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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회상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구나.”

하연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아.”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서준은 손을 뻗어 하연을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아래로 하연의 발목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방식으로 붕대를 감는 건 경찰학교를 나온 사람이나 아는 건데...’

매년 새해, 명준은 한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애틋하게 여긴 강영숙은 항상 사람을 시켜 무언가를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준과 서준이 조우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해에는 폭우가 내렸고, 경찰학교는 외딴곳에 있었다. 한참 도로를 달리던 서준은 산사태를 만나 운전기사와 함께 매몰되었지만, 경찰학교 학생들이 두 사람을 구조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명준이었다.

명준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침착한 서준의 모습에 놀랐다.

“한서준?”

“한명준 형?”

“네 발을 좀 봐. 돌에 맞아서 다쳤나 본데, 내가 붕대를 좀 감아줄게. 아마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

이 말을 마친 명준은 곧장 물병을 들고 물을 받으러 갔다.

서준과 거의 접촉이 없었던 명준은 그가 자신과 닮았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새해는 다 같이 집에서 맞이하자.”

명준은 발걸음을 멈췄으나 뒤돌아보지 않았다.

“난 안 갈 거야.”

기억에서 벗어난 서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붕대를 감는 방법이 형이랑 똑같아.’

‘그새 또 최하연을 만난 거야?’

테이블로 돌아온 하연은 고개를 숙이고 먹기만 했으며,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이 모습을 본 선유가 깜짝 놀라며 말렸다.

“언니, 왜 그래요?”

하연은 배가 꽉 차서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듯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개한테 좀 물렸을 뿐이야.”

서준이 테이블로 돌아오자, 운석이 그를 동정스럽게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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