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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CCTV를 확인한 결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이 없었지만 채은서는 여전히 날뛰고 있었다.

“오빠,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그러신 거예요. 오빠도 알다시피 우리 엄마와 넷째 오빠네 부모님 그리고 이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김씨 가문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요. 오빠가 그 집안의 딸과 결혼했는데 할아버지가 화 안 나게 생겼어요? 홧김에 분풀이를 하신 거라고요.”

사람을 홀릴 만큼 말솜씨가 대단했지만 이승하는 그런 수작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김씨 가문과의 원한은 내 아내를 때린 일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야.”

말을 마친 그가 테이블 위에 있는 지팡이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

“할아버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주는 대로 되갚아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제 집사람한테 손찌검을 하신 일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그다음에 김씨 가문과의 일에 대해 얘기하시죠.”

그 말인즉 이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이태석이 스스로 자신을 한 대 때리는 걸 꼭 보고야 말겠다는 뜻이었다. 아내를 대신해 복수를 하지 않는 이상 다른 일은 얘기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이태석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승하, 네가 감히 어떻게 나한테 이래? 이제는 이 할아버지도 안중에 없는 것이냐?”

이승하는 똑바로 자리 잡고 앉아 이태석을 빤히 쳐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말했잖아요. 이 여자는 저한테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 여자를 건드리는 건 절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제 말을 그리 무시하시니 저도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지금껏 이태석이 그한테 해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박화영이 그를 때리는 걸 보고도 이태석은 방관했었고 그를 이용하기만 했었다.

기억 속에 어릴 때부터 가족이 뭔지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만약 그한테 이용 가치가 없었더라면 아마 진작에 쫓겨났을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서유가 유일한 빛이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그가 행복한 걸 못마땅해하는 건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약간 떨리는 것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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