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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심형진은 이승하가 이연석을 돕고 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는 서둘러 와인 병을 들고 이승하에게 다가가 이승하의 잔에 조금의 와인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한 잔 따랐다.

“이 대표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편하게 드세요.”

아까 그의 동생에게 술을 따를 때는 가득 채웠으니 이례적으로 계속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심형진은 이승하의 잔도 가득 채웠다.

심형진은 단숨에 잔을 비웠지만 이승하는 살짝 입을 적실 정도로만 마셨다. 이는 심형진에게 체면을 주는 듯하면서도 조금은 난처하게 만들었다.

심형진은 높은 EQ를 가진 사람답게 아무 말 없이 잔을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리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이 대표님, 천천히 즐기세요.”

심형진이 술을 마시고 자리를 뜨려 하자 이승하가 그를 불렀다.

“소 비서도 심 선생님과 몇 잔 마시고 싶어 하네요. 심 선생님 괜찮으시죠?”

폭풍처럼 음식을 먹고 있던 소수빈은 이 대표님의 부름에 얼른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술잔을 들고 심형진에게 다가갔다.

“자자, 심 선생님. 오늘은 좋은 날이니 우리 옆에서 실컷 마셔봅시다.”

덩치가 큰 소수빈이 심형진의 어깨를 감싸안자 심형진은 저항할 힘도 없이 끌려가 구석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서유는 술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 심형진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무릎 위에 놓인 손이 이승하에게 잡혀 멈칫했다.

“걱정 마. 소 비서는 정도가 있으니까.”

“알아요.”

서유의 시선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가혜에게로 옮겨갔다.

“난 가혜가 난처해할까 봐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지금 가혜의 남자 친구는 심형진이니까요.”

이승하는 사정은 사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멋진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정가혜 씨가 내가 과했다고 생각하면 말리겠지.”

이승하는 단지 정가혜의 마음속에 심형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정가혜가 심형진을 걱정한다면, 이연석은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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