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제사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 금방이라도 버럭 화를 낼 것만 같았다.한편, 밖에서 듣고 있던 제 황후는 화제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침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조부의 거친 숨소리가 걸음을 멈추었다.송석석의 말에 충격을 받은 조부는 더할 나위 없는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고 반드시 송석석에게 확실하게 복수하려고 할 것이다.이미 삶의 의지를 잃은 제 황후는 그저 조부가 화끈한 죽음으로 송석석에게 복수하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조부는 화를 내지 않았고 되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어쩌면 송 대감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경위부에서 저에게 했던 말은 틀렸습니다. 쟁취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송 대감이 지금 하고 있는 노력도 전부 무용지물이라는 뜻이지요.”제 제사의 말에 송석석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르신, 그럼 저와 내기를 하시겠습니까?”“내기요?”흠칫하던 제 제사는 이내 씁쓸하게 웃으면서 물었다.“송 대감이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와 어떤 내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몇 년이 지나면 어르신은 이 나라 곳곳에서 공방과 여학을 보시게 될 겁니다. 제가 말한 것처럼 세상이 변한다면 제가 이긴 걸로 해주십시오.”“말도 안 되는 소리. 진성에 현재 여학이 있는 건 전부 태후 덕분입니다. 하지만 진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 여학과 공방이 생긴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요.”제 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자 송석석은 조금 가까이 다가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꾸했다.“그러니까 어르신, 저와 내기를 합시다. 내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저에게 딱 2년만 주십시오.”제 제사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반문했다. “하지만 우린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건 훨씬 충격적인 일이지요. 사람들은 영원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이 세상의 인정도 받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어르신
송석석이 떠난 이후에도 제 황후는 여전히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한쪽에 앉아 어두운 얼굴로 조부가 약과 인삼탕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어의들에게 침을 놓아 막힌 혈자리를 뚫게 시키기도 했다. 조부는 단신의가 남긴 약까지 전부 복용했다.한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안색이 점점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어의들은 그의 마음에 다시금 투지가 생겨, 희망이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제씨 가문 중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기뻐했지만, 제 황후만큼은 실망하여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모습은 제제사가 남풍관에 갔을 때의 얼굴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그녀는 이것이 최후의 수단임을 알았다. 이로 인해 친정의 미움을 사고, 황제의 노여움까지 살 것이라는 사실까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나 송석석은 그녀에게 이보다 더 큰 위협이었다. 송석석의 명성이 추락하고 바닥까지 떨어져야만 자신의 황후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드러낼 수 있었다. 그래야 그녀 역시 송석석이 했던 것처럼 여학을 새로 열고, 조정의 관원들과 귀족 딸들을 끌어들여 입학시킴으로써 세가 관원의 힘을 결집하고 대황자의 세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전에 자신이 하찮게 여겼던 일도 이제는 다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주저하는 태도를 분명히 알아챘다. 오로지 제씨 가문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가는 문제가 생길 경우 철저히 실패하여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었다.목 승상이 들어와 제제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랜 벗이여, 잘 회복하시길 바라네. 이 젊은 것들이 어떻게 소란을 피우는지 지켜보자고. 누군가 소란을 피워야 세상이 흥미진진하지 않겠소."제제사는 약간 감동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목 승상이 자신을 경멸하고 멸시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여전히 평소와 같았다.결국 제제사는 버텨냈지만, 영태비는 버티지 못하고 이월 초에 외부에 상소를 발표하며 세상을 떠났다 숙청제는 연왕에게 사람을 보내 그가 돌아와 상을 치를 수 있도록 전갈을 보냈
회왕이 귀중품을 챙겨 진성을 떠났는데, 그 물건들이 이미 도중에 바꿔치기된 상태였다. 나중에서야 길에서 이를 알아차린 그는 분노하여 미칠 지경이었으나 지금 화를 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다시 진성으로 돌아가는 것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아무런 연줄도, 자원도 없이 이곳에 도착했으며, 친왕이라는 신분만 있을 뿐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의 처지는 그야말로 곤경에 처해 있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곧 좋은 돌파구를 찾아냈다. 이 돌파구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가. 그 인물이 은거하며 잠복한 이유는 단순히 훗날 좋은 지역에 봉토를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그는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지내며 수년간 아무 의심도 받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기반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조금씩 침투했다. 이 인물 이야말로 진정한 책략가였다.또한, 이 인물은 삼형보다 상대하기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이기에, 훗날 일이 성사되더라도, 그가 이 인물의 성과를 빼앗으려 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다만, 삼형과 그 인물을 비교해 보면 그 인물이 훨씬 더 승산이 있으니, 그는 당연히 더 승산이 있는 사람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삼형 쪽에서는 내세울 만한 패가 전혀 없었다.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연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그 인물에게는 삼형이 바로 그의 패였다. 그 인물이 삼형의 모든 것을 삼키려면 그를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다.연왕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한바탕 슬퍼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컸지만, 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죽음이 아무런 가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태후에게 덕망을 더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었다.태후의 덕망이 널리 알려지면서 숙청제까지 그 명성을 함께 누리게 되었다.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이용한 것이다. 정말로 비열했다.진성에서는 제제사와 남풍관과 관련된 추문이 모두 잠잠해졌고, 사람들은 이제 태후의 덕망
제상서는 방문객을 모두 사양했지만, 직접 대부인과 함께 송석석을 방문했다.송석석은 평소처럼 그들을 맞이했다. 제상서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대신 염선생이 그와 대화를 나눈 후, 대부인을 곁채로 안내하여 차를 대접했다.대부인은 지난 일년여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은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이전처럼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신이 상서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종부로서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늘 자신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그녀가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듯했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적당히 넘기는 법을 배운 것이다.대부인은 딸을 잘 교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석석에게 사과하며 말했다."저는 한평생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대로 해낸 일이 거의 없더군요.”"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평생 단 한 가지라도 잘해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에게나 인생의 결핍은 있기 마련이지요. 앞으로는 자신을 더 잘 돌보면 될 일입니다."제대부인은 깊이 있고 차분한 눈빛으로 답했다."그렇습니다, 스스로를 더 잘 돌보는 것이 곧 삶을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니까요."송석석은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부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이를 해냈다는 사실이 정말로 대단하게 여겨졌다."참, 제제사께서 찾으라고 하신 분은 제가 이미 수소문 중입니다. 소식이 생기면 바로 알려드리겠다고 전해주세요."제대부인은 그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과감함과 약속을 지키는 굳건함에 깊은 감탄을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낮추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왕비님."사실 제제사가 찾고자 한 사람을 송석석이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홍현과 그들을 시켜 그 사람의 이
송석석은 훈장으로서 다른 것은 가르칠 수 없어도 무술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했기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무술을 배울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신체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무술 말이다.그 말을 듣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무술은 타고난 자질이 중요한 법이기에 배우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송석석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차라리 수업을 하나 더 만들어 힘과 민첩성을 키우는 연습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진정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신중히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신신이 시만자가 현갑군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송석석을 졸라댔다.“나도 여학에 와서 가르치면 안돼? 나를 여교두로 임명해줘. 응? 제발!”송석석은 신신의 바람대로 해주었고,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가르치기로 했다. 평소 수업 중 한 시간 정도는 신신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었다.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무술을 배울 열 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농가 출신이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나중에 생계가 어려워질 경우 아가씨들의 호위로 나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몸을 팔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적지 않다는 이유였다.그중 명십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지었고, 집안에 글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녀의 이름조차도 형제자매의 순서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사촌들과 합쳐 총 열일곱명이 있는 집안에 막내였기 때문에 명십칠이라 불렸다.원래 그녀의 집에서는 딸에게 글을 배우게 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장사를 하다 늘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속는 일이 많아진 뒤로, 글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 이런 기회가 생기자 당연히 망설임 없이 딸을 여학에 보낸 것이다.명십칠은 올
송석석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나서야 대충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명희의 부모는 셋째 아들의 혼사를 준비하기 위해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갔다. 겨울철이라 산짐승이 동면에 들어간 틈을 타 가파른 산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좋은 약초는 대부분 험준한 산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며칠간 연달아 산에 오르다 보니 부부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명희의 어머니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이를 붙잡으려던 명희의 아버지마저 함께 굴러 떨어졌다.다행히 약초를 캐던 사람이 마침 그 길을 지나가 그들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산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 사람은 허리를 다쳤고 다른 사람은 다리가 부러졌다. 앞으로는 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치료도 계속 받아야 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게다가 셋째 아들의 혼례가 다가오면서 그 입버릇처럼 가족의 단합을 말하던 명희는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명희의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송석석이 물었다."아니, 그들은 몰라. 그녀의 부모님은 기와집에 살지 않고, 낡은 헌 집으로 실려 가서 거기서 요양하고 계시대.""다른 가족들은 그녀를 파는 것에 동의했어?" "모르겠어. 다만 그녀의 큰오빠가 이미 5냥으로 거래를 끝냈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이미 집에 찾아왔었는데, 내가 발 빠르게 먼저 데려온 덕에 다행히 막을 수 있었어."송석석이 다시 말했다."이 일은 양 마마에게 맡기자. 양 마마가 가서 처리하게 하고 너는 따라가기만 하면 돼. 절대 그들에게 화를 내지 말고 다투지도 마. 알겠지?"신신은 황실에 있는 동안 시만자가 그들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대낮에 공개적으로 때리면 안 된다. 반드시 몰래 때리고, 누가 때렸는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신신이 대답했다."오늘은
송석석은 명희의 손을 꼭 잡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의 가족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시만자와 신신은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난 후, 시만자는 보주에게 명희를 데리고 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시만자가 물었다."왜 명희에게 가족을 보호하라고 했어? 차라리 명희에게 가족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려주지. 그렇지 않으면 평생 그 굴레에 갇히게 될 거 아냐."송석석은 물을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그녀의 차분한 눈빛 속에는 약간의 슬픔을 담겨있었다."이 일은 그저 명희만의 사례가 아니야. 많은 백성의 집안이 이렇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딸이나 여동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거야. 그들에겐 그게 아주 잔인한 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들은 딸을 어린 신부로 팔거나, 부잣집 자제에 시집을 보내는 것이 그저 한 가지 출구라고 여길 뿐이거든.그녀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실 아들 결혼을 위해 딸을 팔아버리는 일도 흔해. 최소한 명희의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들은 은화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어. 어머니는 장사를 하고, 아버지는 농가에서 노동을 했지. 심지어 위험을 감수하며 약초를 캐러 가셨잖아. 나는 그들이 명희를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아니었으면 명희를 서원에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시만자가 말했다."하지만 명희의 큰오빠와 큰형수는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셋째 오빠는 결혼을 위해 명희를 팔았어. 정말 다들 너무 이기적인데, 명희가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어?"송석석은 대답했다. "가족과 단절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특히 명희는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모님의 상태도 걱정해야 하잖아. 아직 열한 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없을거야. 우리는 지금 명희의 마음속에 증오를 심을 필요가 없어. 나이가 들고 조금 더 성장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분
송석석은 장장 반 시진 동안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진성을 떠날 이유가 필요했기에 말을 타고 궁으로 향했다. 숙청제는 사여묵이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첫 번째 편지에는 한 마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며, 그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사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숙청제는 비밀 명령을 내려 사여묵에게 산으로 가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두 번째 편지에서는 그들이 산에 들어갔으나 방어가 철저하고, 사병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무기와 군량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숙청제는 다시 명령을 내려 무기와 군량을 찾아 모조리 없앨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끊겨 버렸다.숙청제는 사실 조금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여러 산을 조사하고 있는데 사병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무림 고수들이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충분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무기를 모두 찾아내 없앤다면, 그 즉시 도적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군을 근처에서 발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큰 소동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피를 볼 일도 적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송석석으로부터 그들이 보름동안 소식이 없다는 말을 듣자, 그도 매우 불안하고 초조했다. 소식이 없다는 것은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숙청제는 송석석에게 명령을 내려 사람들을 데리고 금관성에 가서 한 차례 공단 비단을 운반해 오라고 지시했다. 그 비단은 서경에 전달될 것이니 실수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듯이, 금관성의 외곽에는 산적과 도적들이 많았다. 그 지역은 산이 많았기 때문에, 산적들이 산을 점령한 뒤 상인들의 행렬을 습격하는 일 또한 많았던 것이다.따라서 송석석이 현갑군을 이끌고 가는 것은 명분이 정당했다.그러나 실지적으로 공단을 호위하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송석석은 일곱째 아가씨가 아무 이유 없이 비난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이 평남백부와 원한을 맺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번 일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만큼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노 집사에게 평남백부에 초청장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내용은 평남백부 집안의 사람들과 왕경루에서 식사를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청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이 소식을 외부로 확산시켰다.그들을 황실로 초대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이는 오해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으므로 황실에서 비공개로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왕경루는 격식 높은 장소로, 이는 평남백부와 일곱째 아가씨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이 소식을 미리 알림으로써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 가문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석하도록 유도했다. 이 일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가장 좋았다.여기에는 사실 일곱째 아가씨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억압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평남백부에는 집안을 책임질 만한 든든한 남성이 없었기에, 본래 명문가였음에도 평범한 상인 가문처럼 여겨지게 되었다.노 집사가 초청장을 전달했을 때 일곱째 아가씨는 부재 중이었기에, 초청장은 평남백부의 주화에게 전달되었다. 주화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인물이었기에, 작위를 계승한 후 모든 것을 방치해버렸다. 그로 인해 한때 대단히 영화롭고 뛰어난 가문이었던 평서백부와 평남백부는 이후로 아무도 공적을 세우지 못해 국공의 지위에서 후작으로, 다시 후작에서 백작으로 점차 지위가 낮아지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평서백부에 최숙심이 있다면, 평남백부에는 일곱째 아가씨와 상인 출신 측실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일곱째 아가씨의 측실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심지어 본부인은 평남백부와 같은 성격으로 무책임한 사람이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집안을 책임지게 되었으며, 이
황후는 다시 한 번 금족 처분을 받았다. 이번 금족 명령은 태후가 직접 내린 것으로, 그녀의 궁에 있던 절반 이상의 사람을 철수시키고, 몇몇 심복만 남겨 시중들게 했다. 더불어 태후는 장춘궁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새로 배치해 황후를 감시하게 했다.황후는 숙청제를 간호하던 중, 우원정이 황제가 앓고 있는 병이 폐질환임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처음에는 폐질환이 어떤 병인지 몰랐지만, 금족 상태에서 란주 상궁에게 물어본 뒤 그 병의 심각성을 알게 되자, 그녀는 통곡하며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하나는 황제의 병세 때문이었다.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황제가 그런 병에 걸렸으니 이제 태자를 책봉할 때가 되었는데, 하필 태후가 그녀를 금족시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녀는 어리석게도 송석석을 화나게 했다.송씨 가문의 둘째 장군 덕분에 황제가 송서우를 특별히 중시하고 있었으니, 만약 송석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송석석이 송서우를 궁으로 들여 대황자와 함께 있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황제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란주, 본궁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느냐? 본궁이 대체…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그러자 황후는 눈물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해했다. 마치 뜨거운 가마 위의 개미 같은 모습이었다.란주는 그녀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는 얼른 달래며 말했다."태후께서는 이미 폐하의 병세를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태후께서 대황자를 데려가 직접 가르치고 계신 겁니다. 이는 태후와 폐하께서 모두 대황자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는 뜻이니, 마마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그저 매일 폐하의 쾌유를 빌며 기도하시면 됩니다.""하지만 본궁이 폐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태후와 폐하가 아셔야 하지 않겠느냐? 당장 사람들을 움직여 태후께 소식을 전하게 하여라."란주 상궁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단호히 말했다."아무도 알 필요 없습니다. 마마께서는 황후이시며 폐하는 마마의 남편이십니다.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축원하는 것
황후의 눈물은 아직 뺨에 맺혀 있었고, 두 눈은 하도 운 탓인지 퉁퉁 부어 있었다.황제가 깨어나 첫마디로 그녀에게 물러가라고 말하자, 황후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얼어붙었다.곧이어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신첩은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신첩이 여기 남아 폐하를 모시겠습니다."그러나 태후의 거칠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렸다."황후를 부축해 물러가게 하거라."황후가 여기 머무른 시간이 길었던 만큼, 태후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다. 비록 황제가 깨어나지 않아 그녀의 속은 타들어갔지만, 외부에서 기다리는 신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냉정을 유지해야 했다.원래 신하들은 모두 전각 밖에 꿇어앉아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추워 태후가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꿇어앉기를 고집했다.황제가 의식을 잃은 시간 동안 그들은 그만큼 무릎을 꿇고 있었다.태후는 태의가 맥을 짚은 뒤 말을 하기전에 그를 제지하며 먼저 조용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녀는 아들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온 힘을 다해 억누르려 했지만 손의 떨림은 여전히 멈출 수 없었다.숙청제가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허어사는… 어디 있습니까?"태후가 대답했다."허어사는 무사합니다. 다만, 몸을 던질 때 이덕회가 막은 탓에, 허어사의 얼굴에 부딪혀 이덕회의 이빨 두 개가 빠졌습니다."태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이덕회가 말할 때마다 바람이 샌다더군요."숙청제는 믿지 못하는 듯, 여전히 쉰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그를 만나야겠습니다."만약 어사가 간언으로 인해 죽었다면, 그는 무능한 황제일 뿐이었다.쓰러지기 직전 눈앞에 피가 번져드는 장면이 떠올라, 그는 허어사가 이미 죽었을까 걱정했다.태후는 즉시 손짓해 이덕회와 허어사를 안으로 들이게 했다.잠시 후, 목 승상이 그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만세삼창을 외쳤는데, 목소리는 울다가 쉰 상태였다. 특히 허어사는 이미 울다가 한 차례 기절했을 정도였다.그는 땅에
숙청제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칠간 그는 태의들과 함께 새로운 처방을 시험하는 데 전념했고, 조정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승상에게 맡겼다.이번 새로운 처방은 태병원에서 며칠 밤을 새워 개발한 것으로, 온열 요법을 중심으로 침술을 보조로 하며 탕약으로 기운을 보강하는 방식이었다.그렇게 며칠간 효과가 있었는지 두통이 줄어들었고, 심지어는 밤에 식은땀도 나지 않았다.그래서 이날 조회에서 숙청제의 상태가 한층 나아 보였던 것이다.한편, 제상서는 허어사를 찾아가 말했지만, 허어사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그는 황제에게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 이는 황제가 자신의 안전과 예법, 전쟁 상황까지 무시하며 지나치게 경거망동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또한, 북명왕에게 측비를 들이는 것이 황후의 뜻이라는 제상서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가 알기로 황후는 이전까지 계속 금족 상태였는데, 금족이 풀리자마자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오히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북명왕을 위해 측비를 고르고 있다니, 이런 말을 누가 믿겠는가?그는 이것이 황제의 지시라고 생각했으며, 적어도 그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또한, 어사로서 직언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와 침착하게 말했다."폐하, 신이 감히 간언을 올리려 합니다."숙청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간언이라고? 말하라!"간언은 당연히 그를 겨냥한 것이었다."신이 듣기로 폐하께서는 송대감과 여러 차례 어서방에서 함께 식사를 하시며 한 시진 넘게 담소를 나누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궁인들조차 곁에서 시중들지 못하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송대감이 부상을 당했을 때도 폐하께서는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늦은 밤 황실을 방문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황후마마께 북명왕을 위해 측비를 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신은 폐하께서 다른 뜻이 없으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이러한 행동은 백성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로 억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소문이 북명왕의 귀에 들어간다면,
하지만 제 황후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어찌 이것이 폐하와 연관될 수 있겠습니까? 폐하는 정무로 바쁜데 어찌 이런 일을 관여하시겠습니까? 그런데 허어사는 왜요? 본궁이 언제 그를 해치려 했던가요?"허어사는 민지 장공주의 시아버지로, 그녀는 허씨 가문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제대부인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북명왕이 밖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왜 그에게 측비를 들이려 하십니까? 폐하께서 북명왕비를 어서방에 며칠 두시고 늦은 밤에 찾아가셨던 일도 아직 설명되지 않았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더 의심하지 않겠습니까?"“그건 그들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멋대로 추측한 것일 뿐입니다.”제 황후가 말했다.제대부인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실망스러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폐하께서 눈살을 한 번 찌푸리시거나 말씀 한 마디 하시기만 해도 대신들은 곧바로 추측을 하게 됩니다. 전조의 일은 말할 필요도 없고, 후궁에서만 해도 폐하께서 황후에게 표정 한 번 지어보이시면 황후도 곧바로 추측하지 않았습니까?""그리고," 제대부인은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 더 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황후는 금족에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본래 잘 반성하고 모든 일에 조용히 처신해야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왜 하필 나서서 이런 남의 미움을 사는 일을 꾸미려고 합니까? 이제 왕비를 연루시킨 것도 모자라 평남백부 집안의 아가씨에게까지 해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이 일을 아시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아시게 된다면 황후를 쉽게 넘어가시겠습니까?"제 황후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서야 일이 커졌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속에 약간 두려움이 생겼다.하지만 그녀는 어머니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어머니께서 오늘 이 일을 말씀하시니, 본궁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일을 꾸민 본
이런 저런 추측이 나오자, 몇몇 대신들은 제상서를 부추겨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라며제 장서를 부축였다.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북명왕은 아직도 남강에서 전쟁 중인데, 이 소문이 그의 귀에 들어간다면 부인 생각에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병부 상서 이덕회 또한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제상서를 찾아가 이 일이 어떤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했다."북명왕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그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허어사가 이미 조회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제상서는 깜짝 놀랐다. "아직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허어사가 그렇게 무모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이덕회가 말했다. "황제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계속 이렇게 추측만 나돌다가는, 언젠가 남강과 성릉관까지 소문이 퍼질 것이니…… 그렇게 되면 하늘이 무너질 겁니다."제상서는 비록 사적인 덕행은 부족하지만, 이 일의 경중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정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일은 황후가 북명황실에 사람을 보내어 말한 것이었다. 즉, 만약 황제가 그런 뜻이라면, 황후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제상서는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조정의 관리자이기에 황제의 명령 없이는 후궁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일단 돌아가 부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그녀에게 직접 가서 물어봐달라고 말했다.제대부인도 이 일을 들었지만, 그녀가 들은 것은 민간에 들리는 쓸데없는 소문이었다.북명왕비가 질투가 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곧 북명왕이 일찍이 첩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는 사람들도 나왔다.또한 일곱째 아가씨가 원래 악명이 높고 덕행이 부족한 탓에 왕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그녀를 욕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다.
란주 상궁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퍼뜨리면 일곱째 아가씨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평남백부의 다른 아가씨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하지만 황후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 서출의 딸은 자존심만 세서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더니, 아마도 높은 집안에 시집가려는 마음뿐일 거다. 그렇게 높은 것만 바라보는 여자라면 망해도 자업자득이지. 게다가 그녀는 성격이 사나워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송석석을 찾아가 한바탕 시끄럽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거리를 만들게 하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폐하에 대한 이야기도 사그라들 테지."란주 상궁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후는 그런 란주를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이제는 본궁이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온갖 이유를 대며 적당하지 않다고만 하니, 그럼 본궁에게 말해보라. 이번 풍파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겠느냐? 폐하를 계속해서 풍랑 속에 놓이고 비난을 받게 내버려둘 셈이냐?"란주 상궁은 본래 이 일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려 했다. 일곱째 아가씨가 가서 난리를 친다 해도 그건 어린 여자의 웃음거리만 될 뿐, 어떻게 황제의 일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나 있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명을 받들어 나갔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레 각 가문 간의 교류가 잦아지며 소식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황후가 평남백부 집안의 일곱째 아가씨를 북명왕의 측비로 들이려 했지만 북명왕비에게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이 일곱째 아가씨는 평남백 서출의 딸이지만, 노부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바둑, 서예와 그림에 능통했고,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예도 잘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매우 사나웠다.15세가 되어 성년이 된 이후로는 많은 중매쟁이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떤 집안을 말해도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자 중매
화가 나 있던 송석석이었지만, 시만자가 이렇게 놀려대자 금방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됐어, 그냥 이리 내려와서 같이 몸 좀 담자."시만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명 받들겠습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벗어 던져두고 온천 속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물을 튀기며 놀다가, 이내 턱을 부드러운 베개 위에 얹었다.시만자가 말했다. "황후 그 멍청한 사람을 대체 왜 신경 쓰는 거야?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는 건 가치도 없어.""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제씨 가문에서 교육받은 사람 같지가 않아." 송석석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음, 사실 제씨 가문에도 문제 있는 인물이 많긴 하지.""당연하지. 제상서는 첩을 두고 있고, 제제사는 말할 것도 없어. 상서 부인만큼은 좀 나은 편이야. 불쌍한 사람이지."송석석은 두 손을 포개고 턱을 손등에 얹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만자야, 란주 상궁이 한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화가 났겠지." 시만자도 그녀처럼 턱을 손등에 얹고 말했다. "그것 말고 또 어떤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애?" 송석석이 눈가에 맺힌 습기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화가난 건 당연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이 더 컸어. 황후가 정말로 사제에게 측비를 들이려는 건 아닐 거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궁으로 불러내려고 이런 구실을 만든 거야. 황후는 어떻게 해야 여자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마치 칼을 들고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듯이."시만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송석석의 말을 듣고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쉴 새가 없네. 서우에게 상을 내리더니 이제는 너를 위협하고. 이렇게 해서 본인한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송석석도 황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끌어들이려는 것? 그렇다면 그렇게 역겨운 말까지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를 벌하려는 것? 그렇다면 왜 직접 측비를 보
란주 상궁은 이렇게 북명황실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심지어 그녀는 안에서 많은 눈총을 받았다.궁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녀는 여전히 송석석이 궁에 올지 안 올지 추측했다. 송석석이 아까전 명확히 승낙하지도, 완전히 거절하지도 않은 듯했기 때문이다.황후는 물론 진짜로 왕야를 위해 측비를 들이려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왕비를 조급하게 만들어, 결국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수단이었다.송석석이 관직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황후가 황실에 측비를 들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체면도 생각치 않고 사람을 바로 내쫓아 버리다니 말이다.만약 그녀가 궁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란주 상궁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정말로 오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조정에 여성 관원이 있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기에, 만약 왕비가 관직에서 물러난다면, 그녀는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았다.란주 상궁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예전처럼 황후께 충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한편, 북명황실에서 송석석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안그래도 이틀 전 황제가 늦은 밤에 황실을 방문한 일로 인해 비난이 쏟아져 이미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황후까지 와서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말이다.황제와 황후는 정말 천생연분인 듯했다. 각자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있었다.염선생과 심청화 두 사람은 본채에 앉아 송석석이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절뚝거리며 걸어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게 할 정도로 처량해 보였다.의심받을 일을 모두 피하기 위해 자신을 다치게 한 것만 해도 충분히 불쌍한데, 황제가 한밤중에 갑자기 황실을 찾아오는 바람에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이제는 조정의 문무백관 중 절반 이상이 이 일을 알고 있을 것이고, 대부분은 송석석을 몰래 비난하고 있을 것이었다.오늘 황후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우에게 상을 내리는가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