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1163 챕터

제211화

장공주의 생일 연회에 다녀온 후, 전 노부인은 끙끙 앓기 시작해 한밤중에 고열이 나서 계속 헛소리를 했다. 민 씨는 얼른 의사를 불렀고, 전북경도 객잔에 머물고 있는 전북망을 찾아왔다. 전북망은 처음에 가족들이 자신을 속이는 줄 알고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돌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어머니가 정말로 위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방도 모처럼 와서 노부인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전북망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자존심이 있어 그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기가 그의 집이니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전북망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황급히 물었다. “어머니께서 왜 갑자기 이렇게 심각하게 아픈 거야?” 그러자 전소환이 울면서 말했다. “왜 아프겠어? 당연히 송석석 때문이지. 그녀도 장공주의 생일 연회에 참석했는데 자신이 북명왕과 결혼한다고 장공주와 가의 군주를 한바탕 꾸짖었지 뭐야.” 이 말이 나오자 전북망과 이방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전소환을 보았다. 전북망은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 그녀가 북명왕과 결혼을 한다고?” 이때 민 씨가 말했다. “아가씨, 그런 허튼소리를 하면 어떡해요? 분명 장공주께서 어머니가 며느리를 박대한다는 말을 해서 어머니가 화에 못 이겨 앓게 된 거잖아요.” 전북망은 순간 마음이 씁쓸했다. 이제 그에겐 후회만 남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려 하였으나 목이 메어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북망아, 틀렸어, 틀렸어.” 침대 위에 누워있던 전 노부인은 이 말만 반복했다. “틀렸어, 정말 틀렸어.” 그러자 이방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뭐가 틀렸다는 거예요? 나를 들인 게 틀렸다는 거예요? 아님 송석석을 버린 게 틀렸다는 거예요?” 전소환은 침대 앞에 앉아 눈물을 훔치며 화가 나서 말했다. “송석석이 뭔데? 한번 시집갔던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황실로 시집을 가? 북명왕이 송석석과 결혼을 하다니, 제정신인 거야? 그 신분에 결혼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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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한밤중에 결국 폭발한 민 씨는 마음이 지쳐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뒤에선 남녀가 포효하는 소리에 전소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민 씨는 천천히 내원 정청으로 걸어갔다. (예전엔 항상 송석석이 저 의자에 앉아 집안일을 관리했는데. 가사가 아무리 복잡해도 그녀는 인상 한번 찡그린 적 없이 부드러운 얼굴로 모든 사람을 대했지. 시어머니가 밤에 아플 때도 밤새 간호하며 이튿날에도 휴식하지 않고 할 일을 다 했지. 마치 힘든 걸 모르는 사람처럼. 하지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버티는 거지.) 예전엔 민 씨가 미처 몰랐는데 지금은 모두 알게 되었다. 그녀는 피곤해서 의자에 앉아 텅 빈 정청을 보았다. 등 기름을 아끼느라 복도에도 풍등을 하나밖에 켜지 않았다. 처참한 불빛이 들어와 외로운 책걸상을 비추어 장군부가 마치 무덤 같았다. 민 씨는 진심으로 송석석을 위해 기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장군부에 있을 때 자신에게 해준 것 때문이었다. 물질뿐만이 아니었다. 민 씨는 자기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보니 송석석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고 무엇을 막아주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민 씨는 너무 기진맥진해서 차라리 평범한 백성의 집에 시집갔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성실하게 살 수 있고 비현실적인 추구 때문에 사람들의 정력을 빼앗기진 않겠지.) 그녀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하인이 들어와서 둘째 도련님께서 부인의 뺨을 때려 소란을 일으킨 후 문을 박차고 나가 노부인께서 화가 치밀어 기절했다고 보고했다. 민 씨는 대답만 하고 말했다. “다들 가서 일 봐.” 그녀는 이것이 시작일 뿐 이제부터 가정이 조용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여묵이 매산으로 출발하려고 할 때 이부의 임명이 내려졌고, 그는 경위지휘사에 들어가 경위지휘지사 사진무사라는 5품 직책을 맡게 되었다.그 자리로 임명된 사람이 두 명이었는데 다른 한 명은 현갑군의 필명이라는 사람이었다. 경위는 현갑군 출신이고 북명왕은 현갑군의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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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전북망이 임명을 받자 이방도 자신에게 경위나 현갑군에 입대하여 소대목이라도 맡기를 원했다.이방도 자신이 잘못을 했으니 너무 높은 관직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성릉관 전쟁에서 공로를 세웠으니 남강전쟁을 제외하고도 직책을 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임명을 맡으면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이 짧았던 것이었다. 송석석도 이름뿐인 직함을 받았을 뿐 경위 관아에 갈 필요도 현갑군의 합숙훈련에 참여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특별한 필요가 있다면 갈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이방은 며칠을 기다렸지만 성릉관 대첩의 공을 모두 멸살하는 제명 서류가 왔다.그녀는 더 이상 장군이 아니며 심지어 군인도 아니게 되었다. 성릉관의 공도 모두 몰살되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간 적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그리고 병부에서 보낸 장군 갑옷과 영패, 무기까지 모두 돌려보내야 했다. 게다가 예전의 병복도 남길 수 없었다.이 일이 이방 마음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그녀는 자신이 전쟁터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명이고 백부장이며 장군이었다. 그리고 힘들게 장군부까지 시집갔는데.그녀는 이게 시작일 뿐이라고 앞으로도 청운의 길을 열어 여자 관리의 모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장군부에 시집온 게 모든 끝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미친 듯이 마당에서 물건을 부쉈다.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박살이 났고 하인들도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해 민 씨를 찾으러 갔다. 민 씨는 이방이 자신의 마당에서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니 상관할 수 없다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전 노부인께서 아직 병상에 누워 계셔 아무도 감히 알릴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알고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소환은 결국 이방을 찾아갔다. 그녀는 독한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저 천한 년이 아니었다면 송석석은 여전히 내 형수고 북명왕에게도 시집가지 않을 텐데. 이 여자가 화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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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사여묵은 만종문에 갔고, 혜 태비는 사람을 보내 송석석을 궁중에 들였다. 장공주 생일 연회를 통해 혜 태비는 송석석에게 대한 태도를 바꾸었지만 아직 며느리로 받아들이기엔 부족했다. 혜 태비는 아직 송석석에게 사용할 수단이 없었다. 송석석이 장공주에게까지 건방지게 대하니 강제적인 수단은 통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송석석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포기하게 할 작정이었다. 송석석은 장춘궁에 도착하자 찻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딤섬과 찻물까지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오만한 혜 태비도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웃음이 뻣뻣해서 억지로 지어낸 웃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송석석이 배알 하자 혜 태비는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잡담하듯 말했다. “난 정말 너를 위해서 말하는 건데 넌 묵이에게 속은 거야. 묵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는 예전에 그녀 말고는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한 사람이야. 그러니 그가 너에게 마음을 줄 수가 없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결혼을 해봐서 알잖아. 왜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 혜 태비가 물었다. 그녀는 송석석이 안타까운 표정을 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 일은 왕야님께서 나에게 말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혜 태비는 놀라서 물었다. “알면서 왜 그에게 시집가려는 거야? 그는 널 사랑하지도 않고 마음속에 네가 전혀 없는데 왜 굳이 그에게 시집가려는 거냐고? 왕비의 자리를 위해서? 국공부의 지위가 높으니 자신의 행복으로 바꿀 필요가 없지 않느냐?” 그러자 송석석은 웃으며 물었다. “태비께서는 왕야님께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나와 결혼하려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혜 태비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에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면 누구든 상관없는 거겠지.” “그래요? 아무나 하고 할 수 있는 결혼을 왜 꼭 나와 하려는 걸까요?”그러자 혜 태비는 말문이 막혔다. 혜 태비는 사실 아들이 꼭 송석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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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혜 태비는 송석석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용모와 날씬한 몸매를 보며 생각했다.(아무리 봐도 묵이의 말처럼 단칼에 사람을 세 동강 낼 수 있는 사람 같지 않단 말이야.)그녀는 송석석이 장공주의 연회에서 한 말이 생각나서 물었다.“그날 장공주의 미움을 샀는데 그녀가 복수할까 봐 두렵지 않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이빨이 없는 호랑이가 뭐가 무섭습니까?”그러자 혜 태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네가 아직 젊다는 거야. 그녀의 수법이 얼마나 많은 지 알아? 그런 사람이 뒤에서 너에게 복수한다면 엄청 괴로울 거라고.”“뒤에서 한 번 복수하면 우리는 대놓고 정정당당하게 두 번 갚아주면 그만입니다. 우린 떳떳하고 부끄럼 없어 뒤에서 든 앞에서 든 두렵지 않거든요. 하지만 장공주는 알려지지 않은 일이 너무 많죠. 사람이 약점이 있으면 대처하기 쉬워지기 마련이고요.”그녀는 마침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부수고 아무렇지 않게 유리조각을 테이블 위에 털어놓았다.그 모습을 본 혜 태비는 가슴이 철렁해 자기도 모르게 곧았던 허리를 약간 굽혔다가 약해 보이는 행동임을 깨닫고 바로 꼿꼿이 폈다.송석석은 그 모습을 힐끔 보며 손가락으로 치마에 떨어진 유리조각을 가볍게 털었다.“우리 만종문에는 규칙이 있어요. 타인이 날 범하지 않으면 나도 타인을 범하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타인이 나를 범한다면 뿌리를 뽑죠!”혜 태비는 가슴이 다시 철렁했다. 송석석은 웃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게 바로 은혜와 원한을 구분하는 강호의 습성이죠. 하지만 우리 세가에서는 도리를 따지지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지 않아요. 오늘도 혜 태비마마께서 나를 불러 도리를 따지려고 하는 거니 제가 가만있는 거예요. 만약 저를 불러 뜨거운 태양 아래서 대기하라고 하거나 나의 뺨을 때린다면 한 번은 참아도 두 번은 절대로 참을 수 없어요.” 송석석은 차갑고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 혜 태비는 속으로 겁을 먹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건 분명히 내가 저번에 그녀를 불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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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궁을 떠난 송석석은 정말로 장공주 저택으로 향했다.애초에 장공주부로 향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사이에 입궁 하명을 받아 시간이 잠깐 지체된 것뿐이었다.하지만 별로 아쉬울 건 없었다.오후가 지난 시간이니 장공주도 낮잠에서 깨어났을 테고 전투력이 충만할 테니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요 며칠 창고를 정리하면서 전에 장군부에서 가지고 온 혼수품을 남길 건 남기고 팔 건 팔고 팔 수 없는 건 구석에 쌓아두었다.사여묵과 결혼을 하는 이상 원래 쓰던 혼수를 쓸 수는 없으니 창고를 정리하고 새로 들일 물건이 뭐가 있는지 진복에게 정리하라고 시켰다.그리고 그 수많은 잡동사니 중에서 송석석은 장공주가 보내준 열녀비를 발견했다.쓸데없이 화전옥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열녀비, 귀한 “선물”이니 당연히 장공주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장공주가 열녀비를 선물했을 때쯤은 아버님과 오라버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진성에 닿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 아직 매산에 있었던 송석석은 이 열녀비를 보지 못했었다.‘어머님이 당연히 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창고에 처박아두셨네. 상심이 크셔서 대충 처리하라고 시키셨는데 하인들이 함부로 던지지 못하고 여기 보관해 둔 모양이네.’송석석은 열녀비를 들어 이리저리 관찰해 보았다.장신구 상자 정도 되는 크기에 중간에는 열녀비라는 세 글자가, 그리고 양옆에는 전승보물이라는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이 열녀비를 받았을 때 어머니가 느꼈을 분노와 무력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집안의 장정들이 다 죽고 혼자서 어린 손자, 손녀들을 거느리고 어떻게 장공주와 맞설 생각을 하셨을까?전에는 이 열녀비가 버려졌다고 생각해 장공주를 찾지 않았지만 찾아낸 이상 어떻게든 다시 돌려줘야 했다.그날 연회에서 송석석이 사람들에게 열녀비를 보여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애초에 이 물건이 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저 다들 보러 오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 그런 말을 했던 것뿐이었다.자리에 있는 모두들 장공주가 아무리 독하다 해도 국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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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장공주의 분노한 얼굴과 달리 송석석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그녀는 곁눈질로 옆에서 시중을 들던 시종들이 장공주 앞을 막아서며 호위를 부르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어서, 어서 여기 좀 와보십시오!”하지만 송석석은 씨익 웃었다.“공주 마마, 긴장하실 필요없습니다. 전 물건을 돌려드리러 온 거니까요.”장공주의 시선이 그녀가 손에 든 열녀비로 향하더니 표정이 살짝 굳었다.‘저 물건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 받자마자 바로 깨버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날 했던 말은 그저 허풍인 줄 알았는데 정말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호위장이 졸병들을 몰로 쳐들어오려 하자 장공주는 높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물러나거라. 문 앞에서 지키고 있어.”열녀비를 하사했다는 건 그녀의 측근들만 아는 일이라 널리 떠벌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지금 달려온 건 안채 호위들이 아니라 입이 싸기로 소문난 외원 호위들, 가끔씩 술이라도 한 잔씩 마시면 못하는 말이 없는 자들이었다.어느새 장공주의 시중을 드는 하녀 한 명만이 자리를 지켰다.문이 닫히자마자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송석석에게 꽂혔다.“네가 정녕 죽고 싶은게로구나. 사여묵과 혼인한다고 그자가 널 지켜줄 거라 생각했더냐? 감히 공주부에 쳐들어와? 지금 당장 네 목을 칠 수도 있다.”하지만 장공주를 바라보는 송석석의 얼굴에선 그 어떤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끝없는 증오뿐이었다.“그런 말은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공주마마께서 제 목을 치실 수 있듯 지금 저도 공주마마의 목을 취할 수 있지 않습니까? 살면서 수많은 악인을 보았다지만 공주마마처럼 악독하고 마음이 좁은 사람은 처음 봅니다. 저의 아버님과 오라버니는 이 나라를 위해 희생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존경하긴커녕 이토록 악독한 저주를 퍼부어 어머님과 새언니들에게 돈을 던지고 가슴에 비수를 꽂으셨죠. 공주마마는 인간도 아닙니다. 짐승도 이런 짓을 할 순 없을 겁니다.”“무엄하다!”화가 잔뜩 난 장공주가 씩씩거렸다.“네, 무엄하다는 거 저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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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장

어서방, 오 대반이 보고를 올렸다.“폐하, 장공주께서 입궁하셨습니다. 폐하를 알현하고 싶다십니다.”산처럼 쌓인 상소문들 사이로 황제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붓을 내던진 그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무슨 일이냐?”이에 오대반이 조심스레 대답했다.“구체적인 연유는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화가 많이 나신 듯한 모습이었습니다.”“짐의 고모님은 성격이 아주 괴퍅하시지.”황제가 피식 웃었다.“행사 때문에 입궁하실 때마다 짐에게 어른 대접을 받으시길 원하시는 분이 날 따로 만나시겠다?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으신 건가? 아니면 아직도 생일 연회 일 때문에 화가 나신 걸까?”연회에 대한 일을 대충 듣긴 했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일 때문에 화가 나있는 건가 싶어 의아했다.“드시라 해라.”황제의 말에 잠깐 망설이던 오대반이 대답했다.“장공주 마마께서는 자안궁에 계십니다. 폐하더러 오시라는데요. 혜태비 마마도 부르셨답니다.”“불러?”황제가 코웃음을 쳤다.“그래. 짐이 조카이니 고모님을 만나뵈러 가는 게 당연하지.”허리를 숙인 오대반이 입을 열었다.“가마를 준비해라.”어서방에서 후궁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 데다 날이 워낙 더워 걸어서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가마에 오른 황제를 향해 오대반이 속삭였다.“그날 생일 연회에서 석석 낭자가 장공주마마가 송 부인께 선물했던 열녀비를 언급했다 합니다. 그게 참...”“짐도 들었다.”황제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사실이라면 황가의 일원으로 추앙받을 자격도 없지. 할바마마가 장공주에게 주었던 사랑을 저버리는 일이야.”“아직도 석석 낭자에게 원한이 남은 모양입니다.”“원한?”황제는 소문 하나를 떠올렸다.“송국공과 혼인하려다 거절당했던 일을 말하는 게냐?”“네. 당시 그 사건은 황궁을 꽤 들썩거리게 만들었습죠. 그 일로 부마를 들이신 뒤로도 한참을 화가 나계셨습니다. 부마와도 겉보기엔 화목하나 실제론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들리고요.”황제가 오대반을 힐끗 바라보자 그는 당황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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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장

이에 장공주가 이를 악물었다.“송석석입니다!”그 이름이 흘러나오자 혜태비가 당황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공주부로 향하는 게 아닌지 사람까지 보냈지만 그자가 다시 돌아오도 전에 장공주가 입궁을 하더니 그녀까지 이 자리로 불러냈다.저 기세를 보아하니 굳이 보고를 듣지 않아도 송석석이 공주부로 향했고 장공주에게 불손한 짓을 저질렀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무슨 말을 한 걸까? 저렇게까지 화나 나다니. 지금까지 폐하에게까지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송석석? 그 아이가 뭘 어찌 했다고 황제더러 벌하라는 것입니까?”태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장공주가 소리쳤다.“그자가 함부로 공주부에 침입해 저를 모욕했습니다!”하지만 송석석을 아끼는 태후는 장공주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공주부에 침입했다면 사람을 불러 내쫓으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그리고 모욕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사실 그대로 말할 순 없어 망설이던 장공주가 입을 열었다.“제 생일 연회에서 행패를 부릴 때도 아직 나이가 어려 철이 안 들었다 생각하고 혼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함부로 제 처소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 절 가만두지 않겠다 저주까지 퍼부었던 말입니다.”‘저주?’무슨 저주일까 싶어 순간 혜태비의 눈이 반짝였다.한편 태후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정말 이상하군요. 석석 그 아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장공주를 도발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나라의 장공주를요.”왠지 송석석의 편을 드는 듯한 말투에 장공주는 그제야 황태후와 송 부인이 막역한 사이라는 걸 떠올렸다.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화가 더 치밀었다.“군공 좀 세웠다고 묵이의 왕비로 간택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봅니다. 저 같은 건 아주 안중에도 없더군요. 뭐, 어쨌든 절대 이대론 못 넘어갑니다.”악독함으로 번뜩이는 눈빛에 혜태비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석석 낭자가 사과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럼 바로 국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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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장공주의 말을 듣던 황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고모님 진정하세요. 석석 낭자가 공주부에 침입해 고모님을 모욕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죠. 하지만 석석 낭자가 이런 일을 벌여 얻는 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증인은 있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그리고 열녀비 사건은 경조부에 조사를 맡기겠습니다. 만약 석석 낭자가 거짓을 고한 것이라면 엄히 벌할 거예요.”“증인이요? 증인이라면 많죠. 공주부 시종들 전부가 증인입니다. 호위가 막을 새도 없이 쳐들어왔고 그자가 절 모욕하는 걸 저택 사람들 모두가 들었습니다.”잠깐 멈칫하던 장공주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열녀비 사건을 경조부에 맡기는 건 지나친 처사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서 뭐 합니까. 백성들은 워낙 우매하여 일단 다시 조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제가 열녀비를 보냈다 확신할 겁니다. 그럼 제 결백을 씻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죠.”“도대체 뭐라고 모욕을 했단 말입니까? 말이라도 해보세요.”태후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엇이라 모욕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모욕했다는 그 사실이죠. 전 아 나라의 장공주입니다. 설령 묵이와 혼인을 한다 해도 제가 황실 어른이니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면 안 되는 거겠죠. 그런데 혼인도 올리기 전에 황실을 능멸했으니 대역죄인이 아니면 뭐겠습니까.”“아니.”황태후가 손을 저었다.“말끝마다 대역죄인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자초지종을 말해 보세요. 그럼 석석 그 아이가 장공주가 무섭게 생겼다고 말해도 모욕이란 말입니까? 그건 사실을 말한 것에 불과하니 벌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야 벌을 내려도 내릴 수 있죠.”이에 장공주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변했다.“태후께선 송석석 그 아이를 지나치게 감싸고 계십니다. 폐하, 폐하께서 말씀해 보세요. 송석석 그자는 조정의 대신이죠. 대신이 황가 일족을 모욕하는 것도 죄가 아닙니까?”아무리 물어도 송석석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말을 하지 않는 걸 본 황제는 장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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