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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심 선생님, 정말 저랑 술을 마시겠다는 건가요?”

의자에 기대앉아 있던 이연석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심형진을 경멸스럽게 훑어보았다.

심형진은 술을 다 따르고 나서 병을 내려놓고,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도련님, 설마 술을 못 마시겠다는 건가요?”

“내가 못 마신다고?”

이연석은 냉소를 터뜨렸다. 그는 오랜 시간 유흥업소에서 활동하며 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명성을 얻었다. 심형진이 그와 술을 마시겠다는 건 목숨을 버리겠다는 건가? 아니면 자존심?

“용기가 있다면 이걸 마셔보세요.”

심형진의 이 말은 분명히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연석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분함에서 분노로 변했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술을 마시라고 하는 겁니까?”

이연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심형진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더 커졌다.

“이 도련님, 그저 한 잔의 술일 뿐이에요. 그렇게 흥분할 필요 없잖아요.”

말을 마친 심형진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지난번 일을 마무리하는 셈 치죠.”

지난번 일을 마무리한다고? 이 말은 이연석이 여자 문제로 심형진에게 굴복했다는 것을 비꼬는 것이었다.

이연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일어나서 심형진에게 주먹을 날리려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이승하가 입을 열었다.

“심 선생님께서 마시라고 하면 마시면 되지, 왜 일어나?”

이승하의 말이 아니었다면 이연석은 당연히 심형진과 싸움을 벌여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이 점을 깨달은 이연석은 분노를 억누르고 다시 앉았고 눈빛에 인내심이 엿보였다.

“심 선생님, 아무도 당신에게 술을 권하기 전에 먼저 자기가 한 잔을 마셔야 한다는 걸 배워주지 않았나요?”

“그래요?”

심형진은 반문하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술병을 집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럼 제가 먼저 한잔하죠.”

심형진이 고개를 들어 술을 마시려 하자 이연석이 갑자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잔을 채워요.”

모든 사람 앞에서 그가 술을 마시게 하려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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