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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궁을 떠난 송석석은 정말로 장공주 저택으로 향했다.

애초에 장공주부로 향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사이에 입궁 하명을 받아 시간이 잠깐 지체된 것뿐이었다.

하지만 별로 아쉬울 건 없었다.

오후가 지난 시간이니 장공주도 낮잠에서 깨어났을 테고 전투력이 충만할 테니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요 며칠 창고를 정리하면서 전에 장군부에서 가지고 온 혼수품을 남길 건 남기고 팔 건 팔고 팔 수 없는 건 구석에 쌓아두었다.

사여묵과 결혼을 하는 이상 원래 쓰던 혼수를 쓸 수는 없으니 창고를 정리하고 새로 들일 물건이 뭐가 있는지 진복에게 정리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잡동사니 중에서 송석석은 장공주가 보내준 열녀비를 발견했다.

쓸데없이 화전옥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열녀비, 귀한 “선물”이니 당연히 장공주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장공주가 열녀비를 선물했을 때쯤은 아버님과 오라버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진성에 닿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 아직 매산에 있었던 송석석은 이 열녀비를 보지 못했었다.

‘어머님이 당연히 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창고에 처박아두셨네. 상심이 크셔서 대충 처리하라고 시키셨는데 하인들이 함부로 던지지 못하고 여기 보관해 둔 모양이네.’

송석석은 열녀비를 들어 이리저리 관찰해 보았다.

장신구 상자 정도 되는 크기에 중간에는 열녀비라는 세 글자가, 그리고 양옆에는 전승보물이라는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

이 열녀비를 받았을 때 어머니가 느꼈을 분노와 무력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집안의 장정들이 다 죽고 혼자서 어린 손자, 손녀들을 거느리고 어떻게 장공주와 맞설 생각을 하셨을까?

전에는 이 열녀비가 버려졌다고 생각해 장공주를 찾지 않았지만 찾아낸 이상 어떻게든 다시 돌려줘야 했다.

그날 연회에서 송석석이 사람들에게 열녀비를 보여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애초에 이 물건이 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다들 보러 오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 그런 말을 했던 것뿐이었다.

자리에 있는 모두들 장공주가 아무리 독하다 해도 국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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