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41 - 챕터 850

1202 챕터

제841화

서유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떠보니 소수빈은 한창 인형 속에 솜을 쑤셔 넣고 있었고 연이는 인형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있었다.“왜 그래?”그녀는 휴지를 잡아당겨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아저씨... 거짓말쟁이에요...”훌쩍거리던 아이는 이모가 깨어난 걸 보고 인형 머리까지 내팽개치고는 서유의 팔을 껴안고 울먹였다. “엄마가 남겨준 인형을 아저씨가 뜯어버렸어요. 다시 제대로 꿰매지 못하고...”이게 뭔 마른하늘에 날벼락인지...소수빈은 옆에 앉아 있는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았다. 마침 이승하도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 일은 네가 책임지라고 하는 눈치였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대표님한테서 별장까지 선물 받았는데 이 정도는 내가 책임져야지. “사모님, 인형 안에 칩이 들어있었습니다.”그는 이승하의 손에 있는 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한테 누가 진짜 주범인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눈짓까지 했다. 칩에 시선이 뺏긴 서유는 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이게 왜 여기 들어있어요?”이승하가 손에 든 칩을 만지작거렸다.“언니가 아이한테 물려준 것일 수도 있고 당신한테 물려준 것일 수도 있어.”칩을 건네받은 그녀는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그를 향해 물었다.“이거 보안 처리해야 열어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이승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울고 있는 연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네 엄마가 인형 속에 물건을 남겨두었어. 그걸 꺼내려면 인형을 뜯을 수밖에 없었어. 이 도리는 너도 잘 알지?”아이는 소매로 눈물 콧물을 닦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알아요. 근데 너무 슬퍼요. 이건 엄마가 나한테 남겨준 건데. 인형이 없으면 엄마도 사라지는 거잖아요.”마음이 아픈 서유는 이내 아이를 끌어안았다.“연이야, 걱정하지 마. 이모가 인형 다시 꿰매어줄 테니까. 인형은 계속 우리 연이랑 같이 있을 거야.”그제야 아이는 그녀의 품에 기대어 조금은 진정된 듯했다.“고마워요.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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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차가 블루리도에 멈춘 뒤, 서유는 연이를 안고 1층 거실에 향했고 아이가 곤히 자고 있어 깨우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들어가니 칩을 처리하느라고 집중하고 있는 그의 빛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문에 기대어 스탠드 조명 아래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가사 도우미한테 우유를 데워 오라고 부탁했다. “어떻게 됐어요?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요?”전기 회로를 통합한 남자가 짙은 눈썹을 드리우며 입을 열었다.“아마 하룻밤 정도는 걸릴 것 같아.”하룻밤?뭐든 다 잘하는 사람 아니었나?칩을 처리하는 데 하룻밤이나 걸린다고?“내 옆에 있어 줘.”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가 맑은 눈망울로 그녀를 쳐다보며 소파에 앉으라고 눈짓했다. 남편이 칩을 처리하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그녀는 책상을 지나쳐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가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자 컴퓨터 화면에는 그녀가 알아볼 수 없는 코드들이 빠르게 나타났다.간단할 줄 알았는데 비밀번호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의 잘생긴 얼굴이 점점 찡그러졌다.“당신 언니 말이야.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하지 않았어?”“네? 무슨 뜻이에요?”못 하는 게 없는 남편이 이번에는 적수를 제대로 만난 듯했다. “해커를 부르는 게 어때요?”“다시 해볼게.”새벽 5시, 서유는 하품을 하면서 이승하를 타일렀다.“여보, 제발. 그냥 해커 불러서 해요.”그제야 그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핸드폰을 꺼내 이연석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겨우 잠이 든 이연석은 둘째 형의 전화를 보고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형...”“지금 당장 불루리도로 와.”말도 채 끝나기 전에 전화기 너머로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전화가 끊어졌다.형이 넷이나 되니까 둘째 형은 안 보고 지내도 상관없겠지?마음을 가라앉힌 그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차를 몰고 블루리도로 향했다. 도착한 뒤, 서유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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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자리에 앉은 후, 코드를 한번 보고는 그가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이승하보다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남자들은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할 때만이 가장 진지한 모습인 것 같다. 밤새 잠을 못 잤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이승하는 그녀에게 암호를 풀면 부를 테니까 가서 쉬라고 했다. 그녀는 가사도우미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뒤, 연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안고 잠시 눈을 붙였다.컴퓨터의 고수이긴 하지만 이 칩을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두 시간쯤 지나서야 그가 컴퓨터에서 손을 뗐다. “김초희라는 여자 대단한 분인 것 같아요. 암호가 겹겹이 쌓여있었어요. 하나를 풀면 하나가 또 나타나고 이 안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지...”팔짱을 낀 채 그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화면에 나타나는 코드를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 풀었어?”“그럼요. 이 세상에 내가 풀지 못하는 코드는 없어요.”형제들 사이에서 컴퓨터에 관해서는 제일 자신 있었다. 그는 다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코드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다 풀었으면 이제 그만 나가.”그 뜻은 이 안의 내용을 나한테 보여주기 싫다는 건가? “형, 이 안에 있는 건 동영상이에요. 하나하나 조각들을 맞춰야 하는데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고요.”이승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서유의 출생에 관한 것이라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이따가 뭘 보든 다 못 본 걸로 해.”이연석은 고개를 들고 아침 햇살을 등지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혹시 이 안에 놀라운 비밀이라도 있는 거예요?”“뭔 말이 그렇게 많아?” 형의 차가운 눈빛을 보자마자 그는 바로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재수가 없네. 이 엄청난 비밀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나부터 죽이려 하는 건 아니겠지?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형, 앞으로 컴퓨터 좀 더 배워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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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이연석은 동영상의 퍼즐을 맞추고 형식을 변환한 후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스페이스바를 클릭하자 어두운 화면에 밝고 선명한 색이 서서히 떠올랐다. 영상 속 배경은 바닷가였고 그 옆은 전부 다 어촌 마을이었으며 환경이 아름답고 조용해 보였다. 주변 환경을 훑던 카메라는 모래사장을 비추며 천천히 좁혀갔고 작은 그림자가 허리를 굽혀 조개껍데기를 줍고 있었다.“초희야, 조심해. 바닷가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영상 속에서 갑자기 부드럽고 단아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어린 김초희가 고개를 돌렸다. 연이와 아주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엄마.”엄마?서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상을 찍은 사람이 그녀와 김초희의 어머니란 말인가?그녀는 다리에 얹은 손가락을 살짝 웅크린 채 기대와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린 김초희가 조개를 줍고 달려오자 카메라는 유모차에 누워 있는 아기를 향했다. “엄마, 동생이 한 살이 되면 이 조개껍데기로 팔찌를 만들어 생일 선물로 줄 거예요.”“그래.”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가녀린 손이 아기의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 초아, 내일 엄마랑 같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한테 가자.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가 분명 엄마한테 돈을 줄 거야. 엄마가 우리 초아 심장 꼭 고쳐줄 거니까 반드시 이겨내야 해.”그 말에 이승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김영주가 도움을 청하러 김씨 가문으로 가지 전에 찍은 영상인 걸까?“우리 동생, 꼭 이겨내야 해.”김초희도 가까이 다가와서 빨갛게 달아오른 아기의 작은 볼에 뽀뽀했다.이어 카메라가 몇 번 흔들리더니 가느다란 실루엣이 화면에 나타났다.낯설지만 부드럽고 선한 기운이 감도는 얼굴을 보자 서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 사람은... 성형을 한 엄마일까? “초희야, 초아야. 엄마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몰라서 이렇게 영상을 남기게 되었어. 너희들한테 진실을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 “엄마의 본명은 김영주. Y국 4대 가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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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영상 속에서 김영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엄마가 어렸을 때, 내 부모님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어. 할아버지께서 날 불쌍히 여기시고는 곁에 두고 직접 날 가르치셨지.”“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만 옆에서 효도를 해서인지 할아버지께서 나한테 유산을 물려주셨어.”“사실 난 이 유산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탐욕스러운 우리 부모님은 유산 때문에 나에게 많은 상처를 주셨어.”“내가 고집이 센 편이라 그분들이 원하는 걸 쿨하게 내어주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 사이가 점점 더 틀어지게 된 거야.” “그때의 난 약혼자인 육우성과 사귀고 있었고 우리 두 사람은 사이가 나쁘지 않았었어.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될 줄 알았는데...”“하지만...”얼굴을 만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눈동자에는 쓸쓸함과 절망으로 가득 차올랐다. “심혜진은 나한테 가장 친한 친구였어. 그녀도 육우성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어.” “질투가 심했던 건지 함께 과학실험을 하던 중 심혜진이 화학약품을 가져와 내 얼굴을 망가뜨렸어.”“얼굴이 망가진 뒤에야 진심이란 게 다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육우성은 나를 버렸고 김씨 가문과의 정략결혼 때문에 우리 큰언니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어.”“내가 병상에 누워 그 엄청난 고통을 견디고 있을 때 육우성은 우리 큰언니와 신혼 첫날밤을 보냈어.”“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할아버지의 유산을 내놓으라고 날 강요하셨지. 내가 거절하자 날 김씨 가문에서 쫓아냈어.”“피범벅이 된 얼굴을 한 채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모두가 나를 두려워했고 한 사람만 내게 손을 내밀었어.”“얼굴이 망가진 사람이라고 싫어하지도 않고 내게 먹을 것도 주고 숙소까지 마련해 줬어...”“그 사람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난 내 신분에 대해서도 내가 어떻게 생겼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어.”“그 사람은 한 번도 날 다그쳐본 적이 없었고 날 격려해 주고 나한테 힘을 줬어. 그 사람의 도움으로 난 다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어.” “한동안 Y국에 있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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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김영주는 말을 하면서 주변의 환경을 가리켰다.“이곳은 마음씨 착한 어민들이 우리를 구해 데려온 곳이야.”“난 너희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한동안 지냈었어. 초아가 물을 많이 마시는 바람에 선천성 심장병이 재발했고 난 너희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어.”“엄마의 일생은 이게 전부야. 그다지 잘 지내지 못했어. 너희들은 나보다 더 잘 살기를 바란다...”“그리고 너희들의 친아빠가 누구인지 알려주려고 해.”“그 사람의 이름은 연중서. 동아 그룹의 이사장이야.”“언젠가 너희들이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난 그 사람이 너희들을 알아보지 못하길 바란다.”“그리고 너희들이 그 사람한테 복수하기를 바라지도 않아. 난 그저 내 아이가 평안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날 다치게 하고 괴롭혔던 놈들은 영원히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거라.”화면이 멈추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이승하가 그 틈을 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서유를 쳐다보았다. 주먹을 불끈 쥔 채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연중서 이사장이 내 아버지라니...”어쩐지 연중서한테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조지가 예전에 김초희의 원래 이름은 연초희라고 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연중서의 딸일 줄은 몰랐다. 서유의 눈매가 연지유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이복자매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족에게 상처를 입었고 친한 친구 때문에 얼굴이 망가졌고 약혼자에게도 버림받았었다.착한 사람을 만난 줄 알았는데 그 결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김초희는 거짓 결혼 생활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세상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와 김초희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고달픈 것인지? 김영주는 자식들의 인생이 자신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길 바랐지만...김초희는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언니의 심장이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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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영상의 마지막은 김영주의 미안하다는 말로 끝이 났다. 비참한 인생에 대해 그녀는 원망도 미움도 없이 그저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손등이 차가워지는 느낌에 고개를 숙여보니 맑은 눈물이 떨어져 있었다. 서유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우는 건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던 김영주의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 때문이기도 했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김영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손가락이 눈 밑의 눈물을 닦아주자 흐린 시선 속에 그의 완벽한 얼굴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만 울어.”위로의 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였지만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출생의 자초지종을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진 것 같다. 김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 피맺힌 원한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김씨 가문에서는 그녀의 어머니를 그 가문의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니까. 그녀 또한 김씨 가문의 원한을 짊어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씨 가문에서 그녀의 신분을 알게 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형수님, 이 일은 꼭 비밀로 할게요. 이 영상은 다시 암호를 걸어두겠습니다. 두 사람만 행복하게 잘 살면 됩니다.”김씨 가문의 사람들을 미워하지만 서유의 어머니는 무고한 사람이었다. 여자로서 불행히도 잘못 태어났을 뿐 그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고마워요. 도련님.” 그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지금까지 날 이렇게 부른 사람은 없었어요. 어색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듣기 좋네요.”그가 이승하를 지나쳐 서유의 앞으로 다가갔다.“형수님, 다시 한번 불러줄래요?”바로 그때, 이승하가 책상 위의 펜을 들어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고 엄청난 통증이 밀려와 그가 머리를 감싸 쥐고 이를 악물었다.“형, 제발 좀 살살해요. 아파죽겠어요.”“그러게요. 총명한 도련님의 머리가 잘못되기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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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형, Z라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누구예요? 이렇게 저장한 걸 보니 되게 궁금하네.”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건네받더니 그녀의 손을 놓고 서재 밖으로 나갔다.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는 그 모습에 이연석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펜으로 그녀의 옷을 찔렀다.“형수님은 Z라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요?”택이의 전화인 걸 알고 있던 서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마음이 너무 넓은 거 아니에요?”이승하의 또 다른 신분을 알지 못했던 이연석은 서재 밖에 서서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는 남자를 가리켰다.“우리 형, 얼굴도 좋고 몸매도 좋아서 밖에 나가면 여자들이 가만두지를 않아요.”“저 Z라는 사람, 딱 봐도 매혹적이고 섹시한 여자일 것 같은데 조심해요. 형수님.”이연석이 말하는 매혹적이고 섹시한 여자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이승하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보스...” 그 모습을 본 순간, 새까맣고 그윽한 이승하의 눈동자가 크게 확대되었다.“왜 이래?”“말도 마세요.”택이가 부어오른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하소연했다. “육성재의 여동생에게 접근하기 위해 신분을 바꾸고 그녀의 경호원으로 일하게 됐잖아요.”“근데 여자가 무슨 힘이 그렇게 센 건지 아침마다 날 끌고 다니면서 운동을 하는 거예요.”“이게 다 그 여자가 때린 거예요.”“가끔은 내가 자기한테 접근한 이유를 알고 이러는가 싶기도 하고요.”“그리고...”“용건만 간단히 해.”이승하의 차가운 말 한마디가 택이의 하소연을 끊어버렸다. 보스가 자신의 처지를 들을 기분이 아닌 것 같아 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 말을 거두었다.“보스, 봉태규를 기억하십니까?“응.”그의 아랫사람이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육성재에 대해 알아보라고 연락했지만 그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다른 멤버들의 말로는 연지유를 처리한 뒤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다들 그가 본부의 임무를 따로 받고 혼자 움직인 것으로 알고 저한테 보고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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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연지유가 안 죽었다고 가정하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연지유가 죽었다고 가정하면 루드웰에서 왜 연중서를 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혼란스러워할 때 택이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보스, 예전에 연지유를 지켰던 사람이 바로 봉태규입니다. 함께 오래 지내다 보니 혹시 봉태규가 연지유한테 마음이 생긴 건 아닐까요?”봉태규가 연지유에 정이 들어서 그녀를 처리하지 않고 심지어 그녀를 데리고 S 조직을 배신하고 루드웰에 의탁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루드웰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승하조차도 강중헌한테 듣고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비밀스러운 조직을 봉태규는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봉태규와 연지유가 모두 그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존재가 그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준호한테 빨리 연지유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게 하라고 해. 그리고 반드시 봉태규를 잡아서 나한테 데리고 와.”그가 왜 S 조직을 배신했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다.“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육성재 쪽은 알아냈어? 김초희는 도대체 왜 찾고 있는 거야?”“지금까지 육성재의 여동생만 만났고 육성재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습니다. 빨리 병원으로 들어가서 그의 어머니한테 물어봐야겠어요.”입이 무거운 육성아한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그녀를 떠봤지만 그때마다 그녀에게 얻어맞았다. 그녀는 절대 봐주는 게 없이 잔인하게 주먹을 휘둘렀다.빨리라는 말만 남긴 채 이승하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돌아서서 서유를 바라보니 복잡했던 생각이 점점 또렷해졌다.아직은 의문점이 많지만 확실한 건...연지유, 연중서, 육성재, 김선우, 김영주, 김율, 강중헌 그리고 루드웰까지 모두 서유의 출생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이다. 한편, 서재에 있는 서유는 이연석을 향해 눈을 흘겼다.“무슨 소리예요? 승하 씨는 밖에서 딴 여자 만날 그런 사람 아니에요.”“그럼 말해봐요. Z라는 사람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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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국제전화?그녀와 눈을 마주치던 그는 차가운 얼굴로 서유를 끌고 서재로 돌아갔다.“서유 씨, 안녕하세요. 글로벌 건축디자인 대회 조직위원회입니다.”심혜진이 연이를 돌려달라고 전화를 한 줄 알았던 그녀는 글로벌 경연 대회라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다름이 아니라 서유 씨의 작품 ‘JS 그룹 본부’가 최종 파이널을 통과하였습니다. 저희 조직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이번 대회의 우승 작품을 당신의 작품으로 선정하였는데요. 내일 오후, 상을 받으러 부산 국제건축 전시관으로 오시길 바랍니다.”상을 받았다고?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그가 JS 그룹 본부를 재건한 것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였고 그녀가 자신의 이름으로 건축 디자인 업계에서 명성을 얻기를 바라서였다. 아직은 신인이라 파이널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상도 모자라 대상을 수상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갑작스런 소식에 그녀는 감격하여 이승하를 덥석 껴안았다.“여보, 나 상 받았어요. 그것도 무려 대상.”긴장했던 그의 얼굴이 점차 수그러들고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좋아?”“네. 좋아요.” “계열사 건물들 몇 개 더 지을 테니까 당신한테 디자인 맡길게.”그 말에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았다.“설마 이 상을 당신이 나한테 준 거예요?”옆에 있던 이연석이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이승하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맞아요. 우리 형 맞아요.”기뻤던 마음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내 실력 덕인 줄 알았는데 남편 덕을 봤네요. 이런 상을 어떻게 받아요?”그녀는 조직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공평하게 재선정을 요청하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를 걸기도 전에 훤칠한 손이 핸드폰 화면을 눌렀다.“대회에 관여한 적 없어. 그저 당신 작품으로 대회에 신청했던 것뿐이야.”그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연석이 또 옆에서 기름을 부었다. “작품 이름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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