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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송석석은 오찬으로 간단히 닭고기 죽으로 챙겨먹은 뒤에 제사를 지내러 신루로 갔다.

귀족 가문인 송씨 가문은 명패를 모시는 사당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규정상 여인은 사당에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절을 올리는 것 정도만 가능했다.

여인이 사당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어서 명패로 그곳에 모셔지는 것뿐인데 송석석은 거기 해당하지도 않았다. 여자는 일단 혼인하면 출가외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돌아가신 뒤에 그녀는 저택 안에 신루를 짓고 부모님과 오라버니의 명패를 모셨다.

가문이 망한 뒤에 그녀는 어머니의 친정 식구들의 명패도 이곳에 모셨다.

제사에 필요한 물품은 집사가 준비하고 그녀는 신루로 올라가 제를 올렸다. 과거에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싸늘한 명패가 되어 신루에 모셔진 모습이 씁쓸했다.

분향을 올린 뒤, 그녀는 큰절을 올리고 부모님의 명패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태공과 상의 끝에 작위를 이을 사람을 새로 선발하여 호적을 이전하기로 하였어요. 다만 아직 누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저에게 옳은 길을 알려주세요.”

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정말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인원을 선발할 때도 한 번도 참석한 적 없었다.

그녀는 가족의 목숨을 희생해서 어렵게 얻은 작위인데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같은 송씨 성을 가진 사람일 테지만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태공이 보여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모님이 살아 계신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가엾기라도 하지, 이미 부모님 손에서 성인이 된 사람들이었는데 작위를 받은 뒤에 자기 부모까지 국공부에 모시려고 하면 그때는 통제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품행이 단정하고 앞으로 효심이 깊은 사람이면 그나마 나을 테지만 가장 걱정되는 게 인성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작위를 받고 부모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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