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20화

Author: 유애
장공주의 말을 듣던 황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모님 진정하세요. 석석 낭자가 공주부에 침입해 고모님을 모욕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죠. 하지만 석석 낭자가 이런 일을 벌여 얻는 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증인은 있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그리고 열녀비 사건은 경조부에 조사를 맡기겠습니다. 만약 석석 낭자가 거짓을 고한 것이라면 엄히 벌할 거예요.”

“증인이요? 증인이라면 많죠. 공주부 시종들 전부가 증인입니다. 호위가 막을 새도 없이 쳐들어왔고 그자가 절 모욕하는 걸 저택 사람들 모두가 들었습니다.”

잠깐 멈칫하던 장공주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열녀비 사건을 경조부에 맡기는 건 지나친 처사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서 뭐 합니까. 백성들은 워낙 우매하여 일단 다시 조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제가 열녀비를 보냈다 확신할 겁니다. 그럼 제 결백을 씻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도대체 뭐라고 모욕을 했단 말입니까? 말이라도 해보세요.”

태후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엇이라 모욕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모욕했다는 그 사실이죠. 전 아 나라의 장공주입니다. 설령 묵이와 혼인을 한다 해도 제가 황실 어른이니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면 안 되는 거겠죠. 그런데 혼인도 올리기 전에 황실을 능멸했으니 대역죄인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아니.”

황태후가 손을 저었다.

“말끝마다 대역죄인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자초지종을 말해 보세요. 그럼 석석 그 아이가 장공주가 무섭게 생겼다고 말해도 모욕이란 말입니까? 그건 사실을 말한 것에 불과하니 벌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야 벌을 내려도 내릴 수 있죠.”

이에 장공주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변했다.

“태후께선 송석석 그 아이를 지나치게 감싸고 계십니다. 폐하, 폐하께서 말씀해 보세요. 송석석 그자는 조정의 대신이죠. 대신이 황가 일족을 모욕하는 것도 죄가 아닙니까?”

아무리 물어도 송석석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말을 하지 않는 걸 본 황제는 장공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1화

    혜 태비는 왜 송석석의 죄를 물을 수 없는지 몰랐다. 불경은 엄청 큰 죄였다. 하지만 대장공주께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 죄를 물을 수 없게 되었다. 혜 태비는 언니에게 물어보고 서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채고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진 대장공주의 얼굴을 보며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대장공주는 화가 나서 결국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이번에 궁에 들어와서 깨달은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송석석이 저렇게 나대는 건 모두 태후와 황제가 뒤에서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사여묵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저렇게 멋대로지.’대장공주가 떠난 뒤 황제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모님이 정절문을 세우라고 요구한 게 사실인가 봅니다. 이번엔 고모님이 너무하셨습니다.” 태후는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방금 공주의 뺨을 갈기고 싶은 걸 겨우 참았습니다. 오만하고 무지한 데다 음험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하다니 황실의 체면을 모두 구기고 있습니다.” 그러자 황제가 말했다. “그러니 송 부인이 당시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태후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제 앞에서 한 번도 억울함을 털어놓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분명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어마마마,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미 떠난 사람이니 안식하길 바랄 수밖에 없죠.” 황제는 음험한 눈빛으로 생각했다. ‘이방이 송 씨 가문을 멸문했는데 진실일 밝혀지지 않는다면 송 부인께서 어떻게 안식할 수 있겠어… 어떻게 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그냥 이렇게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건가? 오 대반의 말이 맞아. 송씨 가문이 억울함을 너무 많이 당했어.’황제는 정무가 있어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그래서 태후와 혜 태비만 남게 되었다. 혜 태비는 생각에 잠겼다. ‘대장공주는 오늘 기세등등해서 송석석에게 처벌을 내리려고 했어. 송석석이 대단해봤자 이번 처벌은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겠지. 그렇게 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2화

    태후는 동생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먼저 떠보는 심정으로 말했다. “너 조만간 황실로 가서 묵이와 함께 살게 되는데 모르는 게 많으면 굳이 황실을 주관하려고 하지 말고 석석에게 중책을 맡겨.” “언니, 그건 아니죠.” 혜 태비는 황태후의 말을 끊고 모처럼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며느리가 들어오자마자 중책을 맡는 게 어디 있어요? 그리고 난 마음 놓고 그녀에게 맡길 수 없어요. 자매끼리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난 송석석이 싫어요. 그 아이가 내 며느리가 되는 것도 싫어요. 그러니 더더욱 그 아이에게 황실의 중책을 맡길 수 없어요.” “그래? 그럼 네가 중책을 맡을 거야?” 태후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럼 내일부터 후궁을 다스리는 황후의 권리를 너에게 줄 테니 네가 한번 해봐. 마침 황후도 휴식이 필요하니 네가 며칠 관리해 봐.” “내가 궁중의 일을 맡아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황후가 후궁을 다스리는데도 내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언니가 후궁을 다스릴 때도 내가 많이 도왔잖아요. 안 그래요?” “많이 도와주긴 했지.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져서 문제였지만.” 태후는 인정사정없이 말했다. “부모님이 널 너무 애지중지하게 키워서 네가 입궁한 후에도 내가 항상 널 지켜보고 널 보호했어. 그러니 너도 편히 아들 딸을 출산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황실로 가서는 편히 살고 싶으면 며느리 잡을 생각 하지 마. 네가 석석을 싫어하든 그녀 애가 시집오는 게 싫든 이 일은 이미 정해진 일이야. 그러니 네가 반대한다고 변수가 생기진 않아. 네가 황실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태후는 이렇게 엄격한 말투로 혜 태비와 말한 적이 없었다. 송석석 때문에 언니가 더 이상 자신을 예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혜 태비는 송석석이 더 미웠다. 하지만 혜 태비도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무리 송석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국 그녀는 사여묵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3화

    이 일은 확실히 대장공주의 소행이었다. 송석석의 죄를 물을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송석석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진성 백성들 모두 송석석이 효녀라고 하던데 그녀가 상중에 시집갔다는 걸 알게 되면 백성들이 욕을 퍼붓겠지.’이때 공주부의 육집사가 기쁜 마음으로 들어와서 아뢰었다. “공주님, 군주님, 지금 밖에 소문이 퍼져서 찻집과 술집에서 모두 이 일을 논하고 있어요. 거의 모든 사람이 욕설을 퍼붓고 있어요.” “거의라니? 그럼 모두가 욕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건가?” 가의 군주는 냉담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 아직도 그녀의 편을 드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러자 육집사가 말했다. “군주님, 백성 중 몇 명이 송석석이 시집갈 땐 이미 아버지가 떠난 지 24개월이 자난 후라고 그녀의 편을 들어 말하고 있어요.” 삼년상이란 딸로서 3년 동안 상을 입어야 하는데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24개월을 지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자 가의 군주가 말했다. “보통 백성들이 송석석이 시집간 날짜를 기억할 리 없잖아? 아마도 국공부에서 사람을 사주해 백성들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거야.” 그녀는 장공주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 그럼 송석석은 실제로 상을 입는 기간을 지킨 겁니까?” 그러자 장공주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걸 누가 알아? 백성들도 권리 있는 자들을 욕하면 그들의 마음도 후련해질 테니까 그런 것까지 상관하지 않을 거야.” “만약 송석석이 기간을 채운 후 시집간 거라면 그녀가 백성들에게 해명을 하기만 하면 우린 헛수고하는 거 아니에요? 이번에 돈 꽤 많이 썼잖아요?” 장공주는 대답을 하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돈을 많이 썼지만 온 진성 백성들이 모두 송석석을 욕하게 할 수 있다면 돈을 쓴 보람이 있어.”장공주의 마음은 시원했지만 확실히 엄청 많은 돈을 썼다. 몇 년 동안 장공주는 공주부의 돈을 물 쓰듯이 써 겉으로는 번지르르하지만 사실은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부모님께서 애초에 주신 식읍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4화

    장공주는 천천히 웃었다.‘그래, 혜 태비라는 돈주머니를 찾아가야지.’혜 태비는 장춘전에서 심하게 재채기를 했다.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장공주와 가의 군주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씨 유모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장공주 모녀가 왜 같이 온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몇 년 전에 가의 군주와 덕 귀태비가 함께 연지가게를 차려 돈을 좀 벌었다.모든 일에서 뒤처지기 싫어하는 혜 태비는 그들이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가게를 차리려고 했지만 가의 군주가 아니라 친정의 조카와 함께 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가의 군주께서 찾아와 독특한 비법이 있다고 궁 안의 연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혜 태비에게 3천 냥을 가져와 함께 가게를 차리자고 했다.혜 태비가 가의 군주를 믿지 못하자 장공주가 나서서 혜 태비에게 그들 모녀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는 괴변을 늘어놓았다. 혜 태비는 원래 두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장공주의 어두운 표정을 볼 때마다 바로 돈을 꺼냈다.하지만 몇 년 동안 연지가게에서 번 돈을 한 번도 나눈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해마다 적자를 봐 그들은 계속 돈을 요구했다. 혜 태비는 속으로 울고 싶었지만 나중에 그녀가 가난하다 거나 인색하다는 소문이 돌까 봐 주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몇 년 사이에 가의 군주가 보지도 못한 연지가게 때문에 혜 태비에게서 뜯어간 은만 해도 만 냥이 넘었다.고씨 유모는 혜 태비가 궁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그녀를 모셔 당연히 그녀를 위해 생각했다.“또 돈 받으러 온 게 확실합니다. 태비마마, 연지가게가 이득도 없는데 문을 닫는 건 어때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돈을 달라고 찾아올 겁니다. 이 몇 년만 해도 많은 돈을 들였잖아요.”혜 태비도 연지가게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폐업을 하려고 하니 창피했다. 덕 귀태비는 연지가게로 돈을 잘만 벌고 있는데 자기만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분해서 지금까지 해온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장공주와 가의 군주를 들였다. 역시 연지가게의 일로 찾아온 것이었다. 혜 태비는 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5화

    장공주는 혜 태비에게서 받은 돈에서 조금 풀어 술집과 다방의 설화인에게 계속 송석석이 효도를 지키지 않은 것을 들먹이도록 했다. 국공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장공주는 그들이 무서워서 나오지 않는 줄 알고 속이 시원했다. ‘나와 맞서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지.’그녀는 이 참에 궁으로 들어가 황제에게 사여묵과 송석석의 혼인을 동의하는 건 황제의 자리에 화근을 심어주는 것이니 강산을 위해서 송석석이 북명황실로 시집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황제가 듣고 깊이 생각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고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묵이와 석석은 모두 무장이에요. 남강을 수복하고 국토를 호위하며 나와 조정에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묶이는 내 동생이라 어릴 때부터 친밀하게 지냈고요. 묵이는 결코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 것입니다. 고모도 함부로 추측하지 말아 주세요.” 장공주는 잠깐 멍하더니 고모의 신분을 내세우며 호되게 말했다. “멍청하긴. 그리 쉽게 사람의 마음을 믿어서야. 황실에서 형제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걸 보지 못했느냐? 황제가 되어서 그렇게 쉽게 사람을 믿으면 그가 황제의 믿음을 사서 나쁜 일을 행할까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이때 황제의 안색이 안 좋아지더니 차갑고 음울한 눈빛으로 옥반지를 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오 대반은 금세 알아차리고 황급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장공주님, 제발 말을 삼가 주십시오. 이런 말이 전해지면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장공주께서 황제폐하와 북명왕의 형제애를 이간질한다고 말할까 두렵습니다. 그건 장공주님께도 불리하지만 황제폐하와 북명왕에게도 불리한 말입니다. 지금 황제폐하와 북명왕께서는 사이가 좋으신 데다 북명왕과 송석석 아가씨의 혼인은 이미 정해졌는데 이제 와서 황제폐하께서 사람을 명해 혼인을 망친다면 천하의 사람들이 황제폐하를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장공주는 황제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옥반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오 공공의 말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6화

    이때 찻집 손님들은 격분해서 발언한 사람이 바로 오늘날의 흠천감 감정님임을 알아보았다.사람들은 갑자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감정님께서 직접 고른 날인데 상중일 리가 없잖아?”이때 감정은 멍해진 설화인을 가리키며 물었다.“누가 너에게 국공부를 모욕하라고 사주했느냐? 송국공가의 일곱 영웅은 모두 남강 전장에서 전사했어. 그 후 송장군이 여장군으로 봉함을 받고 전쟁터에서 여러 차례 공을 세워 북명왕을 도와 남강까지 수복했지. 양심이 있는 백성이라면 송국공에게 깍듯이 존경하는데 넌 여기서 근거도 없는 말로 대중을 현혹시켜 송 장군을 불효 막심한 사람으로 몰고 가려고 하다니. 대체 무슨 속셈인 거냐?”이때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설마 적국의 첩자가 일부러 송 장군을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다른 한 명이 말했다.“그럴 수도 있지. 다들 잊었어? 송씨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서경의 첩자에게 죽임을 당했잖아. 저 사람이 우리 상국 진성에 숨어 있던 첩자일지도 몰라. 빨리 관청에 보고해.”설화인은 당황해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 아니야. 난 서경의 첩자가 아니야. 나는…….”“서경의 첩자도 아닌데 왜 송 장군을 헐뜯는 거냐?”“그러게, 대체 무슨 속셈인 거냐?”“도망가지 못하게 에워싸라.”누군가가 외치자 사람들은 줄줄이 앞으로 막아 설화인은 도망가지도 못하고 삿대질을 당했다.진복은 2층 옥탑방 입구에 서서 설화인이 포위된 채 삿대질을 받는 것을 보고서야 웃으며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감정은 직접 나와서 해명하고 관청에도 보고했는데 장공주를 불어내지 않더라도 그녀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었다. 아마도 이 설화인들을 모두 매수해야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설화인이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며칠 사이에 소문에 진성에 쫙 펴졌는데 관청이 개입해서 하나하나 추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진복은 국공부로 돌아가 아가씨에게 말해줬다. 송석석은 양 마마와 손수건을 수놓고 있었는데 보고를 듣고 그저 엷은 미소만 지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7화

    공주부가 사주했다는 걸 증명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장공주가 매수한 많은 사람 중에 겁이 많은 사람이 있어 관아에서 심문을 하자 바로 자백했다. 공주부에 연루되자 공양은 일단 조사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직접 국공부로 송석석을 찾아갔다. 송석석이 시집갈 때 연회를 크게 하지 않고 혼사를 조용히 치러 혜안후부에서도 셋째 부인만 보내 예물을 보냈을 뿐 결혼식 당일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송석석은 어려서부터 집을 떠나 진성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양과 몇 번 만나지 못했다. 그녀가 매산에서 돌아왔을 때, 혜안후부에서 둘째 형수를 만나러 왔던 여자들이 있었는데 공양은 한두 번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땐 송석석이 규칙을 배우고 있어서 얼굴을 가리고 인사만 하러 나왔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공양을 본 것은 온 집안이 멸살되었을 때, 그녀가 장군부에서 친정으로 돌아와 그가 피투성이가 되어 조카의 작은 머리를 안고 돌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는데, 눈빛이 비통하고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그가 직접 온다는 소식을 들은 송석석은 자수를 하고 있던 손을 떨며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다. 흐르는 피를 보고 있자니 마치 어두운 밤의 악귀처럼 눈앞이 온통 새빨갛게 변했다. 송석석은 공양이 기껏해야 사람을 보낼 줄만 알았지 직접 올 줄은 몰랐다. 송석석은 마음을 다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그녀는 한참 정신을 가다듬고 서야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멸문 이후로 형수님들의 친정가문과 왕래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장군부에 있을 때는 마주칠 수 있는 자리는 모두 피했다.왜냐하면 서로의 가슴에 묻어둔 화약의 심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만나지 않고 각자 위장하며 살아왔던 것이었다. 만나기만 하면 해일처럼 밀려오는 아픔을 억누를 수 없을 테니까. 송석석은 평범한 옷을 갈아입고 넓은 소매 속에 숨겨둔 손을 떨었다. 그녀는 공양이 바닥에 앉아 서우의 머리를 안고 울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본청으로 나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28화

    송석석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꼭 잡고 대답하고 얼굴을 돌려 눈물을 훔쳤다. 공양은 그녀의 보습을 보자 속으로 직접 온 걸 후회했다. ‘어쩌면 아직 만날 때가 아닌 것 같아. 나도 이렇게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데 여인인 송석석은 오죽하겠어? 아무리 전쟁터에 나가서 적의 머리를 베었다고 해도, 가족은 가장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인데. 한때 온 가족의 보배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봉변을 당해 혼 자 남았으니. 아무리 날개가 단단하다고 해도 마음속은 여리고 아플 거야.’공양은 한 번도 그 장면을 떠올리지 못했고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아니지, 마주할 때가 된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평생 마음 아픈 가시가 될 테니까.’그는 입을 열었지만 자신의 원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간 일은 이제 넘겨요. 저희도 앞으로 보고 가야죠. 북명왕과 약혼했다고 들었는데 축하도 못 드렸네요.” 송석석은 눈을 내리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는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쪽과 전북망이 화리한 것도 우린 나중에 알았어요. 노부인이 사람을 보내 안부를 물으려고 했는데 당신이…….” 송석석은 목이 메인 소리로 말했다. “네, 저도 다 알아요.”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공양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요 며칠 아가씨께서 수효기간 내에 전북망에게 시집갔다는 소문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욕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 감정이 나서서 사실을 밝히고 관아에 보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조사해 본 결과 장공주부의 집사가 사주했다 더군요. 그래서 아가씨의 의견을 물어보려고 온 겁니다. 체면 상관하지 않고 처리할 것인지 아님 조용히 해결할 것인지요.” 그는 말을 마치고 계속 설명했다. “그쪽이 북명왕에게 시집을 가면 장공주에게 고모라고 불러야 하니까 관계가 틀어질까 봐 함부로 하지 못한 거예요. 만약 두렵지 않다면 아무리 장공주라고 해도 저희는 무서울 것 없습니다.” 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공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나도

Pinakabagong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2화

    이황자의 출가하기 전의 이름은 사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황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 황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진짜라고 믿으며,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로 인해 자랑스러워할 때마다 덕비는 매번 그를 바닥으로 밀쳤다. 그녀는 늘 연민과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내 뱃속에서 태어나 평생 그 바보에게 밀리게 생겼구나. 바보 주제에 운은 또 얼마나 좋은 지.” 그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귀에 익힐 정도로 들었다. 하지만 덕비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매번 사적으로만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마마마가 대황형을 가장 싫어하면서 왜 매번 자애롭고 온화한 눈빛으로 대황형을 보며, 분명 바보라고 해놓고 총명하다고 칭찬하는지 몰랐다. 이해가 안 돼서 몰래 청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청이는 한숨을 쉬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황자 님, 마마께서는 이황자 님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거예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는 기뻐하셨고 그에게 한숨을 쉬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숙청제가 그를 보러 올 때마다 덕비는 그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숙청제는 그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기억했는지도 물었다.그는 매번 대답을 아주 잘해서 숙청제를 흡족하게 했다. 답은 모두 미리 외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건 없었다.가끔은 숙청제가 그에게 대황형이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지는 않는지 물어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질문에도 정답이 있었는데, 그는 매번 자기가 동생이니 황형에게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황자가 매번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숙청제의 눈빛은 몹시 복잡했는데, 이황자는 그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숙청제가 잠시 침묵한 후에 그의 머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1화

    어릴 때부터 친했던 두 친구는 각자의 분야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수철이 약을 접하게 되면서 약과 의리는 그가 신약산장을 의지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산에 내려가 의관을 차리고 사람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매번 참기만 했는데 서우가 왔다 간 후 보내온 편지를 본 그는 산에서 내려갈 희망이 생겨 마음이 부풀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부상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열심히 통증과 부상을 치료하는 약을 연구했는데, 의술이 전면적인 나머지 뒤처지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 몇 년동안 한 번도 타오르지 않았던 한 줄기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약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설령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생은 그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분과 얼굴을 바꾸고, 배운 것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그는 며칠 동안 흥분한 상태로 제약 공장에서 먹고 마셨다. 사부님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두렵게 느껴져 사공에게 편지를 써 알리려고 했다. 그는 사부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에 놀란 사부님은 심지어 무당을 불러 귀신이 씐 건 아닌지 보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우 형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는 사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야 했다. 날이 지나고 더위와 추위가 오가더니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추분, 날씨가 상쾌한 어느 가을, 하늘의 밝은 태양은 사람을 뜨겁게 하지 않았고 하얀 구름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서우는 다시 한번 신약산장에 발을 들였는데, 이번엔 그의 서동인 진소설을 데리고 왔다. 진소설은 몽동이를 따라 무술을 익혔다. 그런데 노력한 사람은 역시 보답을 받는다고, 비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0화

    “사정언, 너 말 좀 그만해.”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서우에게 매달려 쉴 새 없이 말하는 딸을 혼냈다. 새빨갛게 그을린 작은 얼굴에 닭장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한 눈에 봐도 밖에서 뛰어놀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우가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쉬지도 않고 사촌 오빠에게 길에서 본 재미있는 일들을 물었다. “어머니.” 사정언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니 왠지 억울해 보였다. 그녀의 외모는 부모님의 장점만 닮아 있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촌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할 말이 많지요. 하루만 못 봐도 3년 못 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줬어?” 송석석이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왕사백이요. 그가 며칠 전에 매산으로 갔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시 고모를 안고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시만자는 고개를 숙여 송석석의 눈빛을 피했다. 그녀는 그때 정언이 나무 위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아이 앞에서 껴안고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왜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맘때쯤에 최대한 어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사정언은 대답한 후에도 계속 서우를 잡고 말했다. “오라버니, 혹시 상서에 갔어? 상서에서 시신 업는 것을 봤어? 정말 소국이 말한 것처럼 앞에서 종을 흔드는 도인이 있고, 뒤에 좀비들이 따라가는 거야? 그들은 걸어가 아님 뛰어가? 꼭 밤에만 볼 수 있는 거야? 낮에는 햇볕이 쨍쨍해서 볼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말할 줄 알아? 뭘 먹어? 그리고 그곳엔 주술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미인을 본 적이 있어? 그런 미인은 오라버니가 마음에 드는지…….” “그만해!” 송석석도 이내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보주, 서주, 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9화

    송석석은 이번에 외출할 때 황제에게 유람하러 간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신약산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7일 만에 떠나 만종문으로 향했다.그녀는 원래 진성으로 돌아가 홍현 고모를 찾고 싶었지만 평무종 고모를 직접 찾아가서 분장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분장술은 어렵지 않지만 능숙하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하려면 한두 달 만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간단한 분장술은 기존의 얼굴에도 할 수 있었지만 비가 오기만 해도 쉽게 흔적이 드러날 수 있었다.그러니 간단한 분장술만 배워서는 안 되었다.그리고 또 다른 미용술은 가면을 만드는 것인데 일반적인 가면은 일정한 두께가 있어 답답하고 오랫동안 착용하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 있다.게다가 가면을 착용할 때는 특수 물약을 묻혀야 했기에, 뜯을 때도 얼굴에 상처가 입을 수 있었다.운익각 사람들은 가면을 착용할 때 오래 착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탐꾼들은 무공도 괜찮고 경공도 높아 임무를 수행할 때만 가면을 착용해서 물약을 묻힐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벗겨져도 얼굴에 검은 천으로 복면을 쓰고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일반인들이 변장해서 탐문할 때 사용하는 것은 변장의 첫 번째 방법이었다.평무종은 서우의 요구를 듣고 말했다.“얼굴에 오래 쓰고 있을 수 있으면서도 원래 피부를 해치지 않고 잘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라, 그럼 상어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어떠냐.”“상어가죽이 무엇입니까?”서우는 매미의 날개처럼 얇고 물에 젖어도 흔들리지 않는 상어비단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엄청 귀중한 비단이었다.그러자 평무종이 설명했다.“상어가죽은 분장술에서 쓰이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통풍이 잘 되고, 얼굴에 단단히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빗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눈으로 보나 만지나 모두 진짜 피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어가죽으로 가면을 만들려면 상어 눈물을 사용해서 실을 짜내고 다시 밑감을 만들어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그러자 서우가 물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8화

    그렇게 두 사람은 촛불을 들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조정의 일은 일절 말해주지 않은 탓에, 수철은 지금 나라가 안정적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대황자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그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뿐이고, 다른 것은 이미 그와 상관이 없어졌다. 그는 조정에 관한 화제를 꺼내면 모두가 예민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그는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단 사공이 와서 조금씩 분석해 주었고, 그의 사부님도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와 셋째 동생 사이에 가족의 정으로 목숨을 걸고 불안정한 여생을 걸어야 한다면 결코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받아들기로 한 것이었다. 삶은 계속될 텐데, 매일을 의미 있게 잘 보내야 목숨을 건진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가 그의 다리에 대해 물었다. “내가 오기 전에, 고모가 그러던데 넌 다리를 다쳐서 일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걸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러자 수철이 말했다. “부황께서 승하하신 해에 산장에서 몇 사람이 와서 진찰해 보더니 정말 심하게 다쳤다며 이대로 두었다가는 계속 아플 테니 반드시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자 서우는 호기심에 물었다. “어디서 온 신의야? 그럼 그때부터 치료한 거야?” 그 물음에 수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당에서 왔는데 그 사람은 그 말만 하고 날 치료해주지 않고 당일에 떠났어. 그러다가 지난달에 와서 약주를 줘서 그걸 마셨는데, 난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졌어. 심지어 깨어나니 다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점점 좋아지더니 누군가 부축하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처음에는 잘 일어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지금은 혼자 몇 걸음은 걸을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서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북당신의? 그분께서 아직 살아 계셔?” “아니, 돌아가셨어. 내가 일어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7화

    [번외편]신약산장의 진달래가 온 산천지에 피었다. 다채로운 경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약산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마저 그곳에 살고 싶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외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말을 타고 산 아래에 도착해 말을 잘 배치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눈앞의 길만 보았고 찬란한 꽃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걸으며, 가끔 경공을 사용하기도 했다. 신약산장이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고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도를 수도 없이 봐 온 덕분에 신약산장으로 향하는 길을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약관 때 그가 작위를 계승했을 당시, 작은 고모가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지도였다. 그리고 그에게 온몸의 피가 끓게 하는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수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옛날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위를 받은 후 입궁해서 사은하고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낸 후 답방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작은 고모의 말로는 인맥을 굳건히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려 보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신약산장으로 출발했다. 산 아래에 도착하자 그는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산문을 본 순간, 강한 슬픔에 휩싸여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작은 고모는 그에게 수철이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불행 중 다행히 치료 후에 목숨은 건졌지만 약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평생 약을 달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그의 기억 속의 수철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제멋대로며 횡포한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태후마마와 황제폐하를 실망시킬까 봐 무술이든 공부든 최선을 다 했던 모습이었다. 특히 무술은 고모부가 재미있게 가르쳐 준 덕분에 그들은 항상 활기차게 뛰어다닐 수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