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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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발목

[출국하셨어요?] 잠시 후, 이현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내 영상을 본 것 같지, 아마?’“네, 가족을 만나러 왔어요.” [부 대표님과의 사이가 아주 좋으신가 봐요.] 하연이 다정하게 말했다.“그런대로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손 선생님, 부러워하실 거 없어요. 선생님도 언젠가 저처럼 될 거예요.” 그녀는 이현이 부러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괜찮기는요, 세상에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조급해할 거 없어요. 언젠가는 꼭 그런 사람이 나타날 거예요.”그녀의 자기 만족적인 위로는 이현의 기분을 가라앉게 했다. 그가 커피를 들어 올렸다.[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요?] “음... 그럼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저한테 다른 건 몰라도 여자인 지인들은 많잖아요?” 이현이 싱긋 웃으며 막 말하려던 찰나, 고통스러운 하연의 비명이 들려왔다. 긴장한 그가 물었다.[왜 그래요?] “위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어요.”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숙여 보니, 발목이 빠르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집에 누구 있어요? 괜찮아요?]하연은 집에 고용인이 너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보통 그들은 낮에 청소와 밥을 하러 오지만, 밤에는 오지 않았다. 그녀가 침묵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주소 좀 알려주세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괜찮아요! 그럴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냥 저 혼자 약을 좀 바르면 돼요.”하연은 급히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는데, 발목에서 퍼지는 살을 에는 듯한 통증으로 보아, 접지른 것이 분명했다. [지금 혼자 움직일 수 있어요?]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이현은 이미 차량의 시동을 걸었다.[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을 삔 거라면, 부기가 더 심해질 거예요. 병원에 가는 게 싫다면, 약을 좀 가져다드릴게요. 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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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약

이현의 손길은 아주 능숙했다. 먼저 하연의 상처를 소독한 뒤, 약을 발라준 그는 두 손으로 약간의 열을 가해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하연은 통증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 능숙하시네요,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있으신 거예요?”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두 발목은 접질린 탓에 붉게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현은 손만 움직일 뿐, 그곳을 오래 쳐다보지는 않았다. “네, 일 때문에 자주 다치고, 혼자 처치하다 보니까 거의 의사 수준이 된 거죠.” 이현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야구모자를 쓴 채 따뜻한 눈빛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연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길래 자주 다친 거예요?” 이현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문지르고 있었다.“배운 게 없어서 막노동했었어요.”정신이 멍해진 하연은 자신이 몹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라서...” 당황한 그녀의 모습을 본 이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말하지 못할 비밀은 아니니까요.”굳은살이 잔뜩 베인 그의 손은 부드럽고 깨끗한 상혁의 손과 확실히 달랐는데, 예전에 고된 막노동을 했다는 말을 증명하는 듯했다. “너무 늦었는데, 소울 칵테일은 아직도 영업 중이에요?”그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화제를 돌리려 했다. “네, 강성훈까지 총 여덟 명의 직원이 허리도 못 펴고 일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손님들은 끊임없이 하연 씨가 왔던 소울 칵테일을 방문하고 싶어 하고요.” 그의 말에는 약간의 농담이 담겨 있었다. 하연이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상혁 오빠랑 내기했는데, 저는 손 선생님의 소울 칵테일에 손님이 많아질 거라고 했거든요! 손 선생님, 이렇게 되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선생님은 돈을 벌고, 저는 내기에서 이기는 거니까요!” 이 말을 들은 이현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느려졌다.“그분은 어떤 거에 내기를 걸었죠?” “음... 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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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마스크

하연이 귀엽다고 생각한 상혁이 가볍게 웃으며 위로했다.[참느라 고생했겠네, 다음부터는 부남준을 만나지 않을 수 있으면,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 하연의 화가 가라앉은 찰나, 상혁이 말했다.[영상통화로 전환해 봐. 얼굴 좀 보자.] 그 순간, 천진난만하던 하연의 말투가 굳어졌다. 그녀가 이현을 힐끗 바라보았다.‘바람피우는 것만 같은 느낌이야...’ “곧 자려던 참이라... 예쁘지 않을 거예요.” 상혁은 그녀가 단순히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했다.[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 좀 보여줘.] “정말 안 예쁠 거예요. 그리고 지금 너무 졸려요.”하연이 고집을 피웠다. ‘손 선생님이 아직 돌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 실례되는 일이야.’ 상혁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일찍 쉬라고 당부한 뒤, 내일 영상 통화를 하자고 말했다.“네, 약속할게요.” 통화가 끝났을 때는 이미 10분가량이 흐른 후였다. 안으로 들어온 이현이 말했다.“그분이 정말 잘해주시나 봐요.”하연이 미안해하며 말했다.“난감하게 해서 죄송해요. 사과는 다음번에 제대로 할게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그리고 손 선생님... 오늘 있었던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럼요.”물건을 챙긴 이현이 일어나서 떠나려 하자, 하연이 불쑥 말했다. “잠시만요.”발걸음을 멈춘 그가 난감한 표정의 하연을 바라보았다.“저기... 방까지 좀 데려다주시겠어요? 아직 걸을 수가 없어서요...” 그녀의 귀밑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본 이현도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준비된 스킨십이니까 걷는 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이현의 목덜미에 핏줄이 불거졌다. 하연의 방은 아주 크고 간결했으며, 소녀 감성이 가득하고 은은한 향기까지 났다. 그녀를 침대에 눕힌 이현은 손바닥과 아래쪽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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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연회

이현이 말한 대로 하연의 발 부상은 이틀 만에 다 나았다.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대기업들의 연회 초청장을 받았는데, 그중에는 HT그룹의 초청장도 있었다. 그 초청장은 구동후가 직접 전한 것이었는데, 정기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것을 가로막을 뿐이었다. “초청장은 필요 없습니다. 최 사장님은 참석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동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HT 그룹은 최 사장님께서 처음으로 근무하신 회사였지 않습니까. 감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는 최 사장님께서 HT 그룹의 발전을 보러 오시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기태는 고개를 저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뒤돌아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죠.” 동후는 회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들은 하연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아주 잘하셨어요.”하연은 나머지 초청장들도 모두 거절했지만, 단 하나만 받아들였다. 그것은 HL산업은행의 초청장이었는데, 하선유가 직접 작성한 것이었으며, 마지막에는 특별히 귀여운 이모지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꼭 와 주세요!] 웃음을 머금은 하연은 정기태에게 후한 선물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회의장에 들어서자, 하연을 한눈에 알아본 선유가 깡충깡충 뛰어나왔다.“언니!” 하연이 웃으며 말했다.“와, HL산업은행의 행사는 규모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운데?”하민철이 선유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DS그룹의 연회도 아주 훌륭할 텐데,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고개를 끄덕인 하연은 인사를 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바로 이때, 차에서 내린 한서준과 나운석을 본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하마터면 HL산업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한 나운석이 이 연회에 참석할 거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어. 나운석과 사이가 좋은 한서준도 이유를 불문하고 이 연회에 참석하려 했겠지.’ 그 동영상을 본 후부터 하연은 눈앞의 남자가 더욱 낯설다고 느꼈다. 그녀가 시선을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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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혐의

깊은숨을 들이마신 서준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에 대한 하연의 거리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임모연은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최하연은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자기가 첫눈에 반한 사람이 우리 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야.’하민철의 연설이 끝나자, 직원들의 행동이 빨라졌고, 손님들에게 음식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선유는 HL산업은행 은행장의 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와 술을 권했다. 이 테이블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운석이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여신님, F국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을 아시나요?” 하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네, 몇 번 왕래가 있었거든요.”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B시에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골드 크라운 때문에 우리 상혁 오빠랑 대치했다던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하연이 곰곰이 생각해 봤다.‘이름이... 이방규였나?’“그분이 여긴 왜 오신 거죠?” 운석이 요리를 집어 선유의 그릇에 담아주었다.“영화회사를 하나 인수했대요. 어쩐지 며칠 동안 그 회사의 주가가 미친 듯이 치솟더라고요. 아무래도 그 사람의 조작이 있었나 봐요.” 강렬하지만 목적이 불분명한 접근은 자본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전문 조작가인 운석은 가장 먼저 정보를 받은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서준이 말했다.“나도 들었어. 이씨 가문이 그 사람 때문에 큰 손해를 봤었다며? 그래서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도 그 사람을 탐탁지 않아 하신다던데... 물론 고위층 가문들도 그 사람한테 딸을 시집보내는 걸 꺼리겠지.” “소문은 그렇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비록 그 오만한 자신감으로 자기 구덩이를 파고 말았지만 말이야. 너, 이씨 가문 재산의 절반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아?” 곰곰이 생각하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신비한 사람이던데? 이름을 아는 사람도 없더라고.” “난 알아.”운석이 일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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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드러난 비밀

칠흑같이 어둡고 아름다운 하연의 눈동자에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확고함이 있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마주한 서준은 마음이 텅 비는 듯하여 천천히 손을 놓았다. “예전에는 분명 널 속인 적이 있지만, 이혼하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없었어. 너도 내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알잖아.”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니라, 결혼하기 전이야.”온몸을 움찔거리던 서준은 입술을 꽉 다문 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뭐?”‘난 분명히 묻어두려고 했어, 얼굴을 보고도 모르는 사람 대하듯 할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한서준이 계속 치근덕대는 상황에서 바보처럼 넘어갈 수는 없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네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너를 남자로서 존경할게. 그런데 넌, 인정할 용기조차 없는 것 같네.”하연은 한마디 한마디를 느리고 정확하게 말하며, 점차 어두워지는 서준의 표정을 주시했다. “네 형은 알아? 네가 그 사람을 대신해서 나랑 결혼했다는 사실을.” 순간, 서준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그가 한참 후에야 어렵게 입을 열었다.“우리 형을 만난 거야?”하연은 확답하지 않았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나한테 해명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찾던 사람은 네가 아니라 네 형이었어. 하지만 너는 그걸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았지. 아니, 오히려 신분을 속이고 나랑 결혼했고, 한씨 가문에서 집안일이나 하면서 내 청춘을 허비하게 했어!”“재밌었니, 한서준?” 하연이 한 걸음씩 다가서며 서준을 압박하자, 그는 천천히 물러서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꼭꼭 숨겨오던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은 서준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머리가 무겁고 발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으며, 눈앞이 어두워지고 심장이 계속해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넌 모든 걸 알면서도 내가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만 봤어. 날 B시에 가두어 네 비서로 일하게 했고, 한씨 가문을 위해 헌신하게 했어! 그 오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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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회상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구나.”하연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아.”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서준은 손을 뻗어 하연을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아래로 하연의 발목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저런 방식으로 붕대를 감는 건 경찰학교를 나온 사람이나 아는 건데...’ 매년 새해, 명준은 한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애틋하게 여긴 강영숙은 항상 사람을 시켜 무언가를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준과 서준이 조우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해에는 폭우가 내렸고, 경찰학교는 외딴곳에 있었다. 한참 도로를 달리던 서준은 산사태를 만나 운전기사와 함께 매몰되었지만, 경찰학교 학생들이 두 사람을 구조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명준이었다. 명준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침착한 서준의 모습에 놀랐다.“한서준?” “한명준 형?”“네 발을 좀 봐. 돌에 맞아서 다쳤나 본데, 내가 붕대를 좀 감아줄게. 아마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이 말을 마친 명준은 곧장 물병을 들고 물을 받으러 갔다. 서준과 거의 접촉이 없었던 명준은 그가 자신과 닮았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외쳤다.“새해는 다 같이 집에서 맞이하자.” 명준은 발걸음을 멈췄으나 뒤돌아보지 않았다.“난 안 갈 거야.” 기억에서 벗어난 서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붕대를 감는 방법이 형이랑 똑같아.’‘그새 또 최하연을 만난 거야?’ 테이블로 돌아온 하연은 고개를 숙이고 먹기만 했으며,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이 모습을 본 선유가 깜짝 놀라며 말렸다.“언니, 왜 그래요?” 하연은 배가 꽉 차서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듯했다.“별거 아니야, 그냥 개한테 좀 물렸을 뿐이야.” 서준이 테이블로 돌아오자, 운석이 그를 동정스럽게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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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재회

이방규의 곁에는 조용해 보이지만 명품으로 치장하여 사람들이 알아봐 주기를 원하는 여자가 있었다. 방규의 팔짱을 낀 그녀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선유 씨,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우시네요.” 선유는 방규에게 물었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가로챈 셈이었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하자, 방규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팔을 빼며 말했다.“아닙니다.” 그 여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유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쩐지... 제가 못 뵈는 동안 안목이 나빠지신 줄 알았어요.”젊고 아름다운 선유는 조명 아래에서 더욱이 빛나고 있었다. 방규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벌써 이렇게 자란 데다가 말도 조리 있게 잘하다니... 남자친구는 있어요?” 선유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하민철에게 저지당했다.“선유는 아직 어려서 그런 일은 전혀 급하지 않아요.” “결혼할 나이는 된 것 같은데요, 뭘.” 선유는 소위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라는 사람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다시 만나자마자 이토록 무례하게 말하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연은 곧장 나아가는 운석을 붙잡지 못했다.“이 대표님도 마흔을 넘겼는데, 아직 미혼이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20대 초반의 아가씨에게 결혼을 재촉하다니... 조금 무례하시네요.” 술잔을 든 운석은 다소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갔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방규와 건배했다. 운석을 그윽이 바라보던 방규가 하민철을 바라보았다.“이분은...” 운석이 잔을 꽉 쥐었다. 그는 투자은행 업계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B시는 물론이며 M국의 투자 분야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그런 나를 모르는 척하면서 창피를 주려 해?’ 그가 하민철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투자은행의 부사장이자, 나씨 가문의 장남인 나운석입니다. 편한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방규의 눈동자에 흥미가 스쳤다. 그가 선유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아, 나씨 가문의 장남이 벌써 이렇게 자랐군요. 기억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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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뒷조사

손을 뻗은 방규가 서영을 품에 안았다.“모른다는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서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완전히 변해버린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나도 이곳에서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HL산업은행의 연회는 소란을 피울만한 곳이 아니었으며, 곳곳에 고위 간부들과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에 HL산업은행을 난처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이방규의 세력은 HT그룹보다 더 강력했기 때문에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연은 서준이 간신히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방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석으로 돌아가자, 운석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선유의 손을 잡은 하연은 그녀에게 귓속말했고, 선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하연은 더 이상 오래 머물지 않고 곧장 HL산업은행의 연회를 떠났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태훈이 말했다.“이방규 대표님께서 투자한 영화사는 요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회사입니다. 우리 DS그룹의 영화사와는 경쟁상대인 셈이죠.” “그 사람이 최근에 계약한 연예인들을 좀 알아봐 줘.”하연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원래 조사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꼭 조사할 수밖에 없겠어.’ [한서영?]수화기 너머에서 의심을 품은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정말 많이 변했더라고요.”“참, 이방규가 F국 출신이라던데, F국은 오빠가 잘 알잖아요. 혹시... 뒷조사를 좀 해줄 수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잡음이 들렸다. 상혁은 문을 열고서야 입을 열었다.[알겠어.]하연은 그의 기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이내 상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접질린 데는 좀 어때?] 하연이 고개를 숙이고 발목을 바라보았다.‘이제 별로 아프지 않아.’그녀가 이현이 감아준 붕대를 풀며 말했다.“괜찮아요.” “저기... 이방규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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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갈등

이튿날, DS그룹으로 달려온 선유는 어젯밤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이방규의 옆에 있던 사람이요... 공개적으로 사귄 지 3,4개월이나 된 여자 친구래요. 그런데 신분이 불분명해서 이씨 가문에서는 인정하지 않나 봐요. 아무래도 진지한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하연은 한창 서류를 뒤져보고 있었다.“한씨 가문에 HT그룹까지 합쳐도 이씨 가문의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거야. 그리고 한서준이 아프리카로 보냈다던 한서영은 어떻게 돌아온 걸까?” “아무도 몰라요.”선유가 고개를 저었다.“이방규가 한서영의 과거를 모두 지웠다고 하더라고요.” “재밌네, 한서영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 하연이 손에 든 펜을 돌리기 시작했다.“어젯밤은 어땠어?” “운석 오빠가 몇 번이나 이방규한테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절대 대답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운석 오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나운석이 그런 일을 당하는 날이 오는구나.’이렇게 생각한 하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한서영은 카드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한서영의 배경에 두려움을 느낀 재벌가 아가씨들이 카드를 내밀기도 했어요. 아마 꽤 많은 돈을 벌었을 텐데도 건방진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서영의 얼굴을 떠올린 선유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예전에는 그 여자가 눈앞에 서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몰라보게 달라져서 돌아왔다고요!” 하연이 못 말린다는 듯 그녀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한서영은 이방규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HL산업은행의 큰 아가씨인 네가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선유는 단번에 맥이 풀렸다.“하지만 저도 HL산업은행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그 여자랑 별로 다를 것도 없어요.” 하연은 어리둥절했다. “언니, 우리 아빠는 아직도 제가 아빠의 곁에 있길 바라세요.” “왜? 나씨 가문은 세계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HL 산업은행에 딱 어울리는 상대잖아.”하연은 선유와 운석이 이미 서로에게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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