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하연이 상혁의 손을 잡았다.“왜 안된다는 거에요? 전 오빠의 과거를 알고 싶어요. 하지만 오빠는 단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잖아요.” “알아도 되는 게 있고, 알아서는 안 되는 게 있어. 난 그 구분을 명확히 짓고 있는데, 일부는 너무 지저분한 일이라 네 귀에 들어가서는 안 돼.”상혁이 차창을 조금 내리며 밖을 바라보았다. “연인 사이에도 숨길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하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그게 무슨 일이든, 오빠와 관련이 있다면 지저분하다고 느끼지 않을 거예요.” 뒤에서부터 들려온 하연의 목소리는 상혁의 마음을 관통했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는 황 비서님의 이런 점이 좋아요. 제가 오빠의 진짜 모습을 알게 해줬으니까요. 오빠는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은데, 저는 세상사를 모르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에요.” 한숨을 내쉰 하연이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상혁 오빠, 앞으로는 오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가정에 관한 일이든, 친구에 관한 일이든 상관없이요.” 고개를 돌린 상혁의 눈에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하연이는 포용력이 아주 넓은 사람이구나.’상혁은 줄곧 하연을 손에 닿지 않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제는 자신을 이해해 주려 하다니... 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바보야.”상혁이 하연의 귓가에 흐트러진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많은 걸 걱정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졌어. 나랑 함께 있으면... 아주 힘들 수밖에 없을 거야.” 이것은 애초가 그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기분이 좋아진 하연이 상혁의 어깨에 기대었다.“벌써 잊은 거예요? 내가 오빠랑 함께하는 건 희로애락을 함께하기 위한 거예요. 그런 여자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격식을 차리는 거잖아요.” 옅은 미소를 띤 상혁이 품에 안긴 여자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잠들지 않은 조
상혁은 직접 차를 몰고 하연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그녀가 중얼거리며 말했다.“큰오빠가 이쪽 일만 잘 해결하면, B시에서 새해를 보낼 거라고 했어요. 물론 할아버지도 모시고 온다고 했고요. 그럼... 오빠는요? 오빠도 올 거예요?”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이것은 HX국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옆을 힐끗 바라본 상혁이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어디에 있든, 거기로 갈 생각이야.” 하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일찍 공항에 도착한 하경은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왜 그렇게 느끼하게 구는 거야?” 상혁이 그의 어깨를 한 대 때렸다.“이번에는 기회가 없었지만, 다음에는 밥 한번 살게.” “누가 밥 먹고 싶대? 밥은 학교 다닐 때 충분히 먹었잖아.”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하연이 좀 잘 부탁해.” “하연이는 내 동생이야. 주제넘게 굴기는...”“둘째 오빠...”하연이 불만스러워했다. “됐어, 차별하는 꼴을 좀 봐, 한심하긴.”이 말은 하경의 시샘이 여실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이때, 연지가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왔다.“최하연 씨, 짐은 이미 다 부쳤어요. 그리고 이건 탑승권이에요.” 그녀를 한 번 쳐다본 하연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연지가 다시 상혁의 곁에 나타난 걸 보면, DL 그룹이 그녀에 대한 처분을 철회했고, 더 이상 강등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탑승권을 받았다.“오빠를 잘 부탁할게요.” “너그럽게 배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게요.”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 비행기는 이내 흔적도 없이 멀어져갔다. 상혁은 미소를 거둔 채 몸을 돌려 떠났고, 연지는 그의 뒤를 따랐다.“부 대표님, 이전에 주시하라고 하셨던 HT그룹의 허점을 찾아냈습니다.”“그건 아주 이전에 지시했던 일인데...”상혁이 곧장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황 비서, 업무에 제법 충실하네.” “제가 어떻게 대표님의 지시를 잊을 수 있
하연이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인터뷰가 끝났고, 스태프들은 모두 흩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간 그녀가 여은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수고했어, 다 같이 드시라고 마실 것도 주문해 뒀어.” 여은이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여러분! 최 사장님께 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릴까요?” “최 사장님이요?”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어 보인 하연이 여은의 뒤에 있는 피취재자를 바라보았다.“어떤 분을 인터뷰한 거...”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뚝 그쳤다.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최하연 씨, 또 만나네요.” 하연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여은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여긴 제 친구이자 DS그룹의 총 실행 책임자인 최하연이예요. 그리고 이 분은 B시의 떠오르는 신흥 재벌이자, WA 그룹의 책임자인 부남준 사장님이셔.” 이 말을 마친 그녀가 슬그머니 하연의 귓가에 말했다.“부상혁이랑 성이 같은데, 참 공교롭지?” ‘공교롭다고...?’ 하연은 부남준이 B시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남준은 께름칙한 표정의 하연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고,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최 사장님께서는 저를 마주하는 게 조금 불쾌하신 것 같네요.” 비서 손상우가 하연이 준비한 커피를 건네며 기뻐했다.“부 사장님, 최 사장님께서 준비하신 겁니다.” 하지만 남준은 커피를 힐끗 바라볼 뿐이었다.“난 됐어요, 최 사장님은 늘 다른 사람에게 약을 먹이는 걸 즐기시잖아요?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를 줄 알고 그걸 마십니까?” 하연의 안색이 차갑게 식었다. 여은도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두 분, 아는 사이세요?” “아니.”하연이 대답하며 남준을 응시했다.“난 함부로 약을 쓰지 않아. 그 사람이 정말로 싫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남준은 냉소를 터뜨렸으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최 사장님, 항상 조심하세요. 저는 그
[출국하셨어요?] 잠시 후, 이현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내 영상을 본 것 같지, 아마?’“네, 가족을 만나러 왔어요.” [부 대표님과의 사이가 아주 좋으신가 봐요.] 하연이 다정하게 말했다.“그런대로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손 선생님, 부러워하실 거 없어요. 선생님도 언젠가 저처럼 될 거예요.” 그녀는 이현이 부러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괜찮기는요, 세상에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조급해할 거 없어요. 언젠가는 꼭 그런 사람이 나타날 거예요.”그녀의 자기 만족적인 위로는 이현의 기분을 가라앉게 했다. 그가 커피를 들어 올렸다.[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요?] “음... 그럼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저한테 다른 건 몰라도 여자인 지인들은 많잖아요?” 이현이 싱긋 웃으며 막 말하려던 찰나, 고통스러운 하연의 비명이 들려왔다. 긴장한 그가 물었다.[왜 그래요?] “위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어요.”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숙여 보니, 발목이 빠르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집에 누구 있어요? 괜찮아요?]하연은 집에 고용인이 너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보통 그들은 낮에 청소와 밥을 하러 오지만, 밤에는 오지 않았다. 그녀가 침묵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주소 좀 알려주세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괜찮아요! 그럴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냥 저 혼자 약을 좀 바르면 돼요.”하연은 급히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는데, 발목에서 퍼지는 살을 에는 듯한 통증으로 보아, 접지른 것이 분명했다. [지금 혼자 움직일 수 있어요?]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이현은 이미 차량의 시동을 걸었다.[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을 삔 거라면, 부기가 더 심해질 거예요. 병원에 가는 게 싫다면, 약을 좀 가져다드릴게요. 타박
이현의 손길은 아주 능숙했다. 먼저 하연의 상처를 소독한 뒤, 약을 발라준 그는 두 손으로 약간의 열을 가해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하연은 통증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 능숙하시네요,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있으신 거예요?”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두 발목은 접질린 탓에 붉게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현은 손만 움직일 뿐, 그곳을 오래 쳐다보지는 않았다. “네, 일 때문에 자주 다치고, 혼자 처치하다 보니까 거의 의사 수준이 된 거죠.” 이현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야구모자를 쓴 채 따뜻한 눈빛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연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길래 자주 다친 거예요?” 이현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문지르고 있었다.“배운 게 없어서 막노동했었어요.”정신이 멍해진 하연은 자신이 몹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라서...” 당황한 그녀의 모습을 본 이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말하지 못할 비밀은 아니니까요.”굳은살이 잔뜩 베인 그의 손은 부드럽고 깨끗한 상혁의 손과 확실히 달랐는데, 예전에 고된 막노동을 했다는 말을 증명하는 듯했다. “너무 늦었는데, 소울 칵테일은 아직도 영업 중이에요?”그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화제를 돌리려 했다. “네, 강성훈까지 총 여덟 명의 직원이 허리도 못 펴고 일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손님들은 끊임없이 하연 씨가 왔던 소울 칵테일을 방문하고 싶어 하고요.” 그의 말에는 약간의 농담이 담겨 있었다. 하연이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상혁 오빠랑 내기했는데, 저는 손 선생님의 소울 칵테일에 손님이 많아질 거라고 했거든요! 손 선생님, 이렇게 되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선생님은 돈을 벌고, 저는 내기에서 이기는 거니까요!” 이 말을 들은 이현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느려졌다.“그분은 어떤 거에 내기를 걸었죠?” “음... 상혁
하연이 귀엽다고 생각한 상혁이 가볍게 웃으며 위로했다.[참느라 고생했겠네, 다음부터는 부남준을 만나지 않을 수 있으면,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 하연의 화가 가라앉은 찰나, 상혁이 말했다.[영상통화로 전환해 봐. 얼굴 좀 보자.] 그 순간, 천진난만하던 하연의 말투가 굳어졌다. 그녀가 이현을 힐끗 바라보았다.‘바람피우는 것만 같은 느낌이야...’ “곧 자려던 참이라... 예쁘지 않을 거예요.” 상혁은 그녀가 단순히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했다.[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 좀 보여줘.] “정말 안 예쁠 거예요. 그리고 지금 너무 졸려요.”하연이 고집을 피웠다. ‘손 선생님이 아직 돌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 실례되는 일이야.’ 상혁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일찍 쉬라고 당부한 뒤, 내일 영상 통화를 하자고 말했다.“네, 약속할게요.” 통화가 끝났을 때는 이미 10분가량이 흐른 후였다. 안으로 들어온 이현이 말했다.“그분이 정말 잘해주시나 봐요.”하연이 미안해하며 말했다.“난감하게 해서 죄송해요. 사과는 다음번에 제대로 할게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그리고 손 선생님... 오늘 있었던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럼요.”물건을 챙긴 이현이 일어나서 떠나려 하자, 하연이 불쑥 말했다. “잠시만요.”발걸음을 멈춘 그가 난감한 표정의 하연을 바라보았다.“저기... 방까지 좀 데려다주시겠어요? 아직 걸을 수가 없어서요...” 그녀의 귀밑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본 이현도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준비된 스킨십이니까 걷는 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이현의 목덜미에 핏줄이 불거졌다. 하연의 방은 아주 크고 간결했으며, 소녀 감성이 가득하고 은은한 향기까지 났다. 그녀를 침대에 눕힌 이현은 손바닥과 아래쪽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몸을
이현이 말한 대로 하연의 발 부상은 이틀 만에 다 나았다.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대기업들의 연회 초청장을 받았는데, 그중에는 HT그룹의 초청장도 있었다. 그 초청장은 구동후가 직접 전한 것이었는데, 정기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것을 가로막을 뿐이었다. “초청장은 필요 없습니다. 최 사장님은 참석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동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HT 그룹은 최 사장님께서 처음으로 근무하신 회사였지 않습니까. 감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는 최 사장님께서 HT 그룹의 발전을 보러 오시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기태는 고개를 저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뒤돌아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죠.” 동후는 회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들은 하연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아주 잘하셨어요.”하연은 나머지 초청장들도 모두 거절했지만, 단 하나만 받아들였다. 그것은 HL산업은행의 초청장이었는데, 하선유가 직접 작성한 것이었으며, 마지막에는 특별히 귀여운 이모지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꼭 와 주세요!] 웃음을 머금은 하연은 정기태에게 후한 선물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회의장에 들어서자, 하연을 한눈에 알아본 선유가 깡충깡충 뛰어나왔다.“언니!” 하연이 웃으며 말했다.“와, HL산업은행의 행사는 규모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운데?”하민철이 선유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DS그룹의 연회도 아주 훌륭할 텐데,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고개를 끄덕인 하연은 인사를 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바로 이때, 차에서 내린 한서준과 나운석을 본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하마터면 HL산업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한 나운석이 이 연회에 참석할 거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어. 나운석과 사이가 좋은 한서준도 이유를 불문하고 이 연회에 참석하려 했겠지.’ 그 동영상을 본 후부터 하연은 눈앞의 남자가 더욱 낯설다고 느꼈다. 그녀가 시선을 옮기자
깊은숨을 들이마신 서준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에 대한 하연의 거리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임모연은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최하연은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자기가 첫눈에 반한 사람이 우리 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야.’하민철의 연설이 끝나자, 직원들의 행동이 빨라졌고, 손님들에게 음식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선유는 HL산업은행 은행장의 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와 술을 권했다. 이 테이블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운석이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여신님, F국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을 아시나요?” 하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네, 몇 번 왕래가 있었거든요.”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B시에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골드 크라운 때문에 우리 상혁 오빠랑 대치했다던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하연이 곰곰이 생각해 봤다.‘이름이... 이방규였나?’“그분이 여긴 왜 오신 거죠?” 운석이 요리를 집어 선유의 그릇에 담아주었다.“영화회사를 하나 인수했대요. 어쩐지 며칠 동안 그 회사의 주가가 미친 듯이 치솟더라고요. 아무래도 그 사람의 조작이 있었나 봐요.” 강렬하지만 목적이 불분명한 접근은 자본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전문 조작가인 운석은 가장 먼저 정보를 받은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서준이 말했다.“나도 들었어. 이씨 가문이 그 사람 때문에 큰 손해를 봤었다며? 그래서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도 그 사람을 탐탁지 않아 하신다던데... 물론 고위층 가문들도 그 사람한테 딸을 시집보내는 걸 꺼리겠지.” “소문은 그렇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비록 그 오만한 자신감으로 자기 구덩이를 파고 말았지만 말이야. 너, 이씨 가문 재산의 절반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아?” 곰곰이 생각하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신비한 사람이던데? 이름을 아는 사람도 없더라고.” “난 알아.”운석이 일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