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571 챕터

제301화

장공주와 가의군주의 얼굴빛이 즉시 어두워졌다.평소 문예를 흉내 내는 것을 즐겼던 장공주는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를 거의 손에 넣을 뻔했지만, 망가지는 바람에 모두의 웃음 거리가 되고 말았다.'냉매도'때문에 그녀는 심청화에 앙금을 품게 되었다. 그녀는 단지 문예를 흉내만 낼뿐 그림을 진심으로 즐기지는 않았기에 화가에게 대한 존경심도 없었다.구석쪽으로 쪼그리고 앉은 전소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유명한 사형을 둔 송석석을 못마땅해했다.장공주와 가의군주도 말이 없었다. 송석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했던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황제와 승상까지 참석했으니 얼마나 중요한 자리였을까? 헌데 그런 송석석을 숨어서 조롱하고 있었으니, 격조를 잃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아까 장공주와 가의군주의 비방에 맞장구를 쳤으니, 정말로 소인이 따로 없었다.회 왕비도 복잡한 얼굴이었다. 어색한 듯 쓴웃음을 지었고 초조한 나머지 안절 부절 못하고 있었다.혜 태비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두가 송석석을 향해 침을 튀기고 있을 때도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국공부에게 관심을 빼앗기게 되자 역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오늘, 갈아입을 옷들과 장신구를 준비한 그녀는 이제는 그럴 흥미도 잃은 것 같았다.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국공부에 가서 구경하고 싶었다. 초대를 받지 못했지만 남편이 그곳에 있으니, 적어도 쫓겨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목씨 부인은 아무도 말이 없자, 그제야 "아이고" 하며 탄식했다.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리자,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치며 입을 열었다.“제 정신 좀 보세요... 자칫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 뻔했네요. 제가 국공부에서 나올 때, 석석 아가씨께서는 제가 왕부에 올 걸 알고서는 혜 태비에게 '설산화'를 감상하시라고 챙겨주셨지요. '설산화'는 심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작품이랍니다. 거기에 계신 분들이 그림을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태비께 보낼 거라며 아가씨께서 얼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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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평양 후부 부인의 말에 혜 태비는 콧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오늘 일부러 송석석을 초대하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 위세를 보여주려는 것이었는데, 송석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사형의 걸작을 선물로 보내 주었다.고귀한 품성을 지닌 송석석은 아량도 넓어 기품이 넘쳐흘렀다. 그에 비해, 자신이 너무 속 좁게 행동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그녀는 자신을 부러운 시선을 바라보고 있는 주위의 반응에 송석석에 대한 호감이 조금 불어났다. 다만 아주 조금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그림을 본 장공주 모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자기 것이 아닌 이상 한 번은 깎아내리고 싶었다. 장공주는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에 쌓았던 좋은 이미지도 내팽개치고 말이다. “심청화의 실력은 매화꽃에서 드러납니다. 만약 그분께서 선물하려 했다면 매화도를 줬을 터인데 설산화를 준 것은 그저 대충 넘기려는 것 같습니다.”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불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 태비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매화다.”타격감 제로인 상대에 장공주는 무력감을 느꼈다. ‘매화도야말로 걸작인데, 이 어리석은 것이 무얼 알겠는가!’막 설산도를 감상하려는 그때, 노 집사가 급히 달려왔다. “태비께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는 걸 알고 함께 감상하시라고 국공부에서 몇 폭의 그림을 보내왔습니다. 태비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그러자 혜 태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인가? 얼른 안으로 들라 해라.”분위기는 한순간에 띄워졌다.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부유한 권세 가문 출신이었으며, 시화를 숭상하는 가문도 적지 않았다. 문관들의 부인들과 으리으리한 집안의 여인들도 간간히 보였다.시화는 고상한 취미였다. 그들은 당연히 최고의 그림을 보고 싶어 했다. 게다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기회이기도 했다.혜 태비는 모든 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물론, 그건 그녀만의 생각이었다. 진정한 주인공은 초대받지 못한 송석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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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제대로 한소리들은 장공주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콧방귀를 꼈다.“그림도 잘 알지 못하면서 이참에 기회를 잡은 모양이네요. 말조차 섞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소자는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혜 태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혜 태비는 그저 어리둥절했다.'이 늙은 여시가 또 왜 이러는 거지? 심기를 건드린 건 평양후부 노부인인데, 왜 나를 노려보는 거야?' 그녀 밑에서 많은 억울함을 당했고 더군다나 둘 사이에 장사도 얽혀 있으니, 그녀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감상하지 않으실는지요?"그러자 장공주는 그녀 옆으로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그녀는 은근 명령어로 말하고 있었다.“당연히 감상해야지요. 다만, 모든 이들이 돌아간 뒤에 이 그림들을 저에게 보내주시지요. 오늘 중으로 꼭 봐야겠어요.”그러고는 가의군주와 함께 떠났다. 그 광경에 전소환도 뒤를 따라갔다. 장공주의 부인들도 망설이다 일어섰다.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안만수의 손녀 안여옥은 넋을 잃은 채 하나하나 자세히 감상 중이었다. 마치 선 하나하나까지 마음속에 새기려 하는 듯했다.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혜 태비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노심초사 중이었다. 하여 방금 전의 신경전도 제대로 이해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장군부의 그 소녀에게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았다. 혹시라도 아들과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평생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침, 아들이 짝을 찾고 있는 시점에 놓인 가문에서는 전소환을 검은 명단에 올려버렸다. 독신으로 살지언정 저런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할 수는 없었다.한편, 한동안 그림을 감상하던 혜 태비는 점점 고민이 되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귀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혜 태비는 만약 장공주에게 보낸다면, 다시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았다.‘보낼 것인가, 보내지 않을 것인가?’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그 모녀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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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대청에 들어서자, 황제와 승상, 그리고 많은 대신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심지어 아들까지도 푸른 옷을 입은 준수한 외모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황제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다.혜 태비의 기분이 좋아졌다. 부인들에게 둘러싸여 칭송받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조정의 사람들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수많은 이들이 경의를 표하는 것을 보니 허영심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그 순간, 마차 안에서 고민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잊혀졌다.그녀는 모두에게 예를 갖춘 후 안내를 받으며 정좌로 이동했다.평생 무수한 영예를 누리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조정의 대신들과 전설적인 인물인 심청화의 경의를 받고 있으니, 그녀의 입이 저절로 귀에 걸렸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상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큰일이다. 송석석에 대한 호감이 또 한 조각 늘어난 것 같다.하인이 차를 올리자, 심청화가 송석석의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칭찬은 사람을 다루는 가장 좋은 무기다.”송석석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누가 사형에게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했던가?“결국 한 지붕 아래 있게 될 것이고 너의 시어머니이니, 다툼은 피해야 한다. 또한, 부인들과도 계속 교류해야 하니, 너를 위해 오늘 이 그림 전시를 준비했다. 사형의 뜻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는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송석석은 감동했지만 조금 어이없기도 했다. ‘사형에게 나는 무기만 휘두를 줄 사람인가?’매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그녀는 규칙을 배웠고, 전씨 가문에서 1년 동안 바르게 지냈다. 진성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지,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가급적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그녀가 충분히 감당할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서우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되었다.서우를 위해 그녀는 심신을 다스렸다. 세상 모든 것이 거슬리는 구석이 없었다. 오늘 혜 태비조차도 너무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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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사형의 마음을 받아들인 송석석이 농을 건넸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제가 팔지 않겠다고 하면 뒤에서 저를 욕할 테죠?”“그럴리가요.”병부상서, 이덕회가 크게 웃으며 덧붙였다.“감히 우리 송 장군님을 나무랄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런 자가 있다면 내가 혼 쭐을 내겠소.”젊고 출중한 장군을 어찌 욕할 수 있겠는가? 그녀를 욕하는 자는 곧 병부와 적대하는 것이 될 것이다.이덕회의 말에 밖에 있던 여인들이 토끼눈을 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송석석이 군공을 세웠다지만, 여자였기에 몇이나 되는 남자들이 진정으로 높이 평가했을까? 병부상서는 농담처럼 툭 던졌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장공주와 함께 그녀의 험담을 했던 부인들은 후회가 밀려왔다. 만약 그 말들이 송석석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남편이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송석석을 바라보고 있는 황제의 눈빛은 너무 투명했다. 그는 관산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석석아, 난 많이 바라지 않는다. 이 한 폭이면 어떠냐?”송석석은 몸을 낮추며 말했다. “폐하께서 마음에 드시는 것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제가 어찌 폐하의 은전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 바치는 마음으로 폐하께 드리겠나이다.”하지만 황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난 돈을 내고 사겠다. 나에게 선물하면 태부에게 선물하지 않고 되겠느냐? 태부에게 드리면 승상은 어찌할 것이냐? 그러면 부승상도 어찌할 것이냐? 내각의 신하들도 보고 있지 않느냐?”황제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서둘러 말했다. “저희는 사겠습니다. 페하께서는 그냥 받으십시오.”“너희들이 살 수 있는데 내가 못 사겠느냐?”황제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말해보아라, 이 관산도는 얼마냐?”송석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한 폭에 천 냥으로 팔겠나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모두 사가셔도 좋습니다.”사람들은 그녀가 높은 가격을 부를 줄 알았다. 심청화 선생의 그림은 천금을 주고도 사기 어렵기 때문에, 만 냥으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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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오늘 부인들이 송석석이 주목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질투가 나더라도, 심청화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기에 별수 없었다.심청화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상, 관료들도 송석석을 높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림을 사랑하는 태부, 안만수같은 경우, 심청화 선생의 작품을 더 얻고자 한다면, 송석석과 더 많은 교류를 할 것이다.황제와 승상, 그리고 병부상서 이덕회까지, 그들이 오늘 보여준 태도에서도 송석석을 얼마나 예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는 단지 심청화 선생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한때 아무 가치 없는 폐물로 여겨졌던 송석석이 궁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거듭났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서우도 황제와 여러 사람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나왔다. 송석석은 서애를 국공부의 미래 가주로서 일부러 얼굴을 비추게 한 것이다.작은 몸집이지만, 등은 곧게 펴고 있어, 송씨 가문의 아들들을 떠올리게 했다.그런 다음, 송석석은 혜 태비와 부인들을 모시고 차를 대접하러 이동했다. 지금에 와서 부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예전보다 훨씬 순한 맛이였다. 틈틈이 그녀를 칭찬하는 말들도 들을 수 있었다.물론 그녀도 진짜와 가짜를 분간할 줄 알았다. 사교란 게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이 그녀를 칭찬하면, 그녀도 칭찬해 주었다. 그야말로 빈틈없는 대응이었다. 흠잡을 데 하나 없었고, 오히려 세가의 대부인들보다도 더 적절하게 처신했다.혜 태비는 송석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오늘을 겪어보니, 송석석이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만약 그녀가 자신의 며느리가 아니었더라면, 송석석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자신의 며느리다.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본래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법. 아들이 뛰어나고 선제의 큰 신임을 받았다면 명문가 자제가 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하물며 송석석이야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그녀를 대단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마터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길 뻔했으니 말이다.그녀는 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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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화전이 끝난 후, 황제와 여러 대신들은 함께 기뻐하며 자리를 떠났다. 부인들 역시 차례로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 일을 겪으면서, 경성에서의 진국공부 위치는 누구도 흔들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황제가 친히 행차하신 것만으로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회 왕비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송석석은 혜 태비에게는 그림을 보냈으나, 그녀에게는 한 폭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방금 전 그림을 산 사람들은 황제와 조정의 관료들이었고, 남편이 오지 않았다. 여자인 그녀가 남자들과 함께 다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송석석은 그녀에게 한 폭이라도 보내며 오해를 풀려 했어야 했다.그러나 끝까지 아무 말 없었고, 그저 "이모님, 천천히 가세요."라는 인사만 했다.회 왕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래,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함께 돌계단을 내려오던 진 씨 부인은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고 입을 열었다. 호쾌한 성격의 그녀였기에 거침이 없었다.“아가씨께서 한 폭도 드리지 않았습니까? 왕비님은 그녀의 친이모이시지 않습니까?”회 왕비의 얼굴은 즉시 굳어졌고, 진 씨 부인은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줄행랑을 쳤다.그렇게 마차에 오른 회 왕비는 손수건을 꽉 쥐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란이와 함께 혜 태비의 연회에 참석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함께 국공부에 왔었으면 분명 그림 한 폭은 받았을 것이다.그녀만 웃음거리가 되었다. 진 씨 부인만 드러내고 표현했지만, 다른 이들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모로서 송석석이 이혼할 때 돕지 않았다고 수군거렸을 것이다.하지만 누가 그녀의 사정을 헤아리려 할까?모두들 왕비라면 분명 화려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회 왕은 겁이 많아 눈치 보기 바빴다. 그래서 그녀 또한 왕비로서 처지기만 했다.사실 그녀는 언니가 살아있을 때, 언니를 매우 부러워했다. 언니 집안 남자들은 모두 대범했다. 비록 전장에서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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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회 왕비는 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연 왕비를 끌어들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연 왕비도 이모 아니었느냐? 당시 혼인을 주선했던 사람도 연 왕비였다. 그런데 왜 코뺘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냐? 나만 냉정했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란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숙모님께서 어떤 상황에 처해 계신지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 몸이 편찮으셔서 오고 싶어도 오실 수 없으셨던 거예요. 게다가 연 왕부에서 숙모님은 권한이 없으시고, 측비가 집안을 장악하고 있어서 연 왕비님을 가둬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회 왕비는 한숨을 쉬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앞으로는 네가 석석이와 교류하는 걸로 하고, 나는 더 이상 오가지 않겠다. 앞으로 북명왕비가 될 사람이니 완전히 관계를 끊어선 안 된다. 너도 알겠지만, 왕비라고 해도, 신분이 다른 거란다. 네 아버지는 겁이 많아 일을 벌이지 않으려 하지만, 북명왕은 다르다. 병권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현갑군과 대리사를 관리하고 있는 실질적인 직책을 가진 사람이란 말이다.”란이는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아버지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선황제가 살아계셨을 때, 그들이 진성에 머물 수 있게 해준 것은 특벽히 혜택을 준 것이다.만약 아버지가 지금처럼 조용히 있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봉지로 보내졌을 것이고, 어명 없이는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으면서 늘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셨다. 그렇게 부부간에 골은 깊어지고, 집안에 평화가 사라질 뿐이다.회 왕비는 혜 태비가 초대했던 상설연에 대한 이야기도 간단하게 말했다. 자신은 그저 억울하다며 모두가 송석석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도와주고 싶었으나, 부왕의 성격 탓에 너무 많이 말하면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했다.또다시 회 왕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미간을 찌푸리던 란이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갔던 시녀에게 물어보러 갔다.알고 보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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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란이를 대문까지 배웅하던 송석석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 건넸다. “너무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 말고, 그들에게 무조건 잘 보이려 애쓰지 마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너를 특별히 더 소중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거야.”잠시 멈칫하던 란이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니, 제가 녹일 수 있을 겁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시녀의 부축을 받아 마차에 올랐다.그녀가 보였던 표정에 송석석은 왠지 모르게 몸에 한기가 느껴져,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추위를 느껴, 보주에게 따뜻한 주머니를 가져오게 했다.그러자 양마마가 물었다.“몸이 불편하신가요?”“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추워서요.”송석석이 대답했다.양마마는 그녀가 여우 털 망토를 두르고 있고 난방도 충분히 되어 있는데 왜 추위를 느끼는지 의아해했다. 그녀는 송석석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차가운 것을 보고 서우의 방에 있는 홍작 어른을 불러 맥을 짚어보게 하려 했다.송석석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양마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홍작 어른은 약상자를 메고 와서 송석석의 맥을 짚어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마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가씨의 맥은 아주 좋습니다. 예전 전장에서 입은 부상으로 남은 어혈도 이제 거의 다 나았습니다. 계속해서 천왕보심환을 드셔서 기혈을 보충하시면 됩니다.”“그런데 아가씨가 춥다고 하셔서요.” 양마마는 걱정스러워했다.“아마도 방금 바람을 맞아서 그런 것일 겁니다. 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무예를 익힌 분이라, 보통 사람보다 체력은 훨씬 좋습니다.”홍작 어른이 안심시켰다.양마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아가씨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처럼 나이 든 사람도 춥지 않은데, 왜 아가씨는 추위를 느낀다는 것일까? 방안은 이미 난방이 되어 있는데도, 아가씨가 따뜻한 주머니를 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수고 많으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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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약당으로 돌아온 홍작어른은 단신의에게 송석석이 연 왕비에 대해 물어본 일을 보고했다.“헛소리하지는 않았겠지?” 단신의는 다소 엄하게 물었다.“제가 어찌 감히 헛소리를 하겠습니까? 그저 지금 연 왕비께서 청목암에서 요양 중이라는 것만 전했습니다.”홍작이 펄쩍 뛰며 대답했다.단신의는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은 우리만 알고 일단 비밀로 묻어두기로 한다. 아무래도 식을 치른 후에야 말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알게 되면 틀림없이 달려갈 테니까.”홍작 어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심청화 선생이 시화로 페하까지 불러들였으니, 앞으로 진성에서 아무도 아가씨를 험담하지 못할 겁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연 왕부와의 갈등이 생기면 말썽이 끊이질 않을 겁니다.”“어쨌든 재혼에다가 높게 가는 처지라 질투의 대상이었지. 어제 화전이 열리면서 그 험담들을 씻어버렸고, 식이 무사히 치러지면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만 할 거다. 그러면 삶이 한결 나아질 테고.”홍작 어른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사부님도 이런 미신을 믿으시는군요?”단신의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냐? 우리가 의술만 배웠겠느냐? 의학, 점술, 천문학, 어느 하나라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운명이라는 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단다, 송씨 가문이 겪은 고난들을 생각해 보아라. 하늘이 그 집안만 골라서 시험에 들게 했던 것 같다. 좋은 말 많이 듣고, 쓸데없는 말썽 없이 무사히 식을 마치게 하려는 거다. 그래야 내 마음이 놓일 것 같구나.”“맞습니다, 맞아요.” 의술만 익혔던 홍작은 점술 방면은 청작만큼은 아니었다.안방에 앉은 단신의에게 제자가 차를 내왔지만, 마시지도 않고 그저 찻잔 속의 물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으며, 송회안 외에는 친구도 없었다.그는 송씨 가문의 아들들과 송석석을 자신의 여식처럼 여겼다. 송씨 가문이 그런 비참한 일을 당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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