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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자리에 앉은 후, 코드를 한번 보고는 그가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승하보다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남자들은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할 때만이 가장 진지한 모습인 것 같다.

밤새 잠을 못 잤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이승하는 그녀에게 암호를 풀면 부를 테니까 가서 쉬라고 했다.

그녀는 가사도우미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뒤, 연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안고 잠시 눈을 붙였다.

컴퓨터의 고수이긴 하지만 이 칩을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두 시간쯤 지나서야 그가 컴퓨터에서 손을 뗐다.

“김초희라는 여자 대단한 분인 것 같아요. 암호가 겹겹이 쌓여있었어요. 하나를 풀면 하나가 또 나타나고 이 안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지...”

팔짱을 낀 채 그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화면에 나타나는 코드를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 풀었어?”

“그럼요. 이 세상에 내가 풀지 못하는 코드는 없어요.”

형제들 사이에서 컴퓨터에 관해서는 제일 자신 있었다.

그는 다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코드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다 풀었으면 이제 그만 나가.”

그 뜻은 이 안의 내용을 나한테 보여주기 싫다는 건가?

“형, 이 안에 있는 건 동영상이에요. 하나하나 조각들을 맞춰야 하는데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고요.”

이승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서유의 출생에 관한 것이라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따가 뭘 보든 다 못 본 걸로 해.”

이연석은 고개를 들고 아침 햇살을 등지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혹시 이 안에 놀라운 비밀이라도 있는 거예요?”

“뭔 말이 그렇게 많아?”

형의 차가운 눈빛을 보자마자 그는 바로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재수가 없네. 이 엄청난 비밀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나부터 죽이려 하는 건 아니겠지?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형, 앞으로 컴퓨터 좀 더 배워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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