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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그녀의 안색이 굳어지자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

정가혜는 그를 무시한 채 화를 참으며 액셀을 세게 밟았다.

두 사람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가 발을 들어 그녀의 의자를 걷어찼다.

“난 여자한테 준 건 절대 돌려받지 않아요. 내일 우리 집에 가서 물건들 다시 가져가요.”

“어쩌죠. 나도 돌려준 물건은 다시 찾아오는 법이 없는데.”

그녀가 핸들을 돌리며 대답했다.

“꼭 나한테 이렇게 화풀이를 해야겠어요?”

그 말에 그녀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동안 돈 때문에 당신 만난 게 아니에요. 그래서 다 돌려준 거예요. 헤어졌으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자꾸 나 이렇게 찾아오는 거 선배가 많이 싫어해요.”

그 말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싫은 게 아니고?”

그녀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당신도 들었다시피 조만간 선배 부모님 뵈러 갈 거예요. 그럼 자연히 결혼 얘기도 오가겠죠.”

“선배랑 결혼할 사이인데 자꾸만 이렇게 당신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만나게 되면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요.”

가슴이 무너져 내린 그는 저도 모르게 무릎에 올려놓은 손을 불끈 쥐었다.

“오늘 밤은 심형진 씨가 먼저 날 도발하고 날 비꼰 거예요. 지난번 나한테 얻어맞은 일 때문에 앙심을 품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거라는 걸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정직한 의사이기는 하지만 단점이 없는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여자는 사람을 볼 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고 밥 한 끼 같이 먹고 사람을 부정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심형진이 그를 먼저 도발했다는 걸 그녀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꾸만 그녀를 찾아와 귀찮게 했기 때문에 심형진이 그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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