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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어떻게 심장이 터져나갈 듯이 아플 수가 있을까?

가까스로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을 손으로 꾹 누르며 서유는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는 것에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견디지 못할까 봐, 참지 못하고 이승하에게 달려가 왜 자신을 대체품으로 사용했는지 따져 물을까 두려웠다.

사직서를 작성하고 나서 그녀는 대표님 사무실의 책임자인 허민에게 가서 심사를 부탁했다.

애초에 서유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허민은 몇 마디 부질없는 말을 내뱉곤 곧장 허락했다.

퇴사 절차는 한 달이 걸렸다. 즉시 떠날 수 없게 되자 서유는 15일의 연차를 사용했다.

그녀가 이온에서 일한 지 5년째였고 그간 연차를 모아두기만 했던 덕분에 마침 15일이 남아있었다. 퇴사하기 전에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허민은 이토록 다급해 보이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을 흘겼다.

“물론 연차를 쓸 수는 있어요. 하지만 휴가가 끝나면 바로 돌아와 인수인계 잘하세요.”

“네.”

서유는 짤막한 대답을 남기고 가방을 챙겨 이온 인터내셔널을 빠져나왔다.

다급한 걸음으로 회사를 빠져나올 때, 맞은 편에서 태안 그룹의 대표 임태진을 마주치게 되었다.

업계에서 소문이 난 변태였는데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방식이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다고 했다.

그가 웃으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서유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뒤돌아서서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임태진이 잽싸게 달려와 그녀의 팔을 낚아채며 품에 와락 안더니 물었다.

“어디가?”

그는 일부러 고개를 숙여 서유의 귓가에 가볍게 숨을 불어넣었고 서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간힘을 써서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으나 그는 허리를 꽉 누르며 그녀를 제압했다.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네…”

서유는 그의 손을 밀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내가 뭘 하고 있는데?”

임태진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껄렁하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으나 내뱉은 말은 혐오스러웠다.

이 상황이 너무나 싫어 고개를 돌려 그를 쓰레기 쳐다보듯이 노려봤지만 그에겐 전혀 먹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자가 반항할수록 그는 그녀를 정복하려는 욕구가 더 생겨났으니까.

임태진이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백지장처럼 새하얀 손가락으로 볼을 마음껏 어루만졌다.

“임 대표님, 우리 아는 사이도 아닌데 사람 좀 존중해 주실래요?”

그의 손을 뿌리치며 화난 어조로 서유가 말했다.

한 달 전, 서유는 태안 그룹에 문서를 조달하러 갔을 때 임태진에게 찍히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업무를 빌미 삼아 자주 회사에 와서 그녀를 괴롭혔다.

매번 만나게 될 때마다 그녀를 터치하지 않으면 언어로 희롱했다.

예전의 서유는 일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그에게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참기만 했다.

하지만 이젠 이온을 떠나게 되었으니 더는 임태진이 두렵지 않았다.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임태진을 쏘아보았으나 그는 화를 내지도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나랑 하룻밤만 자면 금방 서로 잘 알게 될 텐데.”

‘뻔뻔하긴…’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는 자신에게 밀착한 그를 밀어냈다.

그녀의 반항에 점점 더 흥분한 임태윤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촉감이 볼에 느껴지자 서유는 정말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다시 임태진을 밀어내려는 순간, 등 뒤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승하?“

그 이름을 듣자 서유의 몸이 제자리에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임태진의 품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이승하를 바라봤다.

약간 거리가 있어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매력적인 긴 눈매가 자신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온 차가움이 그녀를 순식간에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이온의 이사장 연중서가 회사 입구에서 이승하를 만나자 얼른 주주들을 데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승하야, 너 많이 바쁠 텐데도 오늘 이온에 무슨 일로 온 거야?”

그제야 이승하는 시선을 거두며 연중서를 향해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지아 데려다줬어요.”

그의 한마디에서 연중서는 그가 자기 딸의 든든한 힘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 지아가 귀국한 지 얼마나 됐다고 네가 바쁘게 오가게 했네.”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 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예의상 한마디 답했다.

“그럼 전 먼저 회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얼른 돌아가. 업무가 우선이지. 며칠 안에 내가 지아 데리고 정식으로 집안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겠어.”

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곧바로 떠났다.

그의 등 뒤로 한 무리 보디가드가 두 팀으로 빠르게 나뉘어 그가 가는 길을 보호했다.

서유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했다.

역시나, 조금 전 느낌은 착각이었다. 이승하는 전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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