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251 - Chapter 260

571 Chapters

제251화

진복은 그가 살던 원래 정원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비록 곳곳을 새로 손보았지만 괜히 슬픈 과거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그래서 진복은 여인이 살고 있는 자목원으로 안내했다. 다행히 자목원은 꽤 넓어 두 사람이 살기에도 충분했다.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으니 아가씨 곁에서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했다.게다가 서우는 아직 8살도 되지 않았으니 여인들과 함께 정원으로 지내도 이상할 게 없었다.‘나중에 아가씨가 출가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봐야지.’서우를 안정시킨 뒤 송석석은 모두를 별장으로 불렀다. 그리곤 진복에게 송태공과 공씨 가문 사람들에게도 사람을 보내라고 일렀다.“며칠 뒤에 감정적으로 좀 안정되면 찾아뵙겠다고 전하여라.”그리고 송석석은 말을 이어갔다.“참, 공씨 가문 사람들이 서우를 보고 싶어하면 모시고 와도 돼. 서우의 외조부모는 삼촌과 워낙 막역했으니 아마 쉽게 받아들일 거야. 태공님 쪽은 며칠 뒤에 알리는 걸로 하고.”하지만 상황은 송석석의 예상 밖으로 번졌다. 공씨 가문 쪽에선 애초에 이 사실 자체를 믿지 않고 있었다.그랬기에 진복이 직접 사람을 보냈음에도 오지 않은 건 물론 국공부에서 작위를 물려받기 위해 가짜 아들을 데려왔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다른 아들을 입양한다 해도 굳이 서우의 이름을 빌릴 필요가 있냐며 말이다.진복이 보낸 사람은 바로 보영이었다.보영은 다시 외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데다 서우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기에 공대인의 호통에 제대로 된 반박도 못하고 풀이 죽어 돌아오고 말았다.보영의 보고에 의외다 싶던 송석석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세형은 믿기 힘들겠지. 서우의 시체를 직접 처리한 게 공세형이었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단신의가 서우의 몸을 검사한 뒤 함께 공부(孔府)로 가는 게 좋겠어.’서우가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자 마침 단신의가 도착했다.단신의는 송씨 가문의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이 집안 사정
Read more

제252화

뼈가 부러졌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송석석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진통 작용이 있는 탕약을 마시고 침을 맞았음에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고통이었다.‘불쌍한 것.’송석석이 물었다.“전에 의존성이 생기는 약을 복용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이에 단신의가 대답했다.“새목단이라는 약이야.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기는 약인데 지금 상태만 봤을 땐 중독이 심하진 않은 것 같아. 돌아온 뒤에 불편함을 호소한 적은 있었느냐?”송석석은 여기까지 오는 내내 발작을 일으킬 뻔했지만 번마다 참아내던 서우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리고 저택에 돌아온 뒤엔 발작은 없었지.’“발작은 거의 없었습니다. 발작이 일어났을 때도 결국 참아냈고요. 참. 왕야님 말로는 영주에 있을 때는 발작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자해도 서슴치 않았다고 들었는데 제가 갔을 때 그런 증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이에 단신의가 한숨을 내쉬었다.“첫 발작이 가장 힘들지 참아만 낸다면 증상은 점차 약해지고 결국 완전히 끊을 수 있을 거야.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약이니 끊는 데 성공하면 보약도 지어야 할 것 같아. 키가 자라지 않은 것 역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것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 중독성 있는 약을 먹어서일 수도 있어.”단신의의 눈동자에는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보통 사람들은 새목단을 끊기 위해 침도 맞고 약도 먹어야 하는데 서우는 온전히 정신력만으로 이겨냈어. 그 의지가 아주 대단해. 병을 치료하고 몸조리만 제대로 하면 앞으로 큰 인재가 될 상이야.”단신의의 말에 송석석은 그녀가 영주로 가기 전 금단 얼마나 심했을까 싶어 마음이 욱신거렸다.그 무서운 북명왕의 안색이 초췌해졌을 정도니 본인은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오죽했을까 싶었다.서우는 지금도 많이 여윈 상태였지만 적어도 송석석이 처음 그를 만났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창백하던 안색에는 점차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얼굴에도 조금씩 살이 붙었
Read more

제253화

송석석이 단신의를 배웅하려 하던 그때, 단신의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인신매매단에 잡혀갔으니 그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어. 뭐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지 뭐.”하지만 송석석의 생각은 달랐다.서우가 약과를 장군부로 배달했다면 그녀는 직접 서우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을 테고 어쩌면 그날 밤 저택에 하룻밤 묵었을지도 모른다.서경의 밀정들이 저택을 공격했을 때 그녀가 있었다면 모두를 지켜낼 수 있다 장담은 할 순 없어도 멸문지화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그래서 송석석은 그들이 더욱 증오스러웠다.‘뿌리채 뽑아버려야 해.’단신의가 문을 나선 뒤 송석석은 바로 마차를 준비하라 명했다. 일단 서우를 데리고 황제와 태후를 알현한 뒤 공부로 갈 생각이었다.또한 송석석은 옷을 새로 지으라고 명했다.키가 얼마 자라지 않아 전에 입던 옷을 입을 순 있었지만 몇 벌 남지 않아서였다.장례를 치를 때 거의 다 태워버리고 가끔씩 그리울 때 꺼내보려고 남겨둔 옷가지 몇 벌뿐이었으니 말이다.살짝 짧긴 했지만 좋은 옷을 입으니 혈색이 더 좋아보였다.얼굴에 자잘한 상처는 이미 나은 뒤고 전에 있던 옷까지 입으니 마치 2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착각은 어디까지나 착각일 뿐이라는 걸 송석석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서우의 손을 잡은 채 송석석은 천천히 문을 나섰다.다리를 저는 터라 조금만 빨리 걸으면 넘어질까 송석석은 특별히 발걸음을 멈추었다.황제는 태후궁에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눈물을 글썽이던 태후가 서우에게 손을 젓고 여기까지 오는 사이 다리병이 도진 서우는 고통을 참으며 한쪽 다리로 폴짝폴짝 뛰어갔다.참지 못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태후는 서우를 부축해 자신의 곁에 앉히더니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어휴, 마른 것 좀 봐. 그동안 고생이 얼마나 많았느냐.”그런 태후를 보며 서우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젓고 고개를 돌렸다.그 모습에 황제 역시 연민이 일어 격려의 말과 함께 선물을 하사했다.황제는 흐
Read more

제254화

출궁한 뒤 송석석은 서우와 함께 공부로 향했다.이미 저녁이라 공가의 남정네들도 이미 집으로 돌아왔을 시간이었다.마차 안, 서우가 송석석의 손바닥 위에 글씨를 적어냈다.“외할아버지네 댁으로 가는 겁니까?”이에 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외할아버지네 집으로 가는 거다. 보고 싶으냐?”“네!”고개를 끄덕인 서우는 손바닥 위에 글씨를 적곤 곧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공씨 가문 사람들이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역시 들었기 때문이었다.워낙 민감한 나이라 행여나 가족들이 그를 버린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그런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송석석이 말했다.“서우야, 걱정하지 마. 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숙부들도 다 널 그리워하셔. 그저 네가 정말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드신 것뿐이야. 네 얼굴을 보면 분명 기뻐하실 거야.”이에 송석석의 팔에 기댄 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거렸지만 결국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절름발이에 벙어리가 됐다고 실망하시면 어떡하지?’잠깐 고민하던 서우가 송석석의 손바닥에 이렇게 적었다.“절 싫어하진 않으실까요?”그 말에 콧등이 시큰해진 송석석은 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건넸다.“바보야. 당연히 기뻐하시지. 왜 널 싫어하시겠어. 괜한 생각하지 마. 분명 널 반갑게 맞이하실 거야.”하지만 2년 동안 수많은 괄시와 폭력에 시달려온 서우에게 이미 자신감은 사라진 뒤였다.‘게다가 내가 돌아온 걸 믿지 않으시니까... 내가 거지로 있었다는 걸 싫어하면 어떡하지...’이런 생각 때문인지 공부 앞에 도착한 뒤에도 서우는 마차에서 내리길 거부하며 송석석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송석석은 설명을 이어갔다.“서우야, 겁 먹지 마. 전에 너희 외숙부랑도 얘기했는데 여전히 널 그리워하고 계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고. 정말이야.”그럼에도 서우는 고개를 젓더니 자신의 다리와 목을 가리키며 속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그
Read more

제255화

이런 오해를 하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솔직히 섭섭하한 송석석이었다.사여묵에게서 온 서신을 받자마자 송석석은 영주로 달려갔었다.가는 내내 괜한 기대를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은 한 번 보고 싶었던 게 그녀의 마음이었다.그런데 왜 얼굴 한 번 보려하지 않는 건지 싶어 괜히 욱한 송석석은 발을 걷어내 서우를 안아 공양 앞에 섰다.“그래도 얼굴 한 번 볼 수는 있지 않습니까? 오는 내내 서우는 제 손바닥에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게 두렵다고 했었습니다. 그런 서우를 전 그럴 일은 없다고 위로했고요.”비록 송석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공양은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시선이 닿는 순간, 공양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고 숨이 먿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닮았어... 너무 닮았어. 많이 마르긴 했지만 정말 너무 닮았어.’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공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서우야?”어느새 서러움의 눈물이 얼굴을 잔뜩 적신 서우가 버둥거리며 송석석의 품안에서 내려오려 했다.송석석을 서우를 내려놓자 그는 손을 뻗어 공양을 향해 손바닥을 세 번 마주치는 동작을 하더니 손가락 두 개로 모양을 그리곤 고개를 푹 떨어트리고 어깨가 떨릴 정도로 울기 시작했다.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공양은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우리 둘만 아는 동작이야...’사고 나기 한 달 전, 공양은 부인과 함께 송씨 가문으로 향해 여동생과 서우를 보러 갔었다.그때 서우는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자랑하듯 보여주었고 공양은 글씨를 잘 썼다는 칭찬과 함께 손바닥을 부딪히며 이렇게 약속했었다.“더 열심히 공부하여 스승의 칭찬을 받으면 방단주에서 온 벼루를 선물로 주마.”스승에게서 단주의 벼루가 최고라는 말을 들었다는 서우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경조부 일이 바빠 공양은 이 작은 약속을 잊고 말았고 사고가 난 뒤론 그 약속이 가시처럼 그의 가슴에 콕 박히고 말았었다.어떻게 하면 마음이
Read more

제256화

모두가 달려들어 인중과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공가 노부인이 다시 눈물을 지었다.“하늘도 무심하시지. 저 어린 아이에게 어찌 그런 시련을 내리신단 말이냐. 송씨 가문은 평생 이 나라를 위해 헌신했거늘, 어찌 이리 비참하단 말이냐. 하늘도 무심하시지.”그 말에 송석석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해 그녀는 부랴부랴 밖으로 도망쳤다.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요즘따라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서우는 마지막에서야 태부인의 방으로 향했다.미리 호심완을 먹어서인지 다행히 태부인은 정신을 잃진 않았으나 서우가 벙어리에 절름발이가 되었다는 말에 역시나 쉼없이 눈물을 흘렸다.“우리 착한 손주가 왜 이렇게 됐는냐.”직접 기른 손녀를 잃은 것도 속상한데 그 아이를 꼭 닮은 서우마저 이꼴이 되어 돌아왔으니 가슴을 칼로 베는 듯했다.반나절 정도 지난 뒤에야 다들 눈물을 거두고 나름 차분해진 상태로 정청에 앉았다.부축을 받아 나온 태부인까지 모이자 송석석은 그동안 있었던 자초지종을 전부 밝혔다.서우가 송석석에게 줄 약과를 사러 갔다 그 사고를 면했다는 소식에 다들 2년간 받았던 고초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지만 적어도 살아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움을 느꼈다.송석석을 감격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공부 일가는 인신 매매범에 대한 증오도 감추지 않았다.물론 송석석의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한편, 어느새 감정을 추스른 공양이 중독 상태와 다리 부상에 대해 물었고 송석석은 단신의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독은 시간이 걸리지만 매일 해독약을 마시고 침까지 맞으면 해독할 수 있을 거랍니다. 중독석인 있는 새목단 역시 서우가 스스로 금단 현상을 이겨내 생각보다 치료가 쉬울 것으로보 이고요. 아마 1년 정도면 다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잠깐 망설이던 송석석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다리 부상은... 뼈가 잘못 이어붙은 탓에 다시 부러트리고 정골을 받아야 한답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단신의님의 의
Read more

제257화

노부인은 말끝을 흐렸지만 다들 혜태비가 아이를 차갑게 대할까 걱정하고 있는 것임을 다들 눈치챘다.최근 2년 동안 공씨 가문은 여러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지만 바깥 일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것은 아니었다.특히 송석석 주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특히 더 관심을 두었지만 그저 자세히 본인에게 묻지 않은 것뿐이었다.그랬기에 다들 혜태비가 새로 맞이할 며느리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서우까지 함께 간다면 더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이에 송석석이 말했다.“그 어떤 상황이든 서우를 우선으로 둘 겁니다. 혜태비가 서우를 용납할 수 없다면 함께 국공부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서우가 서러움을 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하지만 그녀의 보장에도 다들 완전히 안심하진 못했다.두 번째 혼인인데다 시어머니의 반대가 있었던 혼인이니 지내는 나날이 즐거울 리가 없다.비록 지금은 북명왕이 송석석과 서우의 편이라지만 어머니와 부인 사이에서 시달리다 보면 결국 인내심이 바닥날 것이라 생각했다.공씨 가문 둘째인 공찬이 말했다.“사실 서우는 공씨 가문 저택에 지내는 게 나을 것 같구나. 여긴 보살펴줄 사람도 많지 않느냐. 유명한 스승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모실 수 있어.”공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한참 흥분하다 역시 이성을 되찾은 태부인의 생각은 달랐다. 마음 같아서야 귀하게 되찾은 서우를 곁에서 한치라도 떨어트리고 싶지 않았지만 한평생 온갖 풍파를 겪어온 그녀였기에 인생은 멀리 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서우를 꼭 끌어안고 있는 태부인의 검은색 옷은 마치 새끼를 날개속으로 숨긴 암탉과도 같았다.“서우는 언젠가 국공의 작위를 물려받아야 할 아이다. 송씨 가문에 남은 남자아이라곤 서우뿐이지. 우리 공씨 가문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서우가 왕야님 곁에서 자란다면 곁에서 보는 것, 듣는 것, 만나는 사람들 자체가 달라질 거다. 그건 우리
Read more

제258화

다음 날, 공부에서는 서우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보내왔다.또한 모든 부인들이 서우에게 줄 옷이며 신발을 짓기 위해 전부 바느질을 다시 시작했다는 소식 역시 들려왔다.공부에서는 실제 행동으로 서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고 서우도 외가에서 그를 아껴주자 꽤 안심한 듯한 모습이었다.단신의 역시 맥을 다시 짚어보겠다며 직접 국공부에 방문했다.사실 그의 의술이라면 어제 진료만으로 충분했지만 국공부의 얼마 남지 않은 핏줄이기에 더 신중을 기하고 싶어서였다.단신의가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묵연이 장대성과 함께 국공부에 들렀다.“서우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온 것이다.”서우 역시 사여묵의 방문에 기뻐하며 공양이 준 벼루를 그에게 보여주더니 통 크게 하나쯤은 선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웃으며 벼루를 받은 사여묵은 서우에게 글씨를 쓰는 법을 한동안 가르치다 송석석과 함께 방을 나섰다.송석석 앞에서 것던 그가 손에 든 물건을 보여주며 웃었다.“내게 단주의 자운연을 선물로 주다니. 통이 아주 크군.”하인에게 차를 내오라 분부한 송석석 역시 미소를 지었다.“숙부에게서 받은 보물을 내준 것이니 아껴쓰십시오.”“공가 쪽에서도 많이 기뻐하더냐?”자리에 앉은 사여묵이 벼루를 옆에 내려놓고 물었다.어제 일을 떠올린 송석석이 대답했다.“처음에는 믿지 않는 눈치였으나 실제로 얼굴을 보고난 뒤에는 다들 기뻐하셨죠.”“공가 사람들은 정이 깊은 사람이나 고집스러운 게 흠이지.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그럴 리가요.”미소 짓던 송석석은 사여묵이 또 벼루를 만지작거리는 걸 보곤 매산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오는 내내 서우에게 정신이 팔려 자초지종을 제대로 묻지 않은 걸 떠올린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왕야님, 매산에 가셨을 때 사부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처음에는 좀 망설였다만 내 사부님의 말에 곧 응하셨다.”“왕야님의 사부님이요?”송석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제 사부님이 왕야님 사부님 말씀을 들으셨단 말입니까? 왕야님 사부님이
Read more

제259화

“사제님?”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사여묵이 고개를 홱 돌렸다.“사실 난 만종문의 제자라고 볼 수도 없다. 사부님께서 난 만종문과 상관없이 따로 거둔 제자라고 하셨어.”하지만 송석석은 생글거리며 눈을 반짝였다.“사제님, 그 말은 거짓말인 것 같네요. 사숙께서도 결국 만종문 사람입니다. 그분의 제자인 사제님 역시 만종문 사람인 것이죠. 사제께서는 언제 입문하신 겁니까?”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억지 미소와 함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서우를 데리고 송태공에게 간다고 했었지? 언제쯤 가볼 생각이야?”한편, 송석석은 여전히 턱을 괸 채 사여묵을 바라보고 있었다.“내일 가볼 생각입니다, 사제님.”구체적으로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사여묵이 같은 사문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송석석이었다.“...”사여묵은 그런 그녀를 살짝 흘겨보았다.“내가 너보다 나이도 더 많거늘.”“네, 맞습니다. 사제님이 저보다 나이가 더 많으시지요.”송석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그래서 지금까진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였어. 해마다 매산으로 갔던 것도 사숙님의 제자이기 때문이라니. 그것도 나보다 더 후배였다니. 하긴 남강에 있었을 때야 장수들 앞에서 나한테 사저라고 할 수 없었겠지. 또 전장에선 병사와 장수의 관계만 있을 뿐이니까.’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분명 그가 무예도 더 뛰어나고 나이도 더 많은데 왜 본인이 사제란 말인가?‘게다가 사부님께서 난 만종문 출신이 아니라 개인적인 제자일 뿐이라고 하셨단 말이다.’하지만 송석석의 환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매산에서의 그 붉은 옷을 입었던 소녀를 보는 듯해 결국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다짐하는 사여묵이었다.“밖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하지만 체면까지 버릴 순 없었다.지아비가 되어서 부인의 사제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뜻대로 되자 송석석의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눈가에 찍힌 점이 유난히 도드라졌고 그 아름다운 미소에 사여묵은 시선을 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Read more

제260화

사여묵은 북명군의 대장군이다. 비록 지금은 전란이 없어 진성에 머문다하나 북명군의 주둔지도 이 근처라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고 시시때때로 병사들 훈련까지 시켜야 하는데 대리사경 일까지 맡긴다니 말도 안 된다 싶었다.‘게다가 대리사는 형옥과 중요한 사건의 사형 재심을 맡는 곳이야. 문서 작업이 주인 기관인데 왕야님께선 무인이시잖아. 그것도 모자라 현갑위 지휘사 일까지 맡기다니. 문직, 무직도 모자라 북명군 대장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겠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사여묵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호부의 병권은 이미 다시 회수되었어. 지금의 북명군은 왕표가 관리하고 있지.”‘왕표?’송석석도 그를 알고 있었다. 평서백인 그는 전에도 군에서는 나름 명성이 자자했으나 일전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뒤로는 더는 전장에 오를 수 없는 몸이 되어 조부의 작위를 이어받아 은거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었다.그렇게 평서백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황제의 중용을 받으니 놀라웠다.‘그런데 왜 하필 장애가 있는 장수를 북명군 대장군으로 임명한 것일까? 왜 하필 지금 대장군을 교체한 것일까? 왕야님은 공을 세우고 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병부를 제출했다 해도 북명군 대장군 직위는 그냥 둘 수 있는 거 아닌가?’곰곰히 생각하던 송석석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폐하께서 왕야님을 견제하시는 겁니까?”그러자 사여묵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견제가 아니라... 향후 이상한 유언비어 때문에 우리 형제 사이의 우애가 상할까 걱정이 되셔서지.”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송석석은 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왜 저랑 혼인하시는 겁니까? 폐하께서 왕야님을 견제하신다면 저와 혼인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송국공부의 딸이자 본인 역시 군공을 세우고 군심을 얻은 장군이기도 하다. 북명군도 현갑군도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전에 통솔했던 송씨 가문 병사들까지 모두 그녀에겐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병권을 스스로 내놓았다는
Read more
PREV
1
...
2425262728
...
5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