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1202 챕터

제831화

“심 선생님, 정말 저랑 술을 마시겠다는 건가요?”의자에 기대앉아 있던 이연석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심형진을 경멸스럽게 훑어보았다.심형진은 술을 다 따르고 나서 병을 내려놓고,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이 도련님, 설마 술을 못 마시겠다는 건가요?”“내가 못 마신다고?”이연석은 냉소를 터뜨렸다. 그는 오랜 시간 유흥업소에서 활동하며 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명성을 얻었다. 심형진이 그와 술을 마시겠다는 건 목숨을 버리겠다는 건가? 아니면 자존심?“용기가 있다면 이걸 마셔보세요.”심형진의 이 말은 분명히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다.이연석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분함에서 분노로 변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술을 마시라고 하는 겁니까?”이연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심형진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더 커졌다.“이 도련님, 그저 한 잔의 술일 뿐이에요. 그렇게 흥분할 필요 없잖아요.”말을 마친 심형진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굳이 이유를 찾자면 지난번 일을 마무리하는 셈 치죠.”지난번 일을 마무리한다고? 이 말은 이연석이 여자 문제로 심형진에게 굴복했다는 것을 비꼬는 것이었다.이연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일어나서 심형진에게 주먹을 날리려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이승하가 입을 열었다.“심 선생님께서 마시라고 하면 마시면 되지, 왜 일어나?”이승하의 말이 아니었다면 이연석은 당연히 심형진과 싸움을 벌여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이 점을 깨달은 이연석은 분노를 억누르고 다시 앉았고 눈빛에 인내심이 엿보였다.“심 선생님, 아무도 당신에게 술을 권하기 전에 먼저 자기가 한 잔을 마셔야 한다는 걸 배워주지 않았나요?”“그래요?”심형진은 반문하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술병을 집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그럼 제가 먼저 한잔하죠.”심형진이 고개를 들어 술을 마시려 하자 이연석이 갑자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잔을 채워요.”모든 사람 앞에서 그가 술을 마시게 하려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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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이연석이 들어온 다음부터 정가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 남자 친구가 맞은편에 앉아 있고 현 남자 친구가 옆에 앉아 있는 상황보다 더 난감한 일은 없었다. 원래는 어색함을 참고 이 식사만 끝내고 가려고 했지만 심형진이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을 만나자는 말을 꺼내면서 더 난처해졌다.정가혜는 접시 속 음식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심형진에게 물었다.“선배 부모님께서 이렇게 빨리 아셨어요?”“응, 부모님한테 너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말했어.”심형진은 말하고 나서 정가혜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가 가고 싶지 않아 한다고 생각해 얼른 덧붙였다.“가혜야,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안 가도 돼. 내가 거절할게.”심형진의 부모님이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정가혜가 심형진에게 거절하라고 하면 그녀가 예의 없고 눈치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은 결혼을 전제로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부모님을 만나지 않는다면 정가혜는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었다.정가혜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비록 한 달밖에 사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그녀는 동의했다.“괜찮아요. 만날게요.”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예의 바르게 흘러가는 대화였지만 이연석은 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정가혜를 쏘아보며 말했다.“정가혜 씨와 심 선생님은 꽤 빠르네요. 이렇게 빨리 부모님을 만나고 결혼까지 하려고 하는 건가요?”이런 빈정거리는 말에 정가혜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심형진은 고개를 들어 이연석을 바라보며 웃었다.“결혼을 전제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거죠. 이 도련님은 여자 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해 본 적 없나요?”“전...”이연석이 반박하려 했지만 심형진이 말로 끊어버렸다.“거의 잊을 뻔했네요. 이 도련님은 연애를 그저 재미로 하는 거니까 부모님께 소개할 필요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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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심형진은 이승하가 이연석을 돕고 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는 서둘러 와인 병을 들고 이승하에게 다가가 이승하의 잔에 조금의 와인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한 잔 따랐다.“이 대표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편하게 드세요.”아까 그의 동생에게 술을 따를 때는 가득 채웠으니 이례적으로 계속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심형진은 이승하의 잔도 가득 채웠다. 심형진은 단숨에 잔을 비웠지만 이승하는 살짝 입을 적실 정도로만 마셨다. 이는 심형진에게 체면을 주는 듯하면서도 조금은 난처하게 만들었다.심형진은 높은 EQ를 가진 사람답게 아무 말 없이 잔을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리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럼 이 대표님, 천천히 즐기세요.”심형진이 술을 마시고 자리를 뜨려 하자 이승하가 그를 불렀다.“소 비서도 심 선생님과 몇 잔 마시고 싶어 하네요. 심 선생님 괜찮으시죠?”폭풍처럼 음식을 먹고 있던 소수빈은 이 대표님의 부름에 얼른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술잔을 들고 심형진에게 다가갔다.“자자, 심 선생님. 오늘은 좋은 날이니 우리 옆에서 실컷 마셔봅시다.”덩치가 큰 소수빈이 심형진의 어깨를 감싸안자 심형진은 저항할 힘도 없이 끌려가 구석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서유는 술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 심형진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무릎 위에 놓인 손이 이승하에게 잡혀 멈칫했다.“걱정 마. 소 비서는 정도가 있으니까.”“알아요.”서유의 시선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가혜에게로 옮겨갔다.“난 가혜가 난처해할까 봐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지금 가혜의 남자 친구는 심형진이니까요.”이승하는 사정은 사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멋진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가혜 씨가 내가 과했다고 생각하면 말리겠지.”이승하는 단지 정가혜의 마음속에 심형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정가혜가 심형진을 걱정한다면, 이연석은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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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윤주원도 심형진처럼 예의를 갖추었지만, 이승하를 대할 때는 조금도 비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자신의 상사로 존경하는 태도를 보였다.“괜찮습니다.”이승하는 냉정한 목소리로 두 글자를 말한 뒤, 상대가 너무 곤란해할까 봐 한마디를 덧붙였다.“위가 좋지 않아 많이 먹지 않는 편입니다.”“그렇군요.”윤주원은 그의 위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따뜻한 보양국을 좀 가져다드릴게요.”이승하는 말리려 했지만 윤주원은 이미 주방으로 향했다.막 자리에 돌아온 서유는 그 광경을 보고 이승하에게 웃으며 물었다.“서희 씨 남편, 꽤 괜찮죠?”서유는 아직 주서희와 윤주원이 혼인 신고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들이 이미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승하는 이미 윤주원의 인품과 그가 아주 좋은 의사임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네.”“그럼 심 선생님은요?”그가 드물게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을 본 서유는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물었다. 이승하는 식탁에 엎드려 잠에 빠진 심형진을 힐끗 보고는 대답 대신 물음으로 답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이 반문은 이미 그의 견해를 충분히 드러냈고 주가혜는 그 말을 듣고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죄송해요, 난감하게 만들었네요.”이승하는 주가혜가 듣고 있는 것을 보고도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고개를 저었다.“이연석이 와서 주가혜 씨를 곤란하게 만든 것이니 집에 돌아가면 혼내줄 겁니다.”심형진이 신사답지 못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몇 잔 더 마시게 하도록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연석을 봐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주가혜는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는 이승하가 사실은 공정하게 행동하며,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 감탄했다. 서유가 이승하와 결혼한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이렇게 차분하고 냉정하며 감정이 안정적인 남편은 평생 의지할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주가혜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이 매부를 인정하며 이승하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심형진을 부축했다.“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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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주가혜는 차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아 창문을 조금 내리고 틈으로 바깥에 있는 이연석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여기에 왜 있어요?”“신경 쓰지 말고 문 열어요!”“당신이 뭘 하려는지 말하지 않으면, 문 안 열 거예요...”그가 심형진에게 복수하러 온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이연석은 분노를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틈 사이로 주가혜와 눈을 마주쳤다.“술꾼을 데려다주려고요!”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사람을 죽여서 화를 풀 수도 없고 손을 쓸 수도 없으니 그냥 바보처럼 따라와서 도울 수 있는지 보는 것밖에 없었다!“선배를 데려다준다고요?”주가혜는 이연석이 이렇게 착하게 굴 줄은 몰라서 약간 놀랐다.“주가혜 씨,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이연석이 다시 화를 낼 것 같아 보이자 주가혜는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열었다. 이연석은 곧바로 뒷좌석으로 돌아가 차 문을 열고 심형진의 손을 잡아 그를 차 밖으로 끌어냈다.“이봐요, 그렇게 거칠게 하지 마요, 머리가 부딪쳤잖아요!”“자업자득이에요!”“...”주가혜는 차를 주차할 틈도 없이 황급히 따라갔다.“이연석 씨, 좀 조심해요, 머리가 몇 번이나 부딪혔어요!”“이봐요, 안전통로로 끌고 가지 마요, 계단에 머리가 부딪칠 거예요...”“아——”심형진은 계단에 부딪혀 깨었지만 비명을 한 번 지르고는 다시 통증 때문에 기절해 버렸다.뒤따라오던 주가혜는 무서워서 급히 달려가 ‘복수’하는 이연석을 막았다.“몇 살이에요, 왜 그렇게 유치해요?”유치함의 화신인 이연석은 실제로 그를 끌고 가려 했지만 주가혜의 단호한 태도에 결국 그를 업었다.그는 심형진을 문 앞까지 업고 가서 그의 손을 잡고 지문을 인식시켜 문을 열고 그대로 심형진을 던져버렸다.쾅! 큰 소리가 났다!주가혜는 놀라서 급히 심형진의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했다.다행히 호흡은 여전히 안정적이었다.주가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힘들게 심형진을 소파로 옮겼다.그 후 욕실로 가서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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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이연석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을 심형진이 싫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연석에게 심형진을 위층까지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심형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심형진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너무한 것 같아서 그녀는 서둘러 이연석을 밀어내며 그와 거리를 뒀다.“밤에는 쌀쌀하니까 이불 덮어줘야겠어요.”그는 소파에 있던 담요를 잡아당겨 심형진에게 덮어줬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데 담요가 심형진의 얼굴까지 전부 가렸다. 그 모습에 눈을 부릅뜨던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담요를 정리해 준 뒤 창문을 두 개 더 열어놓고 자리를 떴다. 자리를 뜨려는 그녀를 보며 계속 어두워져 있던 이연석의 얼굴이 점차 환해졌다. 앞뒤로 서서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는데 어두운 가로등 아래 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더 길게 드리워졌다. 앞서가던 이연석은 코너를 돌 때마다 발걸음을 늦추고 그녀의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 입구로 나와서는 각자 운전하고 헤어져야 하는데 그녀가 차에 타는 순간 그가 창문을 두드렸다.“나 술 마셔서 운전 못 해요.”그 말에 그녀는 눈을 흘겼다.“그럼 아까는 어떻게 왔어요?”“아까는 음주단속 하는 경찰이 없더라고요.”“돌아가는 길에도 없을 거니까 그냥 가요.”그를 무시한 채 안전벨트를 매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손이 차창 밖에서 비집고 들어와 잠금 해제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그녀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뒷좌석 문이 열렸고 몸집이 큰 그가 좁은 차 안으로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그녀의 차량은 BMW 미니 쿠퍼로 공간이 넑직한 편이 아니라 건장한 남자가 앉아 있으면 꽤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내가 차 사줬잖아요. 왜 이런 차를 타고 다녀요? 답답해 죽겠네.”허리를 숙인 채 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답답하면 연석 씨 차 운전해서 돌아가요.”그의 스포츠카도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었다. 차라리 그녀의 미니 쿠퍼 차량보다도 더 못했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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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그녀의 안색이 굳어지자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 정가혜는 그를 무시한 채 화를 참으며 액셀을 세게 밟았다. 두 사람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가 발을 들어 그녀의 의자를 걷어찼다.“난 여자한테 준 건 절대 돌려받지 않아요. 내일 우리 집에 가서 물건들 다시 가져가요.”“어쩌죠. 나도 돌려준 물건은 다시 찾아오는 법이 없는데.”그녀가 핸들을 돌리며 대답했다.“꼭 나한테 이렇게 화풀이를 해야겠어요?”그 말에 그녀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동안 돈 때문에 당신 만난 게 아니에요. 그래서 다 돌려준 거예요. 헤어졌으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자꾸 나 이렇게 찾아오는 거 선배가 많이 싫어해요.”그 말에 화가 치밀어올랐다.“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싫은 게 아니고?”그녀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당신도 들었다시피 조만간 선배 부모님 뵈러 갈 거예요. 그럼 자연히 결혼 얘기도 오가겠죠.”“선배랑 결혼할 사이인데 자꾸만 이렇게 당신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만나게 되면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요.”가슴이 무너져 내린 그는 저도 모르게 무릎에 올려놓은 손을 불끈 쥐었다. “오늘 밤은 심형진 씨가 먼저 날 도발하고 날 비꼰 거예요. 지난번 나한테 얻어맞은 일 때문에 앙심을 품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거라는 걸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정직한 의사이기는 하지만 단점이 없는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여자는 사람을 볼 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그렇다고 밥 한 끼 같이 먹고 사람을 부정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심형진이 그를 먼저 도발했다는 걸 그녀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꾸만 그녀를 찾아와 귀찮게 했기 때문에 심형진이 그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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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정가혜가 떠난 후 윤주원은 대담하게 이승한테 국 한 그릇을 비우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이연석과 심형진의 힘겨루기로 인해 서유를 주서희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서희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연이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배웅하던 주서희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서유를 돌아보았다.“아니에요. 감기 기운이 좀 있는 것 같아요.”“아니에요. 얼마 전에 이상한 아저씨가 서희 이모를 데려갔기 때문이에요.”연이의 말에 서유는 그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고 이내 주서희를 잡아당기며 위아래로 그녀를 샅샅이 훑어보았다.“소준섭 씨가 또 찾아온 거예요? 서희 씨를 괴롭힌 거예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주서희는 그 물음에 이내 대답하지 않고 화난 척하며 연이를 노려보았다.“이모한테 말하지 않기로 나랑 약속했었잖아.”아이는 꼬질꼬질한 인형을 안고 입을 삐죽거렸다.“어른들은 왜 자꾸 거짓말을 해요?”아이들의 세상은 매우 단순하다. 연이를 탓할 수 없었던 주서희는 서유를 향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찾아왔었어요. 이젠 괜찮아졌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소준섭이 그녀를 침범했던 사실을 연이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사실을 숨긴 채 가볍게 한마디 했다.“정말 괜찮은 거예요?”마치 큰 병에라도 걸린 듯 그녀의 안색은 너무 보기 안 좋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오늘 이렇게 많은 음식을 대접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소준섭이 그녀에게 강요했던 일에 대해서는 꼭 복수할 것이다. 그러나 서유가 자신 때문에 이승하한테 부탁이라도 할까 봐 그게 걱정되어 그녀는 서유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금껏 이승하의 밑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그에게 폐를 끼친 적이 없었고 늘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 그녀만의 규칙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소준섭 사이의 일은 이승하가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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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서유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챙겨 먹긴 했는데...”“나 임신이 안 될 것 같아요.”서유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많은 약을 챙겨 먹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이번 생은 아이와 인연이 없는 것 같았다.“그럼 시험관 시술이라도 한번 해볼래요?”그 말에 서유는 고개를 돌려 차 안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승하 씨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시험관 시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이를 낳은 게 얼마나 아픈 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서유의 몸이 걱정되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이승하의 뜻을 알아차린 주서희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약 처방을 조금 바꿀 테니까 일단 먹어봐요.”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주서희가 그녀를 차 안으로 밀어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내일 약 보내줄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차 문을 닫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는 서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집에 도착하면 연락해요.”“서희 씨도 얼른 쉬어요.”서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운전기사는 차에 시동을 걸고 블루리도로 향했다.고급 차들이 줄지어 별장을 떠난 뒤, 주서희는 윤주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주원 씨도 얼른 돌아가.”소준섭의 강요로 잠자리를 하게 된 후부터 그녀는 윤주원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윤주원이 이곳에 있는 게 불편했다. “뒷정리하고 돌아갈게요.”며칠 동안 기분이 가라앉은 그녀를 보며 윤주원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늘 조심스러웠다. “그래.”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힘없이 방 안으로 걸어갔다.뒤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고 싶었던 그는 결국 말을 하지 못하였다. 묵묵히 설거지를 마치고 식탁과 주방 청소를 마무리한 뒤에야 소매를 내리고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정리 다 됐어요. 이만 돌아갈게요.”한편,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고 있던 그녀는 그의 뜻을 알아듣고는 모른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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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미 결정 끝난 일이야...”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미안해...”소준섭에게 복수한 뒤 윤주원과 행복하게 지내려고 했었다. 근데 평온하고 누구한테 사랑받으면 사는 삶은 그녀한테 사치였다. “서희 씨가 아무리 거절해도 난 끝까지 당신 기다릴 거예요.”그녀를 침범한 소준섭에 대해서도 꼭 그 원수를 갚아줄 것이다.“주원 씨,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윤주원을 밀어내는 것은 오히려 그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소준섭 그 미친놈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니까.“내가 바보인 줄 알면 나한테 이러지 마요.” 그 말을 내팽개치고 별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단호한 뒷모습에서 그녀는 맥없이 계단에 주저앉았다.블루리도로 향하는 차 안.“이모부...”인형을 안고 있던 연이가 서유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는 이승하를 불렀다.“목소리 낮춰. 이모 깨우지 말고.”그가 짙은 눈썹을 들어 아이를 힐끗 쳐다보았다.분명 낮은 목소리였는데...아이는 뾰로통한 얼굴을 한 채 손에 들고 있던 인형을 그에게 건넸다.“이 인형. 가질 거예요? 말 거예요?”손때가 많이 묻은 꼬질꼬질한 인형을 그는 보기도 싫었다.“싫어.”너무 더러워서 그걸 받으면 반년 동안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아이는 그에게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쳇. 엄마가 이 인형을 내가 가장 믿는 사람한테 주라고 했었어요. 이모부한테 안 줄 거예요.”그제야 그는 서유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이의 손에 있는 인형을 쳐다보았다.“이 인형을 김초희가 너한테 준 거야?”아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거예요. 어때요? 멋있지 않아요?”인형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던 그가 손가락을 뻗어 소수빈의 등을 두드렸다.“장갑 좀 줘봐.” 조수석에 앉아 잠이 들었던 소수빈은 이승하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내 서랍을 열어 장갑 한 켤레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장갑을 낀 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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