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 군주가 후부로 시집갈 때 지금의 평양후는 세자였고, 선후께서 돌아가신 뒤 평양후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작위를 맡은 후에 가의 군주가 후 부인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노부인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마 백 년 가문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을 것이다. 평양후 가문에는 부인이 4명이 있었는데, 가의 군주는 모든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시집갈 때 자신의 군주 신분을 믿고 온갖 참견을 하고 심지어 조정의 일까지 관여하려고 해 모든 사람의 미움을 받았다. 그래서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난장판이 되어 돈을 많이 썼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미움까지 샀다. 몸조리 중이었던 노부인은 화가 나서 기절했고 단신의에게 치료를 받고 서야 아픈 채 집안의 중재를 맡았다. 이런 백 년 가문에서는 가문에 관한 일은 조금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데 가의 군주가 너무 소란을 피워서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노부인은 화가 나서 숨이 붙어있는 한 가문을 가의 군주에게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평양후의 첩은 노부인 친정의 사촌 조카딸로서 비록 첩으로 들어갔지만 노부인이 예뻐하는 데다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임을 했다. 지금은 1남1녀를 낳아 키우고 있어 지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평양후부에서는 하인을 박대하고 첩을 억압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첩도 본분을 지켜야 하고 규칙도 엄청 엄격했다. 그래서 가의 군주는 적자를 낳거나 노부인께서 돌아가셔야 평양후부를 관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매일 친정에 가서 장공주 어머니의 비호를 청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오늘 경조부에서 사람이 왔는데 가의 군주에게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노부인이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국공부의 여식인 송석석을 모욕한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평양후 노부인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가의 군주가 한 일이라고 확신했다.노부인은 국공부와 왕래가 없었고, 송 부인과도 관가들의 경조사에서만 만난 적이 있는 사이였다. 나중에 팔찌 하나로 접점이
경조부 쪽도 당연히 공주부로 갔다. 설화인들이 장공주부의 집사한테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자수를 했으니 경조부도 관례에 따라 물어봐야 했다. 하지만 장공주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공양이 직접 나서서 협상하는 말투로 교류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공주는 아무 사람을 찾아 죄를 인정했고 공양은 고민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다. 그리고 설화인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하지만 관청에서는 그들에게 3일의 시간을 주어 사람들에게 이 일을 해명하고 국공부의 송 아가씨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경조부가 소란스럽게 평양후부에 가서 가의 군주를 찾아 장공주가 다른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웠지만 가의 군주의 죄는 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설화인에게 3일의 시간을 주는 건 장공주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니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장공주는 혜 태비에게서 받은 3천 냥을 전부 쓰고도 일부를 더 보탰다. 설화인들은 그 돈을 가지고 한 명씩 국공부로 찾아가 사과하고 배상금을 주었다. 물론 그들은 송석석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요란스러운 사죄방식이 많은 백성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진복이 국공부의 문 앞에서 그들의 사과와 배상을 받았는데 그들은 모두 돈 때문에 송 아가씨를 욕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백성들이 소리쳤다. “돈을 준 사람이 가의 군주 아니야?” “가의 군주냐? 아님 장공주냐?” “아이고,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장공주의 미움을 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내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장공주의 생일잔치에서 송 아가씨가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 그림을 선물했는데 짝퉁이라고 모함하면서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던데.” “심청화 선생의 냉매도를 찢었다고? 세상에. 장공주께서 시화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심청화 선생의 그림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건데.” “찢어서 어디에 버렸 대요? 내가 가서 주워 오게.” “듣자 하니 가의 군주가 찢었다는데 평양후의 부인이 심청화 선생
평양후부의 노부인은 그녀의 당당하고 맑은 눈동자를 보고,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이 일을 평양후부의 탓으로 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마음을 놓았다.모든 것을 제쳐놓고, 평양후부는 괜히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북명왕이든 국공부든, 그녀는 그들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그들이 세운 군공을 보면, 그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다. 평양후부는 그들과 불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잘 지내야 한다.노부인은 한숨을 쉬었다."아가씨가 사리를 안다지만 나도 너무 양심의 가책을 느끼네. 이 일을 감정에서 해명하지 않았다면 아가씨는 앞으로 불효의 오명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네. 누구에게나 이것은 파멸에 가까운 타격이네."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노부인, 이것은 저한테 있어 큰 타격이 아닙니다. 그저 쓸데없는 헛소리일 뿐입니다."이 일도 아무렇지 않단 말인가?노부인은 깜짝 놀라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노부인은 그녀가 애써 대범한 척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평온한 표정으로 보아 확실히 개의치 않는 듯하다.다시 곰곰이 생각하니 노부인은 그녀가 왜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헛소문에 그녀가 몇 년 동안 겪은 일을 비하면 확실히 아무것도 아니다.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전사하고 온 집안이 참혹히 죽임을 당했다. 노부인은 비록 송석석과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눈앞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다시 보니 저도 몰래 마음이 아팠다.그 시일은 그녀에게 있어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기소침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지낸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유지를 이어받아 도화창을 들고 전장에 나가 적을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송가의 정신이 우뚝 솟아 있다.노부인은 송석석과 일찍 왕래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평양후부 지금의 후손들은 송석석에게 배워야 한다.노부인은 오늘 구슬 무늬가 새겨진 금팔찌를 선물로 준비해 왔다.노부인은 하인에게 상자를 열어 송석석에게 전하라 명한 뒤 직접
평양후부 노부인이 말했다."자네 말도 맞네. 비록 아쉽지만 내가 도리를 따지니 자네의 어머니도 팔찌를 돌려주었고 금경루도 돈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네. 만약 내 물건을 함부로 판 사실이 맞았다면 이 일도 여기까지 아주 합당하게 처리된 셈이네."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듣고 분명 후속이 있다고 생각해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노부인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팔찌를 가지고 돌아온 후에야 나는 발견했네. 내가 주문한 팔찌에는 보석이 다섯 개 있었지만 내가 갖고 온 팔찌는 여섯 개가 있었네. 그럼, 분명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네. 사람을 보내 금경루에 가 묻게 했더니 그제야 내 팔찌를 만들기로 한 장인이 일을 저질러 도망을 갔고 내 팔찌도 함께 갖고 간 것을 알았네. 그리고 이 팔찌는 확실히 자네의 어머니가 자네에게 혼수를 해주려 주문한 것이 맞았네. 하지만 자리에 다른 손님이 있다 보니 금경루는 장인이 도망친 이유를 말할 수 없었지. 이튿날에 먼저 사람을 보내 나에게 설명하려 했으나 내가 먼저 이상함을 발견하고 사람을 보내 사실을 알게 되었네."송석석은 멈칫했다. 어머니가 혼수로 해주려는 것이라니."나는 바로 팔찌를 돌려보내 금경루에게 자네의 어머니 앞으로 돌려보내라 했네. 하지만 금경루는 자네의 어머니가 이미 다른 것을 샀다고 했고, 송부인도 사람을 보내 내가 마음에 들어 하니 양보하겠다고 했지. 내가 팔찌를 했었던 게 신경 쓰여 혼수로 줄 수 없다고 생각해 돌려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지."평양후부 노부인은 말을 마치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이 일은 비록 큰일이 아니지만 시종 마음이 불편했네. 게다가 송가가... 어쨌든 내가 꼈다는 것을 개의치 않고 이 팔찌를 받아주게나. 자네의 어머니가 준비한 혼수네."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전후 사정을 알고 난 후 이 팔찌를 더 이상 하지 않았네. 늘 나의 개인 창고에 넣어뒀으니 못 믿겠으면 내 곁에 있는 하녀에게 묻게나."노부인 옆에 있던 마마가 인사를 올리고 말했다."
평양후부 노부인은 은 한냥만 받겠다고 고집했다. 송석석이 아무리 말해도 그녀는 더 받으려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마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평양후부 노부인은 떠날 때 이렇게 말했다."나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앞으로 시간이 나면 후부로 와서 앉다 가게나. 아니면 내가 국공부에 와서 자네와 얘기를 나누어도 되네."이건 앞으로 두 집안이 가까이 지내려는 뜻이다.송석석은 아부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히 알고 있다. 평양후부의 가풍을 그녀도 다소 알고 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다. 백 년 동안 늘 세가였고 가문 자제들 중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지위 높고 권세가 높은 사람도 적지 않다.어쨌든 친구가 많은 것은 적이 많은 것보다 낫다. 게다가 팔찌의 인연도 있다.송석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직접 배웅했다."저도 노부인과 인연이 있으니 좋다마다요."노부인을 떠나보내고 송석석은 어머니의 명슬당에 가서 어머니가 즐겨 앉는 의자에 앉아 팔찌를 손목에 찼다. 눈을 감으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보주는 감히 들어가서 방해하지 못하고 몰래 밖에서 눈물을 훔쳤다.아가씨는 항상 괴롭고 힘든 일을 말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려 하지도 않는다.팔찌의 일을 양 마마와 황 마마는 알고 있다.저녁 식사 때 양 마마가 이 옛일을 말해주었다.그녀는 아가씨의 붉게 부은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부인께서는 아쉬워하셨습니다. 하지만 금경루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 데다 상대가 평양후부의 노부인이었습니다. 부인은 팔찌로 인해 평양후부와 불쾌한 일을 만들어 미움과 원한을 사려하지 않았고 가문이 의지할 데 없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어휴, 그래서 팔찌를 양보하고 금경루에 다시 하나 만들라 하려 했지만, 시간도 부족한 데다 평양후부 노부인이 같은 것을 갖고 있으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그냥 포기하셨었죠."황 마마는 눈물을 훔치고 울먹이며 말했다."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팔찌가 아가씨한테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부인께서 준비한 혼수가 마침
가의 군주는 공주부로 돌아가 지냈다. 두 모녀는 욕설을 받으며 지냈다. 과거 백성들이 송석석을 욕할 때 그들이 얼마나 통쾌했다면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다.특히 공주부 첩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장 공주는 분노뿐만 아니라 믿는 수하가 무슨 소식을 밖으로 흘렸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일일이 조사하면 공주부는 한동안 혼란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가의 군주도 부군의 집안과 불쾌한 일이 있어 마음이 답답해 날마다 공주부의 시녀에게 화풀이를 했다.그녀는 친정으로 돌아가 며칠 지내면 평양후가 그녀를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양후가 오긴커녕 후부의 하인도 청하러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시어머니가 국공부로 가 송석석에게 사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녀 마음속 원망이 커져갔다. 보아하니 노부인이 있는 한 그녀는 권력을 잡을 수 없을 것이고 부군의 집에서 지위도 없다.그러나 악의를 여러 번 품어도 소용없다. 노부인 쪽의 음식은 집안사람들이 그녀를 경계하고 있어 움직일 수 없다.며느리로서 그녀는 군주라는 이유로 노부인에게 예를 올리러 가지도 않는다. 평소 무슨 일도 없으니, 그녀의 곁에 다가갈 수 없다.그들 모녀는 각자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 송석석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이날 송태공이 송석석을 청했다. 현재 그녀의 혼사가 정해졌지만 북명왕은 승작할 수 없다. 그러나 국공의 자리를 이렇게 사라지게 할 수 없으니, 태공은 가족 중에서 몇 명의 아이를 골라 키우다 품성과 지식 심사를 통과한 후 조정에 세자로 추천을 하자 의견을 주었다.송석석도 사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외아들이라 그녀는 친숙부가 없었다.할아버지는 친동생이 둘이나 있으나, 그들은 이미 돌아가셨고 그들의 자녀들도 진성에 있지 않아 지금 인품과 덕행이 어떤지 모른다.그녀는 송태공에게 할아버지 형제의 후손들을 말했고 송태공은 손은 흔들었다."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았지만, 능력있는 아이가 없더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자료를 송석석에게 건네주었다.송석석은 몇 장 훑어보고 다시 닫았다. 모두 외
8월이 되니 곧 추석인데 사여묵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이번에 간 지 한 달이 되니, 송석석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저 한 마디 보고하고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나?매산을 간 지 이삼일에 며칠 묵은 것을 포함하고 길에 허비한 시간까지 더해도 열흘이면 돌아올 것이다.설마 매산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그러다 마침 시만자의 편지를 받았다. 시만자는 편지를 한 번에 몇 장이 되게 써 보냈다. 모두 매산에서 발생한 재미있는 일이었다.몽둥이가 연지를 사서 돌아가자, 스승님에게 감금되어 매를 맞지 않았다고 했다.송석석이 이겼다.그리고 편지에 그녀의 혼약을 축하하며 혼사를 올릴 때 매산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그녀의 혼약은 매산에 소문이 자자하다. 즉 사야묵은 매산에 갔고, 만종문에 갔었다. 스승님은 사여묵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혼사를 매산 전체에 전하지 않을 것이다.시만자는 사문이 지금 그녀를 위해 혼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편지에는 사여묵이 아직 매산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사람을 보내 북명왕부 쪽에 가보니 특별한 것 없었다. 다들 그저 바삐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혜태비가 왕부로 들어가 지내는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송석석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붓을 들어 스승님께 편지를 써서 사람을 시켜 매산으로 보내라고 했다. 사여묵이 매산에 있는지 없는지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돌아오면 알 수 있다.그러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군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칠이 지나면 바로 추석이다.국공부에서도 일찍이 불을 켜놓아 추석 분위기가 났다.송편은 며칠 전에 양 마마가 직접 만들었다. 송석석이 맛이 좋다고 생각해 사람을 시켜 란군주와 평양후부 노부인에게도 보냈다.이모인 회왕비 쪽은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하면 송석석도 어찌 대할 것이다. 상대가 송석석에게 미안한 일이 있을지 몰라도 송석석은 빚진 것이 없다.궁 안에는 보낼 수 없었다. 태후가 부르지 않으면 그녀는 궁에 들
송석석은 오찬으로 간단히 닭고기 죽으로 챙겨먹은 뒤에 제사를 지내러 신루로 갔다.귀족 가문인 송씨 가문은 명패를 모시는 사당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규정상 여인은 사당에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절을 올리는 것 정도만 가능했다.여인이 사당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어서 명패로 그곳에 모셔지는 것뿐인데 송석석은 거기 해당하지도 않았다. 여자는 일단 혼인하면 출가외인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들이 돌아가신 뒤에 그녀는 저택 안에 신루를 짓고 부모님과 오라버니의 명패를 모셨다.가문이 망한 뒤에 그녀는 어머니의 친정 식구들의 명패도 이곳에 모셨다.제사에 필요한 물품은 집사가 준비하고 그녀는 신루로 올라가 제를 올렸다. 과거에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싸늘한 명패가 되어 신루에 모셔진 모습이 씁쓸했다.분향을 올린 뒤, 그녀는 큰절을 올리고 부모님의 명패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태공과 상의 끝에 작위를 이을 사람을 새로 선발하여 호적을 이전하기로 하였어요. 다만 아직 누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저에게 옳은 길을 알려주세요.”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정말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인원을 선발할 때도 한 번도 참석한 적 없었다.그녀는 가족의 목숨을 희생해서 어렵게 얻은 작위인데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물론 같은 송씨 성을 가진 사람일 테지만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태공이 보여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모님이 살아 계신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가엾기라도 하지, 이미 부모님 손에서 성인이 된 사람들이었는데 작위를 받은 뒤에 자기 부모까지 국공부에 모시려고 하면 그때는 통제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품행이 단정하고 앞으로 효심이 깊은 사람이면 그나마 나을 테지만 가장 걱정되는 게 인성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작위를 받고 부모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