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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이연석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을 심형진이 싫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연석에게 심형진을 위층까지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심형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심형진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너무한 것 같아서 그녀는 서둘러 이연석을 밀어내며 그와 거리를 뒀다.

“밤에는 쌀쌀하니까 이불 덮어줘야겠어요.”

그는 소파에 있던 담요를 잡아당겨 심형진에게 덮어줬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데 담요가 심형진의 얼굴까지 전부 가렸다.

그 모습에 눈을 부릅뜨던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담요를 정리해 준 뒤 창문을 두 개 더 열어놓고 자리를 떴다.

자리를 뜨려는 그녀를 보며 계속 어두워져 있던 이연석의 얼굴이 점차 환해졌다.

앞뒤로 서서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는데 어두운 가로등 아래 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더 길게 드리워졌다.

앞서가던 이연석은 코너를 돌 때마다 발걸음을 늦추고 그녀의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 입구로 나와서는 각자 운전하고 헤어져야 하는데 그녀가 차에 타는 순간 그가 창문을 두드렸다.

“나 술 마셔서 운전 못 해요.”

그 말에 그녀는 눈을 흘겼다.

“그럼 아까는 어떻게 왔어요?”

“아까는 음주단속 하는 경찰이 없더라고요.”

“돌아가는 길에도 없을 거니까 그냥 가요.”

그를 무시한 채 안전벨트를 매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손이 차창 밖에서 비집고 들어와 잠금 해제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그녀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뒷좌석 문이 열렸고 몸집이 큰 그가 좁은 차 안으로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의 차량은 BMW 미니 쿠퍼로 공간이 넑직한 편이 아니라 건장한 남자가 앉아 있으면 꽤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내가 차 사줬잖아요. 왜 이런 차를 타고 다녀요? 답답해 죽겠네.”

허리를 숙인 채 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답답하면 연석 씨 차 운전해서 돌아가요.”

그의 스포츠카도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었다. 차라리 그녀의 미니 쿠퍼 차량보다도 더 못했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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