자 중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8화

    화가 나 있던 송석석이었지만, 시만자가 이렇게 놀려대자 금방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됐어, 그냥 이리 내려와서 같이 몸 좀 담자."시만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명 받들겠습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벗어 던져두고 온천 속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물을 튀기며 놀다가, 이내 턱을 부드러운 베개 위에 얹었다.시만자가 말했다. "황후 그 멍청한 사람을 대체 왜 신경 쓰는 거야?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는 건 가치도 없어.""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제씨 가문에서 교육받은 사람 같지가 않아." 송석석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음, 사실 제씨 가문에도 문제 있는 인물이 많긴 하지.""당연하지. 제상서는 첩을 두고 있고, 제제사는 말할 것도 없어. 상서 부인만큼은 좀 나은 편이야. 불쌍한 사람이지."송석석은 두 손을 포개고 턱을 손등에 얹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만자야, 란주 상궁이 한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화가 났겠지." 시만자도 그녀처럼 턱을 손등에 얹고 말했다. "그것 말고 또 어떤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애?" 송석석이 눈가에 맺힌 습기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화가난 건 당연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이 더 컸어. 황후가 정말로 사제에게 측비를 들이려는 건 아닐 거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궁으로 불러내려고 이런 구실을 만든 거야. 황후는 어떻게 해야 여자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마치 칼을 들고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듯이."시만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송석석의 말을 듣고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쉴 새가 없네. 서우에게 상을 내리더니 이제는 너를 위협하고. 이렇게 해서 본인한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송석석도 황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끌어들이려는 것? 그렇다면 그렇게 역겨운 말까지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를 벌하려는 것? 그렇다면 왜 직접 측비를 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7화

    란주 상궁은 이렇게 북명황실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심지어 그녀는 안에서 많은 눈총을 받았다.궁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녀는 여전히 송석석이 궁에 올지 안 올지 추측했다. 송석석이 아까전 명확히 승낙하지도, 완전히 거절하지도 않은 듯했기 때문이다.황후는 물론 진짜로 왕야를 위해 측비를 들이려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왕비를 조급하게 만들어, 결국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수단이었다.송석석이 관직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황후가 황실에 측비를 들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체면도 생각치 않고 사람을 바로 내쫓아 버리다니 말이다.만약 그녀가 궁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란주 상궁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정말로 오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조정에 여성 관원이 있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기에, 만약 왕비가 관직에서 물러난다면, 그녀는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았다.란주 상궁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예전처럼 황후께 충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한편, 북명황실에서 송석석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안그래도 이틀 전 황제가 늦은 밤에 황실을 방문한 일로 인해 비난이 쏟아져 이미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황후까지 와서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말이다.황제와 황후는 정말 천생연분인 듯했다. 각자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있었다.염선생과 심청화 두 사람은 본채에 앉아 송석석이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절뚝거리며 걸어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게 할 정도로 처량해 보였다.의심받을 일을 모두 피하기 위해 자신을 다치게 한 것만 해도 충분히 불쌍한데, 황제가 한밤중에 갑자기 황실을 찾아오는 바람에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이제는 조정의 문무백관 중 절반 이상이 이 일을 알고 있을 것이고, 대부분은 송석석을 몰래 비난하고 있을 것이었다.오늘 황후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우에게 상을 내리는가 하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6화

    제 황후는 넋이 나간 채 장춘궁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는 황제가 황후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둥처럼 그녀의 마음을 내리쳤다.그 충격으로 머리가 멍해지고, 손발이 저려왔다."마마, 폐하께서는 그저 화가 나서 하신 말씀일 뿐일 겁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란주 상궁은 핏빛이 하나도 없고, 혼이 나간 듯한 황후의 모습을 보며 크게 걱정하며 말했다.제 황후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저 가슴을 누르며 눈물만 흘렸다."화가 나서 한 말? 화가 나도 어떻게 황후를 폐위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황제께서는 화가 났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 진심으로 그런 마음을 품고 계신 거야.""어떻게 그러실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어떻게 시만자 같은 상인의 딸을 황후로 세우시겠습니까!"란주도 전각 밖에서 황제의 목소리를 들었던 터라 매우 의아한 상태였다.제 황후는 눈물 범벅이 된 채로 말했다."아직도 모르겠느냐? 시만자가 아니라 송석석인 것이다!"란주 상궁이 말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입니다. 송석석은 북명왕비이지 않습니까. 황제께서 아무리 혼란스러우셔도 제수를 황후로 세우실 리가 없습니다. 이는 윤리와 인륜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하신다면, 천하의 학자들이 입방아에 올려 비난할 겁니다. 황제께서 그렇게 하시지 않을 겁니다.""문제는 폐하께서 그렇게 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야."제 황후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 속에 분노가 차올랐다."송석석은 과거 전북망이 평처를 들이려 하자 난리를 피웠던 사람이다. 그녀라면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고 피해야 할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텐데, 어떻게 폐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란주가 말했다."왕비님께서도 모르고 계실수도 있습니다."제 황후가 코를 세게 풀자, 금새 코끝이 빨개졌다."예전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알았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충신이라면, 황제의 명성을 훼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5화

    황후는 깜짝 놀라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두운 눈빛 속에는 분노가 서리고 있었다.그녀는 후궁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줄은, 심지어 황제가 그 무엇보다 먼저 송석석을 감싸며 노여움을 터뜨릴 줄은 감히 생각치도 못했다. 게다가 그 노여움도 오직 그녀를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송석석이 그런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황제가 스스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된다. 황제가 모든 비난을 혼자 떠맡기로 한 것이다.황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자신의 명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물 흐르듯 상황을 이용해 송석석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명성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근데 왜 지금 송석석을 먼저 보호하려 하는 것인가? 만약 외부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황제가 터무니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바로 그때, 다양한 감정들이 서서히 제 황후의 마음을 휘감았고, 문득 예전에 황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설마 황제가 송석석에게 마음을 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황당한 일이었다. 그녀는 황제에게 시집온 그날부터 이 남자가 자신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랑이나 좋아한다는 감정 같은 것은 지위와 권력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하지만 전제 조건은, 황제가 그 어떤 여성에게도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긴 세월 동안 황제의 총애를 받는 새로운 여인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질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총애란 단지 황제가 패를 몇 번 더 뒤집은 것뿐이었지, 진정한 마음을 쏟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전에 황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기뻐하지 않았다.평소 후궁을 간택할 때 황제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대부분 그녀가 주관했다. 그러나 오직 송석석만은 예외였다. 송석석의 이름은 황제가 직접 올렸기에, 그녀는 자연스레 질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또 다른 이유는 송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4화

    염선생의 걱정대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황실의 하인들을 찾아가 몰래 물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다행히 미리 경계를 해두었기 때문에, 하인들은 그들이 무엇을 물어도 모른다고 대답했다.하지만 북명황실이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더 많은 의심을 자아내게 했다. 이 일이 보통 평범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황제가 궁궐을 나선다는 것은, 화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소수의 사람만 데리고 미복하여 민간을 방문해 민정을 살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황실이나 훈작세가에 어떤 경사가 있더라도, 황제가 가마를 이끌고 그곳에 방문하려면 미리 몇 일 전부터 조서를 내려 황제를 맞이할 일을 준비하게 해야 했다. 심지어는 정원이나 집을 미리 수리하고, 부드러운 융단을 깔고 꽃을 심으며,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한밤중에 단 몇 명만 데리고 신하의 집에 가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북명왕은 아직 남강에 있었고, 북명왕비이자 사령관인 송석석은 집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황제가 줄곧 그녀를 어서방에 불러 국사를 논의했다고 했다.과연 진짜로 국사를 논의하기 위해서 일까?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다.이렇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면, 남자를 탓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더군다나 황제를 탓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만약 황제가 잘못을 했다면, 모두 그것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한 유혹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심지어, 황제가 송석석과 어서방에서 단둘이 있는 동안 황제는 후궁에 한번도 들르지 않았다.이런 일은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틀림없이 속삭이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물론 후궁들은 알고 있었다. 황제가 후궁에 들르지 않았다고 해도, 한밤중에 거동한 일은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날 후궁들이 장춘궁에 안부 인사를 전하러 왔다. 수빈과 덕비는 평소에는 후궁의 상황을 황후에게 보고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보고했다. 보고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3화

    서방에는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심청화의 말을 듣자마자 송석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 상처가 빨리 나을 수 있겠네요. 정말 답답해서 죽을 뻔했습니다."염선생이 말했다. "오늘 밤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심청화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살며시 한숨을 쉬었다. "만약 그가 진짜로 연왕을 본받는다면, 사제는 아마 사청엄처럼 될 것이다.""그는 이미 결과를 예측했을 겁니다." 염선생이 말하자 송석석이 매우 우울해하며 말했다. "그가 정말 이런 짓까지 할 이유가 없을텐데…... 어렸을 때 그는 둘째 형과 잘 지내며, 항상 나를 여동생처럼 대해줬고, 내가 조정에 들어간 후에도 진심으로 나를 신하로 대해줬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마음을 품게 된 것인지.."그러자 염선생이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요? 왕비님은 남강을 되찾고 돌아왔을 때, 그가 왕비님을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려고 했던 걸 잊으셨습니까?""나는 그가 나를 이용해 사제의 병권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그리고 그때 그녀는 송회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궁에 들이는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아내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심청화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때 그가 너에게 마음에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익을 계산해본 후 포기한 거겠지."그러고나서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만약 그때 진짜로 너를 궁에 들이려 했다면, 넌 궁에 들어갈 생각이 있었느냐?"송석석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곧장 짐을 싸서 매산으로 돌아갔을 겁니다.""단순히 궁에 들어가기 싫어서였나, 아니면 그를 좋아하지 않아서였나?""대사형, 이건 쓸데없는 질문이에요. 궁에 들어가기도 싫었고,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하지만 너는 그때 사제도 좋아하지 않았을 텐데, 왜 망설임 없이 그에게 시집을 간 것이지?" 심청화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니면 그때 이미 사제를 좋아하고는 있었지만, 너 자신도 그 감정을 몰랐거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2화

    심청화의 그림 솜씨는 실로 대단했고, 그림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느껴졌다.모두가 그림 속의 인물을 한번 보고, 다시 의자에 앉아 있는 피곤함 하나 없는 숙청제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숙청제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 방금 전의 표정조차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눈과 눈가에 흐릿한 주름, 귀 밑으로 흩어진 몇 가닥의 흰 머리, 오른쪽 입술 아래 작은 검은 점, 그리고 입술의 주름까지 세밀한 부분마저 놓치지 않았다.옷에는 아직 색이 칠해지지 않았지만 문양은 이미 그려져 있었고, 실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숙청제는 마치 처음으로 이렇게 자신을 마주한 것처럼, 한참 동안 멍하니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짐이 참 늙었구나."그는 평소에 구리거울조차 잘 보지 않으며, 보더라도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보지 않았었다."폐하는 늙지 않으셨습니다. 겨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십니다." 오 대반이 아첨하며 말했다.숙청제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쓱 쳐다보고 다시 말했다. "짐과 아우는 확실히 비슷한 점이 있구나."그러면서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송석석은 방금까지 계속 하품을 한 탓에 눈 주위가 붉어져 있었는데, 숙청제가 묻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폐하와 왕야는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그러자 숙청제는 다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서 어두운 기색이 사라진 듯했다.송석석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제가 훨씬 더 잘생겼으며 골상도 더 빼어납니다.’그들의 용모는 실제로 닮아 있었다. 결국 같은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도 친자매였으니 말이다. 다만, 예전에는 그렇게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기운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황제는 웃음을 잘 지어 보이지 않았으며 차갑고 위엄 있었다. 그의 얼굴선은 더 각지다.사여묵은 혼인 후 훨씬 부드러워졌다. 만약 그가 스산한 기운을 가라앉힌다면 온화하고 우아한 군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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