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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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주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그러나 하연은 부동건이 송혜선을 데리고 왔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외투를 벗어 웨이터에게 건넸다. 부동건과 나란히 서 있는 송혜선은 온화하고 얌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연은 곧장 그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경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말했다.“아저씨,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고령인 할아버지께서도 항상 손자들의 행복을 염려하시는데, 당연히 나도 신경 써야지.” 부동건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소개하마, 여긴 송혜선 혜선 이모란다. 하연이는 이미 만난 적이 있어.” 하연을 힐끗 바라본 하경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경이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하경이지? 며칠 전엔 너를 보지 못했는데, 몇몇 사모님들이 너를 두고 외모뿐만 아니라 매너까지 훌륭한 청년이라고 칭찬하더구나. 과연 그분들의 말씀대로구나.”송혜선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왔다.“이건 내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란다. 백 년 된 영지버섯인데, 일하느라 바쁜 요즘 젊은이들에게 제격이라 할 수 있어. 항상 몸도 잘 챙겨야 하는 법이란다.”그녀가 빨간 상자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물론 하연이 선물도 있어. 하연아, 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눈썹을 살짝 찌푸린 하연은 그 선물을 받지 않았다.“제가 이모의 돈을 땄으니, 사과도 제 몫인 것 같네요. 이 영지버섯은 혜선 이모께서 드시고 몸보신하는 걸로 하시죠.”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지자, 부동건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이 모습을 본 하경이 선물을 받으며 말했다.“하연이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리에 앉은 송혜선은 바쁘게 요리를 주문하며, 피해야 하는 음식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온화하고 친절한 모습은 여느 안주인과 다름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하던 하연은 부동건이 질문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둘째 오빠의 소개팅 날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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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소심한 복수

하경은 부동건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하여 최대한 참으려 했고, 차분하게 식사를 끝내려 했다. ‘저 여자가 집안에 관한 이야기까지 눈을 돌릴 줄은 몰랐어. 정말 미칠 노릇이네.’같은 시각. 조진숙은 벌써 도착했다는 하연의 연락을 받았다. ‘하연이랑 쇼핑을 약속한 건 맞지만...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잖아?’커피숍의 창가에 앉은 하연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고, 상혁에게 메시지로 사건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화가 조금 풀린 그녀가 말했다.[내가 충동적인 거예요?]잠시 답장이 없던 상대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상혁이 가볍게 웃었다.[아가씨께서 화를 내신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연이 화가 나서 말했다.“농담할 때가 아니라고요!”[그 여자가 그런 방법으로 최씨 가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하경이가 그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텐데,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하긴, 오빠 같은 성격의 사람이 명품에 눈독이나 들이는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지.’ 이렇게 생각하자, 하연의 마음은 많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급하게 오느라 삼촌을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래도 통쾌하긴 했잖아?]‘솔직히 통쾌하긴 했어.’고개를 끄덕이던 하연이 수화기 너머의 상혁에게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네.”상혁이 낮게 웃었다.[너만 통쾌하면 된 거야. 큰일도 아니니까, 뒷수습은 내가 할게.]갑자기 자신감이 솟아오른 하연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커피를 휘저으며 물었다.“지금 뭐 해요?” [야근.]하연은 상혁의 뒤에 보고를 기다리는 고위 간부들이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바삐 회의 중이던 상혁은 그녀의 메시지가 팝업창에 뜨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답장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하연의 메시지를 본 상혁은 결국 회의를 멈추고,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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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자수 드레스

“네, 그래요.”조진숙이 하연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화내지 말고, 내가 준비한 선물부터 보렴.”“선물이요?”눈앞에 나타난 것은 맞춤 제작 가게였다. 크지 않은 가게에 앉은 남녀불문의 장인들은 손에 든 화려한 옷감들을 정성스럽게 바느질하고 있었다. 한쪽에 줄지어진 전시대를 본 하연이 놀라며 말했다.“자수 드레스네요?”“생각해보니까 네가 자수 드레스를 입은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더구나. 곧 새해도 다가오니까 이 자수 드레스로 경사스러운 기운을 더하면 좋을 것 같아.”“HX국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것들을 신경을 쓰는 편이잖니.” 옆에 있던 장인이 농담을 하듯 말했다.“두 달 전부터 제작한 겁니다. 아가씨가 복이 아주 많은가 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하연이 말했다.“저는 의상 디자인을 배운 사람이예요! 여러분에 관한 기사를 본 적도 있고요!” 이 가게의 장인들은 모두 무형문화재 전승자들로, 바느질한 땀 한 땀에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이었다. 주로 권위층을 위해 이런 자수 드레스를 맞춤 제작하는 가게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반적인 부자는 문턱조차 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하는 사람들은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연도 한때 맞춤 제작을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그새 몸매가 변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런 자수 드레스는 사이즈가 조금 더 크면 엉성해 보이고, 조금 더 작으면 착용이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진숙이 설명했다. “여기 사장이 내 오랜 친구거든. 그래서 예약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었던 거야.” 하연이 놀라워했다.“정말 영광이네요.” “으이구, 네가 원하는 거라면, 이 이모는 뭐든 해줄 수 있어.” 이때, 그 장인이 하연의 자수 드레스를 꺼내왔다. 그것은 달빛 같은 하얀색의 자수 드레스로, 목 부분에 부드러운 털 장식이 달려있고, 허리선이 아름답게 떨어지며, 모든 문양이 자수로 된 것이었다. 즉, 일반 사람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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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교통사고

조진숙과 식사를 마친 하연은 식사 한 끼를 따로 포장하여 DL그룹 빌딩으로 보내려 했다.그녀는 상혁에게 배달원을 구했다고 했지만, 사실 이미 차에 타 있었다.[백리향은 항상 예약도 필요하고, 셰프의 메뉴도 3일마다 바뀌어서 한 번 놓치면 먹기 어렵대요.] 상혁이 답장을 보내왔다.[고마워요, 아가씨, 기대되네요.] 메시지를 확인한 하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지난번 일로 이미 하연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런 제지 없이 그녀를 전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해 주었다. “따라오시죠.” 직원은 최상층의 카드를 스캔해 줬고,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미 저녁 시간이 되었지만, DL 그룹 빌딩은 여전히 환한 불이 켜져 있었다. 특히 최상층은 더욱 그러했다. 하연은 이곳에 처음 온 것이 아니었기에, 부남준의 사무실이 있던 자리가 자료실로 바뀐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포장된 음식을 손에 든 채 긴 복도를 지나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회의실에서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제자리에 선 하연은 창문 틈으로 안을 바라보았다. 상석에 앉은 그는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 테이블 위에는 결제가 필요하거나 이미 결제된 서류들이 있었으며, 주변에는 몇 명의 고위 간부들이 그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결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연은 그 모습에 빠져드는 듯했다. 흔히 ‘자기 일을 하는 남자가 가장 매력적’이라고들 하지만, 상혁과 서준은 외적인 매력뿐만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고 정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배로 매력적이라 할 수 있었다.상혁은 하연의 인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오히려 곁에 있던 비서 김지현이 알아차리고 문을 열었다.“최 사장님, 오셨습니까?” ‘지난번에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하긴, 대표님의 곁에 있는 여자니까 평범하지는 않을 거야.’ 하연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얼마나 걸릴까요?” “아직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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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의도적 살인

하지만 더 이상 말할 겨를이 없었던 하연이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급한 일이 있어서... 미안해요.” 서류 파일을 안아 든 연지가 하연의 뒤를 쫓으며 물었다.“운전하실 거예요?” 하연은 대꾸하지 않고, 급히 걸으며 핸드폰 화면을 켰다. “지금은 DL그룹의 퇴근시간이라 택시를 잡기 어려울 거예요.”연지가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 최하연 씨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입술을 오므린 하연은 본능적으로 연지의 호의에 반감을 느꼈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이 없지 않은가. “고마워요.”연지의 차는 상혁의 차만큼 고급스럽지 않았으나, 그녀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운전대를 돌리며 말했다.“저는 곧 지사로 발령될 예정이예요. 오늘은 비서실에 업무를 인계하러 온 거고요.” 하연은 그녀가 주동적으로 상황을 설명할 줄 몰랐다. ‘의외잖아?’“수고가 많네요.”하연을 힐끗 바라본 연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최하연 씨, 골드 크라운에 관한 일은 정말 죄송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연은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괜찮아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요.” 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에 집중했다. 사고 지점에 도착하자, 차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고, 한쪽에는 쓰러져 있는 오토바이 한 대가 있었다. 하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오빠!” “여기야!”가드레일 옆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이마에 찰과상을 입은 하경이 원망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뭐하는 거예요? 운전할 줄도 알면서, 왜 교통사고를 낸 거냐고요!”놀란 하연이 그의 몸을 꼼꼼히 살피며 말했다.“난 괜찮아, 작은 상처일 뿐이거든. 한참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깨비 불 같은 게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도깨비 불이라뇨?”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쪽이 빨간 신호등에 멈추지만 않았더라면, 사고가 날 일은 없었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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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고아

사고 처리가 끝난 후, 차량이 견인차에 끌려갔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어 있었다. 회의를 마친 상혁은 사무실로 돌아가면서 손에 든 서류를 지현에게 건네주었다.“앞으로 급한 서류는 빨간색 라벨을 붙이고, 급하지 않은 서류는 파란색 라벨을 붙여줘요.” 서류를 얼른 받아 든 지현이 대답했다.“예.” 그는 남자였기 때문에 연지처럼 사소한 문제에 대한 섬세함이 없었다. 상혁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여자들만의 향기를 느꼈고, 익숙한 향에 눈살을 찌푸렸다.“하연이가 왔었나요?” “두 시간 전에 포장된 음식을 가져오셨는데, 회의가 끝나지 않아서요...” 상혁이 낮은 목소리로 지현의 말을 끊었다.“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죠?” 지현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께서는 도시 서쪽의 재개발 문제를 처리하고 계셨고, 류 대표님과 의견 충돌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보고하려고 했지만, 대표님께서는 손짓으로 제지하셨고요.”“그랬군요.”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 상혁이 앞에 놓인 포장된 음식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이 담겨 있었다. 그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지만, 오랜 시간 방치된 음식은 약간 식어 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불편하고 초조해졌다. 같은 시각.전화를 받아야 하는 하연은 마침 연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부 대표님은 저의 상사시잖아요. 그분을 위해서 일하는 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예요. 그러니까 최하연 씨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아니라... 상혁 오빠를 도운 거라고요?” “부 대표님께서 부하 직원들한테 명령을 내리셨어요. 최하연 씨의 일을 대표님의 일처럼 여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최선을 다한 거예요.” ‘상혁 오빠가 나를 그 정도로 배려해 줬다고? 그리고 황 비서님이 이렇게 솔직한 사람이었다고?’하연은 다소 놀랐다.‘내가 황 비서님을 오해한 건 아닐까?’핸드폰이 울리자, 그녀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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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어두운 면

가정에서 비롯된 결핍은 연지를 떠도는 부평초처럼 만들었고, 상혁은 그녀에게 있어 생명의 지푸라기였다. “저는 2천 원도 반으로 나눠 써야 했던 날들을... 그리고 부 대표님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몇 년 전, 부 대표님을 따라 입사할 때 맹세했어요, 부 대표님의 명령을 영원히 따르겠다고요.” 연지의 눈빛은 대단히 확고했다. 하연이 눈을 가늘게 뜨자, 길가의 네온사인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흩어졌다. “상혁 오빠의 뒤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거군요.” “네.”“상혁 오빠는 예전에 많이 힘들어했나요?” “처음 DL그룹에 입사하신 부 대표님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밑바닥부터 시작하셨어요. 심지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한 달 동안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고객의 집 앞을 지키셨죠. 한 달 후, 프로젝트는 깔끔하게 성사됐고, 대표님은 세 단계나 승진하게 되신 거예요.”차 앞에 기댄 연지는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2년 후, 부 대표님은 9명의 이사 중 한 분이 되셨지만, 당시 협력하던 고객 한 분은 사업이 점점 쇠퇴하면서 파산해야 했고, 결국 건물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떠나고 마셨어요.” 이 말을 들은 하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상혁 오빠가 그랬다는 거예요?”“최하연 씨, 비즈니스 업계에서 절대적인 건 없어요. 부 대표님께서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분의 결정을 존중해요. 패권을 잡으려면 그런 결단력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연지가 말했다.이야기가 끝날 무렵, 상혁의 검은 차가 미끄러지듯 두 사람의 앞에 다다랐다. 그가 차에서 내리며 일으킨 바람은 머리카락을 날리게 했다. 잠시 후, 상혁은 하연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약간 숨을 헐떡이는 그의 어투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연지는 한쪽으로 물러났다. 하연은 상혁의 옷을 꽉 쥐더니 무의식중에 그를 밀쳐냈다.“괜찮다고 했는데 왜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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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귀국 결정

다급해진 하연이 상혁의 손을 잡았다.“왜 안된다는 거에요? 전 오빠의 과거를 알고 싶어요. 하지만 오빠는 단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잖아요.” “알아도 되는 게 있고, 알아서는 안 되는 게 있어. 난 그 구분을 명확히 짓고 있는데, 일부는 너무 지저분한 일이라 네 귀에 들어가서는 안 돼.”상혁이 차창을 조금 내리며 밖을 바라보았다. “연인 사이에도 숨길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하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그게 무슨 일이든, 오빠와 관련이 있다면 지저분하다고 느끼지 않을 거예요.” 뒤에서부터 들려온 하연의 목소리는 상혁의 마음을 관통했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는 황 비서님의 이런 점이 좋아요. 제가 오빠의 진짜 모습을 알게 해줬으니까요. 오빠는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은데, 저는 세상사를 모르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에요.” 한숨을 내쉰 하연이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상혁 오빠, 앞으로는 오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가정에 관한 일이든, 친구에 관한 일이든 상관없이요.” 고개를 돌린 상혁의 눈에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하연이는 포용력이 아주 넓은 사람이구나.’상혁은 줄곧 하연을 손에 닿지 않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제는 자신을 이해해 주려 하다니... 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바보야.”상혁이 하연의 귓가에 흐트러진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많은 걸 걱정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졌어. 나랑 함께 있으면... 아주 힘들 수밖에 없을 거야.” 이것은 애초가 그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기분이 좋아진 하연이 상혁의 어깨에 기대었다.“벌써 잊은 거예요? 내가 오빠랑 함께하는 건 희로애락을 함께하기 위한 거예요. 그런 여자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격식을 차리는 거잖아요.” 옅은 미소를 띤 상혁이 품에 안긴 여자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잠들지 않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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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처분 철회

상혁은 직접 차를 몰고 하연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그녀가 중얼거리며 말했다.“큰오빠가 이쪽 일만 잘 해결하면, B시에서 새해를 보낼 거라고 했어요. 물론 할아버지도 모시고 온다고 했고요. 그럼... 오빠는요? 오빠도 올 거예요?”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이것은 HX국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옆을 힐끗 바라본 상혁이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어디에 있든, 거기로 갈 생각이야.” 하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일찍 공항에 도착한 하경은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왜 그렇게 느끼하게 구는 거야?” 상혁이 그의 어깨를 한 대 때렸다.“이번에는 기회가 없었지만, 다음에는 밥 한번 살게.” “누가 밥 먹고 싶대? 밥은 학교 다닐 때 충분히 먹었잖아.”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하연이 좀 잘 부탁해.” “하연이는 내 동생이야. 주제넘게 굴기는...”“둘째 오빠...”하연이 불만스러워했다. “됐어, 차별하는 꼴을 좀 봐, 한심하긴.”이 말은 하경의 시샘이 여실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이때, 연지가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왔다.“최하연 씨, 짐은 이미 다 부쳤어요. 그리고 이건 탑승권이에요.” 그녀를 한 번 쳐다본 하연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연지가 다시 상혁의 곁에 나타난 걸 보면, DL 그룹이 그녀에 대한 처분을 철회했고, 더 이상 강등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탑승권을 받았다.“오빠를 잘 부탁할게요.” “너그럽게 배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게요.”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 비행기는 이내 흔적도 없이 멀어져갔다. 상혁은 미소를 거둔 채 몸을 돌려 떠났고, 연지는 그의 뒤를 따랐다.“부 대표님, 이전에 주시하라고 하셨던 HT그룹의 허점을 찾아냈습니다.”“그건 아주 이전에 지시했던 일인데...”상혁이 곧장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황 비서, 업무에 제법 충실하네.” “제가 어떻게 대표님의 지시를 잊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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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신흥 재벌

하연이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인터뷰가 끝났고, 스태프들은 모두 흩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간 그녀가 여은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수고했어, 다 같이 드시라고 마실 것도 주문해 뒀어.” 여은이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여러분! 최 사장님께 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릴까요?” “최 사장님이요?”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어 보인 하연이 여은의 뒤에 있는 피취재자를 바라보았다.“어떤 분을 인터뷰한 거...”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뚝 그쳤다.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최하연 씨, 또 만나네요.” 하연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여은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여긴 제 친구이자 DS그룹의 총 실행 책임자인 최하연이예요. 그리고 이 분은 B시의 떠오르는 신흥 재벌이자, WA 그룹의 책임자인 부남준 사장님이셔.” 이 말을 마친 그녀가 슬그머니 하연의 귓가에 말했다.“부상혁이랑 성이 같은데, 참 공교롭지?” ‘공교롭다고...?’ 하연은 부남준이 B시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남준은 께름칙한 표정의 하연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고,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최 사장님께서는 저를 마주하는 게 조금 불쾌하신 것 같네요.” 비서 손상우가 하연이 준비한 커피를 건네며 기뻐했다.“부 사장님, 최 사장님께서 준비하신 겁니다.” 하지만 남준은 커피를 힐끗 바라볼 뿐이었다.“난 됐어요, 최 사장님은 늘 다른 사람에게 약을 먹이는 걸 즐기시잖아요?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를 줄 알고 그걸 마십니까?” 하연의 안색이 차갑게 식었다. 여은도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두 분, 아는 사이세요?” “아니.”하연이 대답하며 남준을 응시했다.“난 함부로 약을 쓰지 않아. 그 사람이 정말로 싫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남준은 냉소를 터뜨렸으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최 사장님, 항상 조심하세요. 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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