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임태진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그가 그녀의 잠옷을 단숨에 벗겨버리고 더럽고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등을 어루만질 때, 서유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임태진!”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마구 주무르던 임태진의 손이 멈칫했다.죽여도 시원치 않을 듯한 눈빛으로 서유가 그를 노려봤다.“임태진, 오늘 함부로 날 대하면 내일 법원에 가서 널 고소할 거야.”마치 세상 재밌는 농담을 듣기라도 한 듯, 피식 웃으며 임태진이 답했다.“경찰도 무섭지 않은 내가 법원에 고소한다고 두려워할 것 같아?”서유는 주먹을 꽉 쥐고 힘주어 말했다.“당신 집안에 권력이 높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그럼 뭐?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어. 권력으로 더러운 짓을 덮으려 하면 내가 언론에 실명으로 널 고소할 거야.”임태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뭐, 그래. 언론에 나 폭로해봐. 실검에 안 오른 지 너무 오래됐나.”그의 말에서 가소롭다는 뜻이 뚜렷하게 전해지자 서유는 절망과 무력감에 휩싸였다. 왜 하필 일반인이 아닌, 재벌가 권력이 높은 집안의 변태 아들에게 찍힌 걸까? 그는 손쉽게 뉴스를 잠재울 수 있었고 그녀가 강하게 나온다 한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서유는 점차 이성을 되찾으려 애썼다. 임태진 같은 사람을 마주할 때 강하게 나오는 건 소용이 없다. 그를 힘으로 이길 수도, 백으로 이길 수도 없었다. 자신을 구하려면 가식적으로 그에게 순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그녀는 결심한 듯,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임 대표님, 일부러 고소하려고 하는 것도, 언론 얘기로 위협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도저히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이에서 잠자리를 가질 수 없었을 뿐이에요.”그녀의 말에 임태진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의 먹잇감을 놓아줄 리는 없었다.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깊이 빨아들이더니 말했다.“그렇지만 난 꼭 너랑 자고 싶은 걸 어떡해?”너무 역겨웠지
Last Updated : 2024-01-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