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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눈앞에는 이태석을 비롯한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이연석이 말했던 셋째 할아버지, 고모님 그리고 결혼식에서 딱 한 번 만났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서유를 보자마자 증오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사나운 그들의 눈빛을 보며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그녀의 옷을 적셨다.

이태석은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가 널 서유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김초아라고 불러야 할까?”

육성재가 어르신께 말씀드린 것 같다. 그녀는 핸드폰을 꽉 잡고 소지섭을 돌아보았다.

차에 타고 있던 소지섭은 바로 이승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는 자신을 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뜻을 알아차린 그녀는 그제야 다시 용기를 내어 이태석을 마주했다.

“할아버님, 안으로 드세요.”

“그리 부르지 말거라.”

이태석이 손을 뻗으며 그녀를 막았다.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거라. 난 너 같은 손주며느리 없다.”

마음이 약간 아팠지만 그녀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상냥하게 그를 대했다.

“그럼 어르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가 못마땅한 얼굴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날 어떻게 불러도 네가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가 없는 거야. 말해보거라. 이름도 성도 다 바꾸고 우리 승하한테 접근해서 온갖 수단을 다 써 그와 결혼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복수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우리 이씨 가문의 가업을 모조리 빼앗을 생각인 것이냐?”

흠칫하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어르신, 전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있는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제 이름은 원장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고 신분증도 원장님께서 대신 해주신 겁니다. 서유라는 이름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조사해 보시죠. 모두 기록이 남아있을 테니까.”

그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너희 김씨 가문은 신분 조작을 감쪽같이 하더구나. 내가 한 번 속았는데 또 두 번 속겠느냐?”

한 번 속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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