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되니 곧 추석인데 사여묵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이번에 간 지 한 달이 되니, 송석석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저 한 마디 보고하고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나?매산을 간 지 이삼일에 며칠 묵은 것을 포함하고 길에 허비한 시간까지 더해도 열흘이면 돌아올 것이다.설마 매산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그러다 마침 시만자의 편지를 받았다. 시만자는 편지를 한 번에 몇 장이 되게 써 보냈다. 모두 매산에서 발생한 재미있는 일이었다.몽둥이가 연지를 사서 돌아가자, 스승님에게 감금되어 매를 맞지 않았다고 했다.송석석이 이겼다.그리고 편지에 그녀의 혼약을 축하하며 혼사를 올릴 때 매산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그녀의 혼약은 매산에 소문이 자자하다. 즉 사야묵은 매산에 갔고, 만종문에 갔었다. 스승님은 사여묵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혼사를 매산 전체에 전하지 않을 것이다.시만자는 사문이 지금 그녀를 위해 혼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편지에는 사여묵이 아직 매산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사람을 보내 북명왕부 쪽에 가보니 특별한 것 없었다. 다들 그저 바삐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혜태비가 왕부로 들어가 지내는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송석석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붓을 들어 스승님께 편지를 써서 사람을 시켜 매산으로 보내라고 했다. 사여묵이 매산에 있는지 없는지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돌아오면 알 수 있다.그러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군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칠이 지나면 바로 추석이다.국공부에서도 일찍이 불을 켜놓아 추석 분위기가 났다.송편은 며칠 전에 양 마마가 직접 만들었다. 송석석이 맛이 좋다고 생각해 사람을 시켜 란군주와 평양후부 노부인에게도 보냈다.이모인 회왕비 쪽은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하면 송석석도 어찌 대할 것이다. 상대가 송석석에게 미안한 일이 있을지 몰라도 송석석은 빚진 것이 없다.궁 안에는 보낼 수 없었다. 태후가 부르지 않으면 그녀는 궁에 들
송석석은 오찬으로 간단히 닭고기 죽으로 챙겨먹은 뒤에 제사를 지내러 신루로 갔다.귀족 가문인 송씨 가문은 명패를 모시는 사당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규정상 여인은 사당에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절을 올리는 것 정도만 가능했다.여인이 사당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어서 명패로 그곳에 모셔지는 것뿐인데 송석석은 거기 해당하지도 않았다. 여자는 일단 혼인하면 출가외인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들이 돌아가신 뒤에 그녀는 저택 안에 신루를 짓고 부모님과 오라버니의 명패를 모셨다.가문이 망한 뒤에 그녀는 어머니의 친정 식구들의 명패도 이곳에 모셨다.제사에 필요한 물품은 집사가 준비하고 그녀는 신루로 올라가 제를 올렸다. 과거에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싸늘한 명패가 되어 신루에 모셔진 모습이 씁쓸했다.분향을 올린 뒤, 그녀는 큰절을 올리고 부모님의 명패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태공과 상의 끝에 작위를 이을 사람을 새로 선발하여 호적을 이전하기로 하였어요. 다만 아직 누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저에게 옳은 길을 알려주세요.”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정말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인원을 선발할 때도 한 번도 참석한 적 없었다.그녀는 가족의 목숨을 희생해서 어렵게 얻은 작위인데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물론 같은 송씨 성을 가진 사람일 테지만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태공이 보여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모님이 살아 계신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가엾기라도 하지, 이미 부모님 손에서 성인이 된 사람들이었는데 작위를 받은 뒤에 자기 부모까지 국공부에 모시려고 하면 그때는 통제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품행이 단정하고 앞으로 효심이 깊은 사람이면 그나마 나을 테지만 가장 걱정되는 게 인성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작위를 받고 부모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장대성은 그렇게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어린 노숙자들이 사방으로 도망칠 때, 사여묵은 그들 중에서 둘째 오라비의 아들 송서우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보았다.그 아이는 다리 한쪽을 절고 있었기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달리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는데 사여묵에 다가가서 잡으려던 순간에 누군가가 밀차를 밀고 가다가 사람들을 쓰러뜨렸고 사여묵은 어쩔 수 없이 일단 사람부터 구하기로 했다.사람을 구하는 와중에 그가 고개를 돌려 어린 노숙자를 봤을 때, 그 아이는 절뚝거리며 앞으로 가다가 사납게 생긴 사내에게 끌려 마차에 올랐다. 사여묵은 큰 소리로 서우를 불렀고 소리를 들은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사여묵을 바라봤다.사여묵은 다급히 쫓아갔지만 밀차가 다시 다가오더니 백성들을 쓰러뜨렸다. 사여묵이 마차를 따라잡았을 때, 안에 타고 있던 사내와 아이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엽현은 지리 구조가 아주 복잡하고 음습한 골목도 많아서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사여묵은 출발 시, 장대성 한 사람만 동행했기에 도둑을 잡고 돌아온 장대성은 상황을 몰라 그 자리에서 대기하는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놓친 사여묵은 돌아와서 그 도둑을 추궁했다. 도둑 역시 노숙자 차림이었고 주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잡히자마자 도망친 거로 봐서 동료가 틀림없었다.그런데 도둑은 글도 모르고 말도 할 수 없는 벙어리라 그에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사여묵은 북명왕 신분을 밝히고 도둑을 관아로 데려갔다.자초지종을 들은 관아의 관료도 한숨을 쉬며 고개만 저었다.“저들이 엽현에 상주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걸을 하고 일부는 도둑질을 하지요. 배후에 저들을 통제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무래기들은 많이 잡아들였는데 정작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어요. 엽현 뿐이 아니고 다른 지방에도 이런 집단이 꽤 많습니다.”“그들 중 대부분은 독약에 당해 벙어리가 되었고 심하면 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있어요. 출신도 알아낼
짐보따리를 가져온 보주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모두가 이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당시 인원 확인 절차에 실수는 없었다.저택에서 갑자기 아이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송석석은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보기로 했다.바닥을 뒹굴던 아이의 머리 외에도 시신이 입고 있던 옷이 비록 피투성이였지만 그녀는 서우의 옷이라고 확신했다. 그 옷은 그녀가 사람을 시켜 만들어준 옷이었기 때문이었다.언젠가 친정에 한번 방문했을 때 조카들에게 한 벌씩 나눠준 옷이었다.짐보따리를 건네받은 송석석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리듯 말했다.“보주야, 확인만 하러 가는 거야. 아닌 거 나도 알아. 나도 딱히 기대는 하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가서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져오렴. 내가 만들어준 탄궁 가져와. 거기 서우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곱게 색칠도 했는데….”“알아요, 제가 지금 가지러 갈게요.”보주는 다급히 밖으로 달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떨려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달려갔다.잠시 후 다시 돌아온 보주가 탄궁을 송석석에게 건넸다.탄궁을 받은 송석석은 위에 새겨진 서우의 이름을 쓰다듬다가 뒤늦게 보주의 무릎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말했다.“일단 가서 상처부터 치료하렴.”“아가씨, 제가 같이 갈게요. 상처는 괜찮아요.”보주가 말했다.“안 돼. 나 혼자 다녀올게. 저택의 말은 섬광보다 빠르지 않아.”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복과 시종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눈에 눈물을 머금고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다들 기대했다가 또 실망할까 봐 조심스러운 눈치였다.송석석이 문을 나서기 전, 양 마마가 그녀를 불렀다.“아가씨, 잠시만요.”그녀는 다급히 주방으로 가서 유지에 싼 전병을 가져다가 송석석에게 건넸다.“혹시라도 그 아이가… 이거라도 전해주세요.”송석석은 양 마마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진짜 서우라면 전병을 주라는 뜻이었다.그녀는 받아서 보따리에 넣은 뒤, 섬광과 함께 문을 나섰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닷새가 되던 날 정오에 그녀는 영주에 도착했다.오면서 객잔에 들러 잠깐잠깐 쉬기는 했지만 입맛이 없어서 거의 굶다시피 한 송석석이었다.그러는 바람에 닷새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그녀는 장대성이 준 주소대로 물어불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용주지부가 사여묵을 위해 내어준 저택이었다. 장대성은 왕야가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묵고 있다고 말했다.송석석은 가는내내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타들어갔다.대문 앞에는 관아 소속으로 보이는 호위가 지키고 있었다. 그는 한 여자가 말에서 내려 머뭇거리는 것을 보자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물었다.“송 낭자 맞으신가요?”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무언가가 목안을 막고 있는 듯, 갑갑했다.호위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왕야, 송 낭자께서 오셨습니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초췌한 얼굴의 사여묵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역시도 많이 야위어 있었는데 눈 밑이 거뭇거뭇한 것으로 보아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그는 송석석을 보자 인상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어쩌다가 이리 야위었어?”송석석은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안쪽을 살폈다.사여묵이 호위에게 명했다.“말을 끌고 가서 먹이를 주거라.”“예!”호위가 다가와서 말을 끌고 가려 했지만 송석석은 너무 긴장한 탓에 고삐를 놓아주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사여묵은 다가와서 차게 식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들어가자꾸나. 여기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 아이가 맞든 아니든, 일단은 가서 확인해 보자.”송석석은 그제야 고삐를 놓고 보따리를 챙긴 뒤에 안에서 탄궁을 꺼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아이는 어디 있나요?”“방에 잠시 가두었다. 애가 참….”사여묵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고집스럽더구나. 힘도 세고.”송석석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사여묵은 안으로 문부터 걸어잠갔다.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이 놀라서 가만히 있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
그녀는 다가가서 사여묵을 밀치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아이는 바짝 야위어서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몸에서는 쉰내가 나고 머리카락도 엉겨붙고 간간이 피멍도 보였다.하지만 송석석은 마치 진귀한 보물을 안듯이 아이를 꽉 껴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아이는 더 이상 발광하지 않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사여묵을 대하던 광기도 사라지고 아이는 마치 생기를 잃은 인형처럼 가만히 안겨서 눈물만 흘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여묵은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송씨의 대를 이을 아이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다만 이 아이가 어쩌다가 도망쳐서 납치범들의 소굴에 잡혀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그동안 그는 아이의 옆에 머물며 단서를 조금이라도 찾아내려고 했지만 독에 당해 벙어리가 된데다 사람의 접근을 극도로 경계했기에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처음에는 서우라는 이름에 반응하나 싶었지만 나중에는 이름을 들어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신경질적으로 굴었다.개방에서 조사를 해봤지만 아이가 어떤 경로로 그 집단에 잡혀갔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송석석은 아이를 놓아주었다. 서우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아이의 긴 손톱이 그녀의 여린 피부에 생태기를 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아이는 송석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탄궁을 발견하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나오는 소리는 꽉 막힌 신음소리밖에 없었다.송석석은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여묵에게 말했다.“왕야, 아이가 입을 옷과 신발을 준비해 주세요. 하인은 있나요? 물을 데워서 목욕부터 시켜야 할 것 같아요.”“옷은 이미 사왔는데 애가 너무 강하게 반발해서 갈아입히지 못 했어. 지금 당장 물을 끓이라고 명하지. 넌 아이랑 얘기 좀 더 하고 있어.”사여묵도 눈시울을 붉히며 밖으로 나갔다.서우는 줄곧 송석석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송석석은 아이를 안아 의자에 앉힌 뒤, 손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서우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자는 도중 몇 번 깨어났지만 모두 정신을 못 차렸고 작은고모가 있는 것을 본 뒤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밤중이지만 불은 환히 비추고 있다. 송석석은 그가 잠든 사이에 이미 따뜻한 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작은 얼굴은 확실히 둘째 오라버니와 닮았다. 하지만, 많이 말랐을 뿐이다.그는 깨어나자 또 울었다. 그러나 울면서도 작은고모를 향해 웃었고 야윈 탓인지 보조개가 더욱 깊었다.송석석은 그를 데리고 나가 목욕을 했다. 남자아이는 목욕통에 들어갔고 송석석은 머리를 감겨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계수나무 기름으로 들러붙은 곳을 살살 풀고 난 뒤 다시 씻어주었다.목욕을 한 후 일곱 살 아이의 덩치에 따라 산 새 옷을 입혔다. 그래서 옷이 조금 커 보였다.그래도 드디어 깔끔한 아이가 되었다.부엌에서 음식을 내오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무의식중에 손으로 고기 한 조각을 잡아 입에 쑤셔 넣었다. 쑤셔 넣은 뒤 그는 다급히 탁자 밑으로 숨었다.이것은 무의식적인 동작이다. 숨은 후 그는 잠깐 멈칫하다 천천히 의자에 기대어 일어났다.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모를 바라보았다.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닦은 뒤 다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천천히 먹거라. 고모가 같이 먹으마."사여묵이 들어오려 하자 그는 경계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고 눈빛에는 방어가 가득했다.사여묵은 그가 이렇게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두 사람이 같이 먹소. 나는 밖에서 먹을 것이오.""감사하옵니다."송석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여묵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눈가에는 정중함과 경건함이 많아졌다."이 은혜, 정말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사여묵이 말했다."곧 혼사를 치를 사이인데 그렇게 예의를 차린 말을 해서 뭐 하오? 어서 서우 곁으로 가시오. 사람에게 문방사보를 준비하라 했소. 서우가 세 살 때 계몽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글을 알 것이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먼저 식사를 하고 난 뒤 다시
꼬불꼬불한 글자를 한참 동안 보고서야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송석석은 눈시울을 붉히고 그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이 몇 글자는 비수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찔렀고 아픔으로 인해 그녀는 몸을 움찔했다.가문이 멸문되기 전 그녀는 친정에 돌아가 어머니와 성릉관 전쟁에 관해 토론한 적 있다.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와 오라버니처럼 될까 봐 걱정하였다. 그녀는 한참 위로한 후 떠나려 했고 외할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되어 우환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어머니 방 앞의 마당에서 그녀는 서우를 보았다. 서우는 작은 얼굴을 들어 작은고모의 기분이 나쁜지 물었고 그녀는 웃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지금은 기분이 안 좋지만, 곧 좋아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그녀도 고민이 많아 얼버무리려 한마디 했다.아마 서우는 기분이 좋지 않은 그녀를 위해 약과를 사러 가 달래주려 했을지도 모른다.그녀가 매산에서 돌아와 시집가기 전 1년 동안, 줄곧 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달래주며 아버지를 잃은 두려움을 가시게 해주려 했다.그래서 조카와 조카딸은 그녀와 아주 친했다.서우는 다섯 살 때부터 철이 들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종일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았다. 똑똑하고 예민한 아이라 그녀는 서우에게 가장 많은 시간과 심혈을 기울였다. 서우도 그녀에게 많이 의지하고 친해졌다.서우는 계속 힘들게 써 내려갔다. 한참 쓰고 나니 손목에 힘이 없어 송석석은 그를 잠시 쉬게 했다. 그러나 그는 집요하게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썼다.한 획 한 획 아주 느렸지만, 그가 도망친 진실은 드디어 종이에 나타났다.그날 그는 한낮에 몰래 빠져나갔다. 그는 살피러 오는 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곁에 있는 시중 소춘에게 자기 옷을 입히고 방에 숨어있으라 했다. 그리고 그는 개구멍으로 기어나가 약과를 사러 갔다.소춘은 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시종이었다. 둘째 형수는 소춘을 서우의 서동으로 삼으려 했고 이 일을 송석석은 몰랐다.약과를 사서 장군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