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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그러자 늘 태비 곁을 지켰던 정심도 동행하려 했다. 하지만 송석석이 그녀를 불러 세우며 말했다.

“내 방에 사람이 부족하니, 너는 가지말고 내 시중을 들 거라.”

발걸음을 멈춘 정심의 눈동자에 잠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왕비께서 무언가 알아챈 것일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정심의 생각과 달리 송석석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가득차 있었다.

“어머님께서 네 머리 빗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구나. 이제부터 내 머리를 너에게 맡기겠다.”

미소를 머금은 송석석의 얼굴을 마주한 정심이 놀라 물었다.

“보주가 항상 왕비님의 머리를 빗겨드리는 것을 보았는데 제가 혹 보주의 일을 낚아챈 기분이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보주에게는 다른 일을 맡길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정심은 그제서야 안심하며 제안을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태비께서 허락하신다면, 저는 매화원에서 왕비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녀는 살짝 북명왕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승은백부는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혜태비가 오자 승은백 부부와 다른 방의 노부인들이 모두 나와 혜태비를 맞이했다.

혜태비는 온화한 말투였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조카인 영안 군주를 보러 온 것이다.”

그녀의 등장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은 사실 오늘 회왕 부부가 문책이라도 하러 올까 두려워 하루 종일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어서도 회왕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기에 그제야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막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에 혜태비가 찾아온 것이다.

이루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당혹감이었다.

혜태비는 잘 구슬리면 금방 넘어오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승은백 부인은 잘 알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혜태비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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