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202 챕터

제861화

서유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사이, 김선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난간 너머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누나, 만약 전에 누나가 성형 핑계를 대며 나를 속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누나가 자신의 출생을 모른다고 믿었을 거예요.”“하지만 누나는 나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사진 찍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우리 아버지가 알아볼까 봐 일부러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죠.”“이 모든 게 누나가 이미 누나와 이모가 젊었을 때 얼마나 닮았는지 알고 있었음을 알려줘요. 그래서 우리가 알아볼까 봐 두려워했던 거예요.”김선우의 몇 마디에 서유의 거짓말은 그대로 들통났다.차에 타려다 김선우에게 맡기려던 육성재는 갑자기 멈추고 돌아서서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더 이상 거만하지 않았고 차분하고 냉정해졌으며 눈빛은 맑고 빛났다.즉,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사촌 여동생이 아까는 그를 놀리고 있었던 것이다. 육성재는 냉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겨 경호원의 저지를 뚫고 서유 앞에 섰다. 둘 사이에는 철문 하나만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철문을 통해 육성재는 서유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짙은 눈썹과 큰 눈, 살구 같은 눈매, 복숭아처럼 화사한 얼굴, 매끄러운 피부, 붉은 입술과 하얀 이빨 그리고 허리까지 늘어진 해초 같은 머리카락. 몸매는 날씬하고 허리는 한 손에 잡힐 듯 얇았다. 그녀의 온몸은 맑고 상쾌한 향기로 가득했고 순수한 매력을 지닌 섹시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무엇보다도 육성재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눈이었다. 샘물처럼 맑아 밤하늘의 별과 넓은 바다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육성재는 전에 서유를 본 적이 있었지만 한 번 보고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얼굴이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이것에 잠시 놀랐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내 사촌이 이미 충분히 설명했으니, 서유 씨는 더 이상 우리와 숨바꼭질할 필요가 없겠네.”서유는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태연하게 경호원이 총으로 겨누고 있는 육성
더 보기

제862화

“누나, 우리 큰이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동생 가족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누나를 찾으러 온 거예요.”“이게 우리 큰이모의 유일한 소원이니까 제발 저랑 같이 영국에 가줘요. 보장할게요, 만나면 바로 돌아올 수 있다고요.”서유가 어머니가 남긴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김선우의 말에 감동받았을 것이다.고아로 자란 마음은 분명 가족을 만나기를 바랐을 텐데 안타깝게도 서유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당시 김영주는 김씨 집안에서 쫓겨났고, 육성재의 어머니인 김윤주는 김영주의 약혼자와 결혼했다.이 과정에서 심혜진의 도움도 있었지만 김윤주도 뭔가 수작을 부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쉽게 좋은 결혼을 할 수 있었겠는가?그리고 김윤주는 안락한 결혼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찾아온 김영주를 돕지 않았다.몇십 년이 지난 후 두 사촌 오빠가 나타나서 그녀의 동생 가족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는데, 누가 감히 그 말을 믿겠는가?서유는 김선우가 육 씨 모자의 목적을 모르고 도와주려는 것 같아 그에게 화를 내지 않고 육성재를 냉랭하게 쳐다보았다.“남편한테 말해요. 그가 동의하면 나도 갈게요.”전에는 서유를 하찮게 봤던 육성재도 이제는 그녀를 다르게 봐야 했다.그는 경호원이 겨누던 총을 밀어내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검은 난간에 바짝 붙었다.“네가 가기 싫다면, 나는 이승하 할아버지한테 네 출생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서유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지만 여전히 태연하게 육성재를 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맘대로 해요.”이 말을 남기고 서유는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빨리 이승하에게 전화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결국 이승하의 할아버지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녀가 김씨 집안 사람임을 알게 된다면...설사 나중에 친자확인을 요구해 자신이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해도 위험이 있었다. 김선우가 준 정보가 정확한지 누가 알겠는가?만약 정확하다면 그녀는 이를 이용해 김씨 집안 사람으로
더 보기

제863화

서유는 거실로 돌아와서 바로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어 육성재가 찾아온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보디가드에게서 이미 소식을 들은 이승하는 부드럽게 서유를 달랬다. “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처리하고 있어.”보디가드가 즉시 연락한 후 그는 이탈리아 쪽에 전화를 걸어 보디가드에게 할아버지를 항상 지켜보라고 지시했다.육성재가 서유의 신분을 폭로하려면 첫 번째로 찾아갈 사람이 분명 할아버지일 것이므로 할아버지를 제어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다룰 만하다.그 차가우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서유의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안정되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정말 걱정했어요.”사무실에 앉아 있던 남자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모든 걸 나에게 맡겨.”어떤 상황에서도 이 남자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바로 이 말이었다.“좋아요, 당신이 있으면 나는 걱정할 게 없어요.”이승하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눈에까지 전해졌다. “여보, 당신이 외출하고 싶다면 소진섭을 데리고 다녀.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소진섭은 S의 태산으로, 그는 이승하의 오른팔이었다. 이승하는 이미 그를 데려와 서유를 보호하게 했다.그는 사실 서유의 신분이 드러나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그의 계획 속에 있었다. 그래서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고마워요, 여보”서유는 전화를 들고 달콤하게 말한 후 전화를 끊고 다시 디자인 도면에 집중했다.이승하는 천천히 미소를 거두고 고개를 들어 이동하를 바라보았다. “동하, 북미 지역 접촉 프로젝트는 이미 마무리되었으니 해외에서 잠시 쉬고 와.”이동하의 아버지는 김진태에게 해를 입었다. 육성재가 서유의 출생을 이용해 이씨 집안을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면 그는 충성스러운 동생이 먼저 멀리 떠나기를 바랐다.나중에 이 일로 서유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지 않도록 말이다.이동하는 뱀파이어 상사가 자신에게 휴가를 준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윤재의 다리를 쳤다. “형, 들었어? 형이 나한테 휴가를 준대. 내가 잘못 들은
더 보기

제864화

이승하는 시계를 한 번 보고 이동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안 가고 여기서 점심 먹으려는 거야?”이동하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야, 아내가 곧 도시락을 가져다줄 거야. 여기 좀 있다가 갈게.”이승하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제수씨가 매일 점심을 가져다줘?”이동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맞아, 밖에서 파는 음식이 깨끗하지 않다고 해서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줘.”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표실 밖에 우아한 모습의 여인이 도시락 상자를 들고 나타나 손을 흔들었다.자신의 아내가 온 것을 보고 이동하는 서둘러 다리를 내리고 말했다. “형, 나 먼저 갈게. 점심 꼭 챙겨 먹어.”이동하가 아내에게서 도시락을 받아 들고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승하의 표정이 약간 달라졌다.그는 책상 위에 있던 개인 휴대폰을 들어 몇 초간 망설이다가 서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회사 식당 음식이 별로야.]그 메시지를 본 서유는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멈췄다.[그럼 밖에서 먹지 그래요? 회사 밖에 고급 레스토랑이 많잖아요. 아무 데나 골라봐요.]이승하는 잘생긴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답장을 썼다.[밖에서도 맛없어.][그럼 외식을 시킬까요?]대화가 여기서 끊기고 말았다.대화창에 나타난 메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이승하는 결국 미소를 지었다.그만두자. 그의 바보 같은 아내를 괴롭히지 말고 편안히 집에 있게 두자.이승하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자 서유는 연필을 내려놓고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두 사람의 채팅창을 살펴보았다.혹시... 그가 점심을 가져다 달라고 한 걸까?서유는 아직 아내로서 그룹에 가본 적이 없었으니 한 번 가볼까?이런 생각을 하며 서유는 주방으로 가서 직접 닭고기 수프를 끓이고 몇 가지 담백한 반찬을 준비했다.그녀는 음식을 보온 용기에 담고 소진섭을 불러 보디가드들과 함께 그룹으로 향했다.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이승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
더 보기

제865화

이나라는 이승하가 젓가락을 받지 않고 자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젓가락을 다시 내밀며 말했다. “대표님, 한번 드셔보세요...”이승하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몇 마디의 차가운 말이 떠올랐다. “누가 이 비서한테 식사를 가져다 주라고 했어요?”그의 생활 보조 비서는 단지 식사 시간을 알려주기만 하면 되지 이렇게 비굴하고 아첨하는 행동은 할 필요가 없었다.목소리가 회의 때보다 더 차갑게 들리자 이나라는 약간 두려워하며 말했다. “소... 소 비서님께서 대표님의 위가 좋지 않다고 해서요. 그룹 식당이 위생적이지 않을까 봐 제가 자발적으로 외부에서 사 왔어요.”이승하의 차가운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나가요!”이나라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자신이 점심을 가져다주면 그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가라고 하다니.이나라는 눈앞의 그림 같은 남자를 바라보며 속상해했지만 그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한 번 더 보면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이나라는 자신이 조금은 아름답고 재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회사의 남자 직원들이 모두 그녀를 떠받들어 주었지만 대표님은 그렇지 않았다.아무리 속상해도 이나라는 상황을 파악하고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돌아섰다. 그 순간 이승하가 그녀를 불렀다.“멈춰요!”대표님이 자신을 부르자 이나라는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며 떨어진 입꼬리를 다시 올렸다.“대표님, 저...”이승하는 차가운 얼굴로 혐오스럽게 말했다. “그 쓰레기들 가져가고 당신은 해고입니다.”그룹의 고위직과 직원들은 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승하가 결혼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의 손가락에는 서유의 이니셜이 새겨진 결혼반지가 있었다.이 비서는 자신의 직무를 이용해 그에게 접근하려고 했으니 그런 부정한 행동을 한 사람은 남길 필요가 없었다.이나라는 자신이 단지 점
더 보기

제866화

서유가 돌아갔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진 이승하는 벌떡 일어나 뒤쫓아 나갔고 옆을 쳐다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그때, 소지섭과 눈을 마주치던 그녀가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여보, 나 여기 있어요. 어디 가요?”고개를 돌리니 햇살을 맞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웠던 그의 얼굴이 이내 환해졌다. 그녀는 손에 든 도시락통을 들어 그한테 보여줬다.“가요. 사무실로 가서 같이 점심 먹어요.” 도시락통을 보고 그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도시락을 챙겨 회사까지 오니 너무 행복했다. 그는 한 손으로 도시락통을 건네받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주 집사님이 오늘은 셰프한테 뭘 부탁했대?”“아니거든요. 내가 직접 한 요리들이에요. 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만들어왔으니까 많이 먹어요. 연이한테도 이렇게 한 적이 없었는데.”그의 입가에 띤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연이가 나랑 비교가 돼?”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참지 못하고 농담을 건넸다.“예쁜 여자가 당신한테 점심을 가져다줄 줄 알았다면 안 왔을 거예요.”도시락통을 열고 있던 그의 손이 멈칫했다. “그 여자가 제멋대로 점심을 가져다준 거였어. 난 허락한 적 없다고. 바로 쫓아냈으니까 괜한 오해 하지 마.”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설마 내가 온 걸 보고 일부러 쫓아낸 건 아니죠?”“난...”“변명하지 말아요. 남자들이 밖에서 일할 때 어떤 모습인지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그가 도시락통을 내려놓고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더니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로 앉혔다. “난 다른 남자들과는 달라. 내 마음속엔 당신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런 일로 나 놀리지 마.”몇 마디만 더 장난치고 싶었지만 정색하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농담이에요.”“농담도 안 돼.”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
더 보기

제867화

그녀가 살짝 몸을 숙이며 남자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이 매일 아침 핑크 장미를 한 송이 꺾어서 나한테 주잖아요. 그래서 나도 매일 점심 당신한테 도시락을 챙겨줄 생각이에요. 누가 끝까지 견지하는지 우리 내기해요.”그의 눈 밑에 물든 웃음은 창밖에서 쏟아지는 햇살처럼 화사했다.“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어?”“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아요. 오늘은 첫날이니까 내가 직접 한 거고 다음부터는 셰프가 만든 거 챙겨오기만 할 거예요.”사실 그녀에게 요리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중요한 기념일 같은 날에는 직접 요리를 해줄 의향은 있어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가글을 집어 그에게 건네주었다.그는 식사 후에 입안을 깨끗이 씻는 습관이 있었다. 남자는 가글을 받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오자 마침 책장 앞에 기대어 경영학에 관한 책을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따스한 햇볕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옅은 솜털이 훤히 보였고 햇빛 아래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햇빛 아래 그녀의 피부는 하얗고 껍질을 벗긴 계란처럼 매끈해 보였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맑고 깨끗했던 남자의 눈이 점점 흐릿해졌다. 사무실 안에 있는 휴게실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그 안에 침대가 놓여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여보...” 그가 시선을 거두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우리 회사에서는 한 적 없지? 한번 할까?”그 말에 그녀는 몸을 곧게 세우고 다급히 뒤로 물러나 그에게서 떨어졌다.“가까이 오지 말아요.”알았다고 하면서도 그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마침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 없어.”그가 휴게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더니 이내 발로 문을 닫아버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잠기더니 자동 커튼이 닫히면서 휴게실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회사에서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건 정말 아니에요...”욕정이 가득 차
더 보기

제868화

자신을 이불 속에 감싼 채 손가락 하나만 드러낸 여인을 보며 그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이리 와.”쑥스러워서 그한테 오라고 한 건데 그가 오히려 그녀한테 가까이 오라고 한다. 그건 내가 먼저 다가간 게 되잖아. 난 싫은데...눈이 가늘게 떨리던 그가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고개를 숙인 채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옷을 입었다.벨트를 채우는 모습에 마음이 급해진 그녀가 이불을 젖히고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당신이 날 이렇게 만든 거예요.”그녀의 작은 손이 허리를 감싸는 순간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1초만 더 늦었더라면 참지 못하고 항복할 생각이었다. 아내가 그보다 더 참을성이 없을 줄은 몰랐다. 근데 그게 너무 좋았다. 그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몸을 돌렸다. 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려 자신의 품속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고개를 숙이고 키스를 하려는데 그녀의 하얀 손이 입술에 닿았다.“서두르지 말아요. 내가 할게...” 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데?”복수심에 불타 있던 그녀는 그에게서 내려오더니 갑자기 그의 벨트를 잡아당기며 뒤로 넘어뜨렸다.두 사람이 푹신한 침대에 나란히 쓰러졌고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남자의 복근에서 벨트 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갔다. 남자의 아랫배 부근을 어루만지던 그녀가 갑자기 그의 벨트를 확 풀었다.“뭐... 하려고?”간드러진 눈망울로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당신이 하고 싶었던 거요.”그녀의 몸에 밴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빽빽하게 저린 느낌이 밀려왔다.아랫쪽 배에서 뜨거운 느낌이 몰려왔고 몸이 한껏 달아올라 구름 위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이 급해진 그가 그녀의 허리를 꽉 조르고는 몸을 뒤척이며 그녀를 자신의 아래에 가두려고 했다. 그녀의 허벅지를 헤집고 있는데 그녀가 그의 손등을 눌렀다. 그가 어리둥절한 눈동자를 치켜들었다.“왜? 싫어?”고개를
더 보기

제869화

욕정에 불타오른 남자는 화장실 안 아리따운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꼼수에 넘어갔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간신히 욕망을 참으며 그가 옆에 있던 타올을 집어 하반신을 감싼 뒤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그 안에서 얼마나 있을 거야?”옷을 입고 있던 그녀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조차 들지 않고 대답했다.“당신이 김빠질 때까지요.”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몸이 식어갈 때쯤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바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가 피식 웃었다.“그래 그럼. 그 안에 있어. 난 회의하러 갈 거야.”이 사람이 또 날 속이려고?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을 거야. 여기 앉아서 핸드폰을 보더라도 절대 나가지 않을 거라고.한편, 걸음을 옮기던 그는 그녀가 문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우리 와이프 그새 많이 똑똑해졌네.화장실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가 옷을 갈아입고 휴게실을 나섰다.문을 열고 닫는 소리에 그녀는 그가 정말 간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다가가 문을 열었다.틈새 사이로 눈을 깜박이며 휴게실을 둘러보는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서둘러 밖으로 걸어 나왔다. 쏜살같이 휴게실의 문을 열고는 사무실을 뛰쳐나가려는데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히고 말았다. 단단한 가슴을 타고 올려다보니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피식 웃고 있었다.“당신이 날 놀린 벌이야.”“싫어요.”한 걸음 뒤로 물러나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데 그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남자는 그녀를 벌떡 안아 올려 침대로 내던진 후 거침없이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당신 뜻대로는 안 될 거야.”불을 지펴놓았으니 책임지고 불을 꺼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몸이 타버릴 것만 같았다.잠시 후, 그의 만족스러운 눈빛 아래서 기진맥진한 그녀가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힘없이 차창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린 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 반이었다. 기가 막혔다. 오후 시간을 이리
더 보기

제870화

눈앞에는 이태석을 비롯한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이연석이 말했던 셋째 할아버지, 고모님 그리고 결혼식에서 딱 한 번 만났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서유를 보자마자 증오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사나운 그들의 눈빛을 보며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그녀의 옷을 적셨다. 이태석은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내가 널 서유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김초아라고 불러야 할까?”육성재가 어르신께 말씀드린 것 같다. 그녀는 핸드폰을 꽉 잡고 소지섭을 돌아보았다.차에 타고 있던 소지섭은 바로 이승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는 자신을 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뜻을 알아차린 그녀는 그제야 다시 용기를 내어 이태석을 마주했다. “할아버님, 안으로 드세요.”“그리 부르지 말거라.”이태석이 손을 뻗으며 그녀를 막았다.“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거라. 난 너 같은 손주며느리 없다.”마음이 약간 아팠지만 그녀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상냥하게 그를 대했다.“그럼 어르신이라고 부르겠습니다.”그가 못마땅한 얼굴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날 어떻게 불러도 네가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가 없는 거야. 말해보거라. 이름도 성도 다 바꾸고 우리 승하한테 접근해서 온갖 수단을 다 써 그와 결혼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복수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우리 이씨 가문의 가업을 모조리 빼앗을 생각인 것이냐?”흠칫하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어르신, 전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있는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제 이름은 원장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고 신분증도 원장님께서 대신 해주신 겁니다. 서유라는 이름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조사해 보시죠. 모두 기록이 남아있을 테니까.”그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너희 김씨 가문은 신분 조작을 감쪽같이 하더구나. 내가 한 번 속았는데 또 두 번 속겠느냐?”한 번 속았다니
더 보기
이전
1
...
8586878889
...
12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