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날 따라 서재로 오거라.”서유와 이연석의 앞에서는 꺼낼 수 없다는 얘기란 말인가? 이연석과 서유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승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연석이랑 서유가 들어서는 안 되는 얘기가 뭡니까?”그 물음에 이태석이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대답했다.“네가 먼저 들어보고 이들에게 말할지 말지 결정하거라.”잘생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그는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소수빈을 쳐다보았다.“주서희는 도착했어?”소수빈이 공손히 대답했다.“병원이 여기서 좀 멀어서요. 지금 오는 길이라고 하니 곧 도착할 겁니다.”그제야 그는 시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서유의 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많이 아프지?”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걱정하는 그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많이 좋아졌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 봐요.”그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소수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주서희가 도착하면 바로 치료하게 해.”소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이태석은 이미 소파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가 이태석의 맞은편에 앉았다.“말씀하세요.” 자신에 대한 이승하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이 녀석은 이미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놈인데.마음이 섭섭했던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 너희 아버지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구나.”아들의 얘기를 하면서 이태석의 눈 밑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무거운 족쇄가 그를 조이고 있는 것 같이 한순간에 부쩍 늙어 보였다. 이승하한테 아버지는 술고래였다. 늘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채 박화영이 그를 때리고 욕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그녀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 사람과 무슨 상관입니까
그 말을 하던 이태석은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박화영은 해외까지 쫓아와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어. 너희 아버지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았고 그 아이를 빌미로 박화영에게 이혼을 요구했었다. 화가 날 대로 난 박화영는 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나보고 처리하라고 하더라.”“내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 한쪽은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는 내 아들이고 다른 한쪽은 내가 직접 고른 내 며느리인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구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난 박화영한테 아이는 죄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설득했다. 박화영도 그걸 인정하더구나. 하지만 아이를 남기고 그 여자를 처리하고 했었어. 그렇지 않으면 이씨 가문에 알려 집안 사람들에게 그 여자를 처리하게 하겠다고 했었지.”“이씨 가문에 알리는 걸 내가 어떻게 동의하겠느냐? 그래서 아들을 남기고 그 여자를 죽이는 걸로 결정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너희 아버지는 나한테 무릎을 꿇고 저에게 애원했었어. 너희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망설였지. 내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박화영은 두 사람의 불륜 증거를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보냈어.”“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나한테 그 여자를 죽이라고 강요했어. 난 어쩔 수가 없었다. 너희 아버지의 마음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 여자를 납치했어. 그 여자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 여자가 나한테 애원하더라. 아이를 낳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어.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박화영이 나타났고 그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에 박화영도 동의했어.”“너희 아버지는 그 여자와 박화영 사이의 거래를 전혀 알지 못했어. 우리가 그 여자를 놓아준 걸로만 알고 있었어. 그러고나서 박화영과 너희 아버지 사이는 많이 좋아지게 되었고 박화영이 무슨 수를 썼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신을 했다고 했어.”“그러나 박
한편, 이승하는 그 얘기를 듣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김진태의 딸이 낳은 그 아이는요?”이태석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표정한 얼굴의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아주 번듯하게 잘 자랐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아주 훌륭하게.”“지금 어디 있습니까?”그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관심 없다. 그저 갑자기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궁금해졌을 뿐이다. 이태석은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고는 가슴속 깊이 숨겨둔 비밀을 털어놓았다.“그 아이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어.”무심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이태석은 자세를 바로잡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박화영는 임신을 하지 않았었어. 그 여자가 아이를 낳은 다음 그 아이를 박씨 가문으로 보냈고 출산이 임박하자 그때 널 다시 데려온 거야.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하면서. 나조차도 깜빡 속아 넘어갔어.”“너희 셋째 할머니가 우연히 널 학대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들어 나한테 알려주지않았더라면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을 거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너희 아버지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했어. 나한테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도 했고.”“너의 몸에는 김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매번 널 볼 때마다 김씨 가문에 살해당한 우리 집안 사람들이 생각나. 게다가 너희 아버지한테 박화영과의 결혼을 강요했으니 늘 박화영한테 미안했었어. 그래서 박화영이 너한테 분풀이를 하는 걸 그냥 내버려둔 거야.”박화영이 그한테 그리 모질게 대했던 건 그가 그녀의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한 적 있었는데...”믿을만한 부하한테 검사를 시켰기 때문에 절대 조작할 리가 없었다.“내가 바꾼 거다. 네가 박화영의 아들이 아니라 김씨 가문의 딸이 낳은 자식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아마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박화영의 복수심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박화영이 그를 때릴
이태석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너...”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이승하는 눈을 감았다.“그만 나가세요.”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앉아 있던 이태석은 눈앞의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끝내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 네가 김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난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어.”셋째 동생의 아내는 그 당시,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그에게서 10%의 주식을 양도받았다. 현재 그 주식은 이승하에 의해 반이나 회수되었으니 당연히 못마땅할 것이다. 이승하가 이혼도 하지 않고 서유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된다면 분명모든 사실을 폭로할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씨 가문에서 이승하를 어떻게 처리할지...손자가 아들의 길을 걷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연석의 말대로 김씨 가문과의 원한을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이것이 밝혀진다면 이씨 가문은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이 앞으로 아이를 낳는다면 태어난 아이는 건강하지 않을 것이다.절대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승하는 친동생이라도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들 녀석보다 더 미친 손자 녀석이었다. 이태석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가던 이태석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승하를 돌아보았다.“잘 생각해 보거라.”거실에 앉아 있던 서유와 이연석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 나오는 이태석을 보고 두 사람의 대화가 유쾌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이태석은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이연석이 급히 일어나 그를 부축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그 물음에 이태석은 손을 저었다. 이태석이 자신에게는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연석은 눈치껏 더는 묻지 않았다.“제가 바래다줄
이승하가 도중에 웃음을 멈추고 웃자, 서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보...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이승하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꼭 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유야, 말해봐, 왜 우리는 함께할 수 없는 걸까?”이 말을 듣고 서유의 심장은 점점 내려앉았다. “무슨 말이에요?”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이혼을 의미하는 걸까?그는 그저 이태석과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왜 이혼하자는 걸까?서유는 두려워하며 이승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랑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 나를 버리면 안 돼요.”이승하는 그녀가 점점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을 몰랐다. 만약 그가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그녀의 눈에 비친 두려움이 이승하의 심장을 둔탁하게 아프게 만들었다. “난 널 원해, 서유야. 나는 널 원해.”그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를 원할 것이고, 반드시 그녀를 원할 것이다...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서유는 어리둥절해졌다. “승하 씨, 왜 이래요?”이승하는 대답하지 않고 미친 듯이 그녀를 원했다. 잠시 후 지쳐버린 그는 그녀의 이마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젖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이제 괜찮아. 심리적 장애는 이미 지나갔어.”친척이라는 단어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걸까?그는 그저 그녀가 있으면 됐다.이 말을 한 후, 서유는 그의 동작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꼈고 그의 키스에도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혼란스러운 그녀의 마음과 흐릿한 시야는 이승하의 안내로 전에 없던 경험에 빠져들었다. 이는 그녀가 평생 기억할 경험이었다.마침내 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등을 가볍게 두드려 그녀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게 했다.그녀는 그의 품에 기대어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할 수 있어요?”이승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너를 위해 배웠어.”그는 그녀가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침대에서 그녀에게 잊지 못할 경
이승하는 길고 늘씬한 다리로 서재로 빠르게 돌아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이미 잠들었던 셋째 할머니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승하의 전화라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매우 놀랐다.이승하는 결코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걸까?그녀는 주름진 손가락으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승하야...”이승하는 인사도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식 10%를 돌려줄게요, 아들에게 5%의 옵션도 추가로 주죠. 대신 그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어둬요. 또, 내 아내를 괴롭히지 말고 이씨 집안 사람들을 선동하지도 마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당신 아들은 매장지도 없이 죽게 될 거니까!”이승하가 주식을 돌려주고 아들에게 옵션을 추가로 준다는 말에 셋째 할머니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매장지도 없이 죽게 될 거라는 말에 입술이 굳어졌다. “너...”이승하는 바로 말을 끊었다. “5초 안에 결정해요.”이건 분명히 강요였다!셋째 할머니는 ‘네가 할 수 있다면 해봐' 라고 욕을 했지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네 말을 따를게.”그녀의 남편은 이미 죽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 원한도 그리 깊지 않았다.이 비밀로 주식을 되찾고, 아들의 남은 인생과 손자들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목적이 달성된 이상 셋째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선동했지만 주식을 회수하지 못한 이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그녀와 무슨 상관인가?나중에 다른 친척들이 왜 주식을 되찾았는지 물어본다면 모든 것을 이태석에게 떠넘기고 직접 해결하게 하면 된다.셋째 할머니는 계산을 잘했다. 하지만 이승하가 이렇게 빨리 자신이 다른 친척들을 선동한 사람임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역시 권력자다웠다그런데... 이승하에게서 이득을 얻는 것은 쉽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더 얻어내기로 했다. “승하야, 나한테 딸이 하나 더 있어. 그 아이에게도 5%의 옵션을 추가로 주면 또 다른 비
이승하가 담배를 몇 개피나 피웠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항상 대기 중인 택이는 이승하의 전화를 보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려 CCTV가 없는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육성재 씨가 서유 씨를 찾는 목적에 대해선 아직 조사중입니다. 최근에 육성아 씨가 저를 크게 신뢰하게 되었으니 곧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이번에는 이승하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 택이가 즉시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조금 억울한 것은, 그가 첫날 밤을 바쳐서 육성아의 신뢰를 얻어야 했다는 것이다. 택이는 육성재가 그의 여동생을 건드린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화를 낼지 상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괜찮았다. 택이는 두렵지 않았다. 결혼하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그에게도 아내가 없었다.이승하는 육성재 문제를 떠올리며 더욱 불안해졌지만, 감정을 억제하고 냉정하게 말했다.“너한테 전화한 이유는 다른 문제를 물어보려는 거야.”“무슨 일이죠?”“전에 우리 형의 죽음을 조사할 때, 정말로 아무런 이상이 없었나?”택이는 이전에 조사했던 단서를 떠올리며 미묘하게 찡그렸다.“대표님, 제가 처음 조사를 시작했을 때 큰형님의 부검이 이루어졌는지 여쭤봤었죠. 당시에는 없다고 하셔서 조작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몇 번 더 조사했습니다. 원래는 증거를 모두 모아서 보고하려 했는데 대표님께서 물으셔서 먼저 말씀드립니다.”“병원에서는 큰형님이 뇌질환으로 죽었다고 했지만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큰형님이 죽기 전에 복용한 약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약이 무엇으로 바뀌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이승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셋째 할머니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형을 죽인 사람이 누구일까?택이의 전화기 너머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우택 씨, 대낮에 마구간에서 뭐하는 거예요?!”택이는 깜짝 놀라 급히 전화기를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저 그 호랑이 같은 여자 좀 처리하고 오겠
서유는 주서희에게서 이승하가 어렸을 때부터 박화영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소중한 모든 것, 심지어 사람까지도 파괴당했다고 들었다. 처음 이승하와 가까워졌을 때, 그녀는 그의 등 뒤에 있는 작은 흉터를 만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회에서 싸우면서 남은 상처인 줄 알았지만 그의 어머니가 벨트로 때린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승하가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상상할 수 없었지만, 그의 경험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주서희의 말에 따르면 이승하는 간신히 살아남았으며, 그에게는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다른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서유는 이승하의 냉담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가 만약 그의 어머니 같은 사람과 함께 지냈다면 아마도 그보다 더 차가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승하는 박화영을 미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승하의 아버지와 대화한 후 그녀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이승하는 말하고 싶지 않아 했고, 서유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도우미가 건네준 외투를 받아 남자에게 입혀주었고, 그의 넥타이를 다정하게 매어주었다. 예전에 그들이 8호 맨션에 있을 때, 서유는 이승하가 떠나기 전에 그의 재킷을 입혀주고 넥타이를 매어주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아내처럼 행동했다.그 당시 이승하는 그녀가 그의 아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를 붙잡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항상 자신을 경고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송사월뿐이었고, 이승하는 박화영이 이를 발견할까 두려워 그녀와 결혼할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짧은 인연일 뿐이라고 경고하면서.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이제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졌다.“다 됐어요.”서유가 셔츠의 옷깃을 정리한 후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빨리 다녀와요, 집에서 기다릴게요.”이승하는 그녀가 자신의 더러운 과거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제 회사에 다녀온 후, 아버지가 그녀를 다치게 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