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73화 털을 세운 작은 고양이

하연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모든 사진은 그날 밤 손이현과 함께 있던 장면들이었다. 이현이 하연의 발을 주무르고, 대화를 나누고, 그녀를 부축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사진 속에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은 각도도 의도적이었고, 두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보였다.

하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시 한번 남준의 비열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진실이 아니에요.”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 형이 보면 그게 진실이 되는 거죠.”

남준은 마지막 사진으로 넘겼다. 사진 속 이현은 외롭게 마당에 서 있었다.

“이 사진 좀 봐요. 마치 남녀 간의 즐거운 일이 다 끝난 후에 마음 편하게 담배를 태우는 것 같지 않아요?”

하연은 고개를 들고 남준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그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매장 안에 뺨을 때리는 소리가 아주 크게 울렸다.

다행히 그때는 매장에 아무도 없었다.

남준은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혀로 입가를 핥았는데, 그는 피 맛을 느꼈다.

“방금 감히 날 때렸어?”

“너는 참 비열하고 추악해. 네가 날 협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뭘 시키겠다고 말도 안 했는데, 벌써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연의 손바닥이 저릿저릿 아파왔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남준이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으며, 틀림없이 자신에게 어떤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것임을 느꼈다.

“최하연, 너 지금 털을 세운 작은 고양이처럼 보여.”

남준은 미소를 지으며 하연에게 다가와 느긋하게 그녀의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 당장은 부상혁에게 말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한다면, 그땐 어떻게 될지 모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한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해야 부남준 이놈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야?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하연은 주먹을 꽉 쥐고 다시 남준을 밀어냈다.

“내가 직접 상혁 오빠한테 말하면 돼. 절대로 네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매장 안쪽의 휴게실로 들어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