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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한편, 이승하는 그 얘기를 듣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김진태의 딸이 낳은 그 아이는요?”

이태석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표정한 얼굴의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아주 번듯하게 잘 자랐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아주 훌륭하게.”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관심 없다.

그저 갑자기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궁금해졌을 뿐이다.

이태석은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고는 가슴속 깊이 숨겨둔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 아이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어.”

무심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이태석은 자세를 바로잡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박화영는 임신을 하지 않았었어. 그 여자가 아이를 낳은 다음 그 아이를 박씨 가문으로 보냈고 출산이 임박하자 그때 널 다시 데려온 거야.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하면서. 나조차도 깜빡 속아 넘어갔어.”

“너희 셋째 할머니가 우연히 널 학대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들어 나한테 알려주지않았더라면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을 거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너희 아버지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했어. 나한테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도 했고.”

“너의 몸에는 김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매번 널 볼 때마다 김씨 가문에 살해당한 우리 집안 사람들이 생각나. 게다가 너희 아버지한테 박화영과의 결혼을 강요했으니 늘 박화영한테 미안했었어. 그래서 박화영이 너한테 분풀이를 하는 걸 그냥 내버려둔 거야.”

박화영이 그한테 그리 모질게 대했던 건 그가 그녀의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한 적 있었는데...”

믿을만한 부하한테 검사를 시켰기 때문에 절대 조작할 리가 없었다.

“내가 바꾼 거다. 네가 박화영의 아들이 아니라 김씨 가문의 딸이 낳은 자식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아마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박화영의 복수심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박화영이 그를 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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