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72화

Author: 유애
사건이 상주 된 후, 황제는 이상주를 어사로 임명하고 그의 일행들을 비주로 보내어 사건을 조사하도록 명하였다. 청작 역시 그 일행에 동행했다.

재심에 더하여 황제께서 흠차를 보냈고, 게다가 형부의 상서가 직접 나서는 것이어서 분노한 백성들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는 있었다.

심청화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려 사건의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학자들이 전에 올렸던 글들은 모두 백성들의 분노 때문이었다.

죽은 자를 위해 정의를 외치며 부권이 도전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심청화가 나서서 의문점을 제기하고 나니 그들도 하나둘씩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만, 확신에 찬 말투는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흠차가 조사를 마친 후에는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고인에게 명복을 전할 뿐이었다.

이것은 연왕부는 꿈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재검토가 통과되거나 재심으로 넘겨져도 사여묵은 결국 명성을 잃고 대리사 경 자리조차 위태로워질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흠차를 파견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내가 사여묵을 과소평가했구나."

연왕의 목소리는 듣기 몹시 섬뜩했다.

"대장님, 염려 마십시오. 누가 가더라도 선충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밝혀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여묵과는 무관해질 것이다. 그 여인이 참형에 처해지든 아니든, 모두 흠차가 정한 죄목이 된다. 이번 흠차는 형부의 이상주라 그가 일단 죄를 확정 지으면 대리사에 보고할 필요도 없이 즉시 처형될 것이다. 나중에 중독되었음이 밝혀지더라도 사여묵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이씨 가문과 맞서고 싶지는 않았다. 이씨 가문 수민이 궁에 있었고 대부분 가족이 관직에 올라 있어 사건을 깊이 파헤치기라도 한다면 그가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슨 일이든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그는 이미 몇 년이나 기다렸으니 이 시점에서 실수가 있으면 절대로 안 된다.

"선충만 밝혀지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비주지부는 연루되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3화

    청작이 선충의 위력을 검증하고자 사람을 시켜 닭 한 마리를 가져오게 했다. 그 닭에게 선충을 먹인 후, 약을 태워 선충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닭은 미친 듯이 날뛰며 사람을 보기만 하면 쪼아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하늘을 날았는데 사납기 그지없었다.가장 유명한 싸움닭과 붙여도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알을 다 쪼아버렸다.청작이 다시 약을 태우자 비로소 진정되었고 천천히 선충을 토해낼 수 있었다. “'구혼선충'이라 불리는 이 성충은 사람이 조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 씨가 복용했을 때는 부화하지 않은 상태였고 고온에서는 죽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성충은 혈관을 따라 곧바로 뇌로 향하는데, 보통 반년 정도 걸리지요. 이는 허 씨의 자백과 일치합니다. 그렇게 성숙해진 선충은 약내를 맡거나 조종을 당하면 발광하게 되지요.”청작의 말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그때, 이상주가 나섰다.“그러니 이 사건은 누군가 그들 일가를 해치려고 치밀하게 계획된 것입니다. 양 씨는 단지 그들의 무기였을 뿐 그녀 또한 피해자이지요.”그 말에 군중이 술렁였다.청작은 현장을 정리하던 중 여전히 공포에 질린 허 씨를 토닥였다.“천만다행입니다. 독을 넣은 자는 누군가가 선충을 빼낼 수 있을 것란 걸 몰랐을 겁니다. 하여 관련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에 당신을 처리하지 않았을 겁니다. 양 씨의 오랜 주치의를 담당했던 당신이 해를 당하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깐요. 금괴 한 덩이,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허 씨는 그만 자리에 털썩 앉고 말았다.어느새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렸다.청작이 보낸 비둘기도 북명왕부로 돌아왔는데, 그 곳에는 순조롭게 시작되었고, 차근차근 추적해 나가는 중이라는 짧은 몇마디만 적혀 있었다. 이는 이상주가 금방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임무를 받고 떠난 청작이기에 무의식중에라도 이상주에게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배후가 있다는 것을 흘렸을 게 분명했다. 워낙 뜨거운 열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4화

    잠시 후 사여묵이 란이의 안부를 물었다."그녀는 요즘 어떠하오? 기분은 괜찮소? 양소가 파면된 후에는 자중하고 있다고 하오?"그러자 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참사랑이라고 하는데 자제가 되겠습니까? 자중은커녕, 이제는 란이 방에도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참사랑?" 사여묵이 눈살을 찌푸렸다. "제멋대로 붙이는군! 또 다른 첩이 있지 않소? 청관의 몸값을 지불했던 그 상인의 여식 말이오.""아, 문 씨가 시집온 후로 그의 얼굴은 몇 번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송석석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라 자수 하는 것을 멈췄다. "문 씨는 올해 겨우 열일곱입니다. 그녀의 집안과 승은백부의 격차로 보아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녀 또한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희생양이 아니겠습니까? 그녀도 양소의 측실은 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그때 량 마마가 직접 상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밖에서는 모두 그녀가 스스로 그렇게 했다고들 말했습니다.""문 씨가 신분을 높이려고 스스로 승은백부에 첩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가 한 여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겠느냐? 어쩌면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검소하게 살고 싶었을지도 모를 텐데, 그 또한 누가 신경이나 쓰겠느냐?"그녀의 말에 사여묵은 가슴이 뭉클해졌다."두 사람이 거의 만난 적도 없었을 텐데 대신 말까지 해주다니… 진정으로 그 여인을 공감해 주는 모습이 보기가 좋군요.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지만, 사실 여인을 가장 천하게 여기는 자들이 있소."순간 멈칫하던 송석석은 문득 이방을 떠올렸다.이방은 송석석앞에서 자신이 여인들의 모범상이라 칭하며 여인들을 위해 소리를 높여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 깊이 여인을 경멸하고 있었다.그때 보주가 다가와 보고했다."석소 사매가 오셨습니다.""어서, 화청으로 모셔라." 송석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5화

    보주가 급히 달려가 차를 들고 와 석소 사저에게 천천히 차를 따랐다. 그녀는 한 잔을 비우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란이는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그를 막지 않았다. 젊은 부부라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말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때까지는 란이가 좋은 기분으로 지내기를 바랐다. 적어도 밤마다 혼자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아니냐.”송석석은 손에 땀을 쥐었다.“그가 란이를 나무랐습니까?”“나무라기만 했다면 내가 그를 때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란이를 밀어버렸고 그 충격에 란이의 배가 그만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란이는 고통을 삼키며 식은땀만 흘렸단다. 그래서 내가 그를 패버린 것이다.”“란이를 밀었단 말입니까? 지금 란이는 괜찮습니까?” 송석석이 다급히 물었다.“부의가 살펴보더니 태기가 다쳐서 한 달 동안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석소 사저는 다시 차를 들이키고 말했다.“란이가 계속 어머니를 찾아서 나는 그들을 모셔 오려고 회왕부에 갔었다.”말을 하다 멈춘 석소 사저 때문에 모두 초조해졌다. 마음이 급해진 송석석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란이 보러 왔습니까?”“오지 않았다!” 석소 사저는 다시 한 잔 비웠다.“오늘 하루동안 너무 갈증이 났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회왕비는 오고 싶어 했지만, 회왕은 거기에 가게 된다면 량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만약 책임을 묻는 날에 승은백부는 어떤 태도로 나올지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상의만 하다 어차피 의사도 안정을 취하면 괜찮다고 하였으니 며칠 후에 방문하겠다고 하셨다. 적어도 오늘의 소란을 피하고 며칠 뒤에 찾아가면 오늘 일과는 무관하게 될 테니까.”“이게 무슨 개소리냐!” 문밖에서 갑자기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혜태비와 고 씨 유모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는데, 혜태비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자기 딸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부모가 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6화

    그러자 늘 태비 곁을 지켰던 정심도 동행하려 했다. 하지만 송석석이 그녀를 불러 세우며 말했다. “내 방에 사람이 부족하니, 너는 가지말고 내 시중을 들 거라.”발걸음을 멈춘 정심의 눈동자에 잠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왕비께서 무언가 알아챈 것일까?’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예!”정심의 생각과 달리 송석석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차 있었다.“어머님께서 네 머리 빗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구나. 이제부터 내 머리를 너에게 맡기겠다.”미소를 머금은 송석석의 얼굴을 마주한 정심이 놀라 물었다.“보주가 항상 왕비님의 머리를 빗겨드리는 것을 보았는데 제가 혹 보주의 일을 낚아챈 기분이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보주에게는 다른 일을 맡길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정심은 그제서야 안심하며 제안을 승낙했다.“알겠습니다. 태비께서 허락하신다면, 저는 매화원에서 왕비님을 모시겠습니다.”그녀는 살짝 북명왕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한편,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승은백부는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혜태비가 오자 승은백 부부와 다른 방의 노부인들이 모두 나와 혜태비를 맞이했다.혜태비는 온화한 말투였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조카인 영안 군주를 보러 온 것이다.”그녀의 등장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은 사실 오늘 회왕 부부가 문책이라도 하러 올까 두려워 하루 종일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어서도 회왕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기에 그제야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막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에 혜태비가 찾아온 것이다. 이루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당혹감이었다.혜태비는 잘 구슬리면 금방 넘어오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승은백 부인은 잘 알고 있었다.자리에 앉은 혜태비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돌아가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7화

    란이는 혜태비의 따뜻한 목소리에 눈물이 계속 흘러 내렸다. 잠시 후 석소 사저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였지만, 란이의 곁에 있던 시녀도 함께 울음을 터뜨려 결국 다시 한번 설명하게 되었다.“세자께서 파면된 이후, 연유도 감금되었지만, 우리 군주께서는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습니다. 세자는 모든 잘못을 다 군주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노태부인께 문안을 드리러 갔을 때 두 번이나 군주를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시며 헛소문을 퍼뜨려 그가 어사에게 참소되게 만들었다고 비난하셨습니다. 비록 부인께서 군주를 보호하셨지만, 노태부인은 세자님을 옹호하며 아가씨가 비록 군주라 하더라도 이미 승은백부에 시집왔으니 남편을 하늘로 여겨야 하며, 외부에는 남편에 대한 불평을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만 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실부인의 본분을 잊게 된다고 말입니다. 오늘 일도 분명히 연유가 먼저 도발하였고 군주께서는 시선 한 번만 주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녀가 스스로 계단에서 넘어졌는데도 세자는 군주를 책망했고 결국엔 밀치기까지 했습니다.”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탁자의 모서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부딪혔습니다.”혜태비와 시만자는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화리목으로 만든 탁자의 모서리는 둥글게 깎여 있긴 했지만 복부에 부딪혔으니 찢어지게 아팠을 것이다. 태기만 다쳤을 뿐 유산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태어날 아기의 운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만자!” 가만히 듣고 있던 혜태비는 화가 잔뜩 나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당장 연유를 화청으로 끌고 오거라. 승은백부의 사람들에게 이 천한 것이 과연 이 집에 남아 있을 가치가 있는지 내가 제대로 물어봐야겠다.”석소 사저와 아라 사저는 승은백부에 남아 있어야 했기 때문에, 사람을 데려오는 일은 시만자가 맡는 것이 적합했다.“그럼, 량소는요?” 시만자가 묻자, 혜태비가 살짝 흘겼다.“연유가 내 손에 붙잡혀 있는데, 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고개를 끄덕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8화

    마차 안에서 시만자는 송석석의 말을 전했다. 승은백부에 도착한 후, 먼저 예를 갖추고 그다음 강경하게 나가라고 했다. 란이의 상황부터 살펴본 후에 가장 강한 위엄을 드러내어 승은백부의 모든 사람, 그 노부인을 제압하라는 것이었다..시만자는 계획대로 연유를 끌고 바닥에 쓰러뜨리며 말했다.“하찮은 존재가 감히 군주 앞에서 술수를 부리다니! 아무도 군주를 위해 나서지 않고, 모두 이 천한 계집만 두둔했습니다. 태비님, 청컨대 결정을 내려주십시오!”승은백부인도 평소에 연유가 탐탁지 않았는데 그녀가 아들의 마음을 이미 사로잡았고, 그 아들은 노태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허락한 것이었다.시만자에게 발로 차이고 바닥에 버려진 그녀의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혜태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승은백부의 규율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궁에서는 만약 빈이 황후를 모욕하거나 누명을 씌우면, 즉시 처단하거나 독주를 내린다. 승은백부는 그렇지 않으냐? 판자정도는 있겠지?.”승은백은 혜태비가 오늘 군주를 위해 나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혜태비는 항상 타인의 집안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니 이는 북명왕비, 송석석의 뜻일 것이 분명했다. 송석석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승은백부의 내정을 간섭한다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겠지만, 혜태비는 달랐다. 그녀는 태비이고, 선제와 회왕이 형제였기에 군주의 친정을 대표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적합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연유를 경멸하게 된 승은백은 혜태비의 말을 듣자마자 즉시 명령했다, “여봐라, 이 천한 계집을 당장 끌어내거라!”오만방자하던 연유는 바닥을 뒹굴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몸을 떨면서도 체면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시만자의 거침없는 발길질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들었지? 너는 개처럼 끌려 나갈 것이다.”시만자의 무서움에도 연유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완강하게 외쳤다.“너희 권문세가들은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구나. 나를 죽인다 해도 절대 뜻을 이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79화

    표정이 급변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승은백이 급히 만류했다.“어머니, 천천히 말씀하시지…”“입 다물어라, 이 무능한 자식, 이제 집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있는데 넌 왜 약한 척만 하고 있느냐?” 노태부인, 조월순은 분노에 차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저리 비켜라!”그녀는 걸어가서 자리에 앉으며 숨을 고르고, 혜태비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소, “상하구분말입니까? 군주라 할지라도 이미 우리 승은백부에 시집왔으니, 우리 집의 며느리지요. 여인은 집에서 부친을 따르고, 출가하면 남편을 따르는 법입니다. 사소한 문제로 북명왕비를 부추겨 자기 남편을 참소하게 만들었지요. 첩을 두지 않는 가문은 없습니다. 좋은 건 배우지 않고, 못된 것만 심통히도 하고 있네요.”혜태비의 둥근 눈이 번뜩였다. ‘뭐? 감히 송석석을 들먹여? 지금 내 며느리를 말하는 거야? 정말 시집오기 전부터 그녀 편을 들어주던 그 며느리를 말하는 거지? “쨍그랑!” 혜태비의 찻잔이 바닥에 던져버렸다. 흰색 도자기 잔이 산산조각 나고 분노에 찬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네 뺨을 때리게 만들지 말거라!”갑작스러운 광경에 모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조월순조차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혜태비가 이토록 자기 형상을 신경 쓰지 않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리에서 일어선 혜태비는 조월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치켜 올리며 입을 열었다.“손자를 형펀없게 키워놓고도 감히 함부로 떠들어? 란이가 내 며느리를 부추겨 이 못된 놈을 참소했다고? 네 두 눈으로 봤느냐? 두 귀로 들었느냐? 오늘 그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내가 이 승은백부를 부숴버릴 것이다.”“너… 너…” 화가 난 조월순은 입술마저 떨리기 시작했다.“여기는 승은백부입니다. 어찌 감히 이런 망언을 하십니까?”혜태비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망언이면 뭐? 너 같은 삼품 숙인이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이리 뻔뻔할 수 있느냐? 존비를 따지자면, 정1품 군주 앞에서도 절해야 하거늘, 하물며 내 며느리는 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80화

    조월순은 눈앞이 캄캄졌다. 너무나 약이 올라 금방이라도 돌아갈 것 같았다.휘청거리다가 겨우 제정신을 차린 그녀는 혜태비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바… 반.. 반드시 궁에 들어가 태비님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 아뢸 겁니다!”“알려라, 악녀야!” 혜태비는 고개를 높게 쳐들었다.“태후는 내 언니다. 하지만 이치를 따지는 사람이지. 네가 란이를 괴롭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작위조차 박탈해 버릴지도 모르니, 그때는 고명 숙인이 아니라 평민이 될 터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작위를 박탈한다고?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리 말하는 것입니까?”완전히 격분한 조월순은 지팡이를 던져버리며 혜태비를 밀쳤다. 혜태비는 그 힘으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네가 감히 내게 손을 대? 승은백부이 감히 위아래도 없이 나를 능멸하는 게냐?”순간 승은백부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을 호되게 꾸짖던 혜태비가 억울함을 당한 며느리처럼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사실, 이미 반 시간 전에 송석석과 사여묵은 마차에 올라 승은백부로 향하고 있었다. 송석석이 직접 나서서 개입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긴 했지만 자신의 어머님이 괴롭힘을 당했다면 말은 달라진다. 바로 이 점은 그녀가 시만자에게 당부한 것이었다. 먼저 호되게 꾸짖거나 때려도 된다며 그들을 화나게 한 다음, 기회를 틈타 쓰러지면 그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아라 사저도 혜태비가 시만자더러 연유를 잡아 오라고 명했을 때 이미 회왕부로 가서 혜태비가 승은백부에서 소란는 소식을 알렸다.그 말에 회왕부부는 크게 놀랐다. 혜태비의 성격상, 소란을 피우게 된다면 두 집안이 원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회왕비는 전부터 딸을 보고 싶어 했었지만 회왕이 계속해서 이를 막았던 것이다. 두 집안이 원수가 될까 두려웠던 회왕은 급히 마차를 준비하여 승은백부로 향했다.그렇게 두 대의 마차는 거의 동시에 승은백부 문 앞에 도착했다.마차에서 내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0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9화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8화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7화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6화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5화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4화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3화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2화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