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571 챕터

제231화

평양후부의 노부인은 그녀의 당당하고 맑은 눈동자를 보고,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이 일을 평양후부의 탓으로 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마음을 놓았다.모든 것을 제쳐놓고, 평양후부는 괜히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북명왕이든 국공부든, 그녀는 그들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그들이 세운 군공을 보면, 그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다. 평양후부는 그들과 불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잘 지내야 한다.노부인은 한숨을 쉬었다."아가씨가 사리를 안다지만 나도 너무 양심의 가책을 느끼네. 이 일을 감정에서 해명하지 않았다면 아가씨는 앞으로 불효의 오명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네. 누구에게나 이것은 파멸에 가까운 타격이네."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노부인, 이것은 저한테 있어 큰 타격이 아닙니다. 그저 쓸데없는 헛소리일 뿐입니다."이 일도 아무렇지 않단 말인가?노부인은 깜짝 놀라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노부인은 그녀가 애써 대범한 척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평온한 표정으로 보아 확실히 개의치 않는 듯하다.다시 곰곰이 생각하니 노부인은 그녀가 왜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헛소문에 그녀가 몇 년 동안 겪은 일을 비하면 확실히 아무것도 아니다.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전사하고 온 집안이 참혹히 죽임을 당했다. 노부인은 비록 송석석과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눈앞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다시 보니 저도 몰래 마음이 아팠다.그 시일은 그녀에게 있어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기소침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지낸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유지를 이어받아 도화창을 들고 전장에 나가 적을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송가의 정신이 우뚝 솟아 있다.노부인은 송석석과 일찍 왕래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평양후부 지금의 후손들은 송석석에게 배워야 한다.노부인은 오늘 구슬 무늬가 새겨진 금팔찌를 선물로 준비해 왔다.노부인은 하인에게 상자를 열어 송석석에게 전하라 명한 뒤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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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평양후부 노부인이 말했다."자네 말도 맞네. 비록 아쉽지만 내가 도리를 따지니 자네의 어머니도 팔찌를 돌려주었고 금경루도 돈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네. 만약 내 물건을 함부로 판 사실이 맞았다면 이 일도 여기까지 아주 합당하게 처리된 셈이네."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듣고 분명 후속이 있다고 생각해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노부인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팔찌를 가지고 돌아온 후에야 나는 발견했네. 내가 주문한 팔찌에는 보석이 다섯 개 있었지만 내가 갖고 온 팔찌는 여섯 개가 있었네. 그럼, 분명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네. 사람을 보내 금경루에 가 묻게 했더니 그제야 내 팔찌를 만들기로 한 장인이 일을 저질러 도망을 갔고 내 팔찌도 함께 갖고 간 것을 알았네. 그리고 이 팔찌는 확실히 자네의 어머니가 자네에게 혼수를 해주려 주문한 것이 맞았네. 하지만 자리에 다른 손님이 있다 보니 금경루는 장인이 도망친 이유를 말할 수 없었지. 이튿날에 먼저 사람을 보내 나에게 설명하려 했으나 내가 먼저 이상함을 발견하고 사람을 보내 사실을 알게 되었네."송석석은 멈칫했다. 어머니가 혼수로 해주려는 것이라니."나는 바로 팔찌를 돌려보내 금경루에게 자네의 어머니 앞으로 돌려보내라 했네. 하지만 금경루는 자네의 어머니가 이미 다른 것을 샀다고 했고, 송부인도 사람을 보내 내가 마음에 들어 하니 양보하겠다고 했지. 내가 팔찌를 했었던 게 신경 쓰여 혼수로 줄 수 없다고 생각해 돌려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지."평양후부 노부인은 말을 마치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이 일은 비록 큰일이 아니지만 시종 마음이 불편했네. 게다가 송가가... 어쨌든 내가 꼈다는 것을 개의치 않고 이 팔찌를 받아주게나. 자네의 어머니가 준비한 혼수네."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전후 사정을 알고 난 후 이 팔찌를 더 이상 하지 않았네. 늘 나의 개인 창고에 넣어뒀으니 못 믿겠으면 내 곁에 있는 하녀에게 묻게나."노부인 옆에 있던 마마가 인사를 올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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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평양후부 노부인은 은 한냥만 받겠다고 고집했다. 송석석이 아무리 말해도 그녀는 더 받으려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마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평양후부 노부인은 떠날 때 이렇게 말했다."나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앞으로 시간이 나면 후부로 와서 앉다 가게나. 아니면 내가 국공부에 와서 자네와 얘기를 나누어도 되네."이건 앞으로 두 집안이 가까이 지내려는 뜻이다.송석석은 아부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히 알고 있다. 평양후부의 가풍을 그녀도 다소 알고 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다. 백 년 동안 늘 세가였고 가문 자제들 중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지위 높고 권세가 높은 사람도 적지 않다.어쨌든 친구가 많은 것은 적이 많은 것보다 낫다. 게다가 팔찌의 인연도 있다.송석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직접 배웅했다."저도 노부인과 인연이 있으니 좋다마다요."노부인을 떠나보내고 송석석은 어머니의 명슬당에 가서 어머니가 즐겨 앉는 의자에 앉아 팔찌를 손목에 찼다. 눈을 감으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보주는 감히 들어가서 방해하지 못하고 몰래 밖에서 눈물을 훔쳤다.아가씨는 항상 괴롭고 힘든 일을 말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려 하지도 않는다.팔찌의 일을 양 마마와 황 마마는 알고 있다.저녁 식사 때 양 마마가 이 옛일을 말해주었다.그녀는 아가씨의 붉게 부은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부인께서는 아쉬워하셨습니다. 하지만 금경루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 데다 상대가 평양후부의 노부인이었습니다. 부인은 팔찌로 인해 평양후부와 불쾌한 일을 만들어 미움과 원한을 사려하지 않았고 가문이 의지할 데 없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어휴, 그래서 팔찌를 양보하고 금경루에 다시 하나 만들라 하려 했지만, 시간도 부족한 데다 평양후부 노부인이 같은 것을 갖고 있으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그냥 포기하셨었죠."황 마마는 눈물을 훔치고 울먹이며 말했다."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팔찌가 아가씨한테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부인께서 준비한 혼수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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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가의 군주는 공주부로 돌아가 지냈다. 두 모녀는 욕설을 받으며 지냈다. 과거 백성들이 송석석을 욕할 때 그들이 얼마나 통쾌했다면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다.특히 공주부 첩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장 공주는 분노뿐만 아니라 믿는 수하가 무슨 소식을 밖으로 흘렸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일일이 조사하면 공주부는 한동안 혼란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가의 군주도 부군의 집안과 불쾌한 일이 있어 마음이 답답해 날마다 공주부의 시녀에게 화풀이를 했다.그녀는 친정으로 돌아가 며칠 지내면 평양후가 그녀를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양후가 오긴커녕 후부의 하인도 청하러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시어머니가 국공부로 가 송석석에게 사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녀 마음속 원망이 커져갔다. 보아하니 노부인이 있는 한 그녀는 권력을 잡을 수 없을 것이고 부군의 집에서 지위도 없다.그러나 악의를 여러 번 품어도 소용없다. 노부인 쪽의 음식은 집안사람들이 그녀를 경계하고 있어 움직일 수 없다.며느리로서 그녀는 군주라는 이유로 노부인에게 예를 올리러 가지도 않는다. 평소 무슨 일도 없으니, 그녀의 곁에 다가갈 수 없다.그들 모녀는 각자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 송석석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이날 송태공이 송석석을 청했다. 현재 그녀의 혼사가 정해졌지만 북명왕은 승작할 수 없다. 그러나 국공의 자리를 이렇게 사라지게 할 수 없으니, 태공은 가족 중에서 몇 명의 아이를 골라 키우다 품성과 지식 심사를 통과한 후 조정에 세자로 추천을 하자 의견을 주었다.송석석도 사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외아들이라 그녀는 친숙부가 없었다.할아버지는 친동생이 둘이나 있으나, 그들은 이미 돌아가셨고 그들의 자녀들도 진성에 있지 않아 지금 인품과 덕행이 어떤지 모른다.그녀는 송태공에게 할아버지 형제의 후손들을 말했고 송태공은 손은 흔들었다."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았지만, 능력있는 아이가 없더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자료를 송석석에게 건네주었다.송석석은 몇 장 훑어보고 다시 닫았다. 모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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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8월이 되니 곧 추석인데 사여묵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이번에 간 지 한 달이 되니, 송석석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저 한 마디 보고하고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나?매산을 간 지 이삼일에 며칠 묵은 것을 포함하고 길에 허비한 시간까지 더해도 열흘이면 돌아올 것이다.설마 매산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그러다 마침 시만자의 편지를 받았다. 시만자는 편지를 한 번에 몇 장이 되게 써 보냈다. 모두 매산에서 발생한 재미있는 일이었다.몽둥이가 연지를 사서 돌아가자, 스승님에게 감금되어 매를 맞지 않았다고 했다.송석석이 이겼다.그리고 편지에 그녀의 혼약을 축하하며 혼사를 올릴 때 매산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그녀의 혼약은 매산에 소문이 자자하다. 즉 사야묵은 매산에 갔고, 만종문에 갔었다. 스승님은 사여묵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혼사를 매산 전체에 전하지 않을 것이다.시만자는 사문이 지금 그녀를 위해 혼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편지에는 사여묵이 아직 매산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사람을 보내 북명왕부 쪽에 가보니 특별한 것 없었다. 다들 그저 바삐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혜태비가 왕부로 들어가 지내는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송석석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붓을 들어 스승님께 편지를 써서 사람을 시켜 매산으로 보내라고 했다. 사여묵이 매산에 있는지 없는지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돌아오면 알 수 있다.그러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군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칠이 지나면 바로 추석이다.국공부에서도 일찍이 불을 켜놓아 추석 분위기가 났다.송편은 며칠 전에 양 마마가 직접 만들었다. 송석석이 맛이 좋다고 생각해 사람을 시켜 란군주와 평양후부 노부인에게도 보냈다.이모인 회왕비 쪽은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하면 송석석도 어찌 대할 것이다. 상대가 송석석에게 미안한 일이 있을지 몰라도 송석석은 빚진 것이 없다.궁 안에는 보낼 수 없었다. 태후가 부르지 않으면 그녀는 궁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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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송석석은 오찬으로 간단히 닭고기 죽으로 챙겨먹은 뒤에 제사를 지내러 신루로 갔다.귀족 가문인 송씨 가문은 명패를 모시는 사당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규정상 여인은 사당에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절을 올리는 것 정도만 가능했다.여인이 사당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어서 명패로 그곳에 모셔지는 것뿐인데 송석석은 거기 해당하지도 않았다. 여자는 일단 혼인하면 출가외인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들이 돌아가신 뒤에 그녀는 저택 안에 신루를 짓고 부모님과 오라버니의 명패를 모셨다.가문이 망한 뒤에 그녀는 어머니의 친정 식구들의 명패도 이곳에 모셨다.제사에 필요한 물품은 집사가 준비하고 그녀는 신루로 올라가 제를 올렸다. 과거에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싸늘한 명패가 되어 신루에 모셔진 모습이 씁쓸했다.분향을 올린 뒤, 그녀는 큰절을 올리고 부모님의 명패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태공과 상의 끝에 작위를 이을 사람을 새로 선발하여 호적을 이전하기로 하였어요. 다만 아직 누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저에게 옳은 길을 알려주세요.”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정말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인원을 선발할 때도 한 번도 참석한 적 없었다.그녀는 가족의 목숨을 희생해서 어렵게 얻은 작위인데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물론 같은 송씨 성을 가진 사람일 테지만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태공이 보여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모님이 살아 계신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가엾기라도 하지, 이미 부모님 손에서 성인이 된 사람들이었는데 작위를 받은 뒤에 자기 부모까지 국공부에 모시려고 하면 그때는 통제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품행이 단정하고 앞으로 효심이 깊은 사람이면 그나마 나을 테지만 가장 걱정되는 게 인성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작위를 받고 부모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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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장대성은 그렇게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어린 노숙자들이 사방으로 도망칠 때, 사여묵은 그들 중에서 둘째 오라비의 아들 송서우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보았다.그 아이는 다리 한쪽을 절고 있었기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달리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는데 사여묵에 다가가서 잡으려던 순간에 누군가가 밀차를 밀고 가다가 사람들을 쓰러뜨렸고 사여묵은 어쩔 수 없이 일단 사람부터 구하기로 했다.사람을 구하는 와중에 그가 고개를 돌려 어린 노숙자를 봤을 때, 그 아이는 절뚝거리며 앞으로 가다가 사납게 생긴 사내에게 끌려 마차에 올랐다. 사여묵은 큰 소리로 서우를 불렀고 소리를 들은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사여묵을 바라봤다.사여묵은 다급히 쫓아갔지만 밀차가 다시 다가오더니 백성들을 쓰러뜨렸다. 사여묵이 마차를 따라잡았을 때, 안에 타고 있던 사내와 아이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엽현은 지리 구조가 아주 복잡하고 음습한 골목도 많아서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사여묵은 출발 시, 장대성 한 사람만 동행했기에 도둑을 잡고 돌아온 장대성은 상황을 몰라 그 자리에서 대기하는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놓친 사여묵은 돌아와서 그 도둑을 추궁했다. 도둑 역시 노숙자 차림이었고 주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잡히자마자 도망친 거로 봐서 동료가 틀림없었다.그런데 도둑은 글도 모르고 말도 할 수 없는 벙어리라 그에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사여묵은 북명왕 신분을 밝히고 도둑을 관아로 데려갔다.자초지종을 들은 관아의 관료도 한숨을 쉬며 고개만 저었다.“저들이 엽현에 상주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걸을 하고 일부는 도둑질을 하지요. 배후에 저들을 통제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무래기들은 많이 잡아들였는데 정작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어요. 엽현 뿐이 아니고 다른 지방에도 이런 집단이 꽤 많습니다.”“그들 중 대부분은 독약에 당해 벙어리가 되었고 심하면 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있어요. 출신도 알아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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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짐보따리를 가져온 보주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모두가 이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당시 인원 확인 절차에 실수는 없었다.저택에서 갑자기 아이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송석석은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보기로 했다.바닥을 뒹굴던 아이의 머리 외에도 시신이 입고 있던 옷이 비록 피투성이였지만 그녀는 서우의 옷이라고 확신했다. 그 옷은 그녀가 사람을 시켜 만들어준 옷이었기 때문이었다.언젠가 친정에 한번 방문했을 때 조카들에게 한 벌씩 나눠준 옷이었다.짐보따리를 건네받은 송석석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리듯 말했다.“보주야, 확인만 하러 가는 거야. 아닌 거 나도 알아. 나도 딱히 기대는 하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가서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져오렴. 내가 만들어준 탄궁 가져와. 거기 서우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곱게 색칠도 했는데….”“알아요, 제가 지금 가지러 갈게요.”보주는 다급히 밖으로 달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떨려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달려갔다.잠시 후 다시 돌아온 보주가 탄궁을 송석석에게 건넸다.탄궁을 받은 송석석은 위에 새겨진 서우의 이름을 쓰다듬다가 뒤늦게 보주의 무릎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말했다.“일단 가서 상처부터 치료하렴.”“아가씨, 제가 같이 갈게요. 상처는 괜찮아요.”보주가 말했다.“안 돼. 나 혼자 다녀올게. 저택의 말은 섬광보다 빠르지 않아.”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복과 시종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눈에 눈물을 머금고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다들 기대했다가 또 실망할까 봐 조심스러운 눈치였다.송석석이 문을 나서기 전, 양 마마가 그녀를 불렀다.“아가씨, 잠시만요.”그녀는 다급히 주방으로 가서 유지에 싼 전병을 가져다가 송석석에게 건넸다.“혹시라도 그 아이가… 이거라도 전해주세요.”송석석은 양 마마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진짜 서우라면 전병을 주라는 뜻이었다.그녀는 받아서 보따리에 넣은 뒤, 섬광과 함께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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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그렇게 달리고 달려 닷새가 되던 날 정오에 그녀는 영주에 도착했다.오면서 객잔에 들러 잠깐잠깐 쉬기는 했지만 입맛이 없어서 거의 굶다시피 한 송석석이었다.그러는 바람에 닷새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그녀는 장대성이 준 주소대로 물어불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용주지부가 사여묵을 위해 내어준 저택이었다. 장대성은 왕야가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묵고 있다고 말했다.송석석은 가는내내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타들어갔다.대문 앞에는 관아 소속으로 보이는 호위가 지키고 있었다. 그는 한 여자가 말에서 내려 머뭇거리는 것을 보자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물었다.“송 낭자 맞으신가요?”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무언가가 목안을 막고 있는 듯, 갑갑했다.호위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왕야, 송 낭자께서 오셨습니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초췌한 얼굴의 사여묵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역시도 많이 야위어 있었는데 눈 밑이 거뭇거뭇한 것으로 보아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그는 송석석을 보자 인상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어쩌다가 이리 야위었어?”송석석은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안쪽을 살폈다.사여묵이 호위에게 명했다.“말을 끌고 가서 먹이를 주거라.”“예!”호위가 다가와서 말을 끌고 가려 했지만 송석석은 너무 긴장한 탓에 고삐를 놓아주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사여묵은 다가와서 차게 식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들어가자꾸나. 여기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 아이가 맞든 아니든, 일단은 가서 확인해 보자.”송석석은 그제야 고삐를 놓고 보따리를 챙긴 뒤에 안에서 탄궁을 꺼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아이는 어디 있나요?”“방에 잠시 가두었다. 애가 참….”사여묵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고집스럽더구나. 힘도 세고.”송석석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사여묵은 안으로 문부터 걸어잠갔다.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이 놀라서 가만히 있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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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녀는 다가가서 사여묵을 밀치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아이는 바짝 야위어서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몸에서는 쉰내가 나고 머리카락도 엉겨붙고 간간이 피멍도 보였다.하지만 송석석은 마치 진귀한 보물을 안듯이 아이를 꽉 껴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아이는 더 이상 발광하지 않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사여묵을 대하던 광기도 사라지고 아이는 마치 생기를 잃은 인형처럼 가만히 안겨서 눈물만 흘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여묵은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송씨의 대를 이을 아이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다만 이 아이가 어쩌다가 도망쳐서 납치범들의 소굴에 잡혀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그동안 그는 아이의 옆에 머물며 단서를 조금이라도 찾아내려고 했지만 독에 당해 벙어리가 된데다 사람의 접근을 극도로 경계했기에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처음에는 서우라는 이름에 반응하나 싶었지만 나중에는 이름을 들어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신경질적으로 굴었다.개방에서 조사를 해봤지만 아이가 어떤 경로로 그 집단에 잡혀갔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송석석은 아이를 놓아주었다. 서우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아이의 긴 손톱이 그녀의 여린 피부에 생태기를 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아이는 송석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탄궁을 발견하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나오는 소리는 꽉 막힌 신음소리밖에 없었다.송석석은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여묵에게 말했다.“왕야, 아이가 입을 옷과 신발을 준비해 주세요. 하인은 있나요? 물을 데워서 목욕부터 시켜야 할 것 같아요.”“옷은 이미 사왔는데 애가 너무 강하게 반발해서 갈아입히지 못 했어. 지금 당장 물을 끓이라고 명하지. 넌 아이랑 얘기 좀 더 하고 있어.”사여묵도 눈시울을 붉히며 밖으로 나갔다.서우는 줄곧 송석석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송석석은 아이를 안아 의자에 앉힌 뒤, 손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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