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40화

작가: 유애
그녀는 다가가서 사여묵을 밀치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는 바짝 야위어서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몸에서는 쉰내가 나고 머리카락도 엉겨붙고 간간이 피멍도 보였다.

하지만 송석석은 마치 진귀한 보물을 안듯이 아이를 꽉 껴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아이는 더 이상 발광하지 않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사여묵을 대하던 광기도 사라지고 아이는 마치 생기를 잃은 인형처럼 가만히 안겨서 눈물만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여묵은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송씨의 대를 이을 아이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 아이가 어쩌다가 도망쳐서 납치범들의 소굴에 잡혀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동안 그는 아이의 옆에 머물며 단서를 조금이라도 찾아내려고 했지만 독에 당해 벙어리가 된데다 사람의 접근을 극도로 경계했기에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처음에는 서우라는 이름에 반응하나 싶었지만 나중에는 이름을 들어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신경질적으로 굴었다.

개방에서 조사를 해봤지만 아이가 어떤 경로로 그 집단에 잡혀갔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송석석은 아이를 놓아주었다. 서우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아이의 긴 손톱이 그녀의 여린 피부에 생태기를 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는 송석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탄궁을 발견하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나오는 소리는 꽉 막힌 신음소리밖에 없었다.

송석석은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여묵에게 말했다.

“왕야, 아이가 입을 옷과 신발을 준비해 주세요. 하인은 있나요? 물을 데워서 목욕부터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옷은 이미 사왔는데 애가 너무 강하게 반발해서 갈아입히지 못 했어. 지금 당장 물을 끓이라고 명하지. 넌 아이랑 얘기 좀 더 하고 있어.”

사여묵도 눈시울을 붉히며 밖으로 나갔다.

서우는 줄곧 송석석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송석석은 아이를 안아 의자에 앉힌 뒤, 손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1화

    서우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자는 도중 몇 번 깨어났지만 모두 정신을 못 차렸고 작은고모가 있는 것을 본 뒤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밤중이지만 불은 환히 비추고 있다. 송석석은 그가 잠든 사이에 이미 따뜻한 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작은 얼굴은 확실히 둘째 오라버니와 닮았다. 하지만, 많이 말랐을 뿐이다.그는 깨어나자 또 울었다. 그러나 울면서도 작은고모를 향해 웃었고 야윈 탓인지 보조개가 더욱 깊었다.송석석은 그를 데리고 나가 목욕을 했다. 남자아이는 목욕통에 들어갔고 송석석은 머리를 감겨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계수나무 기름으로 들러붙은 곳을 살살 풀고 난 뒤 다시 씻어주었다.목욕을 한 후 일곱 살 아이의 덩치에 따라 산 새 옷을 입혔다. 그래서 옷이 조금 커 보였다.그래도 드디어 깔끔한 아이가 되었다.부엌에서 음식을 내오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무의식중에 손으로 고기 한 조각을 잡아 입에 쑤셔 넣었다. 쑤셔 넣은 뒤 그는 다급히 탁자 밑으로 숨었다.이것은 무의식적인 동작이다. 숨은 후 그는 잠깐 멈칫하다 천천히 의자에 기대어 일어났다.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모를 바라보았다.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닦은 뒤 다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천천히 먹거라. 고모가 같이 먹으마."사여묵이 들어오려 하자 그는 경계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고 눈빛에는 방어가 가득했다.사여묵은 그가 이렇게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두 사람이 같이 먹소. 나는 밖에서 먹을 것이오.""감사하옵니다."송석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여묵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눈가에는 정중함과 경건함이 많아졌다."이 은혜, 정말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사여묵이 말했다."곧 혼사를 치를 사이인데 그렇게 예의를 차린 말을 해서 뭐 하오? 어서 서우 곁으로 가시오. 사람에게 문방사보를 준비하라 했소. 서우가 세 살 때 계몽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글을 알 것이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먼저 식사를 하고 난 뒤 다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2화

    꼬불꼬불한 글자를 한참 동안 보고서야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송석석은 눈시울을 붉히고 그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이 몇 글자는 비수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찔렀고 아픔으로 인해 그녀는 몸을 움찔했다.가문이 멸문되기 전 그녀는 친정에 돌아가 어머니와 성릉관 전쟁에 관해 토론한 적 있다.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와 오라버니처럼 될까 봐 걱정하였다. 그녀는 한참 위로한 후 떠나려 했고 외할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되어 우환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어머니 방 앞의 마당에서 그녀는 서우를 보았다. 서우는 작은 얼굴을 들어 작은고모의 기분이 나쁜지 물었고 그녀는 웃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지금은 기분이 안 좋지만, 곧 좋아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그녀도 고민이 많아 얼버무리려 한마디 했다.아마 서우는 기분이 좋지 않은 그녀를 위해 약과를 사러 가 달래주려 했을지도 모른다.그녀가 매산에서 돌아와 시집가기 전 1년 동안, 줄곧 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달래주며 아버지를 잃은 두려움을 가시게 해주려 했다.그래서 조카와 조카딸은 그녀와 아주 친했다.서우는 다섯 살 때부터 철이 들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종일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았다. 똑똑하고 예민한 아이라 그녀는 서우에게 가장 많은 시간과 심혈을 기울였다. 서우도 그녀에게 많이 의지하고 친해졌다.서우는 계속 힘들게 써 내려갔다. 한참 쓰고 나니 손목에 힘이 없어 송석석은 그를 잠시 쉬게 했다. 그러나 그는 집요하게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썼다.한 획 한 획 아주 느렸지만, 그가 도망친 진실은 드디어 종이에 나타났다.그날 그는 한낮에 몰래 빠져나갔다. 그는 살피러 오는 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곁에 있는 시중 소춘에게 자기 옷을 입히고 방에 숨어있으라 했다. 그리고 그는 개구멍으로 기어나가 약과를 사러 갔다.소춘은 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시종이었다. 둘째 형수는 소춘을 서우의 서동으로 삼으려 했고 이 일을 송석석은 몰랐다.약과를 사서 장군부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3화

    다 쓰고 나니 그는 너무 힘들었다.송석석은 그를 쉬게 했다. 잠든 그의 모습을 보며 송석석은 떠나기 아쉬웠다.서우의 곁에서 반걸음만 떨어져도 지금의 모습이 꿈처럼 무너져 깨어보니 서우가 없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아이가 얼마나 큰 고생을 했을지 생각하자 마음이 아팠다.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니 마치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다.사여묵은 이미 돌아갈 준비를 시키고 있었다. 서우의 상황은 지체하지 않고 빨리 단신의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일곱 살짜리 아이가 다섯 날 정도로 크다니, 떠난 지 2년 동안 키가 큰 적 없는 것 같았다. 또 무슨 독을 먹였는지 알 수 없으니, 똑똑히 병을 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사여묵은 영주지부로 하여금 그의 명의로 폐하에게 상소문을 전해 상황을 설명하게 했다.송씨 집안의 대가 남아 있다니 폐하와 조정 신하들도 아주 기뻐할 것이다.그리고 공가에게도 이 아이는 구원과 같을 것이다.송가의 멸문은 그냥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처참하게 죽었다. 모든 사람의 몸에는 18개의 칼자국이 있었다.특히 그때 서우가 머리를 잘렸고 얼굴마저 칼자국이 낭자해 알아볼 수도 없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참혹한 모습이었다.공씨 집안 노부인은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송씨 둘째 부인은 어려서부터 그녀의 곁에서 자라 다른 손녀들보다 더 친했다.공씨 어르신은 비통함을 참지 못해 머리가 어지러워 돌계단에서 떨어졌고 다음날 바로 돌아가셨다.그렇게 음울한 분위기에 공가는 2년 동안 거의 아무런 모임에도 가지 않았고 권세가들의 모든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이틀 후 그들은 마차를 타고 진성으로 돌아갔다.사여묵은 마부로 전락하였고 섬광은 수레를 끌었다. 송석석은 마차 안에서 서우를 데리고 있었다.양 마마가 만든 떡을 서우에게 먹이자 서우는 먹으면서 눈물을 흘렸고 손을 이리저리 휘둘렀다.그는 맛있다고 말하고 싶었다.송석석은 알아차린 뒤 코가 찡했다."앞으로 뭘 먹고 싶으면 부엌에 시켜서 다 해주마."서우는 눈을 반짝였지만 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4화

    서우가 깊이 잠든 후 그녀는 사여묵을 찾아가 서우가 쓴 내용을 보여주었다.사여묵은 보고 난 뒤 마음이 아주 착잡했다. 그를 때린 놈들과 많이 닮았단 말인가?아마도 그럴 수 있다. 전쟁터에 오랫동안 습관 되어 그의 몸에는 포악한 기운이 심했다.그는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천천히 해보겠소. 가능한 한 다정하게 많이 웃어볼 것이오."아이의 몸과 마음은 모두 치유가 필요했다."오는 길 내내 고생하셨습니다."사여묵에 대한 송석석의 고마움은 이미 한마디로 뭐라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이 있었다.그녀는 비녀를 뽑아 심지를 돋우었고 불꽃이 튀었다. 방안은 조금 밝아졌고 그녀의 마른 볼과 창백한 입술을 비췄다.그녀는 천천히 말했다."서우의 상황을 보아 적어도 2, 3년은 나를 떠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혼사가 정말 확정된 것이라면 아이를 데리고 왕부로 가야 합니다. 홀로 국공부에 남겨둘 순 없습니다."사여묵의 잘생긴 얼굴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 불빛이 아른거렸다."우리의 혼사는 물론 확정되었소. 나도 서우를 홀로 국공부에 남겨둘 수 없다고 생각하오. 꼭 서우를 곁에 기르며 해독하고 다리를 치료해 나아지게 해야 하오. 계속 책을 읽거나 무예를 연마할 수 있진 않소? 공부나 무예가 싫다면 그냥 잘 자라게 해도 상관없소. 난 서우를 내 아이처럼 키울 것이오."그의 말에 송석석의 걱정은 완전히 가셨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송석석은 사여묵이 그녀에게 성심성의껏 책임을 다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그에게 시집을 간 후 애정은 없어도 서로 잘 지낼듯했다.다만 서우가 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경계를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같은 지붕 아래에서 지낼 수 있을까?북명왕은 친왕 귀족이다. 서우를 여러 번 참아 줄 순 있지만 오랫동안 적의를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식을 것이다. 특히 혜태비도 왕부에서 지낼 것이다.사실 이 상황에 혼례를 올리지 않는 것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5화

    드디어 오늘, 객잔에 묵으려 사여묵이 손을 뻗어 송석석을 마차에서 내린 후 서우는 용기를 내어 마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온몸을 떨며 두 사람 사이에 가로질렀다. 그는 두 손을 펴 작은고모를 뒤에 감싸고 적의의 눈빛으로 사여묵을 노려보았다.그는 겁에 질렸고 다리는 계속 바들바들 떨려왔다. 입술도 바르르 떨며 ‘윽, 윽’하고 내쫓는 소리를 냈다.사여묵과 송석석은 충격에 휩싸여 시선을 마주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소용없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역효과라니."아!"송석석은 갑자기 이유가 생각났다. 서우는 그녀가 더이싱 전북망의 부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곧 사여묵에게 시집갈 것이라는 것은 더욱 모른다.그날 저녁, 고모와 조카는 늦은 시각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더 이상 서우를 어린아이로 대할 수 없었다. 2년 동안 구걸하며 떠돌아 그에게 얘기만 해준다면 알아들을 것이다.가문이 멸문된 일도 그는 백성들의 의논을 듣고 알았지 자세한 상황은 알 지 못한다.그도 이젠 일곱 살이니 알아야 할 일들은 알려주어야 한다."송씨 집안을 그렇게 만든 자는 서경에서 보낸 사람이다. 고모는 네가 집을 나간 줄 몰라 너도 그때 죽었다고 생각했다. 너는 우리 집안의 유일한 사내야. 너는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숙부의 모든 희망과 의지를 짊어지고 있다. 너도 그들처럼 당당하고 두려움 없는 사내가 되어야 한다.""그리고 고모는..."그녀는 서우의 어깨를 감싸고 끝없이 흐르는 그의 눈물을 보며 계속 낮은 소리로 말했다."고모는 이미 전북망과 화리했다. 우리는 더 이상 부부가 아니라 남이다."서우는 다급히 눈물을 닦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그 이유는 나중에 천천히 말해주마.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전하는 나와 혼례를 올릴 사람이고 연말에 곧 혼례를 치를 것이야. 왜 그에게 시집을 가는지 묻고 싶은 것이냐? 남강의 전쟁부터 얘기를 해야 하는구나..."송석석은 말을 하며 숨김과 거짓을 조금 섞었다.멸문을 초래한 자가 서경에서 보낸 사람인 것은 진성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6화

    이튿날, 마부 사여묵은 눈밑이 까맸지만, 정신은 맑고 상쾌했다.송석석은 그가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궁금했다. 분명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지만, 이렇게 혈기 왕성하다니.눈 밑만 어두울 뿐 얼굴과 눈빛은 모두 환해 보였다.어젯밤 서우와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사여묵을 그렇게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다. 가끔 가림막을 젖히고 그의 뒷모습을 몰래 보기도 했다.할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라면 그는 아주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적만 때리고 백성을 때리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겁낼 필요가 없었다.서우는 줄곧 그렇게 자신에게 말했다. 길에서 내내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점차 사여묵은 그에게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아 보였다. 게다가 사여묵은 그의 고모부이니, 가족이 될 사람이다.그래서 엽현에 도착했을 때 서우는 이미 주동적으로 사여묵에게 손짓을 했고, 사여묵의 손을 잡고 떡을 사러 가기도 했다.송석석은 그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서우는 그녀를 믿는 것처럼 사여묵을 믿는 것 같았다. 밥을 먹을 때 주동적으로 사여묵의 곁에 앉았고 음식을 집을 때 손에 힘이 부족해도 힘겹게 사여묵에게 음식을 집어 주었다.그날 저녁 그는 송석석에게 글을 적어주었다. 곧 고모부가 될 사람에게 잘해주어야 고모부도 고모에게 잘해줄 것이라 적혀있었다.그는 늘 따뜻하고 자상한 아이였다.그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어두웠던 눈빛도 사라졌다. 하지만 길을 가는 도중 구걸을 하는 사람을 보면 여전히 동정 어린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그러나 그 구걸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진정한 거지였다.그는 거지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송석석은 그를 따라 은냥을 주려 했지만, 그는 손을 흔들어 저지했다. 밥을 주면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은냥을 주면 배후의 사람들이 몰수할 것이다. 그리고 은냥을 받다가 앞으로 다시 받아오지 못하면 매를 맞아야 한다.이 거지는 그의 상황과 달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입했다.송석석은 마음이 아팠지만 웃으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7화

    목 승상은 눈물을 닦았다."살아있으니 다행입니다. 살아있으면 된 것입니다."그는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신이 추태를 보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짐도 하마터면 추태를 보일 뻔했으니 탓할 리 있겠나? 누가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하지 않겠나."황제는 활짝 웃다 무언가 생각난 듯 얼른 분부했다."오 대반, 직접 공가나 경조부에 가서 공대감을 찾아 이 일을 알려 기쁘게 해드리게."오 대반도 옆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어명을 듣고 다급히 답했다."예. 바로 가겠습니다."오 대반은 기분 좋게 떠나갔다. 송가에 후손이 남았다니 오 대반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송 부인에게 은혜를 입은 적 있어 그는 누구보다 송가가 잘 지내길 바랐다.목 승상은 오 대반이 나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 비록 아직 처리해야 할 정무가 한 무더기 남았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폐하, 성릉관 전역은 시종 우리 상국의 치욕입니다. 이 일을 비록 숨겼고 서경도 지금 폭로하려 하지 않지만, 서경 태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사실입니다. 서경에서 적통을 빼앗기 시작했고, 적통을 빼앗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쓸 것입니다. 서경 황자 중 이 일을 들추어 백성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자도 있을 텐데 먼저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야지 않습니까?"황제는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이 일은 우리 마음속의 짐과도 같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신이 어렵네. 대책이라 하면 이미 정해지지 않았는가? 이방을 처리하지 않고 목숨을 살려둔 후 조정에서 이 일을 모른다고 한 뒤 일단 폭로되면 이방을 서경에 보내 처리하게 내버려두는 것도 방법이네."그렇지 않으면 왜 이방의 목숨을 살려두었겠는가? 그는 진작부터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 했다.목 승상은 곰곰이 생각하다 다른 방법이 없어 답했다."아이고, 지금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란키도 직접 원수를 갚았습니다. 남강 전역에서 이방이 이끈 병사들, 성릉관에서 서경 태자를 학살한 사람들입니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은 그 구실을 못 하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48화

    목 승상은 부인을 대신하여 이런 일을 맡고 마음이 참 착잡했다.과거 전북망과 이방은 모두가 인정하는 잉꼬부부였고 조정에도 그들 두 사람에게 큰 기대를 걸었었다.백성들조차도 그들의 사랑을 찬양하고 이방을 연민하고 존경했다. 분명 큰 공을 세운 여장이지만 기꺼이 평처가 되었다니.전북망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록 이방 장군과 마음이 맞지만, 집안의 본처를 잊지 않고 이방을 위해 그저 평처의 자리를 쟁취했다.성릉관의 승리로 모든 사람은 기쁨에 취해 이성을 잃고 함께 즐거움을 누렸다.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기쁨이 가시자 그제야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이렇게 많은 더러운 점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결국 본처가 이방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제야 다들 송가가 상국을 위해 이룬 공로가 떠올랐고 송가의 참혹한 결말을 떠올렸다.그러나 송가 아가씨는 줄곧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녀의 곁에는 늘 시비가 따라다녔다.이전에 그녀를 불효라 말했을 때도 모두 그녀가 남강에서 세운 공로를 잊은 듯했고 줄곧 그녀를 따라다니며 비난해 감정이 직접 나서서 해명했다.이방은 군대에 남아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송가 아가씨가 현갑군 부지휘사의 허직을 맡고 있으며 당직도 필요 없었다. 황제는 분명 그녀에게 실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목 승상은 마음속으로 황제가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걱정 속에 송국공부에 대한 진심이 있다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국공부에 그녀 혼자 남았는데 지금 둘째 소장군의 아들을 찾았으니, 국공의 자리도 물려받을 사람이 생겼다. 그러나 결국 후손이 적기에 황제는 더 이상 송가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런 마음이 있으니 다른 건 모르는 일이고 없던 일로 생각하려 했다.오 대반은 공가로 향했다. 공양은 아직 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 대반은 소식을 전하지 않고 먼저 공대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했다.그래서 공가 사람은 겁에 질렸다. 오 대인은 웃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네,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3화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2화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1화

    하지만 송석석은 서경의 종친과 관리들이 북당이 협상에 개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람이 역력했다.놀란 마음이 지나고 나자, 그들은 기쁨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북당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서경을 위한 든든한 지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송석석은 이 장면을 보며 오히려 안심을 했다. 정말 그렇다면 원신제가 미리 그들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협상에 참여하는 관리들에게는 알렸어야 하는데, 그녀가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이제야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서로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길 원했지만, 궁정의 문무 백관들 중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신복하는 북당 안풍친왕을 초대한 것이었다.이렇게 보니, 어제 원신제가 그녀와 시만자를 궁으로 부른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 말했던 그런 것들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여성의 과거 시험을 예로 든 것은, 그녀의 많은 결정들이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여기까지 분석을 마친 송석석은 점점 더 낙관적이게 되었다.궁중 연회가 끝난 후, 북당 사람들은 대접을 받으며 떠났다. 그들은 그 한 끼를 제외하고는 의견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으며, 단지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었다.그들이 떠난 후, 상국의 사절단도 일어나 인사를 하며 물러났다. 모두가 돌아가서 협상 준비를 해야 했다. 수란키가 제공한 일정을 따르면, 이틀 후부터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황궁 별관에 돌아가자, 이덕회는 모두를 모아 앉히고 논의했다.사실상 또 다른 진부한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양보를 해야 한다면, 모두가 지도 위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황제가 이미 양보의 한계를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를 하게 되면 돌아가기도 어렵고, 역사적인 죄인이 될 수도 있었다.그래서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며, 그저 지도만 바라보며 각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0화

    사실 이런 자리에서는 모두 입맛이 그다지 좋지 않기 마련인지라, 많은 음식들이 한 입 먹고 나면 다시 치워지곤 한다.하지만 북당의 사람들은 정말 음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요리가 나와도 모두 다 먹어버렸으며, 가득 채운 술잔도 순식간에 비웠다. 그들을 시중드는 궁인들도 꽤 힘들었을 것이었다.시만자는 그들이 춘만루에서 먹었던 그 한 끼를 떠올렸다. 그때도 남은 음식이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이 비워졌었다.그녀는 송석석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식사 소리 외에는 아무 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그러나 그들은 눈짓만으로도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시만자는 북당 사람들이 이곳에 등장한 것이 협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했고, 송석석도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중재자로 온 것인지, 아니면 서경을 돕기 위해 온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만약 중재자라면 협상 또한 오래 걸리지 않고 조약을 체결할 수 있을 테니 더 좋을 것이었다.하지만 만약 서경을 돕기 위해 온 것이라면 협상은 공방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북당이 그들의 방패가 된다면 상국이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틀림 없으니 말이다.이덕회와 홍려사경 등 상국의 사절단들은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챈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의 그 기쁨을 잃은 대신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눈앞의 음식도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듯했지만, 모두가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먹었다.이 궁중 연회는 그들이 참석했던 연회 중 가장 이상한 연회였을 것이다. 마치 폭풍이 다가오는 듯한 무서운 고요함이 느껴졌다.궁중에서 준비한 요리는 총 32가지였다. 그러나 각 요리의 양은 매우 적었으며, 궁인들은 음식을 하나씩 들고 들어와서는 다시 하나씩 치워갔다.누군가 술잔을 들고 싶어했지만, 역시 원신제와 마찬가지로 한 번 쓱 훑어본 후, 술잔을 비우고 다시 내려놓고는 식사를 계속했다.마침내 32가지 요리가 모두 올라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9화

    다음날, 궁중 연회는 신시에 시작되었고, 여전히 수란키가 직접 그들을 맞아 궁으로 안내해주었다.예상했던 대로 즉위식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이번 연회의 주요 목적은 국경선의 협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궁에 들어간 후에도 다른 나라의 사절단을 보지 못했다.궁 안은 황실의 측근과 문무 백관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상국의 사절단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친근한 분위기도 없었다.이런 자리에서는 역관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대화의 주제가 그리 넓지 않아, 서로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눌 뿐이었다.다른 나라의 사절단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입석할 때 원신제가 상국의 사절단에게 말했다."오늘 북당에서 귀빈들이 오십니다. 곧 도착할 것인데, 여러분이 그들과 바로 친해질 것이라 믿습니다."이덕회는 즉시 흥분하며 말했다. "북당의 귀빈이라 하셨습니까? 어떤 분이 오시는지요?"그가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왕이장이 가져온 임양운의 육안총과 포차는 모두 북당에서 개량된 것이었고, 임양운 선생이 북당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상국의 병부상서로서 그는 정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북당은 상국이 항상 배우고자 했던 본보기였다. 그들의 첨단 무기와 치국책은 상국보다 훨씬 진보적이었다.물론 국가의 상황이 다르기에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을 테지만, 대화를 깊이 나누면 분명히 얻을 것이 있을 것이었다.원신제는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도착하면 알게 될 것입니다."연회는 지루하고 피곤했지만, 북당의 귀빈이 온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때, 한 외침이 들렸다.“북당 안풍친왕과 왕비께서 도착하셨습니다!"이덕회는 놀라서 입을 막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송석석도 사부로부터 안풍친왕의 호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사부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생각치도 못하게 오늘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그녀도 말할 수 없이 기뻤다.반면, 만두와 몽동이 그들은 비교적 담담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8화

    원신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씁쓸한 게 한 가지 더 있네. 지금까지 짐은 장공주의 신분으로 여인에게도 과거 시험을 볼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높이 외쳤지. 하지만 황제가 된 지금, 어쩔 수 없이 각 세력들의 이익을 고려해줘야 하고 그자들이 짐에 대한 적대심과 경계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네. 짐은 이제 고려한 일이 더 많아졌어. 가끔은 속에 천불이 나서 반대파 세력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싶기도 하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송석석이 대꾸했다.“사실 한 나라의 황제나 대신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결국 최종 목적은 같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도 그렇듯 다들 나라의 안정과 백성들의 평안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나라에 영원히 전란이 일어나지 않고 창성해야 폐하께서 원하시는 개혁을 진행하셨을 때 반대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 현재 가장 중요한 건 폐하의 자리부터 굳건히 지키시는 겁니다.”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원신제는 송석석의 말뜻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현재까지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고 각 세력들의 제지도 심하기에 이 국면을 해결하는 것도 충분히 힘든 일이다.황제의 자리도 흔들리고 있는 지금, 원신제가 개혁까지 고집하려는 건 더욱 위험한 일이었기에, 미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만자 또한 송석석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사실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에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 강경하게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가장 현명하지 못한 하책입니다. 한 사람의 성격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천 년이나 넘게 지속된 규정을 바꾸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폐하께서 관념의 씨앗을 심으시면 언젠가 누군가가 폐하께서 남긴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시만자는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저와 석석도 매산에서 무술을 공부할 때 그랬습니다. 다들 저희를 비웃고 하찮게 여겼지만 저희는 결국 실력으로 그자들을 한 명씩 쓰러트렸습니다.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실력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7화

    서경의 황궁은 금빛으로 반짝였으며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어둠이 깃든 고요한 밤에는 기 장엄함이 더욱 돋보였다.첫 번째 궁문을 들어서고 나서도 마차는 궁 안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궁 안 곳곳에는 커다란 나무들 위에는 등불이 잔뜩 걸려 있어 대낮처럼 밝았으며, 누군가가 몰래 나무 위에 숨어있는다고 해도 너무 밝아서 바로 들킬 정도였다.수란키는 앞장서서 걷다가 한 궁전 밖에 도착했는데, 궁녀 두 명이 다가와 수란키와 서경 언어로 몇 마디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수란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 대감님, 만자 낭자, 폐하께서 두 분에게 궁전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두 궁녀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휘황찬란한 궁전 내부에는 커다란 조각 기둥이 양측에 세워져 있었으며 그 모습은 압박감이 넘쳤다.원신제는 용상에 앉아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반겼지만 얼굴에는 피로함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인사를 올렸고 원신제는 그들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그리고는 송석석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짐은 송 대감이 사절단과 함께 이곳으로 온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네.”송석석은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셨다는 소식을 듣고 소인도 너무 기뻤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걸 감축드립니다.”송석석은 원신제를 힐끔 쳐다보았다. 원신제에게서 냉옥 장공주의 모습이 보였고 예전과 크게 변한 건 없었으며 여전히 피로해 보이고 여전히 진중하고 엄숙했다.냉옥 장공주에게 있어서 황제의 역할이든 실권을 손에 쥔 장공주 역할이든 똑같이 신경 쓸 일이 많을 것이다.“원하는 바를 이루느라 많이 힘들었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 일처리는 훨씬 쉬워졌네.”원신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조금 뒤, 궁녀들이 서경 특색이 돋보이는 다과들을 내왔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조금 전에 저녁 식사를 했기에 배가 고프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6화

    서경 수도에 도착했을 땐 8월 13일이었기에, 송석석 일행이 떠난 지 한 달은 족히 넘은 상황이었다. 점심이 되자,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어졌다.진왕은 마차 안에 몸을 웅크려 누운 채 입성에 진입했다. 하지만 마지막 자객들은 머릿수도 많고 기세도 등등해, 서경 지대에 들어서고 나서도 송석석 일행은 총 일곱 번이나 습격을 당했다. 현갑군은 대부분 부상을 당했고 시만자마저 어깨가 칼에 찔렸지만 다행히 신경까지 다치지는 않았다.진왕이 이렇게까지 크게 논란 건, 자객에게 습격을 당할 당시, 그는 변소 안에 있었다.일을 마치고 변소를 나선 순간, 갑자기 나타난 자객이 검으로 진왕의 가슴을 베었고 그 검을 진왕의 가슴에 꽂으려던 순간, 송석석이 제때에 나타나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한 발 빠르게 자객의 가슴에 꽂았다.하지만, 이내 자객의 머리채를 뒤로 확 잡아당긴 덕분에 진왕은 무사할 수 있었다.그는 가슴팍이 조금 베인 게 전부였지만 큰 중상을 입은 것 마냥 밤새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수도에 도착하자 수란키가 관원들을 데리고 성문 앞에 서서 진왕을 반겼다. 수란키는 이제 서경의 승상이 되었다.한눈에 송석석을 알아본 수란키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송 장군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여전히 기품이 넘치시네요.”송석석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인사를 하며 상대방을 힐끗 살폈다. 솔직히 조금 전에 수란키를 알아보지 못했다.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백발인 데다가 수염도 허옇게 변해 버렸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쳤고 남강 전장에서 봤을 때보다 되레 활기가 넘쳐 보이기까지 했다.남강 전장에서 봤던 수란키는 온몸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위엄이 넘치고 엄숙한 그는 삶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저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다.“승상께서 이렇게 직접 마중까지 나오시고.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송석석이 웃으면서 말하자 수란키가 호탕하게 웃었다.“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5화

    한편, 크게 놀란 진왕은 태의를 불러 심신을 안정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송석석이 찾아갔을 때, 진왕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덜덜 떨리는 입술로 송석석에게 자객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송석석이 진왕에게 자객이 도망쳤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그는 조금 안정을 찾은 듯했다.사실 진왕을 보필하는 사람들이 자객이 도망쳤다고 진작 얘기했지만 진왕은 믿지 않았다. 이제 송석석에게서 듣고 나니 그제야 안심이 된 것이다.송석석은 진왕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당부한 뒤 방을 나섰다.이와 동시에, 이덕회는 나머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병부 상서인 이덕회는 지금까지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전부 겪어 보기도 했고 또한 왕비와 현갑군을 믿었기에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한편, 매산 출신 몇 명은 한데 모여 전에 성릉관에서 만났던 검은 복장 차림의 무리들을 의심하고 있었다.어쩌면 그자들이 바로 자객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이다.이 의심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바로 시만자였다. 그는 그 무리들이 갑자기 사라진 게 너무 수상했고 비밀 경로를 통해 계획적으로 도망친 거라고 확신했다.더군다나 조금 전 자객들도 전부 검은색 옷차림이었기에, 비록 머릿수가 조금 차이 나긴 했지만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일부 사람들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성릉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했던 건 아마 우리한테 손을 쓰려고 그랬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성릉관에서 우리를 죽이면 쉽게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포기한 거야.”시만자는 분석할수록 자신의 의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물었다.“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아?”송석석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자들은 아니야.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금 전 자객들은 그자들보다 무술 실력이 확연히 떨어져. 그자들은 성릉관에서도 자유롭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어. 그렇게 보면 네 의심이 성립되지 않다는 거지. 그자들은 성릉관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