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차에 타자 서유는 이승하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약을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 그가 알고 있다고 짐작했다. 서유는 이씨 가문의 비밀에 대해 캐묻지 않았지만, 이승하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찬란한 빛과 함께 불분명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여보, 나도 어제가 돼서야 내 출생이 그리 떳떳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 당신이... 날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는 자신의 출생 때문에 서유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걱정돼 그런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서유는 하얗고 부드러운 손을 들어 그의 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당신이 어떤 출생이든 상관없어요. 난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거예요.”그가 그토록 부유하지 않고 눈부시지 않더라도, 서유는 그를 평생 사랑할 것이다.이승하의 긴장된 표정이 서서히 풀어졌다. 그의 긴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그녀를 제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그는 머리를 차 좌석에 기대고 날카로운 턱선을 들어 올리며 밝게 웃으며 서유를 바라보았다. 달콤하고 행복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나 사랑한다고 몇 번 더 말해줘. 그럼 오늘 밤에 새로운 자세를 가르쳐줄게.”서유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수빈을 바라봤다. 소수빈이 벌써 차단막을 내렸다는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소수빈이 듣지 못했으니. 들었다면 정말 부끄러웠을 텐데.안도한 서유는 주먹을 쥐고 이승하의 가슴을 한 번 때렸다.“무슨 노골적인 말을 다 하는 거예요, 정말 짜증 나.”그녀는 때리고 나서 그의 몸에서 내려와 문 손잡이를 잡았다. 이승하가 아무리 당겨도 손을 놓지 않았다.이승하는 포기하고 스스로 다가왔다. “앞으로 함부로 말하지 않을게. 안아줘도 돼?”남자의 단단하고 강인한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자 뜨거운 온기가 옷을 통해 전해져 서유의 몸이 저릿해졌다.그녀의 반응을 느낀 듯 이승하는 일부러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불을
서유는 그가 또 전처럼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을 보고 긴장하여 앞으로 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여보, 두통이 또 심해졌어요?”이승하의 머리는 실제로 매우 아팠지만, 그녀가 걱정할까 봐 재빨리 손을 내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안 아파, 그냥 좀 피곤할 뿐이야. 걱정하지 마.”그는 뇌종양을 앓았던 사람이었기에 서유가 걱정하지 않을 리 없었다.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꼭 말해요. 숨기지 말고.”이승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복잡함과 망설임이 있었다. 그녀에게 숨기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했다.서유는 이승하와 함께한 지 오래되어 그의 표정 변화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친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었을 뿐인데 그가 두통을 호소하며 그녀를 대면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그의 친어머니가 그녀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서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태석이 그녀가 김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난 뒤 그들이 반드시 이혼해야 하며 절대 함께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저 세대 간 원수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이승하가 어르신과 서재에서 대화를 나눈 후 그는 완전히 절망에 빠졌고, 그녀를 만질 때도 망설이다가 결국 장애물을 극복하고 만졌다. 예전의 이승하라면 그녀를 대할 때 전혀 망설임이 없었을 텐데...지금 그의 친어머니에 대해 물었을 뿐인데 그가 즉시 그녀를 놓아주고 만지기조차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이런 여러 가지 징후로 보아 서유는 설마 그들이 정말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유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전에 이승하에게 어떤 이유로든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남매라면 예외라고 했기 때문이었다.그때 이승하의 몸이 확실히 굳어졌고, 마치 그녀가 맞힌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
서유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입술을 막고 있는 손을 밀어냈다. “당신 어머니가 김윤주에요, 아니면 김율이에요?”이승하는 그녀가 김율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김율이야.”서유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김선우가 세 자매 중 한 명이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승하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고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이혼 생각하고 있어?”서유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김...”‘김선우'라는 세 글자가 나오기도 전에 이승하가 눈을 붉히며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사촌남매일 뿐이야, 친남매가 아니니까 괜찮아. 이혼하지 말자...”두 번이나 말을 끊긴 서유는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사촌남매라고 해도 혈연관계가 있는 친척이잖아요. 당신 도덕관이 왜 이렇게 낮아요...”이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승하의 가슴에 총을 쏜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그래서, 서유, 나를 포기하려는 거야?”그가 이 말을 할 때, 차갑고 맑은 눈동자에 맑은 물기가 맺혔다. 마치 서유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마도 그녀가 충분한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 그가 이렇게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만약 김선우가 미리 세 자매 중 한 명이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로 이승하를 포기했을 것이다.그녀가 보기에 남매는 함께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도덕관념이 그렇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자신의 오빠와 살 수도 없었다.이승하는 그녀가 말없이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여겼다. 온몸이 차가워지며 심장마저 멎는 것 같았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절망적인 눈빛으로 오직 그
병원장실에서 서유와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의 손은 계속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손바닥의 온기가 피부를 뚫고 그녀를 태울 것 같았다. 비록 그의 겉모습에는 큰 감정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서유는 그가 매우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괜찮아요, 두려워하지 마요.” 그녀는 그의 손바닥을 긁적이며 그에게 긴장을 풀라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승하는 눈을 내리깔고 서유를 바라보았다.“만약 김윤주가 김씨 가문이 입양한 아이라면, 우리는 여전히 사촌남매 관계야. 넌... 어떻게 할 거야?”김선우가 세 자매 중 한 명이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했으니, 김율과 김영주 외에도 육성재의 어머니인 김윤주에게도 30%의 가능성이 있었다. 서유가 자신의 어머니가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고 있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이승하가 이 미지수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이 질문에 대해 서유는 병원으로 오는 길에도 생각해 봤다. 이승하를 위해 도덕적 기준을 버릴 수 있을까? 마음속 답은 이랬다. 친남매는 절대 안 되지만, 사촌남매라면... 그를 위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그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다만 그렇게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는데...아이 때문에 망설이던 서유는 이승하의 말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한 남자는 즉시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섰다.“어디 가요?”“화장실.”이승하는 빠르게 병원장실을 나가 감정을 하고 있는 주서희를 찾아갔다.“이 대표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조급해하지 마세요.”주서희는 그가 갑자기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결과를 급하게 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승하는 아무 반응 없이 그녀 앞으로 걸어가 차갑게 지시했다. “만약 감정 결과에 남매 관계가 나오면 즉시 보고서를 바꿔요.”장갑을 끼고 화학 분석을 하던 손이 떨렸다. 주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이승하를 올려다보았다.“그.
“들어와요.” 이승하의 대답에 주서희가 비로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보자 서유는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을 꽉 쥐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준비는 했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여전히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주서희는 ‘불순한' 의도로 이승하를 힐끗 보고는 두 사람 앞에서 보고서 봉투를 뜯었다.“결과가 뭐예요?”이승하의 침착함과는 달리 서유는 훨씬 더 조급해했다. 주서희가 보고서를 건네기도 전에 바로 다가가 물었다.주서희는 보고서를 꺼내 서유에게 건네며 말했다. “서유 씨랑 이 대표님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습니다...”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본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선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군요...”그녀는 보고서를 꼭 쥐고 이승하에게 돌아서서 수치를 가리키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봐요. 우리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어요. 안심이 되죠?”안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 이승하는 주서희의 ‘침착한' 얼굴을 슬쩍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주서희에게 보고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묻는 것 같았다.그러나 주서희는 못 본 척하며 계속 자신의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서유 앞에서 이승하도 직접 물어볼 수 없어 일단 참을 수밖에 없었다.서유는 이승하가 보고서를 보고 오히려 더 긴장하는 것 같아 이상하게 여겼다. “왜 그래요? 이게 당신이 원하던 결과 아니에요?”옆에서 팔짱을 끼고 책상에 기대어 서 있던 주서희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이 대표님께서는 분명 이런 결과를 원하셨을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아끌며 문 쪽으로 향했다. “보고서 나왔으니 됐어. 우리 먼저 가자.”서유는 주서희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이렇게 급하게 갈 필요 없잖아요. 난 서희 씨랑 좀 더 있고 싶은데...”처음으로 이승하가 ‘도망치듯' 가는 모습을 본 주서희는 상황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요, 서유 씨. 나도 서유 씨한테 할 말도 있는데
DNA 감정 결과가 나온 후, 이승하는 서유를 데리고 지가의 본가로 돌아갔다.이태석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얼굴색이 어두워졌고,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세게 내려놓았다.“아직도 얼굴을 들고 다니는구나.”이태석의 말은 서유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태석을 흘깃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승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곧바로 노인 앞으로 가 보고서를 던졌다.“직접 보세요.”이승하가 이태석을 대하는 태도는 늘 냉담했고, 이태석 본인도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서유를 경멸하던 시선을 거두고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결과를 보자 이태석의 어두운 표정이 잠시 누그러졌지만, 곧 의심스러운 기색으로 바뀌었다.“혹시 가짜 보고서 아니냐?”이태석은 보고서를 몇 번 넘겨보더니 다시 탁자에 던지고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살펴보았다. “병원이 네 거니까 의사에게 아무 가짜 보고서나 만들라고 하면 어렵지 않을 텐데.”서유는 이 말을 듣고 아까 이승하가 보고서를 봤을 때의 반응을 떠올렸다. 그는 정말 흥분하지 않았었다. 이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전혀 죄책감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무표정하게 이태석의 말을 반박했다. “믿든 말든 당신 마음이지만, 난 그저 내 아내와 내가 혈연관계가 없다는 걸 알리러 온 거예요. 앞으로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말을 마치자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 이태석의 차가운 냉소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네 어머니는 김율이고, 김석진의 딸이야. 서유 어머니는 김영주고, 역시 김석진이 낳은 딸이고. 지금 와서 보고서 하나 들고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내가 믿을 것 같아?”서유는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이태석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전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 어머니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요. 제 어머니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저
매우 근사하다고?이승하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먹빛으로 변했다. “내 신분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그는 육성재의 사촌 오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역겨웠으니까!서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거부감 가득한 남자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일부러 그를 놀리며 말했다. “알겠어요, 사촌 오빠. 비밀 꼭 지킬게요.”운전 중이던 이승하는 잠시 반응하지 못하고 한 번 방향을 틀었다가 이내 서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뭐라고 불렀어?”서유는 한 손으로 차창 가장자리를 짚으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촌 오빠라고요, 왜요?”이승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왜 나를 사촌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서유는 웃으며 대답했다. “검사하기 전에 당신이 저를 사촌 동생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러니 사촌 오빠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죠...”이승하: ...서유는 약 올리듯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촌 오빠, 당신 도덕관념에 좀 문제가 있네요. 내가 가르쳐줄까요?”귀여운 모습의 여인을 보며 이승하의 눈빛에도 미소가 어렸다. “수업? 좋아,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데?”서유가 휴대폰을 꺼내 도덕경을 검색해 그에게 들려주려 했지만, 그가 차를 교외의 작은 숲으로 몰고 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똑같이 웃음기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용한 곳을 찾아서 네 수업을 들으러 가는 거지.”오랫동안 그에게 농락당해온 서유는 그의 속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러지 말아요. 수업 안 할게요...”이승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눈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네가 하기 싫어도 난 하고 싶어. 사촌 동생, 얌전히 수업해주는 게 좋을 거야...”서유: ...일찍 알았더라면 그를 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되받아치고 말았다.그녀가 이승하에게 의자로 밀려들어갈 때, 그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촌 동생, 왜 사촌 오빠라고 안 부르는 거야?”서유는 이를
연남동 카페, 육성재의 차가 그늘진 곳에 숨어 있었다.한편, 카페에 미리 도착한 김선우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유를 기다리고 있었다.8시쯤 되어서야 서유는 차에서 내렸고 노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육성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상했다. 서유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한눈에 알아봤다. 안면인식장애가 없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경호원을 바라보았지만 경호원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당신 누구야?”3년 동안 그의 곁을 지켜왔던 경호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저 남주혁입니다.”육성재는 그를 노려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긴 게 왜 그래? 좀 특별하게 생길 것이지. 네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잖아.”그는 말문이 막혔다. 육성재는 고개를 들고 대형 고급 차를 바라보았다. 서유의 뒤를 이어 우뚝 솟은 그림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뼈에 깊숙이 박힌 그 얼굴을 본 순간 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저 인간이 있으면 어떻게 납치해?”이때, 옆에 있던 남주혁이 그를 다독였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승하도 같이 납치하면 됩니다.”육성재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호되게 때렸다. “네가 저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같이 납치를 한다고? 생각이 있긴 한 거야?”그가 이마를 가린 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도련님, 이렇게 합시다. 이따가 도련님께서 이승하를 따돌리세요. 그 틈을 타서 저희가 서유를 데려가겠습니다.”불같이 화를 내던 육성재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명심해. 가면 꼭 쓰고 들어가. 납치범으로 위장하여 김선우까지 같이 데려와.”이승하가 서유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가려는 찰나 옆에 있던 소지섭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맞은편에 있는 차가 좀 이상합니다.”그 말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려고 하자 이승하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아마도 육성재일 거야...”그녀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설마 나와 김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