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석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황제는 송석석이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그녀를 탓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제 제사까지 경위부에서 사망하면 경위부 전체가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엔 미리 언질을 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상서부에 사람을 보내 요 근래에 남풍관을 엄하게 다스리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제 제사에게 말을 전할 수는 없지 않은가?제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되레 송석석이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길 게 뻔하다.송석석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제 제사께서 남풍관에 방문하기로 선택한 순간부터 언젠가 들킬 날이 있다는 걸 아셨어야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저지르지도 말았어야지.”송석석은 제 상서에게 아버지를 다시 한번 설득하라고 얘기했지만 30분 동안 그 어떤 말을 해도 제 제사는 입을 꾹 닫은 채 눈도 뜨지 않았다.제 상서는 아버지에게 약을 먹이려 했지만 제 제사가 입을 꾹 닫고 있었기에 약물은 입가를 통해 전부 옷에 흘러내렸다.차라리 의식이 희미했을 때가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송석석은 제 제사 곁에서 조용하게 지켜보다가 그의 마음속에 아직 원망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굳이 경위부에서 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제 상서가 아버지에게 황제가 전혀 탓하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제 제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참다못한 송석석은 제 상서와 나머지 사람들을 전부 방에서 내보낸 뒤, 의자를 끌고 와서 제 제사 앞에 앉았다.“제 제사, 지금 저를 원망하고 계신 게 맞으십니까?”송석석의 물음에도 제 제사는 여전히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저를 원망한 게 아니라면 제 제사와 같은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세상을 원망하고 계신 거지요. 하지만 제사께서는 아무도 원망할 수 없습니다. 이 나라에는 이런 사례에 대한 확실한 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사께서 젊으셨을 때 혼인을
이 충격적인 소문이 퍼지자마자 제 제사를 숭배해왔던 백성들은 크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제 제사와 안 태부는 상국의 유명한 대학자였는데, 현재 안 태부는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라 조정의 세력에 가담하지도 않았기에, 안여옥에게 문제가 터졌을 때 안씨 가문을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제 제사는 달랐다. 제 제사의 아들은 사부에서 관직을 맡고 있었기에, 진실을 알지 못하는 관원들이 제씨 가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너도나도 나서서 함부로 모함하는 광릉후 가문을 엄벌해야 한다고 외쳤다.솔직히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때 당시 남풍관에서 체포된 사람들 중에 관원과 세가 자제들도 많았기에 다들 자신이 비판을 덜 받기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제 제사에게 돌리려고 한 것이었다. 결국 며칠 뒤, 남풍관에서 일하던 몇몇 머슴들이 남풍관에서 제 제사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고 심지어 이틀에 한 번씩 볼 정도로 자주 방문했다며 말을 덧붙였다.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숙청제 선에서 더 이상 해결할 수가 없었다. 숙청제 곁을 지키던 목 승상은 이 일이 사실이기도 하고 계속 숨긴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어차피 선황제에게 스승이 더 계시니 다른 스승의 명분을 바로잡는 게 그나마 선황제의 체면을 지키는 일이라고 고했다.숙청제는 이내 백골이 된 용운덕을 선황제의 제사로 임명하고, 위패를 왕실의 종묘로 옮겼다.후대가 없는 용운덕은 문엄 황제가 조정에 통솔하던 때의 탐화랑이었으며 재능이 뛰어난 덕에 관직을 2년 동안 맡았다가 그만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세상 구경에 전념했다.그러다가 진성에 돌아온 뒤로부터 문엄 황제는 용운덕을 태자의 스승으로 임명했고 그때 당시의 태자가 바로 선황제였다.하지만 2년 뒤, 세상 구경이 너무 간절했던 용운덕이 결국 태자의 스승 자리에서 물러났다.그가 극단적이고 예리한 문장만 고집한 탓에 그때 당시엔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쓰기 시작한 시가 현재 죽어서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용운덕이 사망
제 상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아버지, 폐하께서는 이제 더 이상 우리 제씨 가문을 중히 여기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제가 어찌 북명왕 가문의 심기까지 건드리겠습니까?”“그럼 그냥 죽게 내버려둬. 내가 죽어야 너희들이 살 수 있어.”말을 하던 제 제사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고 이렇게 몇 마디 한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다.한편, 제 황후는 오래 전부터 송석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송석석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탓에 제씨 가문은 명성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황후인 그녀까지도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제 황후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제 상서를 불러 조용하게 얘기했다.“조부께서 요구하신 대로 송 대감을 불러오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목 승상도 함께 불러오세요. 그래야 송 대감이 조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증언해줄 사람이 생길 것 아닙니까?”제 상서가 고개를 번쩍 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제 황후를 쳐다보았다.“안 된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다가 네 조부께서 정말 사망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이냐!”“아버지, 조부께서 맞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조부가 돌아가셔야 저희 제씨 가문이 살 수 있습니다. 조부께서 살아 계신 한, 저희 제씨 가문은 계속 손가락질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부께서 사망하시면 조부의 공적을 찬송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들 남풍관에 관한 일은 잊을 것입니다.”“너 제정신인 것이냐? 그건 그저 네 조부께서 홧김에 한 말일 뿐이다!”그러자 제 황후가 눈물을 닦으며 그를 진정시켰다.“아버지, 일단 제 말을 들어보시지요. 조부께서 이렇게 되신 게 송석석 그 여자 탓이 아닙니까? 조부께서는 그 여자를 원망하고 계신 겁니다. 그래서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신 것이죠. 송석석 앞에서 생을 마감하시는 게 조부의 복수 수단이고 저희 제씨 가문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부께서 이런 결정을 하신 것도 다 생각이 있으신 게 아니겠습
한편, 제 황후의 부름에 송석석은 어안이 벙벙했다.‘왜 갑자기 제 제사를 만나러 오라고 부르는 것이지? 죄를 묻고 싶다면 궁으로 부르면 될 텐데 말이야.’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제 제사를 상대로 송석석은 욕을 먹어도 감히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다가 제 제사가 눈앞에서 사망하기라도 하면 송석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다. 시만자는 송석석에 제 제사가 며칠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있기에 작은 자극에도 사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의 현재 상황을 얘기해주었다. “제 제사께서 설마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달라고 부르는 건 아니겠지? 늙은이가 아주 못됐네!”자초지종을 들은 모신신은 씩씩거리며 독설을 날렸고, 만두는 옆에서 송석석을 말렸다.“가지 않는 게 좋겠어. 황제 폐하의 명도 아니고 황후의 명을 어긴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것 같진 않은데?”하지만 시만자의 의견은 달랐다.“황후의 명을 어기면 황제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도 속으로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할 거야. 가야 돼. 제 제사가 정말 네 앞에서 죽는다고 해도 그건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가 없어. 이건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시만자는 숙청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황제 부부의 심기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석석아, 내가 너랑 같이 가줄게.”시만자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말했다.“네까지 같이 안 가도 돼. 단 신의를 불러서 함께 갈 생각이야. 그리고 제 제사를 만날 때 제 대부인께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할 거야.”제씨 가문이 막무가내인 집안은 아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당하게 맞서서 증인을 데리고 가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그래, 그럼 내가 단 신의께 찾아가서 같이 가줄 수 있는지 여쭤보고 올게.”모신신의 말에 시만자가 대꾸했다.“여쭤볼 필요도 없어. 단 신의께서 석석에 관한 일이라면 당연히 나서실 거야.”“다행이네!”모신신과 만두는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하면 그만이고 정
목 승상이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황후 마마의 명을 제가 어찌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그치만 오늘 왕비님께서는 제 제사의 문안을 오신 겁니다. 두 분은 평소에 원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충돌이 생길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산전 수전을 다 겪은 목 승상 앞에서 제 황후의 잔머리는 그저 얕은 수에 불과했다. 황후의 신분을 이용하여 대놓고 송석석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부가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목 승상은 냉랭한 눈빛으로 제씨 가문 사람들을 쓱 훑어보았다.“제 제사께서는 참 훌륭한 자제분들을 두셨네요. 여한이 없으시겠습니다.”목 승상의 뜻을 눈치챈 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목 승상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때, 곁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제 대부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송석석에게 말을 걸었다.“송 대감님, 단 신의를 불러 저희 어르신의 병을 치료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그녀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제 황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어머니, 어의가 조부의 곁을 지키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십니까? 아무 의원이나 제 조부의 병을 고칠 자격이 있는 건 아닙니다.”제 황후는 평소에 오만한 자태를 뽐내는 단 신의가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화가 나서 떠날 줄 알았으며 이번 기회에 송석석만 제대로 짓밟을 수 있다면 단 신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고 해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한편, 제 황후의 말에 제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 제사가 평소에 복용하는 약은 대부분 약왕당에서 구매했을 뿐만 아니라 다들 매년 한 번 정도는 단 신의에게서 병을 보곤 했다.단 신의의 의술은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데 단 신의의 심기를 함부로 건드렸다가 앞으로 약왕당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버럭 화를 낼 줄 알았던 단 신의는 되레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황후 마마께 의원
송석석은 문을 열고 침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내부를 쓱 훑어보곤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르신!”지금 생각해보면 솔직히 제 제사와 송석석 사이에는 개인적인 원한이 전혀 없었으며 그저 우연히 상황이 겹쳤을 뿐이다.서서히 눈을 뜬 제 제사는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송석석 혼자만 들어온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몸이 허약한 제 제사는 숨소리마저 미약했고 언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상 위에는 약 한 그릇과 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걸로 봐서는 누군가가 제 제사에게 먹이려 했지만 제 제사가 거절한 듯했다.“죽을 좀 주시오.”제 제사가 손을 뻗자 송석석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죽을 드시고 싶으신 겁니까? 그럼 제가 얼른 하인을 불러오겠습니다.”이내 침실에 들어온 양기웅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쳐다보았다. 며칠동안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은 제 제사가 이렇게 죽을 찾는 것만으로도 양기웅은 송석석이 너무 고마웠다.한편, 밖에서 듣고 있던 제 황후는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미간을 확 찌푸렸다.‘조부가 왜 갑자기 죽을 찾는 거지?’제 황후는 일단 지켜 보기로 했고 침실 안에 있던 제 제사는 죽을 절반 정도 먹은 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양기웅에게 이만 나가보라고 했다.양기웅은 절반이나 사라진 죽 그릇을 보며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는 제 제사가 이대로 죽으면 자신도 따라 죽을 것이라고 다짐했었다.인삼죽을 마신 제 제사는 조금 전보다 얼굴이 편해 보였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석석은 경위부 때처럼 의자를 챙겨와 제 제사 침대 곁에 조용하게 앉아있었다.조금 뒤, 힘겹게 눈을 깜빡이던 제 제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날 송 대감은 저한테 신념을 견고하게 지키지 못하고 원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하셨죠. 제가 오늘 송 대감을 저택으로 부른 건…”말을 하던 제 제사는 힘겨운 듯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송 대감에게
제 제사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 금방이라도 버럭 화를 낼 것만 같았다.한편, 밖에서 듣고 있던 제 황후는 화제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침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조부의 거친 숨소리가 걸음을 멈추었다.송석석의 말에 충격을 받은 조부는 더할 나위 없는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고 반드시 송석석에게 확실하게 복수하려고 할 것이다.이미 삶의 의지를 잃은 제 황후는 그저 조부가 화끈한 죽음으로 송석석에게 복수하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조부는 화를 내지 않았고 되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어쩌면 송 대감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경위부에서 저에게 했던 말은 틀렸습니다. 쟁취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송 대감이 지금 하고 있는 노력도 전부 무용지물이라는 뜻이지요.”제 제사의 말에 송석석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르신, 그럼 저와 내기를 하시겠습니까?”“내기요?”흠칫하던 제 제사는 이내 씁쓸하게 웃으면서 물었다.“송 대감이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와 어떤 내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몇 년이 지나면 어르신은 이 나라 곳곳에서 공방과 여학을 보시게 될 겁니다. 제가 말한 것처럼 세상이 변한다면 제가 이긴 걸로 해주십시오.”“말도 안 되는 소리. 진성에 현재 여학이 있는 건 전부 태후 덕분입니다. 하지만 진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 여학과 공방이 생긴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요.”제 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자 송석석은 조금 가까이 다가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꾸했다.“그러니까 어르신, 저와 내기를 합시다. 내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저에게 딱 2년만 주십시오.”제 제사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반문했다. “하지만 우린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건 훨씬 충격적인 일이지요. 사람들은 영원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이 세상의 인정도 받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어르신
송석석이 떠난 이후에도 제 황후는 여전히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한쪽에 앉아 어두운 얼굴로 조부가 약과 인삼탕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어의들에게 침을 놓아 막힌 혈자리를 뚫게 시키기도 했다. 조부는 단신의가 남긴 약까지 전부 복용했다.한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안색이 점점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어의들은 그의 마음에 다시금 투지가 생겨, 희망이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제씨 가문 중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기뻐했지만, 제 황후만큼은 실망하여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모습은 제제사가 남풍관에 갔을 때의 얼굴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그녀는 이것이 최후의 수단임을 알았다. 이로 인해 친정의 미움을 사고, 황제의 노여움까지 살 것이라는 사실까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나 송석석은 그녀에게 이보다 더 큰 위협이었다. 송석석의 명성이 추락하고 바닥까지 떨어져야만 자신의 황후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드러낼 수 있었다. 그래야 그녀 역시 송석석이 했던 것처럼 여학을 새로 열고, 조정의 관원들과 귀족 딸들을 끌어들여 입학시킴으로써 세가 관원의 힘을 결집하고 대황자의 세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전에 자신이 하찮게 여겼던 일도 이제는 다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주저하는 태도를 분명히 알아챘다. 오로지 제씨 가문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가는 문제가 생길 경우 철저히 실패하여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었다.목 승상이 들어와 제제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랜 벗이여, 잘 회복하시길 바라네. 이 젊은 것들이 어떻게 소란을 피우는지 지켜보자고. 누군가 소란을 피워야 세상이 흥미진진하지 않겠소."제제사는 약간 감동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목 승상이 자신을 경멸하고 멸시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여전히 평소와 같았다.결국 제제사는 버텨냈지만, 영태비는 버티지 못하고 이월 초에 외부에 상소를 발표하며 세상을 떠났다 숙청제는 연왕에게 사람을 보내 그가 돌아와 상을 치를 수 있도록 전갈을 보냈
그는 아마도 며칠 내로 사람들이 식량을 운반해 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들은 두 명뿐이었기에, 밤이 되면 몰래 그들 틈에 섞여 나갈 수 있을 터였다. 사람 수가 많으면 오히려 더 번거로울 것이었다.그때 출구를 찾고 한두 명을 잡아 심문한다면 대개는 상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불지 않는다면 말을 할 때까지 고문을 해서라도 알아내면 됐다.“조금만 더 참자. 최대한 삼 일이면 끝날 테니.” 사여묵이 말했다.“찐빵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이미 배불리 먹은 장대성이 꺼억 트림을 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밀가루 음식을 못 먹으면 사람은 죽는다고 하던데, 매일 이렇게 고기만 구워 먹으니 기름져서 느끼합니다.""풀 하나 뜯어서 입에 넣고 씹으면서 입맛을 달래라." 사여묵이 손을 뻗어 풀 한 줌을 꺾어 주었다. 이 풀은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이 시기가 가장 부드러울 때였다. “자, 빨리 먹게.”“써서 못 먹겠습니다.” 장대성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사여묵의 호의를 거절했다.그가 먹지 않자, 사여묵이 대신 먹었다. 이 풀은 뿌리도 먹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잎에서는 약간 쓴맛이 났지만 입맛을 달래는 데는 꽤 좋았다. 심지어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다.“심선생께서 왕비께 우리가 실종되었다고 편지를 보냈을까요?” 장대성이 물었다.“아마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곳곳에 표식을 남겼으니 대사형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야.” 사여묵은 칼로 작은 구멍을 파고, 먹고 남은 뼈를 뱉어 땅에 묻었다.왕비를 언급하자마자, 사여묵에게 송석석을 향한 그리움이 다시 물밀듯 밀려왔다. “일이 끝나면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진성으로 돌아간다." “당연합니다!” 장대성이 말했다.사여묵은 나무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석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그는 송석석이 노주에 있고 심지어 이 산에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산에서의 거리로 보면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긴 했다.
시만자는 송석석이 이전보다 확실히 살이 많이 빠진 듯한 것 같다고 느꼈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그녀가 안타까워, 꼭 안으며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대고 말했다. “내 어깨를 빌려줄게. 울면 조금은 나아질거야.”송석석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쳐내더니 급히 일어나 작은 개울을 뛰어넘어 몇 걸음 더 달려가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췄다.나무 줄기에는 뚜렷하게 매화꽃이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그 완전한 매화꽃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완전한 꽃 형태라 하더라도, 나무 줄기와 매화 표식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 표식은 확실히 대사형과 몽동이가 발견한 것보다 더 오래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발견하긴 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과 같았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만자, 너희는 먼저 산을 내려가. 나는 이 산을 조금 더 돌아볼게. 이렇게 흔적을 남겼으니 아마 더 있을 거야.”시만자가 놀라며 송석석의 머리를 한 대 탁 치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우리는 함께 가고 함께 남는 거야. 가고 싶으면 같이 가고, 머물고 싶으면 같이 머물어."“그치만 식량이 부족하잖아.” 송석석이 말했다.“그럼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면 되지.” 그러자 시만자가 그녀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말했다. “시경님과 장대성도 그렇게 살아남았을 거야.”송석석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사여묵과 장대성이 이 산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가지고 올라온 식량이 다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산에는 열매도 별로 없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끼나 산닭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이 길에서 송석석은 그런 생물들을 꽤 많이 봤고, 서쪽 산 중턱에, 수염이 덥수룩한 두 명의 남자가 작은 동굴에 앉아 갓 구운 야생 토끼를 잡아먹고 있었다.이 두사람의 옷은 이미 더러워졌고, 온 몸엔 기름기가 가득했으며, 머리는 매우 헝클어져 있었다.다행히 얼굴은 마침 오늘 근처에서 발견한 작은 샘에서 씻을 수 있었기에 덜 지저분
송석석은 현재로서는 산에 들어가서 직접 찾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사숙이 하루 이틀 내로 도착할 것이지만, 그들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장 멍청한 방법으로 찾는 것뿐이었다.2월 중순의 날씨는 여전히 매우 추웠다. 북쪽의 매섭게 부는 건조한 바람은 없었지만, 초봄의 습한 추위가 더 괴로웠다. 이 습한 추위야 말로 산 속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쉴 틈없이 그들을 에워쌌고, 송석석은 그로 인해 원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더욱더 심해지는 것만 같았다.송석석은 밤새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걱정이 물밀 듯 밀려왔다. ‘대사형이 표식을 발견했지만 이미 며칠 전의 일이잖아. 이 며칠 동안 그들이 산 속에서 다른 위험을 만났으면? 대석촌 사람들에게 들켜서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 깊은 산 속에서 아무리 살육이 일어난다 해도,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비록 내일 산에 들어가면 체력이 많이 소모될 것임을 알기에 충분한 쉼을 취해야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송석석은 아침 해가 다 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아침 일찍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할 때, 미리 산에 들어갈 때 필요한 식량을 사러 갔다. 돌아갔을 때는 모두가 일어나 있었을 때였다. 그들은 세 무리로 나누어 산에 들어갔다.매산 소분대가 한 대열을 이루고, 필명이 이끄는 서른 명의 현갑군이 한 대열을 이루며, 대사형이 이끄는 스무 명의 현갑군이 또 다른 대열을 이루었다.매산 소분대는 사실 시만자, 신신, 만두, 몽동이, 홍현과 두 명의 사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그 중, 만두와 몽동이만 남자였고 나머지 모두 여성이었다.어젯밤, 만두와 몽동이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두는 몽동이가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그를 향해 교란자라는 별명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몽동이 또한 만두가 많이 차분해졌으며 핼쑥해진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뚱만두라고 부를 수 없다고
송석석 일행은 상인의 신분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노주에 갔다. 송석석은 먼저 대석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후, 대사형과 몽동이를 만날 생각이었다.그녀는 금관성 안의 눈에 띄는 곳에 매화꽃을 그려 표식을 남겼다. 그리고 그 표식을 통해 그들이 묵을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그날 밤, 대사형과 몽동이가 찾아왔다. 두 사람의 얼굴이 먼지투성이였고, 옷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재빨리 정리하려 했지만, 신발엔 아직 털리지 않은 흙과 먼지가 가득했다. 그들이 산을 막 떠나 온 것이 분명했다.오는 내내 걱정이 많았던 송석석은 안부를 물어볼 새도 없이 대사형에게 급히 상황을 물었다.심청화가 먼저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너희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 그들과 정말 연락이 끊겼고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석촌 남쪽의 오래된 숲에서 사여묵이 남긴 표식을 발견했지. 그들이 그곳에 잠시 머물렀던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아마 며칠 전 일이었을 게야."그는 송석석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이 소식을 먼저 전한 후에 두 사람의 실종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리는 황제의 밀보를 받았다. 산에 들어가서 어디에 식량과 무기가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라는 명을 받았지."그래서 그들이 편지를 받았을 때 사실은 황제의 명령을 받고 조사를 가기로 했던 것이다.사여묵은 원래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가는 것을 반대했다. 무작정 산으로 들어가 조사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 마치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그는 차라리 그들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며 누가 그들과 접촉하고 누가 식량을 가져다주는지, 얼마나 가져오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위험도 더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또한 그는 식량이 산에 많이 숨겨져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겨우 겨울을 나기 위한 정도이고, 봄이 되면 다시 식량을 보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결국 몇 천 명이 먹을 식량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양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하지
송석석은 장장 반 시진 동안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진성을 떠날 이유가 필요했기에 말을 타고 궁으로 향했다. 숙청제는 사여묵이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첫 번째 편지에는 한 마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며, 그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사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숙청제는 비밀 명령을 내려 사여묵에게 산으로 가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두 번째 편지에서는 그들이 산에 들어갔으나 방어가 철저하고, 사병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무기와 군량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숙청제는 다시 명령을 내려 무기와 군량을 찾아 모조리 없앨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끊겨 버렸다.숙청제는 사실 조금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여러 산을 조사하고 있는데 사병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무림 고수들이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충분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무기를 모두 찾아내 없앤다면, 그 즉시 도적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군을 근처에서 발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큰 소동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피를 볼 일도 적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송석석으로부터 그들이 보름동안 소식이 없다는 말을 듣자, 그도 매우 불안하고 초조했다. 소식이 없다는 것은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숙청제는 송석석에게 명령을 내려 사람들을 데리고 금관성에 가서 한 차례 공단 비단을 운반해 오라고 지시했다. 그 비단은 서경에 전달될 것이니 실수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듯이, 금관성의 외곽에는 산적과 도적들이 많았다. 그 지역은 산이 많았기 때문에, 산적들이 산을 점령한 뒤 상인들의 행렬을 습격하는 일 또한 많았던 것이다.따라서 송석석이 현갑군을 이끌고 가는 것은 명분이 정당했다.그러나 실지적으로 공단을 호위하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송석석은 명희의 손을 꼭 잡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의 가족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시만자와 신신은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난 후, 시만자는 보주에게 명희를 데리고 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시만자가 물었다."왜 명희에게 가족을 보호하라고 했어? 차라리 명희에게 가족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려주지. 그렇지 않으면 평생 그 굴레에 갇히게 될 거 아냐."송석석은 물을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그녀의 차분한 눈빛 속에는 약간의 슬픔을 담겨있었다."이 일은 그저 명희만의 사례가 아니야. 많은 백성의 집안이 이렇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딸이나 여동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거야. 그들에겐 그게 아주 잔인한 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들은 딸을 어린 신부로 팔거나, 부잣집 자제에 시집을 보내는 것이 그저 한 가지 출구라고 여길 뿐이거든.그녀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실 아들 결혼을 위해 딸을 팔아버리는 일도 흔해. 최소한 명희의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들은 은화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어. 어머니는 장사를 하고, 아버지는 농가에서 노동을 했지. 심지어 위험을 감수하며 약초를 캐러 가셨잖아. 나는 그들이 명희를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아니었으면 명희를 서원에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시만자가 말했다."하지만 명희의 큰오빠와 큰형수는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셋째 오빠는 결혼을 위해 명희를 팔았어. 정말 다들 너무 이기적인데, 명희가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어?"송석석은 대답했다. "가족과 단절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특히 명희는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모님의 상태도 걱정해야 하잖아. 아직 열한 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없을거야. 우리는 지금 명희의 마음속에 증오를 심을 필요가 없어. 나이가 들고 조금 더 성장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분
송석석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나서야 대충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명희의 부모는 셋째 아들의 혼사를 준비하기 위해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갔다. 겨울철이라 산짐승이 동면에 들어간 틈을 타 가파른 산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좋은 약초는 대부분 험준한 산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며칠간 연달아 산에 오르다 보니 부부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명희의 어머니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이를 붙잡으려던 명희의 아버지마저 함께 굴러 떨어졌다.다행히 약초를 캐던 사람이 마침 그 길을 지나가 그들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산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 사람은 허리를 다쳤고 다른 사람은 다리가 부러졌다. 앞으로는 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치료도 계속 받아야 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게다가 셋째 아들의 혼례가 다가오면서 그 입버릇처럼 가족의 단합을 말하던 명희는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명희의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송석석이 물었다."아니, 그들은 몰라. 그녀의 부모님은 기와집에 살지 않고, 낡은 헌 집으로 실려 가서 거기서 요양하고 계시대.""다른 가족들은 그녀를 파는 것에 동의했어?" "모르겠어. 다만 그녀의 큰오빠가 이미 5냥으로 거래를 끝냈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이미 집에 찾아왔었는데, 내가 발 빠르게 먼저 데려온 덕에 다행히 막을 수 있었어."송석석이 다시 말했다."이 일은 양 마마에게 맡기자. 양 마마가 가서 처리하게 하고 너는 따라가기만 하면 돼. 절대 그들에게 화를 내지 말고 다투지도 마. 알겠지?"신신은 황실에 있는 동안 시만자가 그들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대낮에 공개적으로 때리면 안 된다. 반드시 몰래 때리고, 누가 때렸는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신신이 대답했다."오늘은
송석석은 훈장으로서 다른 것은 가르칠 수 없어도 무술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했기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무술을 배울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신체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무술 말이다.그 말을 듣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무술은 타고난 자질이 중요한 법이기에 배우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송석석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차라리 수업을 하나 더 만들어 힘과 민첩성을 키우는 연습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진정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신중히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신신이 시만자가 현갑군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송석석을 졸라댔다.“나도 여학에 와서 가르치면 안돼? 나를 여교두로 임명해줘. 응? 제발!”송석석은 신신의 바람대로 해주었고,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가르치기로 했다. 평소 수업 중 한 시간 정도는 신신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었다.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무술을 배울 열 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농가 출신이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나중에 생계가 어려워질 경우 아가씨들의 호위로 나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몸을 팔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적지 않다는 이유였다.그중 명십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지었고, 집안에 글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녀의 이름조차도 형제자매의 순서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사촌들과 합쳐 총 열일곱명이 있는 집안에 막내였기 때문에 명십칠이라 불렸다.원래 그녀의 집에서는 딸에게 글을 배우게 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장사를 하다 늘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속는 일이 많아진 뒤로, 글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 이런 기회가 생기자 당연히 망설임 없이 딸을 여학에 보낸 것이다.명십칠은 올
제상서는 방문객을 모두 사양했지만, 직접 대부인과 함께 송석석을 방문했다.송석석은 평소처럼 그들을 맞이했다. 제상서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대신 염선생이 그와 대화를 나눈 후, 대부인을 곁채로 안내하여 차를 대접했다.대부인은 지난 일년여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은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이전처럼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신이 상서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종부로서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늘 자신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그녀가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듯했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적당히 넘기는 법을 배운 것이다.대부인은 딸을 잘 교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석석에게 사과하며 말했다."저는 한평생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대로 해낸 일이 거의 없더군요.”"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평생 단 한 가지라도 잘해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에게나 인생의 결핍은 있기 마련이지요. 앞으로는 자신을 더 잘 돌보면 될 일입니다."제대부인은 깊이 있고 차분한 눈빛으로 답했다."그렇습니다, 스스로를 더 잘 돌보는 것이 곧 삶을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니까요."송석석은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부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이를 해냈다는 사실이 정말로 대단하게 여겨졌다."참, 제제사께서 찾으라고 하신 분은 제가 이미 수소문 중입니다. 소식이 생기면 바로 알려드리겠다고 전해주세요."제대부인은 그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과감함과 약속을 지키는 굳건함에 깊은 감탄을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낮추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왕비님."사실 제제사가 찾고자 한 사람을 송석석이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홍현과 그들을 시켜 그 사람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