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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손에 지팡이를 가져간 사람은 옆에 앉아 있는 외손녀도 아니었고 가운데 앉아 있는 이승하도 아니었고 이씨 가문의 그 누구도 아닌 그한테 한 대 맞은 서유였다.

상냥하고 온화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네가 김씨 가문의 딸인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느냐?”

“제가 김씨 가문의 딸이든 아니든 정확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태석의 말에 대답을 마친 그녀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사람들을 향해 돌아섰다.

“이씨 가문과 김씨 가문이 원수 집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가족을 잃은 슬픔은 엄청 크겠죠. 하지만 김씨 가문의 사람들도 많은 가족을 잃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씨 가문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들을 Y국으로 쫓아내지 않았나요? 지금까지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더는 이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씨 가문이 김씨 가문을 몰살할 그 당시 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요. 가문의 원한을 저한테 짊어지라고 하시는 건 정말 억울합니다.”

이때, 채은서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이 김씨 가문의 딸인 이상 당연한 거 아니에요?”

서유는 그녀를 힐끗 쳐다만 볼 뿐 반박하지 않았다.

“방금 어르신께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엄마는 김씨 가문의 딸이긴 하지만 젊었을 때 이미 그 집안에서 쫓겨난 사람이고 그 집안과는 오래전부터 연이 끊어진 사람이에요.”

“제가 정말 김씨 가문의 딸이면 또 뭐 어때서요? 그 집안에서는 저와 엄마를 인정해 주지 않아요. 저희가 그 집안의 원한까지 감당하는 건 저희한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자랐고 엄마의 얼굴을 본 적도 없어요. 김씨 가문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요. 근데 제가 어떻게 김씨 가문에서 보낸 스파이겠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이때, 셋째 할아버지의 부인이 몸을 부르르 떨며 한마디 내뱉었다.

“자네가 말하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서유가 미처 입을 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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