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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정가혜가 떠난 후 윤주원은 대담하게 이승한테 국 한 그릇을 비우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이연석과 심형진의 힘겨루기로 인해 서유를 주서희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서희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연이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배웅하던 주서희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서유를 돌아보았다.

“아니에요. 감기 기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아니에요. 얼마 전에 이상한 아저씨가 서희 이모를 데려갔기 때문이에요.”

연이의 말에 서유는 그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고 이내 주서희를 잡아당기며 위아래로 그녀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소준섭 씨가 또 찾아온 거예요? 서희 씨를 괴롭힌 거예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주서희는 그 물음에 이내 대답하지 않고 화난 척하며 연이를 노려보았다.

“이모한테 말하지 않기로 나랑 약속했었잖아.”

아이는 꼬질꼬질한 인형을 안고 입을 삐죽거렸다.

“어른들은 왜 자꾸 거짓말을 해요?”

아이들의 세상은 매우 단순하다. 연이를 탓할 수 없었던 주서희는 서유를 향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찾아왔었어요. 이젠 괜찮아졌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소준섭이 그녀를 침범했던 사실을 연이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사실을 숨긴 채 가볍게 한마디 했다.

“정말 괜찮은 거예요?”

마치 큰 병에라도 걸린 듯 그녀의 안색은 너무 보기 안 좋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오늘 이렇게 많은 음식을 대접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소준섭이 그녀에게 강요했던 일에 대해서는 꼭 복수할 것이다. 그러나 서유가 자신 때문에 이승하한테 부탁이라도 할까 봐 그게 걱정되어 그녀는 서유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금껏 이승하의 밑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그에게 폐를 끼친 적이 없었고 늘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 그녀만의 규칙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소준섭 사이의 일은 이승하가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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