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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이승하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 무한한 고통을 안겨준 여자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전 당신을 기쁘게 하려고 했었어요.”

그가 여섯 살이었을 때,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큰형처럼 행동했다.

박화영의 생일날, 그녀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서 그녀의 방으로 달려가 기쁜 마음으로 외쳤다.

“엄마, 제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를 샀어요. 건강하시고, 영원히 행복하세요...”

하지만 박화영은 큰형에게 했던 것처럼 케이크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한 발로 그를 걷어차고 하이힐로 그가 산 케이크를 짓밟으며 욕했다.

“개자식이 사온 물건은 개한테 줘도 안 먹어...”

어제까지도 이승하는 박화영이 왜 자신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진실을 알고 나니, 그는 담담해졌다.

그들은 애초에 모자지간이 아니었으니, 이승하가 박화영에게서 그 조금의 모성애를 바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박화영도 이승하가 자신을 기쁘게 하려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지만, 그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그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목숨을 살려둔 것은 복수와 고문, 그리고 분풀이를 위한 것이었다.

이승하는 영원히 그녀의 고통을 잊기 위한 도구일 뿐, 그녀가 그에게 모성애를 가질 일은 없었다.

박화영은 마음속에 높이 쌓아올린 성벽을 보면서도, 이승하의 아버지와 꼭 닮은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그녀는 잘못하지 않았을까?

정말 잘못이 없었을까?

아니, 그녀는 잘못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김율이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한 그녀는 그들을 갈라놓기 위해 직접 나섰고, 은밀하게 이태석에게 자신이 주권을 잡을 만한 여인임을 상기시켰다.

그래서 어르신은 박씨 집안에 상업적 연합을 제안하게 되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동경해온 남자와 결혼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과 결혼하면 김율을 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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