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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17 20:00:00
며칠이 지나고, 하조 후 황제가 사여묵을 따로 불렀다.

그는 가득 쌓인 상소문은 보지도 않고 사여묵과 너무 오랫동안 바둑을 두지 못했다며 오대반에게 바둑판이나 깔라고 했다.

사여묵은 관복의 하단을 들어 허리띠에 끼워 넣고 자리에 앉았다.

"매일같이 안종만 들여다보느라 머리가 어지러웠는데 폐하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황제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군 시절의 습관을 못 버렸구나. 너무 투박하다. 지금 너는 대리사의 경이자 조정의 이품 대관인데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지 않겠느냐."

"형님 앞인데 굳이 이미지를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여묵은 호쾌하게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너는 왕비 앞에서도 이리 방자하느냐?"

황제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백자를 집어 천천히 내려놓았다.

사여묵은 흑자를 잡았는데 그의 눈동자도 흑자처럼 매우 깊어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

"내 사람 앞에서는 더 방자해지지요."

그러자 황제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모 생일잔치에서 누군가가 네 품을 노렸다고 하더구나.”

"그런 소식이 형님께까지 전해졌습니까? 괜히 형의 심기를 더럽혔군요."

사여묵은 흑자를 내려놓았다.

"흠, 원래 소문은 듣지 않았지만 네가 내 동생인 이상, 어머니께서도 걱정하시니 묻는 것이다. 너는 측실을 들일 생각이 있느냐?"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고개를 든 사여묵이 다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호쾌하게 대답했다.

"형, 저는 그동안 전쟁을 많이 치러 몸이 허약해져 현재 단신의를 졸라 몸을 돌보고 있는 중이옵니다. 정실부인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측실이 더해진다면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황제가 그를 아니꼽게 흘겨 보았다.

"허튼소리 말거라. 너는 무예를 연마한 자인데 어찌 감당하지 못하겠느냐? 네가 나를 조롱하는구나. 후궁이 많아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

"제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형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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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느냐? 나는 후궁에서 자손을 늘리기를 바라고 있거늘, 나와 몇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사여묵은 벌써 아버지가 되었어야 하느니라."그러자 오대반은 조용히 말했다. "아마도 장군께서도 폐하께서 염려하시는 바를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형제 간의 사이에 틈이 생기길 원치 않으시는 것이지요. 폐하께서는 기억하시는지요? 어릴 적부터 장군께서는 매사에 폐하를 본보기로 항상 자랑스럽게 여겼사옵니다. 밖에서 형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자부심이 묻어있었지요."오대반의 말에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 황제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렇게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구나!"오대반은 묵묵히 그의 찻잔을 채워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그는 황제의 갑작스러운 한숨이 단지 과거 형제애를 회상하는 순간일 뿐이지 그것이 경계심을 줄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사여묵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자식이 없는 상태라면 황제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제 막 남쪽 변방을 되찾은 직후였기에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사여묵을 가장 존경했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그의 명망이 가장 높을 때이기에 공을 세워 위세가 단단해진 친왕을 경계하지 않는 황제는 없을 것이다.남쪽 변방을 되찾은 후 병권을 반납한 데 이어, 결혼으로 인한 마음의 짐이 생겼다는 것은 황제를 향한 충성심이었고 그가 주는 안정감이었다.사여묵이 대리사로 돌아왔을 때, 형부에서의 사건에 대해 물었는데, 사여묵은 사건 기록을 다 읽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단 그들을 돌려보냈다.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송석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바로 그때 형부상서 이택이 찾아왔다.두 사람은 서재에서 반 시간 동안 그 사건을 두고 언쟁을 벌였고, 결국 불쾌하게 헤어졌다.매화원으로 돌아온 사여묵은 문에 들어서기 전까지 어두웠던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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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여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맞소. 그녀를 포함한 한 집안의 열세 명 중 열두 명이나 죽였소. 시아버지, 남편, 세 아들, 이 다섯 사람은 모두 건강한 상태였소. 그리고 시어머니와 시집가지 않은 두 딸과 나머지는 하인과 시녀였소. 이 사건은 깊은 밤이 아닌 황혼에 발생했고 모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벌어졌소. 그녀는 갑자기 주방에서 칼을 들고나와 모두를 죽였는데, 무술을 익힌 적 없고 오랜 병으로 약을 복용하던 몸이었소.""오랜 병을 앓던 그녀가 아무리 독하다고 해도 한 사람을 죽이고 나면 바로 제지되었을 터인데.. 혹시 독약으로 모두를 기절시키기라도 한 것은 아닐지요?""아니오. 모두 말짱한 상태였고 이웃이 직접 목격하길 그 여인은 광인처럼 괴력을 발휘해 보이는 족족 죽였다고 했소. 만약 그 이웃들이 재빨리 도망쳐 집 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했소. 현지 관청에서도 상처와 흉기가 일치하다고 했소."송석석은 사여묵이 왜 복심을 내리지 않고 망설였는지 이해했다.이 사건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큰 소동이 일어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이웃이 목격했고, 그녀 자신도 자백했으며, 흉기와 상처가 일치했으니 기본적으로 확정된 상황이다."맞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사건이 발생했으니, 음식들은 조사해 보았습니까?""아직 조사하지 못했소. 시신에서 독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오.”사여묵이 다시 말을 이었다."나는 그 여인이 어떠한 독에 광기를 일으켜 엄청난 힘을 얻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소. 그래서 태의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모두 그런 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눈빛을 교환하던 두 사람이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듯 동시에 외쳤다. "단신의!"답을 찾은 사여묵은 즉시 옷을 갈아입고 약당으로 향했다. 그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 사건으로 백성들은 분노하며 즉시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떠들고 있었고 형부에서도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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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왕은 차분한 눈빛으로 엄지에 낀 옥반지를 돌리며 말했다. "아직 부족하다. 계속 퍼뜨리거라. 북명왕 사여묵이 죄를 지은 여인을 변호하려 하고 그 목적은 자신이 대리사 경 자리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고 증명하려는 것이고 세상을 거느리려 들며 공을 탐하는 것이라 전해라. 또한 그가 단지 무장일 뿐, 공문과 법률에 대해선 무지하다는 점을 강조하도록 해라."잠시 아무 말 없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또한 황제도 그에게 속아 넘어갔고 그의 공로가 너무 커 황제께서도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소문도 퍼뜨리거라."그 부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여묵이 사건을 재심할 것이라 확신하십니까?"연왕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 재심할 것이다." 그의 눈빛은 이내 피비린내 나는 차가움으로 변해버렸다."나는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생명에 대해 매우 집착하는 자라, 생명과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할 것이다. 이토록 커다란 의문점이 있는데도 재심을 하지 않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소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사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부하는 문을 나서자 망토를 휘감고 빠르게 사라졌다.연왕은 흥미롭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사여묵, 내가 민심을 완전히 잃게 만들어 줄게. 다시는 병권을 잡지 못하게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네 공이 너무 커 황제도 경계하고 있다고, 게다가 황제마저도 어리석은 자라고 할 것이다”"무상!" 그가 크게 외치자, 자수로 장식된 산수화 뒤에서 회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걸어 나와 머리를 숙였다. "대장님!"연왕은 물었다. "그 살인을 저지른 자의 몸 속 묘독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무상은 낮고 목소리로 대답했다. "절대 알아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뇌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선충일 뿐이어서, 설령 그녀의 머리를 베어낸다 해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선충은 오직 저의 명령만 따를 뿐이고 지금 그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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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0화

    대리사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상주는 이미 초조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대체 단신의는 왜 부르신 겁니까? 단신의는 사자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 해도 결국에는 오작이 아닙니다."조급한 이상주와는 달리 사여묵은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조금 더 기다리거라. 큰 사건이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만큼, 혹시라도 부주의하여 무고한 자를 억울하게 한다면, 그때는 천하가 우리를 성토하게 될 것이다."오랫동안 사건을 처리해 왔던 이상주이기에 약간의 의문점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피의자가 이미 자백했고, 증인이 있고 증거가 있는 상황인데 대체 무엇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겠는가?"이건 단지 시간을 낭비할 뿐입니다. 살인자를 하루라도 더 살게 한다는 것은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아닙니다.""비주지부의 기록도 가을에 참수형을 내린 것이고, 지금은 아직 사월이니, 문서 왕래와 역마를 최대한 빨리 움직여도 왕복 한 달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헌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이러는 것이냐?""단신의는 도대체 언제 오십니까? 이미 오래 기다렸사옵니다." 잔뜩 화가 난 이상주는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북명왕과 너무 격렬하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매우 불쾌해 보였다.겁에 질린 두 시랑은 몸을 떨고 있었다. 반면 이상주는 북명왕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의 딸, 수민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들에게는 애첩이 될 딸이 없으므로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이상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리사 소경 진이가 단신의를 직접 모셔 왔다.단신의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기품이 넘쳤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상주를 바라보았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 이상주는 방금 전의 잔뜩 화가 난 눈썹과 초조한 눈동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순식간에 겸손하고 온화한 태도로 바뀌었다."귀한 발걸음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폐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사옵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단신의는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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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신의는 종이를 한 장 꺼냈는데, 거기에는 약의 이름과 그 약들의 효능 및 부작용이 적혀있었다.단신의는 그것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첫 번째는 '지옥의 불', 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각을 일으키게 하고, 마음속의 집념이 무한히 커져 거대한 힘을 얻게 하지만, 환각 후엔 반드시 해독제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여인은 비록 가족을 몰살한 후 이웃마저 죽이려 했지만, 관청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정된 상태였으니, 이는 '지옥의 불'일 수 없다.두 번째는 '광두산', 이는 버섯 종류로 사람을 환각과 광기로 몰아가 스스로를 해치거나 타인을 살해할 수 있게 하지만, 전에 반드시 울거나 웃거나 하고, 또는 몸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광두산'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어 열두 명을 죽일 수는 없다.세 번째는 '구혼선충', 이는 묘충의 일종이고 일명 '고충'이라 불렸다. '구혼선충'은 사람의 두뇌에 침입하면 타인이 조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기억을 남기게 된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 '구혼선충'이 환각을 일으켜 강력하면서도 미친 듯한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조종당하는 동안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몸과 사지를 타인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지요. 만약 그 조종자가 무공을 가진 자라면, 그 또한 무공을 가진 자처럼 힘이 커지게 됩니다.”단신의의 말에 이상주와 두 시랑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얼굴을 찡그렸다."그 '구혼선충'이 그녀의 머릿속에 대체 어떻게 들어갔다는 말입니까?""음식을 통해, 아니, 혹은 약을 통해서일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아마 그 여인의 머릿속에 '구혼선충'이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구혼선충'은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보통 반년이나 일 년은 걸려야 완전히 성숙됩니다."이상주도 의문을 던졌다. "단지 '구혼선충'이 있다는 것일 뿐, 그녀도 이 벌레에 당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저는 단지 의문 답을 하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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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2화

    사건이 상주 된 후, 황제는 이상주를 어사로 임명하고 그의 일행들을 비주로 보내어 사건을 조사하도록 명하였다. 청작 역시 그 일행에 동행했다.재심에 더하여 황제께서 흠차를 보냈고, 게다가 형부의 상서가 직접 나서는 것이어서 분노한 백성들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는 있었다.심청화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려 사건의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학자들이 전에 올렸던 글들은 모두 백성들의 분노 때문이었다. 죽은 자를 위해 정의를 외치며 부권이 도전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심청화가 나서서 의문점을 제기하고 나니 그들도 하나둘씩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만, 확신에 찬 말투는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흠차가 조사를 마친 후에는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고인에게 명복을 전할 뿐이었다.이것은 연왕부는 꿈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재검토가 통과되거나 재심으로 넘겨져도 사여묵은 결국 명성을 잃고 대리사 경 자리조차 위태로워질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흠차를 파견하여 조사를 진행했다."내가 사여묵을 과소평가했구나." 연왕의 목소리는 듣기 몹시 섬뜩했다."대장님, 염려 마십시오. 누가 가더라도 선충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밝혀낼 수 없을 것입니다...""그러면 사여묵과는 무관해질 것이다. 그 여인이 참형에 처해지든 아니든, 모두 흠차가 정한 죄목이 된다. 이번 흠차는 형부의 이상주라 그가 일단 죄를 확정 지으면 대리사에 보고할 필요도 없이 즉시 처형될 것이다. 나중에 중독되었음이 밝혀지더라도 사여묵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그는 이 사건으로 이씨 가문과 맞서고 싶지는 않았다. 이씨 가문 수민이 궁에 있었고 대부분 가족이 관직에 올라 있어 사건을 깊이 파헤치기라도 한다면 그가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무슨 일이든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그는 이미 몇 년이나 기다렸으니 이 시점에서 실수가 있으면 절대로 안 된다."선충만 밝혀지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비주지부는 연루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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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3화

    청작이 선충의 위력을 검증하고자 사람을 시켜 닭 한 마리를 가져오게 했다. 그 닭에게 선충을 먹인 후, 약을 태워 선충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닭은 미친 듯이 날뛰며 사람을 보기만 하면 쪼아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하늘을 날았는데 사납기 그지없었다.가장 유명한 싸움닭과 붙여도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알을 다 쪼아버렸다.청작이 다시 약을 태우자 비로소 진정되었고 천천히 선충을 토해낼 수 있었다. “'구혼선충'이라 불리는 이 성충은 사람이 조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 씨가 복용했을 때는 부화하지 않은 상태였고 고온에서는 죽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성충은 혈관을 따라 곧바로 뇌로 향하는데, 보통 반년 정도 걸리지요. 이는 허 씨의 자백과 일치합니다. 그렇게 성숙해진 선충은 약내를 맡거나 조종을 당하면 발광하게 되지요.”청작의 말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그때, 이상주가 나섰다.“그러니 이 사건은 누군가 그들 일가를 해치려고 치밀하게 계획된 것입니다. 양 씨는 단지 그들의 무기였을 뿐 그녀 또한 피해자이지요.”그 말에 군중이 술렁였다.청작은 현장을 정리하던 중 여전히 공포에 질린 허 씨를 토닥였다.“천만다행입니다. 독을 넣은 자는 누군가가 선충을 빼낼 수 있을 것란 걸 몰랐을 겁니다. 하여 관련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에 당신을 처리하지 않았을 겁니다. 양 씨의 오랜 주치의를 담당했던 당신이 해를 당하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깐요. 금괴 한 덩이,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허 씨는 그만 자리에 털썩 앉고 말았다.어느새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렸다.청작이 보낸 비둘기도 북명왕부로 돌아왔는데, 그 곳에는 순조롭게 시작되었고, 차근차근 추적해 나가는 중이라는 짧은 몇마디만 적혀 있었다. 이는 이상주가 금방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임무를 받고 떠난 청작이기에 무의식중에라도 이상주에게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배후가 있다는 것을 흘렸을 게 분명했다. 워낙 뜨거운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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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4화

    잠시 후 사여묵이 란이의 안부를 물었다."그녀는 요즘 어떠하오? 기분은 괜찮소? 양소가 파면된 후에는 자중하고 있다고 하오?"그러자 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참사랑이라고 하는데 자제가 되겠습니까? 자중은커녕, 이제는 란이 방에도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참사랑?" 사여묵이 눈살을 찌푸렸다. "제멋대로 붙이는군! 또 다른 첩이 있지 않소? 청관의 몸값을 지불했던 그 상인의 여식 말이오.""아, 문 씨가 시집온 후로 그의 얼굴은 몇 번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송석석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라 자수 하는 것을 멈췄다. "문 씨는 올해 겨우 열일곱입니다. 그녀의 집안과 승은백부의 격차로 보아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녀 또한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희생양이 아니겠습니까? 그녀도 양소의 측실은 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그때 량 마마가 직접 상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밖에서는 모두 그녀가 스스로 그렇게 했다고들 말했습니다.""문 씨가 신분을 높이려고 스스로 승은백부에 첩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가 한 여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겠느냐? 어쩌면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검소하게 살고 싶었을지도 모를 텐데, 그 또한 누가 신경이나 쓰겠느냐?"그녀의 말에 사여묵은 가슴이 뭉클해졌다."두 사람이 거의 만난 적도 없었을 텐데 대신 말까지 해주다니… 진정으로 그 여인을 공감해 주는 모습이 보기가 좋군요.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지만, 사실 여인을 가장 천하게 여기는 자들이 있소."순간 멈칫하던 송석석은 문득 이방을 떠올렸다.이방은 송석석앞에서 자신이 여인들의 모범상이라 칭하며 여인들을 위해 소리를 높여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 깊이 여인을 경멸하고 있었다.그때 보주가 다가와 보고했다."석소 사매가 오셨습니다.""어서, 화청으로 모셔라." 송석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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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1화

    그는 아마도 며칠 내로 사람들이 식량을 운반해 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들은 두 명뿐이었기에, 밤이 되면 몰래 그들 틈에 섞여 나갈 수 있을 터였다. 사람 수가 많으면 오히려 더 번거로울 것이었다.그때 출구를 찾고 한두 명을 잡아 심문한다면 대개는 상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불지 않는다면 말을 할 때까지 고문을 해서라도 알아내면 됐다.“조금만 더 참자. 최대한 삼 일이면 끝날 테니.” 사여묵이 말했다.“찐빵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이미 배불리 먹은 장대성이 꺼억 트림을 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밀가루 음식을 못 먹으면 사람은 죽는다고 하던데, 매일 이렇게 고기만 구워 먹으니 기름져서 느끼합니다.""풀 하나 뜯어서 입에 넣고 씹으면서 입맛을 달래라." 사여묵이 손을 뻗어 풀 한 줌을 꺾어 주었다. 이 풀은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이 시기가 가장 부드러울 때였다. “자, 빨리 먹게.”“써서 못 먹겠습니다.” 장대성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사여묵의 호의를 거절했다.그가 먹지 않자, 사여묵이 대신 먹었다. 이 풀은 뿌리도 먹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잎에서는 약간 쓴맛이 났지만 입맛을 달래는 데는 꽤 좋았다. 심지어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다.“심선생께서 왕비께 우리가 실종되었다고 편지를 보냈을까요?” 장대성이 물었다.“아마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곳곳에 표식을 남겼으니 대사형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야.” 사여묵은 칼로 작은 구멍을 파고, 먹고 남은 뼈를 뱉어 땅에 묻었다.왕비를 언급하자마자, 사여묵에게 송석석을 향한 그리움이 다시 물밀듯 밀려왔다. “일이 끝나면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진성으로 돌아간다." “당연합니다!” 장대성이 말했다.사여묵은 나무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석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그는 송석석이 노주에 있고 심지어 이 산에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산에서의 거리로 보면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긴 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0화

    시만자는 송석석이 이전보다 확실히 살이 많이 빠진 듯한 것 같다고 느꼈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그녀가 안타까워, 꼭 안으며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대고 말했다. “내 어깨를 빌려줄게. 울면 조금은 나아질거야.”송석석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쳐내더니 급히 일어나 작은 개울을 뛰어넘어 몇 걸음 더 달려가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췄다.나무 줄기에는 뚜렷하게 매화꽃이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그 완전한 매화꽃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완전한 꽃 형태라 하더라도, 나무 줄기와 매화 표식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 표식은 확실히 대사형과 몽동이가 발견한 것보다 더 오래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발견하긴 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과 같았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만자, 너희는 먼저 산을 내려가. 나는 이 산을 조금 더 돌아볼게. 이렇게 흔적을 남겼으니 아마 더 있을 거야.”시만자가 놀라며 송석석의 머리를 한 대 탁 치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우리는 함께 가고 함께 남는 거야. 가고 싶으면 같이 가고, 머물고 싶으면 같이 머물어."“그치만 식량이 부족하잖아.” 송석석이 말했다.“그럼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면 되지.” 그러자 시만자가 그녀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말했다. “시경님과 장대성도 그렇게 살아남았을 거야.”송석석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사여묵과 장대성이 이 산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가지고 올라온 식량이 다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산에는 열매도 별로 없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끼나 산닭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이 길에서 송석석은 그런 생물들을 꽤 많이 봤고, 서쪽 산 중턱에, 수염이 덥수룩한 두 명의 남자가 작은 동굴에 앉아 갓 구운 야생 토끼를 잡아먹고 있었다.이 두사람의 옷은 이미 더러워졌고, 온 몸엔 기름기가 가득했으며, 머리는 매우 헝클어져 있었다.다행히 얼굴은 마침 오늘 근처에서 발견한 작은 샘에서 씻을 수 있었기에 덜 지저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9화

    송석석은 현재로서는 산에 들어가서 직접 찾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사숙이 하루 이틀 내로 도착할 것이지만, 그들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장 멍청한 방법으로 찾는 것뿐이었다.2월 중순의 날씨는 여전히 매우 추웠다. 북쪽의 매섭게 부는 건조한 바람은 없었지만, 초봄의 습한 추위가 더 괴로웠다. 이 습한 추위야 말로 산 속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쉴 틈없이 그들을 에워쌌고, 송석석은 그로 인해 원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더욱더 심해지는 것만 같았다.송석석은 밤새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걱정이 물밀 듯 밀려왔다. ‘대사형이 표식을 발견했지만 이미 며칠 전의 일이잖아. 이 며칠 동안 그들이 산 속에서 다른 위험을 만났으면? 대석촌 사람들에게 들켜서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 깊은 산 속에서 아무리 살육이 일어난다 해도,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비록 내일 산에 들어가면 체력이 많이 소모될 것임을 알기에 충분한 쉼을 취해야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송석석은 아침 해가 다 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아침 일찍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할 때, 미리 산에 들어갈 때 필요한 식량을 사러 갔다. 돌아갔을 때는 모두가 일어나 있었을 때였다. 그들은 세 무리로 나누어 산에 들어갔다.매산 소분대가 한 대열을 이루고, 필명이 이끄는 서른 명의 현갑군이 한 대열을 이루며, 대사형이 이끄는 스무 명의 현갑군이 또 다른 대열을 이루었다.매산 소분대는 사실 시만자, 신신, 만두, 몽동이, 홍현과 두 명의 사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그 중, 만두와 몽동이만 남자였고 나머지 모두 여성이었다.어젯밤, 만두와 몽동이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두는 몽동이가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그를 향해 교란자라는 별명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몽동이 또한 만두가 많이 차분해졌으며 핼쑥해진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뚱만두라고 부를 수 없다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8화

    송석석 일행은 상인의 신분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노주에 갔다. 송석석은 먼저 대석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후, 대사형과 몽동이를 만날 생각이었다.그녀는 금관성 안의 눈에 띄는 곳에 매화꽃을 그려 표식을 남겼다. 그리고 그 표식을 통해 그들이 묵을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그날 밤, 대사형과 몽동이가 찾아왔다. 두 사람의 얼굴이 먼지투성이였고, 옷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재빨리 정리하려 했지만, 신발엔 아직 털리지 않은 흙과 먼지가 가득했다. 그들이 산을 막 떠나 온 것이 분명했다.오는 내내 걱정이 많았던 송석석은 안부를 물어볼 새도 없이 대사형에게 급히 상황을 물었다.심청화가 먼저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너희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 그들과 정말 연락이 끊겼고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석촌 남쪽의 오래된 숲에서 사여묵이 남긴 표식을 발견했지. 그들이 그곳에 잠시 머물렀던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아마 며칠 전 일이었을 게야."그는 송석석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이 소식을 먼저 전한 후에 두 사람의 실종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리는 황제의 밀보를 받았다. 산에 들어가서 어디에 식량과 무기가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라는 명을 받았지."그래서 그들이 편지를 받았을 때 사실은 황제의 명령을 받고 조사를 가기로 했던 것이다.사여묵은 원래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가는 것을 반대했다. 무작정 산으로 들어가 조사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 마치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그는 차라리 그들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며 누가 그들과 접촉하고 누가 식량을 가져다주는지, 얼마나 가져오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위험도 더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또한 그는 식량이 산에 많이 숨겨져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겨우 겨울을 나기 위한 정도이고, 봄이 되면 다시 식량을 보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결국 몇 천 명이 먹을 식량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양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하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7화

    송석석은 장장 반 시진 동안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진성을 떠날 이유가 필요했기에 말을 타고 궁으로 향했다. 숙청제는 사여묵이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첫 번째 편지에는 한 마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며, 그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사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숙청제는 비밀 명령을 내려 사여묵에게 산으로 가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두 번째 편지에서는 그들이 산에 들어갔으나 방어가 철저하고, 사병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무기와 군량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숙청제는 다시 명령을 내려 무기와 군량을 찾아 모조리 없앨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끊겨 버렸다.숙청제는 사실 조금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여러 산을 조사하고 있는데 사병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무림 고수들이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충분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무기를 모두 찾아내 없앤다면, 그 즉시 도적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군을 근처에서 발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큰 소동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피를 볼 일도 적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송석석으로부터 그들이 보름동안 소식이 없다는 말을 듣자, 그도 매우 불안하고 초조했다. 소식이 없다는 것은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숙청제는 송석석에게 명령을 내려 사람들을 데리고 금관성에 가서 한 차례 공단 비단을 운반해 오라고 지시했다. 그 비단은 서경에 전달될 것이니 실수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듯이, 금관성의 외곽에는 산적과 도적들이 많았다. 그 지역은 산이 많았기 때문에, 산적들이 산을 점령한 뒤 상인들의 행렬을 습격하는 일 또한 많았던 것이다.따라서 송석석이 현갑군을 이끌고 가는 것은 명분이 정당했다.그러나 실지적으로 공단을 호위하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6화

    송석석은 명희의 손을 꼭 잡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의 가족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시만자와 신신은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난 후, 시만자는 보주에게 명희를 데리고 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시만자가 물었다."왜 명희에게 가족을 보호하라고 했어? 차라리 명희에게 가족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려주지. 그렇지 않으면 평생 그 굴레에 갇히게 될 거 아냐."송석석은 물을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그녀의 차분한 눈빛 속에는 약간의 슬픔을 담겨있었다."이 일은 그저 명희만의 사례가 아니야. 많은 백성의 집안이 이렇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딸이나 여동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거야. 그들에겐 그게 아주 잔인한 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들은 딸을 어린 신부로 팔거나, 부잣집 자제에 시집을 보내는 것이 그저 한 가지 출구라고 여길 뿐이거든.그녀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실 아들 결혼을 위해 딸을 팔아버리는 일도 흔해. 최소한 명희의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들은 은화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어. 어머니는 장사를 하고, 아버지는 농가에서 노동을 했지. 심지어 위험을 감수하며 약초를 캐러 가셨잖아. 나는 그들이 명희를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아니었으면 명희를 서원에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시만자가 말했다."하지만 명희의 큰오빠와 큰형수는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셋째 오빠는 결혼을 위해 명희를 팔았어. 정말 다들 너무 이기적인데, 명희가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어?"송석석은 대답했다. "가족과 단절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특히 명희는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모님의 상태도 걱정해야 하잖아. 아직 열한 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없을거야. 우리는 지금 명희의 마음속에 증오를 심을 필요가 없어. 나이가 들고 조금 더 성장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5화

    송석석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나서야 대충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명희의 부모는 셋째 아들의 혼사를 준비하기 위해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갔다. 겨울철이라 산짐승이 동면에 들어간 틈을 타 가파른 산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좋은 약초는 대부분 험준한 산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며칠간 연달아 산에 오르다 보니 부부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명희의 어머니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이를 붙잡으려던 명희의 아버지마저 함께 굴러 떨어졌다.다행히 약초를 캐던 사람이 마침 그 길을 지나가 그들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산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 사람은 허리를 다쳤고 다른 사람은 다리가 부러졌다. 앞으로는 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치료도 계속 받아야 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게다가 셋째 아들의 혼례가 다가오면서 그 입버릇처럼 가족의 단합을 말하던 명희는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명희의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송석석이 물었다."아니, 그들은 몰라. 그녀의 부모님은 기와집에 살지 않고, 낡은 헌 집으로 실려 가서 거기서 요양하고 계시대.""다른 가족들은 그녀를 파는 것에 동의했어?" "모르겠어. 다만 그녀의 큰오빠가 이미 5냥으로 거래를 끝냈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이미 집에 찾아왔었는데, 내가 발 빠르게 먼저 데려온 덕에 다행히 막을 수 있었어."송석석이 다시 말했다."이 일은 양 마마에게 맡기자. 양 마마가 가서 처리하게 하고 너는 따라가기만 하면 돼. 절대 그들에게 화를 내지 말고 다투지도 마. 알겠지?"신신은 황실에 있는 동안 시만자가 그들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대낮에 공개적으로 때리면 안 된다. 반드시 몰래 때리고, 누가 때렸는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신신이 대답했다."오늘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4화

    송석석은 훈장으로서 다른 것은 가르칠 수 없어도 무술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했기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무술을 배울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신체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무술 말이다.그 말을 듣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무술은 타고난 자질이 중요한 법이기에 배우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송석석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차라리 수업을 하나 더 만들어 힘과 민첩성을 키우는 연습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진정으로 무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신중히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신신이 시만자가 현갑군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송석석을 졸라댔다.“나도 여학에 와서 가르치면 안돼? 나를 여교두로 임명해줘. 응? 제발!”송석석은 신신의 바람대로 해주었고,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가르치기로 했다. 평소 수업 중 한 시간 정도는 신신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었다.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무술을 배울 열 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농가 출신이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나중에 생계가 어려워질 경우 아가씨들의 호위로 나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몸을 팔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적지 않다는 이유였다.그중 명십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지었고, 집안에 글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녀의 이름조차도 형제자매의 순서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사촌들과 합쳐 총 열일곱명이 있는 집안에 막내였기 때문에 명십칠이라 불렸다.원래 그녀의 집에서는 딸에게 글을 배우게 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장사를 하다 늘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속는 일이 많아진 뒤로, 글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 이런 기회가 생기자 당연히 망설임 없이 딸을 여학에 보낸 것이다.명십칠은 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3화

    제상서는 방문객을 모두 사양했지만, 직접 대부인과 함께 송석석을 방문했다.송석석은 평소처럼 그들을 맞이했다. 제상서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대신 염선생이 그와 대화를 나눈 후, 대부인을 곁채로 안내하여 차를 대접했다.대부인은 지난 일년여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은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이전처럼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신이 상서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종부로서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늘 자신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그녀가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듯했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적당히 넘기는 법을 배운 것이다.대부인은 딸을 잘 교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석석에게 사과하며 말했다."저는 한평생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대로 해낸 일이 거의 없더군요.”"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평생 단 한 가지라도 잘해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에게나 인생의 결핍은 있기 마련이지요. 앞으로는 자신을 더 잘 돌보면 될 일입니다."제대부인은 깊이 있고 차분한 눈빛으로 답했다."그렇습니다, 스스로를 더 잘 돌보는 것이 곧 삶을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니까요."송석석은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부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이를 해냈다는 사실이 정말로 대단하게 여겨졌다."참, 제제사께서 찾으라고 하신 분은 제가 이미 수소문 중입니다. 소식이 생기면 바로 알려드리겠다고 전해주세요."제대부인은 그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과감함과 약속을 지키는 굳건함에 깊은 감탄을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낮추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왕비님."사실 제제사가 찾고자 한 사람을 송석석이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홍현과 그들을 시켜 그 사람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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