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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어두운 면

가정에서 비롯된 결핍은 연지를 떠도는 부평초처럼 만들었고, 상혁은 그녀에게 있어 생명의 지푸라기였다.

“저는 2천 원도 반으로 나눠 써야 했던 날들을... 그리고 부 대표님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몇 년 전, 부 대표님을 따라 입사할 때 맹세했어요, 부 대표님의 명령을 영원히 따르겠다고요.”

연지의 눈빛은 대단히 확고했다.

하연이 눈을 가늘게 뜨자, 길가의 네온사인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흩어졌다.

“상혁 오빠의 뒤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거군요.”

“네.”

“상혁 오빠는 예전에 많이 힘들어했나요?”

“처음 DL그룹에 입사하신 부 대표님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밑바닥부터 시작하셨어요. 심지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한 달 동안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고객의 집 앞을 지키셨죠. 한 달 후, 프로젝트는 깔끔하게 성사됐고, 대표님은 세 단계나 승진하게 되신 거예요.”

차 앞에 기댄 연지는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2년 후, 부 대표님은 9명의 이사 중 한 분이 되셨지만, 당시 협력하던 고객 한 분은 사업이 점점 쇠퇴하면서 파산해야 했고, 결국 건물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떠나고 마셨어요.”

이 말을 들은 하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상혁 오빠가 그랬다는 거예요?”

“최하연 씨, 비즈니스 업계에서 절대적인 건 없어요. 부 대표님께서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분의 결정을 존중해요. 패권을 잡으려면 그런 결단력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연지가 말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상혁의 검은 차가 미끄러지듯 두 사람의 앞에 다다랐다. 그가 차에서 내리며 일으킨 바람은 머리카락을 날리게 했다. 잠시 후, 상혁은 하연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약간 숨을 헐떡이는 그의 어투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연지는 한쪽으로 물러났다.

하연은 상혁의 옷을 꽉 쥐더니 무의식중에 그를 밀쳐냈다.

“괜찮다고 했는데 왜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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