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1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장공주와 가의군주의 얼굴빛이 즉시 어두워졌다.

평소 문예를 흉내 내는 것을 즐겼던 장공주는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를 거의 손에 넣을 뻔했지만, 망가지는 바람에 모두의 웃음 거리가 되고 말았다.

'냉매도'때문에 그녀는 심청화에 앙금을 품게 되었다.

그녀는 단지 문예를 흉내만 낼뿐 그림을 진심으로 즐기지는 않았기에 화가에게 대한 존경심도 없었다.

구석쪽으로 쪼그리고 앉은 전소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유명한 사형을 둔 송석석을 못마땅해했다.

장공주와 가의군주도 말이 없었다. 송석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했던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황제와 승상까지 참석했으니 얼마나 중요한 자리였을까?

헌데 그런 송석석을 숨어서 조롱하고 있었으니, 격조를 잃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아까 장공주와 가의군주의 비방에 맞장구를 쳤으니, 정말로 소인이 따로 없었다.

회 왕비도 복잡한 얼굴이었다. 어색한 듯 쓴웃음을 지었고 초조한 나머지 안절 부절 못하고 있었다.

혜 태비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두가 송석석을 향해 침을 튀기고 있을 때도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국공부에게 관심을 빼앗기게 되자 역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오늘, 갈아입을 옷들과 장신구를 준비한 그녀는 이제는 그럴 흥미도 잃은 것 같았다.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국공부에 가서 구경하고 싶었다. 초대를 받지 못했지만 남편이 그곳에 있으니, 적어도 쫓겨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목씨 부인은 아무도 말이 없자, 그제야 "아이고" 하며 탄식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리자,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치며 입을 열었다.

“제 정신 좀 보세요... 자칫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 뻔했네요. 제가 국공부에서 나올 때, 석석 아가씨께서는 제가 왕부에 올 걸 알고서는 혜 태비에게 '설산화'를 감상하시라고 챙겨주셨지요. '설산화'는 심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작품이랍니다. 거기에 계신 분들이 그림을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태비께 보낼 거라며 아가씨께서 얼른 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나영
시엄니~~이제 정신차리고 석이한테 붙어~~~~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2화

    평양 후부 부인의 말에 혜 태비는 콧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오늘 일부러 송석석을 초대하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 위세를 보여주려는 것이었는데, 송석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사형의 걸작을 선물로 보내 주었다.고귀한 품성을 지닌 송석석은 아량도 넓어 기품이 넘쳐흘렀다. 그에 비해, 자신이 너무 속 좁게 행동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그녀는 자신을 부러운 시선을 바라보고 있는 주위의 반응에 송석석에 대한 호감이 조금 불어났다. 다만 아주 조금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그림을 본 장공주 모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자기 것이 아닌 이상 한 번은 깎아내리고 싶었다. 장공주는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에 쌓았던 좋은 이미지도 내팽개치고 말이다. “심청화의 실력은 매화꽃에서 드러납니다. 만약 그분께서 선물하려 했다면 매화도를 줬을 터인데 설산화를 준 것은 그저 대충 넘기려는 것 같습니다.”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불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 태비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매화다.”타격감 제로인 상대에 장공주는 무력감을 느꼈다. ‘매화도야말로 걸작인데, 이 어리석은 것이 무얼 알겠는가!’막 설산도를 감상하려는 그때, 노 집사가 급히 달려왔다. “태비께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는 걸 알고 함께 감상하시라고 국공부에서 몇 폭의 그림을 보내왔습니다. 태비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그러자 혜 태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인가? 얼른 안으로 들라 해라.”분위기는 한순간에 띄워졌다.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부유한 권세 가문 출신이었으며, 시화를 숭상하는 가문도 적지 않았다. 문관들의 부인들과 으리으리한 집안의 여인들도 간간히 보였다.시화는 고상한 취미였다. 그들은 당연히 최고의 그림을 보고 싶어 했다. 게다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기회이기도 했다.혜 태비는 모든 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물론, 그건 그녀만의 생각이었다. 진정한 주인공은 초대받지 못한 송석석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3화

    제대로 한소리들은 장공주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콧방귀를 꼈다.“그림도 잘 알지 못하면서 이참에 기회를 잡은 모양이네요. 말조차 섞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소자는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혜 태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혜 태비는 그저 어리둥절했다.'이 늙은 여시가 또 왜 이러는 거지? 심기를 건드린 건 평양후부 노부인인데, 왜 나를 노려보는 거야?' 그녀 밑에서 많은 억울함을 당했고 더군다나 둘 사이에 장사도 얽혀 있으니, 그녀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감상하지 않으실는지요?"그러자 장공주는 그녀 옆으로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그녀는 은근 명령어로 말하고 있었다.“당연히 감상해야지요. 다만, 모든 이들이 돌아간 뒤에 이 그림들을 저에게 보내주시지요. 오늘 중으로 꼭 봐야겠어요.”그러고는 가의군주와 함께 떠났다. 그 광경에 전소환도 뒤를 따라갔다. 장공주의 부인들도 망설이다 일어섰다.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안만수의 손녀 안여옥은 넋을 잃은 채 하나하나 자세히 감상 중이었다. 마치 선 하나하나까지 마음속에 새기려 하는 듯했다.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혜 태비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노심초사 중이었다. 하여 방금 전의 신경전도 제대로 이해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장군부의 그 소녀에게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았다. 혹시라도 아들과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평생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침, 아들이 짝을 찾고 있는 시점에 놓인 가문에서는 전소환을 검은 명단에 올려버렸다. 독신으로 살지언정 저런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할 수는 없었다.한편, 한동안 그림을 감상하던 혜 태비는 점점 고민이 되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귀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혜 태비는 만약 장공주에게 보낸다면, 다시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았다.‘보낼 것인가, 보내지 않을 것인가?’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그 모녀는 사람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4화

    대청에 들어서자, 황제와 승상, 그리고 많은 대신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심지어 아들까지도 푸른 옷을 입은 준수한 외모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황제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다.혜 태비의 기분이 좋아졌다. 부인들에게 둘러싸여 칭송받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조정의 사람들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수많은 이들이 경의를 표하는 것을 보니 허영심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그 순간, 마차 안에서 고민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잊혀졌다.그녀는 모두에게 예를 갖춘 후 안내를 받으며 정좌로 이동했다.평생 무수한 영예를 누리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조정의 대신들과 전설적인 인물인 심청화의 경의를 받고 있으니, 그녀의 입이 저절로 귀에 걸렸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상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큰일이다. 송석석에 대한 호감이 또 한 조각 늘어난 것 같다.하인이 차를 올리자, 심청화가 송석석의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칭찬은 사람을 다루는 가장 좋은 무기다.”송석석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누가 사형에게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했던가?“결국 한 지붕 아래 있게 될 것이고 너의 시어머니이니, 다툼은 피해야 한다. 또한, 부인들과도 계속 교류해야 하니, 너를 위해 오늘 이 그림 전시를 준비했다. 사형의 뜻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는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송석석은 감동했지만 조금 어이없기도 했다. ‘사형에게 나는 무기만 휘두를 줄 사람인가?’매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그녀는 규칙을 배웠고, 전씨 가문에서 1년 동안 바르게 지냈다. 진성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지,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가급적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그녀가 충분히 감당할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서우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되었다.서우를 위해 그녀는 심신을 다스렸다. 세상 모든 것이 거슬리는 구석이 없었다. 오늘 혜 태비조차도 너무 예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5화

    사형의 마음을 받아들인 송석석이 농을 건넸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제가 팔지 않겠다고 하면 뒤에서 저를 욕할 테죠?”“그럴리가요.”병부상서, 이덕회가 크게 웃으며 덧붙였다.“감히 우리 송 장군님을 나무랄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런 자가 있다면 내가 혼 쭐을 내겠소.”젊고 출중한 장군을 어찌 욕할 수 있겠는가? 그녀를 욕하는 자는 곧 병부와 적대하는 것이 될 것이다.이덕회의 말에 밖에 있던 여인들이 토끼눈을 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송석석이 군공을 세웠다지만, 여자였기에 몇이나 되는 남자들이 진정으로 높이 평가했을까? 병부상서는 농담처럼 툭 던졌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장공주와 함께 그녀의 험담을 했던 부인들은 후회가 밀려왔다. 만약 그 말들이 송석석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남편이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송석석을 바라보고 있는 황제의 눈빛은 너무 투명했다. 그는 관산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석석아, 난 많이 바라지 않는다. 이 한 폭이면 어떠냐?”송석석은 몸을 낮추며 말했다. “폐하께서 마음에 드시는 것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제가 어찌 폐하의 은전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 바치는 마음으로 폐하께 드리겠나이다.”하지만 황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난 돈을 내고 사겠다. 나에게 선물하면 태부에게 선물하지 않고 되겠느냐? 태부에게 드리면 승상은 어찌할 것이냐? 그러면 부승상도 어찌할 것이냐? 내각의 신하들도 보고 있지 않느냐?”황제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서둘러 말했다. “저희는 사겠습니다. 페하께서는 그냥 받으십시오.”“너희들이 살 수 있는데 내가 못 사겠느냐?”황제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말해보아라, 이 관산도는 얼마냐?”송석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한 폭에 천 냥으로 팔겠나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모두 사가셔도 좋습니다.”사람들은 그녀가 높은 가격을 부를 줄 알았다. 심청화 선생의 그림은 천금을 주고도 사기 어렵기 때문에, 만 냥으로 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6화

    오늘 부인들이 송석석이 주목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질투가 나더라도, 심청화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기에 별수 없었다.심청화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상, 관료들도 송석석을 높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림을 사랑하는 태부, 안만수같은 경우, 심청화 선생의 작품을 더 얻고자 한다면, 송석석과 더 많은 교류를 할 것이다.황제와 승상, 그리고 병부상서 이덕회까지, 그들이 오늘 보여준 태도에서도 송석석을 얼마나 예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는 단지 심청화 선생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한때 아무 가치 없는 폐물로 여겨졌던 송석석이 궁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거듭났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서우도 황제와 여러 사람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나왔다. 송석석은 서애를 국공부의 미래 가주로서 일부러 얼굴을 비추게 한 것이다.작은 몸집이지만, 등은 곧게 펴고 있어, 송씨 가문의 아들들을 떠올리게 했다.그런 다음, 송석석은 혜 태비와 부인들을 모시고 차를 대접하러 이동했다. 지금에 와서 부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예전보다 훨씬 순한 맛이였다. 틈틈이 그녀를 칭찬하는 말들도 들을 수 있었다.물론 그녀도 진짜와 가짜를 분간할 줄 알았다. 사교란 게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이 그녀를 칭찬하면, 그녀도 칭찬해 주었다. 그야말로 빈틈없는 대응이었다. 흠잡을 데 하나 없었고, 오히려 세가의 대부인들보다도 더 적절하게 처신했다.혜 태비는 송석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오늘을 겪어보니, 송석석이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만약 그녀가 자신의 며느리가 아니었더라면, 송석석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자신의 며느리다.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본래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법. 아들이 뛰어나고 선제의 큰 신임을 받았다면 명문가 자제가 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하물며 송석석이야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그녀를 대단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마터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길 뻔했으니 말이다.그녀는 화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7화

    화전이 끝난 후, 황제와 여러 대신들은 함께 기뻐하며 자리를 떠났다. 부인들 역시 차례로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 일을 겪으면서, 경성에서의 진국공부 위치는 누구도 흔들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황제가 친히 행차하신 것만으로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회 왕비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송석석은 혜 태비에게는 그림을 보냈으나, 그녀에게는 한 폭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방금 전 그림을 산 사람들은 황제와 조정의 관료들이었고, 남편이 오지 않았다. 여자인 그녀가 남자들과 함께 다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송석석은 그녀에게 한 폭이라도 보내며 오해를 풀려 했어야 했다.그러나 끝까지 아무 말 없었고, 그저 "이모님, 천천히 가세요."라는 인사만 했다.회 왕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래,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함께 돌계단을 내려오던 진 씨 부인은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고 입을 열었다. 호쾌한 성격의 그녀였기에 거침이 없었다.“아가씨께서 한 폭도 드리지 않았습니까? 왕비님은 그녀의 친이모이시지 않습니까?”회 왕비의 얼굴은 즉시 굳어졌고, 진 씨 부인은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줄행랑을 쳤다.그렇게 마차에 오른 회 왕비는 손수건을 꽉 쥐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란이와 함께 혜 태비의 연회에 참석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함께 국공부에 왔었으면 분명 그림 한 폭은 받았을 것이다.그녀만 웃음거리가 되었다. 진 씨 부인만 드러내고 표현했지만, 다른 이들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모로서 송석석이 이혼할 때 돕지 않았다고 수군거렸을 것이다.하지만 누가 그녀의 사정을 헤아리려 할까?모두들 왕비라면 분명 화려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회 왕은 겁이 많아 눈치 보기 바빴다. 그래서 그녀 또한 왕비로서 처지기만 했다.사실 그녀는 언니가 살아있을 때, 언니를 매우 부러워했다. 언니 집안 남자들은 모두 대범했다. 비록 전장에서 죽었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8화

    회 왕비는 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연 왕비를 끌어들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연 왕비도 이모 아니었느냐? 당시 혼인을 주선했던 사람도 연 왕비였다. 그런데 왜 코뺘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냐? 나만 냉정했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란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숙모님께서 어떤 상황에 처해 계신지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 몸이 편찮으셔서 오고 싶어도 오실 수 없으셨던 거예요. 게다가 연 왕부에서 숙모님은 권한이 없으시고, 측비가 집안을 장악하고 있어서 연 왕비님을 가둬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회 왕비는 한숨을 쉬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앞으로는 네가 석석이와 교류하는 걸로 하고, 나는 더 이상 오가지 않겠다. 앞으로 북명왕비가 될 사람이니 완전히 관계를 끊어선 안 된다. 너도 알겠지만, 왕비라고 해도, 신분이 다른 거란다. 네 아버지는 겁이 많아 일을 벌이지 않으려 하지만, 북명왕은 다르다. 병권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현갑군과 대리사를 관리하고 있는 실질적인 직책을 가진 사람이란 말이다.”란이는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아버지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선황제가 살아계셨을 때, 그들이 진성에 머물 수 있게 해준 것은 특벽히 혜택을 준 것이다.만약 아버지가 지금처럼 조용히 있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봉지로 보내졌을 것이고, 어명 없이는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으면서 늘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셨다. 그렇게 부부간에 골은 깊어지고, 집안에 평화가 사라질 뿐이다.회 왕비는 혜 태비가 초대했던 상설연에 대한 이야기도 간단하게 말했다. 자신은 그저 억울하다며 모두가 송석석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도와주고 싶었으나, 부왕의 성격 탓에 너무 많이 말하면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했다.또다시 회 왕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미간을 찌푸리던 란이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갔던 시녀에게 물어보러 갔다.알고 보니, 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09화

    란이를 대문까지 배웅하던 송석석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 건넸다. “너무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 말고, 그들에게 무조건 잘 보이려 애쓰지 마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너를 특별히 더 소중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거야.”잠시 멈칫하던 란이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니, 제가 녹일 수 있을 겁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시녀의 부축을 받아 마차에 올랐다.그녀가 보였던 표정에 송석석은 왠지 모르게 몸에 한기가 느껴져,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추위를 느껴, 보주에게 따뜻한 주머니를 가져오게 했다.그러자 양마마가 물었다.“몸이 불편하신가요?”“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추워서요.”송석석이 대답했다.양마마는 그녀가 여우 털 망토를 두르고 있고 난방도 충분히 되어 있는데 왜 추위를 느끼는지 의아해했다. 그녀는 송석석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차가운 것을 보고 서우의 방에 있는 홍작 어른을 불러 맥을 짚어보게 하려 했다.송석석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양마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홍작 어른은 약상자를 메고 와서 송석석의 맥을 짚어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마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가씨의 맥은 아주 좋습니다. 예전 전장에서 입은 부상으로 남은 어혈도 이제 거의 다 나았습니다. 계속해서 천왕보심환을 드셔서 기혈을 보충하시면 됩니다.”“그런데 아가씨가 춥다고 하셔서요.” 양마마는 걱정스러워했다.“아마도 방금 바람을 맞아서 그런 것일 겁니다. 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무예를 익힌 분이라, 보통 사람보다 체력은 훨씬 좋습니다.”홍작 어른이 안심시켰다.양마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아가씨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처럼 나이 든 사람도 춥지 않은데, 왜 아가씨는 추위를 느낀다는 것일까? 방안은 이미 난방이 되어 있는데도, 아가씨가 따뜻한 주머니를 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수고 많으셨습니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7화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6화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5화

    2월 말이라 날씨는 예전보다 많이 따뜻해졌긴 했지만 문 앞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으니 여전히 조금 추웠다.문밖을 지키는 시위들은 회동관의 문 앞 오두막을 사용하였는데, 그 안에 숯 난로가 있어 차를 끓일 수 있었다. 송석석은 시만자의 옷차림이 두껍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데리고 오두막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오늘 난 이곳에서 지낼 테니 나와 함께 있을 필요 없다."송석석이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시만자가 찻잔을 호호 불며 말했다."괜찮다. 마침 홍현도 쉬고 있으니 직접 보고 있으면서 너와 함께 있겠다."홍현은 몰래 서경인의 출입과 그들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했다. 장공주와 신하들은 회동관을 자주 나서지 않았지만 일행에 워낙 사람이 많고, 전북망과 평서백부 노부인이 조사한 일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정말 그들과 몰래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연락할 수도 있었다."참. 나올 때 염선생한테서 들었다."시만자가 송석석을 힐끗 보며 말했다. "내일 장군께서 형부에 가서 전북망을 보러 가신다더구나."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네.""그럼 만날 필요가 있느냐? 알고 있는 건 이미 모두 말하지 않았느냐?""이방이 도망친 경로를 말하지 않았다.""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냐? 이방은 분명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도망친 경로는 연왕과 상관없이 스스로 계획한 것이니, 특별히 이것만 물을 필요는 없다."송석석은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한 번 톡 치고 웃으며 말했다."사제는 단지 핑계를 대고 그가 이방을 찾아 묻게 하려는 것 뿐이다. 혹시 무엇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느냐? 어쨌든 누구인지 알아야 평 사저에게 손을 쓰라 전할 수 있다. 워낙 은밀히 숨어 있어 담판의 막바지에 문제라도 생기면 늦지 않았느냐?"시만자가 이해한 듯 답했다."그렇구나. 3일 동안 담판하면서 아직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형부.전북망은 북명왕이 직접 그를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형부 감랑중이 찾아온 것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4화

    사여묵은 따뜻한 음식을 먹은 후 오늘 담판한 일에 대해 말했다.그의 곁에 앉아 있는 송석석은 그의 힘을 빌리려는 듯했다. 바로 옆에 붙어 앉아있으니, 적어도 뱉은 말이 사숙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염선생이 물었다."폐하께서 그들의 조건을 알고 계십니까? 폐하의 뜻은 어떻습니까?""이덕회가 궁에 들어가 말씀을 드리고 홍려사에 돌아왔을 때 폐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변선은 절대 물러설 수 없고 다른 것은 참작하여 조건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다른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폐하의 뜻입니다."무소위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변선을 양보하지 않으면,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서경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무효라 인정하면, 변선은 이전대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변선의 전쟁을 해왔고 상국 상황이 복잡할 때 침입한 것이라 참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사여묵이 말했다."오늘 밤 홍려사에서 상의한 것이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서경에서 이방의 협의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저희도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변선으로 물러나면 백성들이 욕설을 퍼부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방을 영웅으로 치켜세울 수도 있다는데, 어찌 죄가 많은 사람이 영웅이 된다는 말입니까?""정말 힘든 문제로구나."무소위는 두 가지 문제 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왔다. 사여묵이 말했다."선조 때 정한 변선의 지도와 서경과의 협정을 정리했습니다. 서경을 설득하여 그때의 협정으로 이방의 협의를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침범했을 때, 저희는 동의하지 않아 새로운 변선 협의도 없었습니다.""쉽지 않을 것입니다."송석석이 말했다.무소위가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이구나.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쉬웠다면 폐하께서 어찌 그를 불러 협의하라 했겠느냐? 이렇게 되면 공을 그저 넘기는 꼴이 아니더냐?"송석석은 짧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무소위에게 혼나버려 입도 다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3화

    사여묵은 대사형을 한 번 힐끔 보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사부님, 어찌하여 또 대사형께 벌을 내리신 것입니까? 사건사고가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하온데, 사부님께서 내린 벌을 받느라 저를 도울 시간이 없사옵니다.” 그제서야 무소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 친히 면해 주리다.” 그러자 밖에 있던 심청화과 평무종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듯 눈을 반짝였다.평무종은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스승님께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회왕의 금은패물을 모조리 바꿔치기하였는데, 그 상자들 속에는 온통 돌멩이로 가득 차 있었사옵니다.” “그들도 눈치챘느냐?” “그들이 작은 숲에서 쉬는 동안 저희가 모두 기절시켰으니 아마 깨어난 뒤에야 확인했을 것입니다.” “사람을 붙였느냐?” 평무종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지금 왜 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당연히 사람을 시켜 면밀히 감시하게 했다. 그녀도 이제 노해졌기에 운익각에 그녀의 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심청화가 아직 항아리 벌을 받고 있는 광경에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미 사람을 배치하였사오니 염려 마시옵소서.” 사여묵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송석석과 시만자가 급히 달려와 담판 상황을 물었다.그 모습에 무소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껏 바삐 돌아쳤을 것이니 밥 한 톨 입에 대지도 못했을 것이다. 뜨신 밥이 있지 않더냐? 얼른 대령하게 하여라.” 심기가 불편해진 사숙의 얼굴과 마주하자 송석석은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무소위가 사여묵에게 말했다.“네가 오냐오냐하니 저리도 너를 막 대하는 것 아니더냐!.” 그러자 사여묵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미 조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석석이도 담판 때문에 긴장하고 있으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사여묵의 말에 심청화와 평무종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소위는 너무나 무던한 제자의 모습에 그저 한숨만 조용히 내쉴 뿐이었다. ‘그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네가 변호할 일도 없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2화

    최 씨를 배웅한 뒤, 송석석과 시만자는 의사당으로 돌아왔다.전에는 대체로 서재에서 일을 의논하였지만, 사숙이 온 뒤로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만 의사당으로 향했다.사숙은 하루 종일 의사당에 머물었고, 사여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담판은 이미 끝났고 내일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날 조사한 일들을 사숙에게 보고했고 사숙은 모두가 예상한 결론을 내렸다."사람을 죽여 증거를 인멸하거라." 그러자 심청화가 물었다."사숙, 혹 처음부터 이방이 서경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면요? 누군가가 이미 오래전에 서경과 내통하여 소대장군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듣고 있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허나, 회왕은 이미 도망친 터라 수란석이 그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심청화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회왕과 수란석이 아니라면? 회왕과 수란석은 너를 겨냥한 것이나, 연왕은 수년을 준비하였으니,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혹여 이 속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소대장군일지도 모르느니라." 사형의 면밀한 분석에 송석석은 그러한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왕은 참으로 노련하고 계략에 능하였다.또한, 이방이 일찍부터 도망칠 경로를 계획한 듯했다. 아마 오래전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가 사람을 배치하여 계속 그녀를 감시하였으니, 그녀 또한 이를 알고 있을 게 틀림 없었다. 더군다나, 장군부를 떠나면 다시 암살당할까 쉬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장군부에서 기회를 엿보며 버텨왔고, 그렇게 결국 형부에 체포된 것이다.이방은 아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소대장군을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기회이기에 형부에서 전북망의 진술도 받으면서 그녀는 부득불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래야만 전북망은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다.그녀 말대로 소대장군이 죄가 있다면 행동대장인 전북망의 죄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기에 하여 즉시 말을 바꿔 자신이 일시적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1화

    영인은 하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조사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최 씨가 노부인의 제사 전날 고향 사람과 차를 마신 일에 대해 물어보고 나서야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날 함께 차를 마신 것은 림씨 가문에서 시녀로 있는 저의 동생이옵니다. 잠깐 고향으로 돌아간다하여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사옵고, 함께 선물을 고르자고 권하였사..."너무 많은 말을 했던 탓에 피곤했던 최 씨는 단번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날 이방에게 전하라는 말은 없었더냐?" 잠시 생각하던 영인이 답했다. "…있었사옵니다. 림 낭자께서도 노부인의 제사에 갈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이방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라고는 하지 않았느냐?" "한약재 한 꾸러미를 전해주라 하였사옵니다." "그 한약재가 무엇이었느냐?" "생지황이었사옵니다." "거기에 쪽지는 끼워져 있지 않았더냐?" 그러자 영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기까진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가 말을 전하기 바쁘게 이 부인께서 물러가라 고 하셨습니다." 말끝을 흐리던 그녀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아, 뭔가 틀림없이 있었던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바닥에 잿더미가 조금 있었는데, 뭔가를 태운 것 같았사옵니다." 최 씨는 혹시나 빼먹은 것은 없는지 다시 물었고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영인은 더는 없다고 말하자 영인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고 명했다.벌써 여러 번 편전에 왔던 왕청여는 최 씨가 하인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마침 영인을 데려간다는 말에 대뜸 물었다."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에게 자세하게 말씀하시지 않은 것입니까? 형님 때문이 집안은 난장판이고 하인들이 죄다 숨어서 게으름만 피우고 있습니다. 차 한 잔 내오라 해도 없고, 이 시간이 되도록 저녁 식사조차 차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최 씨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0화

    송석석은 곧바로 평서백부로 가서 최씨를 찾아 상황을 전달했다. 최씨는 단호히 한 마디만 했다."소 대장군과 관련된 일이니 지체할 수 없군요. 당장 나서겠습니다."전북망이 형부로 끌려간 이후 왕청여는 줄곧 불안에 떨었다.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돌아가 보기도 했지만 최씨는 그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이건 두 나라의 중대한 문제입니다. 당신 같은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겁니까?"그렇다고 최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전북망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전북망이 형부에 갇혀 있지만 특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고생하거나 고문당하지는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최씨는 왕청여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왕청여는 눈물을 머금으며 하소연했다."겨우 현철위 지휘사가 되었는데 이제 이방 일 때문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목씨 부인이 이런 혼사를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셨겠지요!”최씨는 그 말을 듣고 꾸짖었다."일이 생길 때마다 원망만 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질 생각을 좀 하십시오!"형수의 꾸짖음에 왕청여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녀는 결국 장군부로 돌아갔지만 안채의 일을 모두 시아버지 전기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일로 장군부 안에서 왕청여에 대한 뒷말이 돌기도 했다.최씨는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왕청여에게 말했다."모든 하인들의 노비문서를 가져오게 하세요."왕청여가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단호히 답했다."전북망을 구할 방법을 찾으려는 겁니다."왕청여는 자세히 물어보려 했지만 최씨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을 잘랐다."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시키는 대로 당장 실행하세요."결국 왕청여는 노비문서를 찾아와 그녀에게 건넨 후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최씨는 노비문서를 확인한 뒤 집안 관리인을 불러 하인들의 신원을 물었다. 특히나 이방을 보좌했던 하인들을 주목했다.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후 최씨는 다시 문지기를 불러다 물었다.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9화

    서경 사신들이 홍려사를 떠나 회동관으로 돌아간 뒤에도 상국 측 협상 담당자들은 홍려사에 남아 다음 협상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목 승상 역시 논의에 참여했다. "곡물을 배상해야 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많은 양은 안 됩니다. 그들은 지난해 흉작으로 군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리가 삼십만 석의 곡물을 배상한다는 건 그들의 군량을 채워주는 꼴입니다. 따라서 곡물 배상을 한사코 물고 늘어지다 하더라도 삼만 석을 넘겨서는 안됩니다."목 승상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덧붙였다."또한 황제께서는 국경선 문제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셨습니다."이 두 가지를 말한 후 그는 자리를 떴다. 북명왕의 협상 진행 방식에 대해 목 승상은 꽤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형부에서는 전북망이 이택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했다.어젯밤 이방과 대화를 나눈 뒤, 전북망은 이방이 서경이 소 대장군을 데려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 점이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아무리 고민해도 이방이 어떤 방법으로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게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이택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이택이 직접 전북망을 찾아와 서둘러 그에게 질문했다."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도 말했습니까?"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말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봐도 답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도망칠 경로를 계획해 둔 걸 보면 서경 사신들을 설득해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이택은 아직 협상 결과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소 대장군이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은 분명했다. 만약 상국 측이 협상 중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협상이 끝난 뒤에는 과연 서경이 어떤 수단으로 상국의 손에서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인가?그런데 이방은 어떻게 서경 사신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걸까?"그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