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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이태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따라 서재로 오거라.”

서유와 이연석의 앞에서는 꺼낼 수 없다는 얘기란 말인가? 이연석과 서유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승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연석이랑 서유가 들어서는 안 되는 얘기가 뭡니까?”

그 물음에 이태석이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대답했다.

“네가 먼저 들어보고 이들에게 말할지 말지 결정하거라.”

잘생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그는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소수빈을 쳐다보았다.

“주서희는 도착했어?”

소수빈이 공손히 대답했다.

“병원이 여기서 좀 멀어서요. 지금 오는 길이라고 하니 곧 도착할 겁니다.”

그제야 그는 시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서유의 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많이 아프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걱정하는 그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많이 좋아졌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 봐요.”

그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소수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주서희가 도착하면 바로 치료하게 해.”

소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이태석은 이미 소파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가 이태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말씀하세요.”

자신에 대한 이승하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이 녀석은 이미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놈인데.

마음이 섭섭했던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 너희 아버지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구나.”

아들의 얘기를 하면서 이태석의 눈 밑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무거운 족쇄가 그를 조이고 있는 것 같이 한순간에 부쩍 늙어 보였다.

이승하한테 아버지는 술고래였다. 늘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채 박화영이 그를 때리고 욕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그녀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 사람과 무슨 상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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