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손에 지팡이를 가져간 사람은 옆에 앉아 있는 외손녀도 아니었고 가운데 앉아 있는 이승하도 아니었고 이씨 가문의 그 누구도 아닌 그한테 한 대 맞은 서유였다. 상냥하고 온화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네가 김씨 가문의 딸인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느냐?”“제가 김씨 가문의 딸이든 아니든 정확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이태석의 말에 대답을 마친 그녀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사람들을 향해 돌아섰다.“이씨 가문과 김씨 가문이 원수 집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가족을 잃은 슬픔은 엄청 크겠죠. 하지만 김씨 가문의 사람들도 많은 가족을 잃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씨 가문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그리고 그들을 Y국으로 쫓아내지 않았나요? 지금까지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더는 이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씨 가문이 김씨 가문을 몰살할 그 당시 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요. 가문의 원한을 저한테 짊어지라고 하시는 건 정말 억울합니다.”이때, 채은서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당신이 김씨 가문의 딸인 이상 당연한 거 아니에요?”서유는 그녀를 힐끗 쳐다만 볼 뿐 반박하지 않았다. “방금 어르신께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엄마는 김씨 가문의 딸이긴 하지만 젊었을 때 이미 그 집안에서 쫓겨난 사람이고 그 집안과는 오래전부터 연이 끊어진 사람이에요.”“제가 정말 김씨 가문의 딸이면 또 뭐 어때서요? 그 집안에서는 저와 엄마를 인정해 주지 않아요. 저희가 그 집안의 원한까지 감당하는 건 저희한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자랐고 엄마의 얼굴을 본 적도 없어요. 김씨 가문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요. 근데 제가 어떻게 김씨 가문에서 보낸 스파이겠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이때, 셋째 할아버지의 부인이 몸을 부르르 떨며 한마디 내뱉었다.“자네가 말하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서유가 미처 입을 열기도
이태석은 화를 벌컥 냈다.“감히 말대꾸를 해?”화가 난 이태석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던 이연석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한편,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듣자 하니 이승하한테 설명을 요구하려는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있던 이승하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인내심이 바닥났다. “제 아내가 말한 건 모두 사실입니다. 김씨 가문의 일은 이 사람과 전혀 상관이 없어요. 믿지 못하겠으면 한번 조사해 봐요. 조사를 하고도 여전히 그 원한을 이 사람한테 짊어지게 한다면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그 말인즉 조사한 결과가 서유가 한 말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는 끝까지 서유를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뜻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만 이 집안의 권력자로서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게 정말 좋은 일인 걸까?채은서는 둘째 오빠가 언젠가는 이 여자 때문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자에게 약점이 있다는 건 누구나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녀는 이승하가 후회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하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훤칠한 손을 들어 경호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손님들 배웅해 드려.”주식을 받으러 온 이씨 가문의 친척들은 그냥 이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어르신, 말씀 좀 해보세요. 김씨 가문의 원한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저 여자의 말만 듣고 이대로 끝낼 일은 아니잖아요.”셋째 할아버지의 부인은 잘 보이지 않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유를 노려보았다.“어르신, 어찌 됐든 이 여인은 김씨 가문의 딸이에요. 예전의 방식대로 이 여인을 처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비밀에 대해서 난 더 이상 감추지 않을 거예요.”그 말이 나오자 사람들을 하나 같이 묻기 시작했다.“셋째 할머니, 비밀이라는 게 무엇입니까?”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어두운 눈빛으로 이태석을 쳐다보았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겉
이태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날 따라 서재로 오거라.”서유와 이연석의 앞에서는 꺼낼 수 없다는 얘기란 말인가? 이연석과 서유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승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연석이랑 서유가 들어서는 안 되는 얘기가 뭡니까?”그 물음에 이태석이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대답했다.“네가 먼저 들어보고 이들에게 말할지 말지 결정하거라.”잘생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그는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소수빈을 쳐다보았다.“주서희는 도착했어?”소수빈이 공손히 대답했다.“병원이 여기서 좀 멀어서요. 지금 오는 길이라고 하니 곧 도착할 겁니다.”그제야 그는 시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서유의 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많이 아프지?”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걱정하는 그 모습에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많이 좋아졌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 봐요.”그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소수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주서희가 도착하면 바로 치료하게 해.”소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이태석은 이미 소파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가 이태석의 맞은편에 앉았다.“말씀하세요.” 자신에 대한 이승하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이 녀석은 이미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놈인데.마음이 섭섭했던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 너희 아버지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구나.”아들의 얘기를 하면서 이태석의 눈 밑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무거운 족쇄가 그를 조이고 있는 것 같이 한순간에 부쩍 늙어 보였다. 이승하한테 아버지는 술고래였다. 늘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채 박화영이 그를 때리고 욕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그녀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 사람과 무슨 상관입니까
그 말을 하던 이태석은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박화영은 해외까지 쫓아와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어. 너희 아버지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았고 그 아이를 빌미로 박화영에게 이혼을 요구했었다. 화가 날 대로 난 박화영는 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나보고 처리하라고 하더라.”“내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 한쪽은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는 내 아들이고 다른 한쪽은 내가 직접 고른 내 며느리인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구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난 박화영한테 아이는 죄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설득했다. 박화영도 그걸 인정하더구나. 하지만 아이를 남기고 그 여자를 처리하고 했었어. 그렇지 않으면 이씨 가문에 알려 집안 사람들에게 그 여자를 처리하게 하겠다고 했었지.”“이씨 가문에 알리는 걸 내가 어떻게 동의하겠느냐? 그래서 아들을 남기고 그 여자를 죽이는 걸로 결정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너희 아버지는 나한테 무릎을 꿇고 저에게 애원했었어. 너희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망설였지. 내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박화영은 두 사람의 불륜 증거를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보냈어.”“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나한테 그 여자를 죽이라고 강요했어. 난 어쩔 수가 없었다. 너희 아버지의 마음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 여자를 납치했어. 그 여자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 여자가 나한테 애원하더라. 아이를 낳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어.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박화영이 나타났고 그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에 박화영도 동의했어.”“너희 아버지는 그 여자와 박화영 사이의 거래를 전혀 알지 못했어. 우리가 그 여자를 놓아준 걸로만 알고 있었어. 그러고나서 박화영과 너희 아버지 사이는 많이 좋아지게 되었고 박화영이 무슨 수를 썼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신을 했다고 했어.”“그러나 박
한편, 이승하는 그 얘기를 듣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김진태의 딸이 낳은 그 아이는요?”이태석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표정한 얼굴의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아주 번듯하게 잘 자랐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아주 훌륭하게.”“지금 어디 있습니까?”그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관심 없다. 그저 갑자기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궁금해졌을 뿐이다. 이태석은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고는 가슴속 깊이 숨겨둔 비밀을 털어놓았다.“그 아이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어.”무심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이태석은 자세를 바로잡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박화영는 임신을 하지 않았었어. 그 여자가 아이를 낳은 다음 그 아이를 박씨 가문으로 보냈고 출산이 임박하자 그때 널 다시 데려온 거야.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하면서. 나조차도 깜빡 속아 넘어갔어.”“너희 셋째 할머니가 우연히 널 학대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들어 나한테 알려주지않았더라면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을 거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너희 아버지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했어. 나한테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도 했고.”“너의 몸에는 김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매번 널 볼 때마다 김씨 가문에 살해당한 우리 집안 사람들이 생각나. 게다가 너희 아버지한테 박화영과의 결혼을 강요했으니 늘 박화영한테 미안했었어. 그래서 박화영이 너한테 분풀이를 하는 걸 그냥 내버려둔 거야.”박화영이 그한테 그리 모질게 대했던 건 그가 그녀의 친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한 적 있었는데...”믿을만한 부하한테 검사를 시켰기 때문에 절대 조작할 리가 없었다.“내가 바꾼 거다. 네가 박화영의 아들이 아니라 김씨 가문의 딸이 낳은 자식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아마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박화영의 복수심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박화영이 그를 때릴
이태석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너...”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이승하는 눈을 감았다.“그만 나가세요.”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앉아 있던 이태석은 눈앞의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끝내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 네가 김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난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어.”셋째 동생의 아내는 그 당시,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그에게서 10%의 주식을 양도받았다. 현재 그 주식은 이승하에 의해 반이나 회수되었으니 당연히 못마땅할 것이다. 이승하가 이혼도 하지 않고 서유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된다면 분명모든 사실을 폭로할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씨 가문에서 이승하를 어떻게 처리할지...손자가 아들의 길을 걷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연석의 말대로 김씨 가문과의 원한을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이것이 밝혀진다면 이씨 가문은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이 앞으로 아이를 낳는다면 태어난 아이는 건강하지 않을 것이다.절대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승하는 친동생이라도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들 녀석보다 더 미친 손자 녀석이었다. 이태석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가던 이태석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승하를 돌아보았다.“잘 생각해 보거라.”거실에 앉아 있던 서유와 이연석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 나오는 이태석을 보고 두 사람의 대화가 유쾌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이태석은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이연석이 급히 일어나 그를 부축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그 물음에 이태석은 손을 저었다. 이태석이 자신에게는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연석은 눈치껏 더는 묻지 않았다.“제가 바래다줄
이승하가 도중에 웃음을 멈추고 웃자, 서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보...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이승하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꼭 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유야, 말해봐, 왜 우리는 함께할 수 없는 걸까?”이 말을 듣고 서유의 심장은 점점 내려앉았다. “무슨 말이에요?”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이혼을 의미하는 걸까?그는 그저 이태석과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왜 이혼하자는 걸까?서유는 두려워하며 이승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랑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 나를 버리면 안 돼요.”이승하는 그녀가 점점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을 몰랐다. 만약 그가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그녀의 눈에 비친 두려움이 이승하의 심장을 둔탁하게 아프게 만들었다. “난 널 원해, 서유야. 나는 널 원해.”그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를 원할 것이고, 반드시 그녀를 원할 것이다...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서유는 어리둥절해졌다. “승하 씨, 왜 이래요?”이승하는 대답하지 않고 미친 듯이 그녀를 원했다. 잠시 후 지쳐버린 그는 그녀의 이마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젖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이제 괜찮아. 심리적 장애는 이미 지나갔어.”친척이라는 단어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걸까?그는 그저 그녀가 있으면 됐다.이 말을 한 후, 서유는 그의 동작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꼈고 그의 키스에도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혼란스러운 그녀의 마음과 흐릿한 시야는 이승하의 안내로 전에 없던 경험에 빠져들었다. 이는 그녀가 평생 기억할 경험이었다.마침내 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등을 가볍게 두드려 그녀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게 했다.그녀는 그의 품에 기대어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할 수 있어요?”이승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너를 위해 배웠어.”그는 그녀가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침대에서 그녀에게 잊지 못할 경
이승하는 길고 늘씬한 다리로 서재로 빠르게 돌아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이미 잠들었던 셋째 할머니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승하의 전화라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매우 놀랐다.이승하는 결코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걸까?그녀는 주름진 손가락으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승하야...”이승하는 인사도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식 10%를 돌려줄게요, 아들에게 5%의 옵션도 추가로 주죠. 대신 그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어둬요. 또, 내 아내를 괴롭히지 말고 이씨 집안 사람들을 선동하지도 마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당신 아들은 매장지도 없이 죽게 될 거니까!”이승하가 주식을 돌려주고 아들에게 옵션을 추가로 준다는 말에 셋째 할머니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매장지도 없이 죽게 될 거라는 말에 입술이 굳어졌다. “너...”이승하는 바로 말을 끊었다. “5초 안에 결정해요.”이건 분명히 강요였다!셋째 할머니는 ‘네가 할 수 있다면 해봐' 라고 욕을 했지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네 말을 따를게.”그녀의 남편은 이미 죽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 원한도 그리 깊지 않았다.이 비밀로 주식을 되찾고, 아들의 남은 인생과 손자들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목적이 달성된 이상 셋째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선동했지만 주식을 회수하지 못한 이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그녀와 무슨 상관인가?나중에 다른 친척들이 왜 주식을 되찾았는지 물어본다면 모든 것을 이태석에게 떠넘기고 직접 해결하게 하면 된다.셋째 할머니는 계산을 잘했다. 하지만 이승하가 이렇게 빨리 자신이 다른 친척들을 선동한 사람임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역시 권력자다웠다그런데... 이승하에게서 이득을 얻는 것은 쉽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더 얻어내기로 했다. “승하야, 나한테 딸이 하나 더 있어. 그 아이에게도 5%의 옵션을 추가로 주면 또 다른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