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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욕정에 불타오른 남자는 화장실 안 아리따운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꼼수에 넘어갔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간신히 욕망을 참으며 그가 옆에 있던 타올을 집어 하반신을 감싼 뒤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 안에서 얼마나 있을 거야?”

옷을 입고 있던 그녀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조차 들지 않고 대답했다.

“당신이 김빠질 때까지요.”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몸이 식어갈 때쯤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바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가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그 안에 있어. 난 회의하러 갈 거야.”

이 사람이 또 날 속이려고?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을 거야. 여기 앉아서 핸드폰을 보더라도 절대 나가지 않을 거라고.

한편, 걸음을 옮기던 그는 그녀가 문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리 와이프 그새 많이 똑똑해졌네.

화장실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가 옷을 갈아입고 휴게실을 나섰다.

문을 열고 닫는 소리에 그녀는 그가 정말 간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다가가 문을 열었다.

틈새 사이로 눈을 깜박이며 휴게실을 둘러보는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서둘러 밖으로 걸어 나왔다.

쏜살같이 휴게실의 문을 열고는 사무실을 뛰쳐나가려는데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히고 말았다.

단단한 가슴을 타고 올려다보니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피식 웃고 있었다.

“당신이 날 놀린 벌이야.”

“싫어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데 그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남자는 그녀를 벌떡 안아 올려 침대로 내던진 후 거침없이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

“당신 뜻대로는 안 될 거야.”

불을 지펴놓았으니 책임지고 불을 꺼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몸이 타버릴 것만 같았다.

잠시 후, 그의 만족스러운 눈빛 아래서 기진맥진한 그녀가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힘없이 차창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린 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 반이었다. 기가 막혔다. 오후 시간을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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